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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바로크-신드롬:번역

바로크-신드롬 대사 번역

아래 내용은 당 위키의 기본 문서 저작권인 GFDL을 따르지 않습니다. 이하 내용은 스팅(Sting)에서 내놓은 게임 바로크-신드롬(BAROQUE▲SYNDROME)의 대사 번역입니다. 본 컨텐츠의 모든 소유권은 제작사인 스팅에게 있으며, 번역물의 소유권은 번역자에게 있습니다. 당 컨텐츠는 한국에 정식발매되지 않은 바로크-신드롬의 컨텐츠 소개를 위한 목적으로만 공개되었으며, 어떠한 상업적 목적으로도 사용되지 않음을 밝힙니다.

본문

“여긴가?”

“응”

“꽤나 볼품없는 건물이군.”

“주위를 봐요. 여긴 그래도 나은 편이예요.”

확실히 루비의 말대로다.

“꺅”

갑작스러운 천둥소리에 루비가 비명을 지른다.

“빨리 가요, 키츠네!”

쫓기듯이 해서 우리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거리에서 들어오던 희미한 불빛도 몇 미터 안가서 사라졌다.

“그 방은 어디지?”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면 금방이예요.”

물방울 소리가 무척 신경 쓰인다.

“이 쪽이라니까요.”

루비가 내 팔을 잡아 당긴다.

“이렇게 어두운데 알 수 있어?”

“그냥, 감으로…”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목적의 방에 도착하는데 꽤 시간이 걸릴것 같다.

“할 수 없군.”

“라이터를 가지고 있었으면 왜 처음부터 안 쓴거예요!”

“금방 찾아낼거라고 생각했고, 손가락이 뜨거워지니까.”

적당히 대꾸를 하면서, 문득 루비 뒤의 벽쪽을 보았다.

“우왓!”

나는 얼떨결에 라이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불빛에 비춰진 것은, 분명히 피투성이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설마…시체!?”

“왜 그래요?”

“아니, 갑자기 밝아져서 놀란것 뿐이야.”

나는 라이터를 주워서 다시 불을 붙였다.

“우, 우왓!”

시체로 보인것은 망가진 마네킹이었다.

얼굴은 반쯤 부식돼서 적갈색으로 되어 있다.

“마, 마네킹이었나…”

“가요, 키츠네. 기분 나빠요.”

어느샌가 빗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키츠네, 유령은 믿지 않죠?”

“아아.”

흔들리는 불빛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기분 나쁘게 춤춘다.

“유령은 안 믿으면서, 그 괴물은 믿는단 말예요?”

“이형은 누군가가 만들어낸거야, 유령하고는 다르지.”

“만약 그렇다면, 메구는 누군가의 실험때문에 살해당한 건가요?”

“…모르지.”

우리는 통로의 끝까지 와버렸다.

“아까 말한 계단이 여기예요.”

루비가 엉망진창으로 페인트가 칠해진 방화문을 가리켰다.

“이 문을 통과해서 가는거예요.”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면서 문이 열렸다.


“여기 바로크 장사의 사무소?”

그날 나를 찾아온 소년은 이미 바로크 특유의 눈을 하고 있었다.

홍채의 색이 엷고, 시선이 공중에 떠있다.

여론의 탓도 있어서 요 몇년간 경찰은

바로크 가게의 적발에 기를 쓰고 있다.

진짜 바로크를 이용한 함정 수사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이 소년이 녀석들의 앞잡이일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처럼의 손님을 놓칠 수는 없다.

나는 순순히 대답을 하기로 했다.

“네, 그렇습니다.”

나는 상대가 누구든 손님에게는 항상 정중하게 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여기 오면 내가 맡긴 바로크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다만 저는 많은 분들의 바로크를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손님의 바로크의 특징을 가르쳐주시면 도움이 됩니다만.”

말하면서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그의 데이터를 만들기 시작한다.

연령, 15~6세.

마른 몸에 여자같은 얼굴.

약간 고음의 목소리, 떨리는 손가락은 남자 치고는 가늘다.

이 타입은 보기와는 반대로 폭력에 의한 지배망상을 좋아한다.

“음…이름은 후미. 취미는 방화.

그러니까 분명 나의 바로크는 불타고 있어.”

“세상이 불타고 있는겁니까?”

“그래. 나의 불이 세상을 태우고 있어.”

역시다.

이 후미라고 하는 소년은 불에 의해 세상을 지배하려하고 있다.

그럼 그의 욕망을 채우는 것은 도대체 어떤 불일까?

역시 무난한 자멸계로 하자.

“…세상을 불태우는 화염이란 말이죠…”

바로크 장사.

스스로의 망상에 지배되려고 하고 있는 인간을 상대로

약간의 돈을 받고 그들이 바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준다.

유서로 적어주는 일도 있다.

자살 알선이라느니, 흑마술사라느니 손가락질을 당하지만

나는 이 장사가 맘에 들었고 어느정도 긍지도 가지고 있다.

“그럼 이걸까요. 후미는 자신이 신경질적이라고 단정짓는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서 자신과 함께 세상을 불태운다.”

꽤 그럴듯한 서두다.

“복수”는 바로크들이 제일 좋아하는 말중에 하나다.

그런데-

“틀려. 그렇게 되면 반대잖아.”

후미의 대답은 나의 예상과 크게 달랐다.

“나는 세상을 태우는걸로 세상을 구하려고 하고 있는거야. 이대로는 정말로 위험하잖아.”

“위험하다는건…역시…”

물론 뭐가 위험하다는건지 모르지만 어쨌든 말을 맞추었다.

“그것밖에 없잖아. 됐으니까 빨리 내 바로크를 줘. 불로 나오지 않으면 ‘타란테라의 멜로디’로 검색해 봐.”

“잠깐 기다려 주세요…”

막연한 불안은 있지만 상상력은 없다.

바로크 가게에 오는건 그런 인간이다.

왜, 이런 확실한 망상의 소유자가 여기에 온걸까?

보통 자신이 특별하다는 이야기만 만들어 주면

만족해서 죽던지 정신이 이상해져야 하는데…

“아직도 모르겠어?”

후미는 똑바로 나를 쳐다봤다.

그건 바로크의 눈이 아니었다.

“감각구. 천사. …이형. 정말로 모르겠어?”

“으음…”

“그래…”

후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머니에서 1개의 디스크를 꺼냈다.

“그럼 이걸 틀어봐.”

“…이건?”

“들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거야.”

그리고나서 후미는 두번 눈을 깜빡였다.

눈의 빛깔이 엷어지고 공중을 바라보는, 그는 바로크의 소년으로 돌아왔다.

“여기에도 나의 바로크는 없었어. 그건 나만의 바로크니까 태워버리면 세상은 무사하겠지?”

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후미는 사무소를 떠나갔다.

감각구.

천사.

…이형.

바로크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소년의 말은 웬지 마음에 걸렸다.

“타란테라의 멜로디…라.”

이걸 들으면 정말로 지금과 다른 세계가 보이게 되는걸까?

신경이 쓰인 나는 디스크를 틀어보기로 했다.

“뭐야, 이거 소리가 안 나잖아?”

디스크를 컴퓨터에 옮겨 파일을 확인해 봤다.

“프로텍트인가? 쳇, 끝까지 빠져들게 만들어졌나 보군.”

나는 디스크를 꺼냈다.

“할 수 없군. 스즈메의 집으로 가보자.”

유감이지만 나에겐 이 방면의 지식이 부족하다.

이럴때는 언제나 친구인 스즈메에게 부탁하는걸로 되어 있다.

나는 코트를 들고 스즈메의 집으로 향했다.

“그 애들 또 제로지구에 갔다고 하더라.”

“어, 위험하지 않아?”

여고생으로 보이는 두명이 지나갔다.

한명은 교복을 입고 있어서 확실하지만 다른

한명은 사복을 입고 있어서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렇지만 웬지 위험한 느낌이 좋다고 그랬어.”

“그 지하의 술집 말이지?”

화제가 되고 있는건 제로지구인것 같다.

괴물이 나온다는건 과장이라고 해도 여고생이 다니기엔 위험한 지역이다.

“그러고 보니 메구도 자주 거기에 갔었지.”

메구라고?

요전에 내 사무소에 왔던 소녀가 분명 메구라는 이름이었는데.

“역시?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당연한건가…”

“그런가. 너 거기에 있었지…미안.”

“아냐, 괜찮아.”

대화에 완전히 빠져있던 나는 그녀들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것도 깨닫지 못했다.

“잠깐, 루비. 이 아저씨 아까부터 계속 우리를 쫓아다니고 있어.”

무의식 중에 그렇게 하고 있었던것 같다.

“요즘 시대에 스토커? 다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인간이 바로크가 되는거지.”

“맞아맞아. 꼭 그런 느낌의 얼굴이야.”

…그 정도인가?

“어떻게 하지, 이 녀석? 경찰 부를까?”

농담이 아냐! 신원이 밝혀지면 스토커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반론하려고 했던 그때-

갑자기 귀를 찢는듯한 비명이 들렸다.

나는 도망칠 찬스라고 생각하고 스즈메의 집으로 향했다.

검고 큰 문을 노크한다.

“누구야?”

“키츠네다.”

“……”

조금 있다가 록을 해제하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들어와”

부릅뜬 눈의 스즈메가 얼굴을 내밀었다.

스즈메가 좋아하는 색은 검정색이다.

방의 인테리어는 물론 작업용 기계와

의자와 베개, 입고 있는 옷까지 검정이다.

“전화할까 생각했지만 어차피 안 받을것 같아서.”

기계에 파묻혀 있는 바닥을 헤집고 나가 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정답이지.”

스즈메는 캔쥬스를 던져주었다.

“고마워.”

“그래, 오늘은 무슨 용건이야?”

“이 디스크 말인데.”

나는 의문의 소년 후미가 남기고 간 디스크를 꺼냈다.

“보통 방법으로는 소리가 안 나와.

너라면 어떻게든 들을 수 있지 않아?”

“재생기가 고장난거 아냐?”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디스크를 입수한 경위를 스즈메에게 말했다.

“그럼, 바로크인 꼬마의 말을 믿고 여기에 왔다는거야?”

“알고 있어. 하지만 묘하게 마음에 걸려. …감각구…천사…이형.”

“……”

스즈메는 디스크를 받아들고 잠시 만지작거렸다.

“뭐, 네가 원한다면 들어봐도 괜찮지만…”

스즈메는 심술궂게 히죽 웃었다.

“그 전에 이걸 보겠어? 방금 얻은 데이터인데.”

“스즈메의 정보는 내 일에 도움이 되지.”

기분좋게 보여달라고 하기로 했다.

“일부러 널 위해 뽑아둔 파일이야.”

“그거 고맙군.”

스즈메는 의미있는듯이 웃은 다음 데이터를 불러내기 시작했다.

[BAROQUE]

“바로크? 수상한 파일명이군.”

“네가 할 말은 못되지.”

“그건 그래.”

“하지만 네트에서 이걸 발견했을때는 놀랐지.”

“이건…!”

[지각, 감각구 조사 중간보고]

라는 제목의 서류가 나타났다.

“분명히 정부의 기밀이야. 나는 이걸 보고 마침내

위쪽에서도 바로크가 나왔구나 라고 생각했지.”

-이 구체에 접촉했다고 생각되는 인간의 대부분이 환각과

망상에 사로잡히고 있는건 사실이다. 구체가 미지의

바이어스등을 매개하는 신종의 생물이라는 설도 있지만 확증은 없다-

“이를테면 감각구가 자신의 의지로 인간을 바로크로 만들어 자살시킨다던지 한단 말인가?”

“나한테 묻지마. 그리고 그 다음이 이거다.”

-우리의 현재의 기술로는 감각구의 피해를 막는 방법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이쪽에서 그 존재를 탐지하는건 가능하다, 라는 제안이 있다-

“……”

“이게 같이 입수한 화상과 소개문.”

스즈메는 더욱 페이지를 넘겼다.

“이 사진은?”

“감각구의 탐사 시스템 ‘지각’의 발안자…라는것 같아.”

그러나, 이 남자가 달고 있는건?

“…날개?”

“가짜겠지.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때 이런 곳에 제출하는 서류에 가장 파티의 사진을 쓰는 바보는 없겠지.”

나는 후미의 말을 떠올렸다.

감각구.

천사.

이형.

날개를 단 인간의 모습 - 천사

“그 지각의 데이터를 보여줘.”

“없어. 도중에 저쪽의 경비 시스템에 걸려서, 겨우 남아 있는게 이거야.”

“……”

“그렇게 노골적으로 실망하지 마. 나도 노력은 한거란 말야.”

“하지만 어떻게 해서 후미는 그런 기밀을 입수한걸까?”

“글쎄, 어쩌면 이 디스크를 들으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스즈메는 디스크를 세트했다.

“…믿는거야? 아니면 역시 바로크라고 생각해?”

“바로크겠지.”

한쪽 귀에 헤드폰을 걸고 디스크의 해석을 진행하면서 스즈메가 대답했다.

“하지만 네가 믿는다면 진짜라고 해도 상관없어.”

“……”

스즈메에게 있어서 감각구의 정보도 해킹으로 얻은 콜렉션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이든 망상이든 상관없는거다. 그러니까…

“어디에도 발표할 생각은 없겠군.”

“당연하지.”

스즈메의 눈썹이 갑자기 모아졌다.

뭔가 들린건가?

“…애초에 그 시점에 경비 시스템이 작동한게 맘에 안 들어.

정부는 일부러 감각구의 정보를 흘린게 아닐까?”

“그런 식으로 은근히 경고를 보내고 있다…라는 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수작에 걸려서 세상에 발표하는것 따위 난 사양이다.

휴대전화를 도청하는게 훨씬 재미있어…응!?”

스즈메는 헤드폰을 다시 쓰고,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를 보통 해커와 같이 취급하면 곤란해.

또 하나 중요한 정보를 해킹했어. 정부의 기밀 같은데…”

갑자기 스즈메의 손이 멈췄다.

“키츠네, 너에게 찾아온 바로크인 꼬마가 뭐라고 말했다고?”

“이형이라고 말했었지.”

“그거다. 지금 그걸 발견했어.”

스즈메의 손가락이 다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네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지. 제로지구의 괴물이.”

“아아. 일단은 알고 있어.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이겠지?”

“아니야. 괴물은 실제로 존재해. 정부 내에서는 그걸 이형이라고 호칭하고 있지. 물론 공적으로 하는건 피하는것 같지만.”

갑자기 스즈메가 얼굴을 찡그렸다.

“…이건 정말 위험해. 기밀이다…우…”

춤추는듯 하던 스즈메의 손가락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왜 그래, 해석이 된거야?”

“우우우…”

스즈메는 헤드폰 위로 양쪽 귀를 누르고 그대로 스르르 의자에서 떨어졌다.

“스즈메!”

움직이지 않는다.

의식을 잃고 있다.

나는 헤드폰의 잭을 뽑았다.

“뭐야!?”

방안을 삼킬 듯한 깊은 숨결.

눈 앞의 광경이 흐물거리는듯 일그러져,

검붉은 구체가 빽빽하게 공간을 채웠다.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며 구체는 나를 흡수하려고 하고 있다…!

문득 어떤 말이 뇌리를 스친다.

-감각구!?

“그만 둬!”

일순간의 일이었다.

“스즈메…!!”

나는 스즈메를 안아서 일으켰다.

“우우우…”

“스즈메! 지금 구급차를 불러줄게.”

“…그렇습니다…의식을 잃고 있어요. 어쨌든 빨리 와줘요!”

스즈메는 이 디스크를 해석하다가 쓰러졌다.

그 전까지는 어디에도 이상은 보이지

않았-적어도 신체적으로는-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나도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이제 스피커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만약을 위해, 스즈메가 프로텍트를 푼

디스크를 처음부터 재생해 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것도 그럴것이 어느샌가 포맷되어 있었던 것이다.

“스즈메가 한건가…?”

다시 한번 파일을 확인하려고 했을때 나는

모니터에 뭔가가 비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게, 이형…!?”

내가 지금까지 본 어떤 생물보다도 그것은 기이하고 추악하고 역겨웠다.

언젠가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바로크 장사의

감으로 느낀 나는 그 화상 데이터의 카피를 떴다.

“이제 괜찮아, 스즈메.”

달려온 구급차가 우리들을 병원으로 데려 갔다.

9시간 후, 스즈메는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하지만 자신이 쓰러진것은 기억하지 못했다.

“디스크의 해석에 성공한 시점에서 기억이 끊어져 있어.”

“그럼 뭐가 들렸는지도 기억 안나?”

“그건 기억나. 무척 단순한 음악이었어.

단순한 음이었지만 분명히…그래, 멜로디가 있는 느낌이었어…

춤추는 병을 치료하는 음악…타란테라의 멜로디.”

“뭐라고?”

“응?”

스즈메는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스즈메, 지금 타란테라의 멜로디라고.”

“…그렇군. 왜, 그런 말이 나왔지?”

-타란테라의 멜로디.

후미도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디스크에는 그게 들어 있었던 건가?

“하지만 음이 들려왔다고 생각한건 몇초 뿐이었어.

소리와 같이 내 몸이 녹아서 퍼져갔다.

나는 순간적으로 모든 장소에 있었어.”

큰일이다…

‘모든 장소에 있었다.'라는건 바로크가 되려고 하는

인간이 흔히 입에 담는 말, 말하자면 경보와 같은 거다.

“구체는 보였어? 검붉은, 내장과 비슷한 기분나쁜 움직임의…”

나는 화제를 바꾸기 위해 신경 쓰인것을 질문했다.

“아니.”

스즈메는 멍하니 자기 손바닥을 보고,

천천히 손가락의 관절을 구부렸다 폈다 했다.

“나는 불쌍하군…”

갑자기 스즈메는 가냘픈 소리를 냈다.

“아까까지는 모든 장소에 있었는데 지금은 이 장소에밖에 존재하지 않아.”

현실주의자인 스즈메가 하는 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그 디스크는 어떻게 했지? 다시 한번 그걸 듣고 싶어.”

스즈메는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니다.

“지금은 안 갖고 있어. 하지만 나중에 꼭 들려줄게.”

거짓말도 한 방편이다.

지금의 스즈메에게 사실을 말했다간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

“그런가…”

“들어갑니다.”

들어온건 스즈메를 담당하기로 한 의사였다.

“몸은 좀 어떻습니까?”

“선생님, 스즈메는 괜찮은건가요?”

“뇌에 강한 충격을 받은것 같지만 특별히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의사로서는 입원해서 정밀검사를 받는걸 권합니다.”

“키츠네, 나는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어.”

“뭐, 그렇게 서두르지 마.

2~3일 정도 쉬는건 괜찮겠지. 선생님, 부탁합니다.”

“알았습니다. 그럼 입원 수속을 해두죠.”

“키츠네.”

의사를 따라서 나가려고 하는 나를 스즈메가 불러 세웠다.

“나는 다시 한번 그걸 재현한다.”

그렇게 말한 스즈메가 바로크의 눈을

하고 있는것처럼 보인건 내 기분탓일까…?

사무소에 돌아온 때는 이미 거리를 걷는 사람도 없고

꺼져가는 가로등이 공허한 점멸을 반복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병원에 오래 있었던것 같다.

문을 열자 한 소녀가 내 컴퓨터를 향해 앉아 있었다.

하드 디스크에는 다른 사람이 보면 곤란한 데이터도 적지 않게 있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나는 천천히 소녀에게 다가갔다.

“꺄-!”

갑작스러운 리액션이지만 정의는 내쪽에 있다.

“여기서 뭘하고 있었지!”

“아파요! 보, 보물을 찾고 있었어요.”

“보물?”

“이제 놔줘요. 아무것도 안 봤으니까.”

“보고 있었잖아.”

“보이면 곤란한 거라도 있어요?

그러고 보니 뭔가 H한 사진이 있었던 듯한…”

일의 관계상 성적도착에 빠지는 바로크를 준비한 적도 있다.

아니면 개인 용도의 그걸 본걸까…?

“어, 어쨌든 여기에서 나가!”

“뭔가, 당황하고 있지 않아요?”

“바보같은 소리. 내가 당황할 이유…”

“에잇.”

내가 기가 꺾여 있는 틈에 소녀는 내 팔을 뿌리쳤다.

“당신, 키츠네죠? 나는 루비. 잘 부탁해요.”

“그럴 이유가 없잖아.”

루비는 묘하게 언밸런스한 소녀였다.

팔과 다리는 어린애처럼 가늘다.

그 반면 몸의 선은 여성적이고 말을 듣는 태도도 안정되어 있다.

나이는 12세에서 22세 사이라면 몇살이라고 말해도 통할것 같다.

“보물 찾기는 진짜로 하고 있어요. 내 보물은 괴물의 화상 데이터지만.”

흰자위가 유난히 많은 루비의 눈이 내 반응을 엿보고 있다,

“요즘 이런 소문이 있는거 알고 있어요?

‘최근 자주 일어나는 그로그로 살인사건의 범인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다.’”

곧 뜨끔했지만 모르는척 대답했다.

“너같은 한가한 여자애가 소문을 퍼뜨리며 놀고 있는것 뿐이겠지.”

“하지만 소문이란거, 누가 흘렸는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진짜 같잖아요.

괴물은 오징어와 닮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커다란 타이어같다는 사람도 있고 내장이 몸 바깥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든가, 하는 말들이 다 달라요.

몇마리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요.”

“흐음.”

“하지만 제대로 본 사람은 모두 죽어있으니까 이렇다 할만한 증거는 없어요.

하지만 바로크 장사 가운데 괴물의

화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어디서 그런 소문이 흘러들어 온거지.”

“모르겠어요.”

괴물의 화상 데이터를 카피한건 스즈메조차 모를터인데…

“키츠네, 메구라는 바로크의 아이 기억해요? 자기 전생은 공주님이라는

귀여운 바로크를 받아간 아이. 그 애가 내 친구예요. 그러니까

바로크 장사라고 들어서 곧 키츠네를 떠올렸어요.”

“그래서 메구는 건강하게 공주님을 하고 있는거야?”

“아뇨. 그로그로 살인의 희생이 됐어요.”

“…그런가.”

그로그로 살인이라고 아까부터 루비가 말하는건 요즘 들어 늘어난

엽기 살인사건을 말한다. 피해자는 어깨부터 몸이 두조각 난다던지

뜯어 먹힌듯한 모습이 된다더지 어느것도 무참한 모습으로 발견된다고 한다.

“메구는 괴물에게 살해 당한 거예요.”

“어떻게 알아?”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해요?”

“증거도 없이 그런 말을 믿겠냐. 내가 쓴 바로크도 아니고.”

루비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이윽고 결심한 듯이 말했다.

“증거라면 있어요! 봐요, 자!”

루비는 갑자기 상의의 단추를 풀렀다.

푸른 빛이 감도는 하얗고 가냘픈 등.

그 등에 두개의 상처가 나있었다.

“……”

만약 천사가 정말로 있어서,

날개를 잡아 뜯겼다고 하면 이런 상처가 남지 않을까.

“메구가 괴물에게 살해당했을때 나도 근처에 있었어요.

나는 갑자기 뒤쪽에서 당해서 그 뒤로 의식을 잃었지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키츠네, 바로크 장사라는건 무슨 일을 하는거죠?”

문득 루비가 물었다.

젊은이를 중심으로 퍼진 바로크.

지리멸렬이 아닌 ‘확실한 망상’의 노예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걸 바로크라고 인식하고

분류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평정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그것에 편승하듯이 나타난게 바로크 장사다.

사람들의 비난은 강하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될 직업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바로크에 대해 유효한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는한 바로크 장사가 없어지는 일은 없겠지.

“…바로크인 친구에게라도 물어봐.”

“째째하긴.”

따분한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들은 계속 걸었다.

“키츠네, 왜 살인이 있었던 장소에 가고 싶어해요?”

루비는 물구덩이를 피하면서 걷고 있다.

“이제 경찰의 출입금지 조치도 풀려있겠지.”

“무섭지 않아요? 유령이 나올지도 모르고, 제로 지구라구요.”

“유령은 안 믿고, 제로지구라면 몇번 가본적 있어.”

“그래도…”

빙빙 도는 우산 밑에서 루비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올려다 본다.

-나는 화상 데이터는 갖고 있지 않지만 ‘이형’이라 불리는

데이터의 이야기는 들은적이 있어. 루비가 사건이 있던

장소에 데려다 준다면 이후에 정보를 제공해도 좋아.-

그때까지 전혀 루비를 안 믿었던 내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의심하게 되는것도 당연하다.

실제로 이야기의 반은 거짓이다.

나는 이형의 화상 데이터를 갖고 있다.

스즈메가 해킹한 기밀자료-처음 봤을때는 ‘물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인간도 동물도 아닌 ‘그것’.

감각구, 천사, 이형이라는 후미가 남긴 세개의

말에 따르면 그것이야말로 바로 “이형”이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루비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이형과 조우했다고 한다.

“아, 알았다. 내 등이 섹시해서 마음이 움직인거죠?”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는 녀석이다.

나는 루비를 놀려주기로 했다.

“그렇다고 말하면 한 번 더 보여줄거야?

이번에는 앞에서부터…”

물론 농담이었다.

그런데-

“음. 좋아요.”

루비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키츠네에게라면…”

그렇게 말하고 상의의 단추에 손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바, 바보 그만둬! 농담이다! 취소할테니까!”

나는 꼴사나울 정도로 당황해 버렸다.

루비는 선악의 판단도 불가능한 어린애다.

내가 어른으로서 대응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

“하하핫! 걸렸다, 걸렸어!”

반성하는 나를 뒤로 하고 루비는 마음껏 떠들어대고 있다.

놀릴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놀림을 당해버렸다.

밝게 웃는 저 소녀의 등에는 분명히 이형이 남긴 상처가 있었다.

나는 그 상처에 후미가 남긴 말과 같은 정도의 진실미를 느꼈던거다.

“정말로, 가도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아마.”

경찰은 처음부터 엽기 살인으로 사건을 취급했다.

그러나 이형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현장을 보면 뭔가 발견할지도 모른다.

“경고합니다. 이 앞은 치안상태가 안좋아 여성과 미성년자가

혼자 걷는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야간의 침입도 자제를 부탁합니다.”

“키츠네, 센서가 반응하고 있어요.”

“으음…”

이 앞은 폐허가 늘어서 있는 제로지구다.

빈발하는 범죄의 자위를 시민에게 호소하기

위해 자치체가 랭크를 붙인 안전도 0의 지구.

“이쪽이예요.”

루비의 안내로 더욱 어두운 길을 나아갔다.

“여긴가?”

“응”

“꽤나 볼품없는 건물이군.”

“주위를 봐요. 여긴 그래도 나은 편이예요.”

확실히 루비의 말대로다.

“꺅”

갑작스러운 천둥소리에 루비가 비명을 지른다.

“빨리 가요, 키츠네!”

쫓기듯이 해서 우리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거리에서 들어오던 희미한 불빛도 몇 미터 안가서 사라졌다.

“그 방은 어디지?”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면 금방이예요.”

물방울 소리가 무척 신경 쓰인다.

“이 쪽이라니까요.”

루비가 내 팔을 잡아 당긴다.

“이렇게 어두운데 알 수 있어?”

“그냥, 감으로…”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목적의 방에 도착하는데 꽤 시간이 걸릴것 같다.

“할 수 없군.”

“라이터를 가지고 있었으면 왜 처음부터 안 쓴거예요!”

“금방 찾아낼거라고 생각했고, 손가락이 뜨거워지니까.”

적당히 대꾸를 하면서, 문득 루비 뒤의 벽쪽을 보았다.

“우왓!”

나는 얼떨결에 라이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불빛에 비춰진 것은, 분명히 피투성이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설마…시체!?”

“왜 그래요?”

“아니, 갑자기 밝아져서 놀란것 뿐이야.”

나는 라이터를 주워서 다시 불을 붙였다.

“우, 우왓!”

시체로 보인것은 망가진 마네킹이었다.

얼굴은 반쯤 부식돼서 적갈색으로 되어 있다.

“마, 마네킹이었나…”

“가요, 키츠네. 기분 나빠요.”

어느샌가 빗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키츠네, 유령은 믿지 않죠?”

“아아.”

흔들리는 불빛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기분 나쁘게 춤춘다.

“유령은 안 믿으면서, 그 괴물은 믿는단 말예요?”

“이형은 누군가가 만들어낸거야, 유령하고는 다르지.”

“만약 그렇다면, 메구는 누군가의 실험때문에 살해당한 건가요?”

“…모르지”

우리는 통로의 끝까지 와버렸다.

“아까 말한 계단이 여기예요.”

루비가 엉망진창으로 페인트가 칠해진 방화문을 가리켰다.

“이 문을 통과해서 가는거예요.”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면서 문이 열렸다.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폭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 좁아요. 내려가면 금방이니까 내가 먼저 갈게요.”

“이, 이봐.”

루비는 어둠 속으로 잽싸게 내려가 버렸다.

“냄새가 나는군…”

계속 내리는 비 때문일까.

토할것 같은 안좋은 냄새가 난다.

“……!?”

나는 당황해서 뒤를 돌아봤다.

문이 닫혀 있다.

“바람…때문인가?”

확인하려고 생각한 때였다.

먼저 내려간 루비의 비명이 들렸다.

“왜 그래! 우왓!

아…아파…”

“싫어! 뭐야 이거, 정말!”

“왜 그러는거야?”

“거미! 거미줄이예요!”

“…뭐야. 놀라게 하지 마.”

나는 땅에 부딪힌 허리를 문지르며 일어섰다.

“여기예요.”

루비는 전 체중을 실어서 커다란 문을 밀었다.

“우리들이 자주 놀았던 장소예요. 옛날에는 무슨 가게였겠죠.

지금은 이 모양이지만.”

“뭐, 꼬마들이 모이는 장소로는…”

‘흔히 있는 장소’라고 말하려다가 나는 바닥의 붉은 얼룩을 발견했다.

“…피의 얼룩인가?”

카운터에도 바닥에도 벽에도 같은 얼룩이 말라붙어 있다.

“여기서 메구와 다른 3명이 죽었어요.”

루비는 무표정으로 벽을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는요. 나같은 보통 애보다 바로크인 애가 더 멋있었어요,

바로크라는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절대 신경 안 쓰니까.

메구 외에도 다양한 바로크의 애들이 왔었죠.”

“벽의 그림도 바로크가 그린건가?”

나는 벽에 그려진 추상화를 턱으로 가리켰다.

“그래요. 하지만 그림이 아니라 염사라고 말하던데…”

“뭔가 이상하군.”

“그야, 바로크가 그린 그림이니까요.”

“아니, 그게 아니고…”

있어서는 안될것이 있다…

그런 위화감을 느낀다.

“그런가, 여기가 이상해.”

액자틀과 벽의 사이에 피가 안 묻어있는 곳이 있었다.

“…왜요?”

“튀겨나간 피가 얼룩이 됐다면 여기에도 묻어있지 않으면 이상하잖아?

그게 없다는건 누군가가 여기에 와서 이걸 옮겼다는 거지.”

“그런가. 키츠네, 머리 좋네요.”

나는 여기에 온 누군가가 그렇게 한것처럼 액자를 옮겨봤다.

“뭐야, 이거? 기분 나빠…”

“……”

뒤에는 피로 써진 메세지가 남겨져 있었다.

‘도와줘요! 놈들에게 쫓기고 있어요!’

“바로크의 망상인가…응?”

원래 위치에 돌려놓으려 했을때 액자틀에

곤충의 알 같은게 붙어 있는걸 발견했다.

“사마귀의 알? 어째서 이런 곳에…”

루비는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바로크와 얘기하는건 긴장감이 있어서 재밌었어요.

리액션에 따라서는 죽을수도 있고…”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에 같은 것이 퍼져있다.

“그 날도 모두 함께 그로그로 살인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비명이 들려서…

뒤돌아 보려고 하니까 갑자기 등을 베여서 나가 떨어졌어요.”

“루비, 이 사마귀 알 같은건 뭐지?”

“몰라요. …나, 정신을 차리고 나니 여기 쓰러져 있었어요.”

루비는 바닥에 엎드렸다.

“얼굴이 끈적끈적하고…이상한 냄새가 나고…

머리털과 손가락을 섞어놓은 시뻘건 물체같은게 있어서…”

루비는 생각난듯이 몸을 떨었다.

“매니큐어의 색으로 메구의 것이란걸 알아서…”

이상하다.

아까까지는 아무것도 없던 장소에까지 갈색의 거품 덩어리가 달라붙어 있다.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거기 있던건 여자애 5명이예요.

누구도 메구를 그런 식으로 만들 힘은 없는…”

나는 여기에 온걸 후회하기 시작했다.

“가자. 여길 나가는거야, 루비!”

“엣!?”

루비는 일순 당황한듯 했지만 내 얼굴을 보고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에 손을 대려고 한 순간-

문 손잡이를 사마귀의 알이 덮고 있다.

지금이라도 유충이 나올것 같다…!

“키츠네…”

루비의 손이 내 등을 꽉 쥐었다.

“생각났어요. 그 날 들은 소문.

괴물은 자기 얘기를 하고 있는 곳에 나타난다고.

정말인가…?”

“이제 말하지 마.”

발쪽에 커다란 거품 덩어리가 떨어졌다.

…이건 위험해.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어떻게 한다…?

나는 문에 태클했다.

그 순간 거대한 물체가 떨어졌다.

“우왓!”

“싫어!”

간신히 나와 루비는 안쪽으로 몸을 피했다.

긴 머리. 튀어나온 가슴.

좀처럼 보지 못하는 여자의 나신이 문 앞을 막았다.

“뭐, 뭐야, 이건!?”

갈색의 거품에 뒤덮인 하복부.

날카로운 팔끝은 사냥감을 노리는 흉기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표정없는 하얀 얼굴.

“이형인가!?”

감정이 없는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나는 루비를 잡아당겨 더욱 가게 안쪽으로 숨어들어갔다.

“우왓!”

“꺅-!”

나는 이형의 손톱을 간신히 피하면서 카운터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런 곳에 들어와서 어떻게 해요!”

“달리 도망칠 장소가 없잖아!?”

“하지만…꺄아아!”

나는 루비에게 나이프를 쥐어줬다.

“뭐, 이런거라도 없는것보다는 낫겠지?”

“고, 고마워요…”

루비의 작은 손은 떨리고 있었다.

“힛!”

아무래도 잠시의 위안 밖에는 안된것 같다.

“이제 됐어!

죽여봐!? 죽여보라구!”

“그만둬! 정말로 죽는다, 루비!”

“상관없어요. 어차피 나는…”

“크…!”

이형이 루비를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한 그때-

“…!?”

일순 이형은 움직임을 멈추고 괴로운듯이 소리를 질렀다.

자세히 보니 천정에 붙어있는 스프링 쿨러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그런가. 혹시…!”

나는 떨어져 있던 술병에 손수건을 묶어서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좋아, 가라!!”

스프링 쿨러를 노리고 즉석 화염병을 던졌다.

총으로 맞출 자신은 없지만 이거라면

표적에서 다소 벗어나도 작동할 것이다.

“루비, 도망쳐!”

순간 몸을 피한 루비는 치명상은 면했지만 무사하진 못했다.

“아파…”

루비는 그 자리에 웅크린다.

옷에 피가 번진다.

스프링 쿨러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제길…”

“기루기루기루…”

“됐다!!”

마침내 센서가 반응한것 같다.

“기루기루…기루…”

쓰러진 이형은 소리를 내며 녹아갔다.

손톱이 몸을 모으려고 공허하게 움직인다.

역시 이놈은 물에 약했던거다.

나는 카운터에서 뛰쳐나왔다.

“루비, 괜찮아?”

“……”

루비는 이를 딱딱 부딪히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여길 나가자!”

나는 창백한 얼굴로 떠는 루비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이형이 재생한다고 해도 이렇게 되면 쫓아올 수 없다.

“…내려줘요.”

나는 루비를 여전히 안고 있었다.

“상처는 괜찮아?”

“응. 혼자서 걸을 수 있어요.”

“음…어, 무슨 소리지?”

“몰라요. 제로지구를 걸으면 자주 들리는 소린데.”

듣기 싫은 소리다.

묘하게 불안을 불러 일으킨다…

이형과의 싸움에서 얻은 공포가 나에게 소리로부터 멀어지라고 경고했다.

“그보다 아까는 잘 통했네요.

내가 미끼가 되고 키츠네가 공격하는 작전.”

“미끼가 될 생각이었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거니까 상관없죠.

그나저나 키츠네, 정말 총 못 쏘던데요.

내가 맞으면 어쩔뻔 했어요?”

“사과할 생각이었지.”

“뭐예요. 대충 넘어가지 말아요.”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걸 보니 상처는 괜찮은가 보군.

어쨌든 사무소로 돌아가자. 이대로는 감기 걸려.”

”…네.“

적은 정보를 가지고 찾아낸 이형.

하지만 눈 앞에서 본 이형은 내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존재였다.

“이 빌딩의 코너를 돌면 제로 지구에서 나갈 수 있어요.”

“아아.”

피곤하지만 자연스럽게 걸음이 빨라진다.

“키츠네!”

“총소리…!?”

우리들 이외에도 제로지구에 와 있는 사람이 있는건가?

하지만 총소리가 났다는건…

“설마 이형이…!?”

“누군가가 습격당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내 생각은 듣지도 않고 루비는 달려가 버렸다.

“루비!”

“이 정도면 될려나…어라? 오늘은 사람을 자주 보네.”

휴대용 서치 라이트로 우리들을 비추면서 장신의 청년은 말했다.

“이 녀석이 총이 통하는 타입이라 다행이었어요.”

그는 발 밑에 라이트를 향했다.

밤의 어둠 속에 거대한 고깃 덩어리가 떠오른다.

이형은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힛…”

루비는 숨을 삼켰다.

“저는 스페셜 헌터인 타스크라고 합니다.

이형살육부대라는 과장된 호칭도 있지만요.”

타스크는 우리에게 미소를 보였다.

“경찰…이 아닌건가?”

“경찰보다 군대에 가깝지 않을까요. 아니면 용병일까나.

용병이란건 옛날 영화같은데서 보면 웬지 멋있지 않나요?”

기밀이 분명한 내용을 타스크는 천진난만하게 말하고 있다.

“용병이라면 스폰서는 정부라는게 되는건가?”

“그런것 같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비공인이죠.

이런게 좀 더 연구되면 정식으로 발표한다는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타스크는 이형의 사체를 걷어찼다.

“이건 대체 뭐지?’

나는 주의 깊게 물었다.

“위쪽에서는 이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타스크는 확실히 ‘이형’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다.

“놔두면 위험하니까 발견하면 죽여서 완전히 숨통을 끊어 놓으라고.

총이 안 통하는 놈도 있으니까 태워죽인다든지 몇가지 패턴을 배웠죠.”

나는 신경 쓰인것을 질문했다.

“여러 종류가 있다는건가?”

“있습니다. 여러가지가요.”

타스크는 이형 그 자체에는 흥미가 없는것 같다.

“어라? 그쪽의 아가씨, 상처를 입었네요.”

타스크는 루비에게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일단은 이걸로 괜찮겠죠.”

“응…”

루비는 살짝 고갤 끄덕여 대답했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묘하게 얌전하다.

“루비, 너…”

“왔다!”

나는 순간 몸이 굳어졌다.

“괜찮습니다. 같은 편이 울리는 사이렌이죠.

이형 발견의 경보일때도 있지만 이건 아닙니다.”

타스크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쪽입니다.”

타스크의 손짓에 몇명의 남자가 이쪽으로 왔다.

그 중에는 본적도 없는 물건을 손에 든 자도 있었다.

“오전 0시 44분에 처분했습니다.”

타스크가 그 중 한명에게 보고했다.

상대는 리더인것 같다.

“총만 사용했나?”

“네.”

“안돼. 완전히 숨통을 끊으라고 지시를 받았지 않나.”

헌터들은 리더의 지시에 따라 이형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에- 우연히 저걸 봐버린 분들이죠?”

이형이 조각조각의 고기덩어리가 될 무렵

리더로 보이는 인물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죄송하지만 베이직 ID를 제시해 주시겠습니까?”

ID…인가.

나는 장사치기 때문에 2개의 ID를 갖고 있다.

하나는 정규의 수속을 밟아 취득한 것으로,

사용하면 내 정체가 밝혀질 위험이 있는 ID다.

다른 하나는 내가 바로크 장사라는걸 숨기기 위해 취득한 ID.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취득한 것이다.

자, 어느쪽의 ID를 제시할까…?

나는 가짜 ID를 제시하기로 했다.

“ID를 보이는건 상관없지만 경찰관이든 세무서원이든 먼저

자신의 ID를 보이지 않으면 제시를 요구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이거 실례했습니다.”

“진짜 특별 공무원…”

선명하게 새겨진 그린 라인이 경찰관보다 많은

권한을 가진 특별 공무원임을 표시하고 있었다.

“납득하셨습니까?”

상대가 진짜라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

루비와 나는 각자의 ID를 남자에게 보여줬다.

“본부에 조회하겠으니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남자는 차의 문에 손을 대면서 말했다.

“응?”

차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어두운 차 안에서도 두드러지는 하얀 피부.

긴 머리에 감춰져 잘 안보이지만 예쁜 얼굴이다.

무릎 위에 놓여진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그녀도 보호했습니다. 오늘 저녁에.”

“여자 혼자서…?”

그녀는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마 바로크일 것이다.

“네. 이제 됐습니다. 조회가 끝났습니다.”

역시 가짜 ID를 제시한게 정답이었던것 같다.

“금속질 부분은 분해가 안됩니다.”

헌터의 목소리에 리더가 돌아봤다.

“그럼 됐어. 최종적으로는 본부에서 전자 분해기에 걸거니까.”

헌터들은 이형의 피로 전신을 물들이면서 계속해서 이형을 분해해 갔다.

“우…웃…”

“토할것 같아?”

루비는 고개를 저었다.

“불쌍해요. 괴물이…”

우리를 죽이려 했던 이형을 위해 루비는 어깨를 떨며 소리죽여 울고 있었다.

“루비…”

내 등에 얼굴을 파묻고 계속 우는 루비에게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엣취.”

사무소에 돌아온 우리들은 뜨거운 커피로 한숨을 돌렸다.

“그거 다 먹으면 돌아가.”

“네.”

루비는 내가 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양손으로 커피컵을 쥐고 있다.

“엣취.”

“감기라도 걸린건가?”

“괜찮아요…에…에…엣취.”

“약 먹고 가라.”

“필요 없어요.”

“괜찮으니까 먹고 가.”

사무소에 있는 약상자 안에서 감기약을 커내 루비에 주었다.

“케-텔. 케텔. 케텔제약-”

루비는 CM의 아이돌을 흉내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난치지 말고. 자, 물.”

“네-에”

루비는 컵에 든 물을 받아들고 괴로운듯한 얼굴로 약을 먹었다.

“써요-”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야.”

“뭐예요, 그건”

“어린애는 빨리 돌아가서 자란 얘기야.”

“거짓말.”

나는 투덜대는 루비를 일으켜세워 사무소 밖으로 내 보냈다.

“에잇”

“너, 지금 버린거…”

“ID예요. 이제 쓸 수 없잖아요.”

”……”

확실히 그 ID를 쓰면 동향이 전부 헌터에게 마크된다.

“집에 돌아가면 목욕을 해서 몸을 따뜻하게 한 다음에 자.”

“키츠네, 같이 목욕해요.”

“바보. 택시비는 빌려주는 거야. 나중에 돌려줘.”

“구두쇠-”

루비가 택시에 타는걸 확인하고 나서 나도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날 - 이형과 싸웠던 그날 이래,

루비는 사무소에 들러붙어서 손님을

관찰하거나, 내 대응을 보거나 하며 놀고 있다.

‘일에 방해된다!'고 화내고 싶지만 가끔 루비가 가져오는

정보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이 귀찮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저기, 키츠네. 타인의 생활을 좌우하는게 기분 좋아요?”

…쓸데없는 질문이다.

“인간은 현실이라는 연극 속에서 연기하는 배우와 같은거야.”

“어려운 말로 넘어갈 생각 마요.”

루비는 히죽거리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상관않고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역과 주어진 역은 차이가 나지.

그 차이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은 많아.”

“그럴지도요.”

“원치 않는 역을 연기하는 일로 지쳐 병든 사람들에게 정말로

원했던 망상의 무대를 주는거지. 이렇게 의미있는 일은 또 없어.”

“그건 결국 바로크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망상을 심어주는거죠.”

루비는 다리를 흔들면서 말한다.

“너같이 한가한 애보다는 낫지. 비켜. 거긴 손님용의 쇼파야.”

“하지만 달리 앉을 곳이 없잖아요.”

“손님이 왔다.”

루비는 소리를 내지 않고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손님이 들어왔다.

긴 머리에 가려진 작은 얼굴은 아름답지만

가라앉은 속눈썹 안쪽의 눈은 공중을 향해 있다.

…바로크다.

“응?”

그 날 스페셜 헌터에게 보호받고 있던 소녀가 아닌가?

“아아, 또 잘못해 버렸어.”

소녀는 갑자기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안아서 일으킨 다음, 약을 꺼내 소녀에게 먹인다.

“호흡을 하지 않아도 말할 수 있는 약입니다.”

바로크에게는 익숙해져 있다.

“고마워요. 편해졌습니다. 역시 바로크 장사는 굉장하군요.”

나는 안심용의 미소로 답하고 쇼파에 앉도록 권했다.

“전 아미라고 합니다.”

아미는 양쪽 무릎에 손을 올리고 앉아 있다.

부잣집 아가씨인지도 모른다.

“성은 생략하게 해주세요. 만약…”

아무래도 이상하다.

물론 이런 손님이 드문건 아니지만…

“예, 상관없습니다.”

사정통용의 웃음을 보인다.

나는 이 외에 18종류의 웃음을 일할때 사용하고 있다.

“…저, 조금 앞의 일을 알 수 있는 사람을 위한 바로크는 있나요?”

“찾아보죠.”

루비는 책상 밑에서 웃고 있다.

여기가 손님이 왔을때의 루비의 정위치다.

“검색용의 키워드로서 좀 더 자세히 바로크의 특징을 부탁합니다.”

“그건 전조도 없이 눈 앞이 하얗게 빛나며 일어납니다.

빛의 안쪽에 투명한 문. 문의 안쪽에는 몇개의 미래.

나는 하나의 문을 선택합니다. 그럼 그 미래가 현실이 됩니다.”

“100% 확실히?”

“여기 오기 전에도 당신의 얼굴과 이 방을 예견했습니다.

그 외에도 두개. 남자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나는 가장 젊어 보이는 당신의 얼굴을 골랐습니다.”

책상 아래에서 루비가 빠져 나왔지만 대부분의

바로크는 주위의 상황에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오는 순간 다음의 미래가 보였습니다.

나는 죽던지, 무서운 경험을 하던지, 지금의 나와 다른 사람이 됩니다…”

아미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선택한 후에 내가 선택하지 않은 미래도 보입니다.

작은 새를 얻는것 뿐인 조금은 행복한 미래도 있었는데,

저는 항상 최악의 선택밖에 못합니다.”

양손 사이로 모양이 좋은 입술만이 보이고 있었다.

“아미씨 이외의 사람에 대해서 예견하는 일이 있습니까?”

“나쁜 운명은 자주 보입니다. 독거미에 물린 친구를 구하려고

한 사람이 오히려 물려서 독에 쓰러지는 모습이라던가…”

“역시 몇개의 문으로 해서요?”

“아뇨.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운명으로서요.”

뭐, 바로크 치고는 이성적인 편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만들어진 이야기를 아미에게 전해주었다.

“나는 마아트가 오른 손으로 휘두르는 검이다.

검은 마아트를 더럽히는 자를 베어 정화한다.

검을 넣는 칼집은 없다. 검은 마음을 갖지 않지만

마아트가 왼손에 든 천칭의 오른쪽이 약간 더

무거운건 검의 아픔이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마아트?”

“이집트의, 진실의 법률을 담당하는 여신입니다.”

“그래요. 그렇군요. …음…음.”

아미는 몇번 고개를 끄덕인뒤 조금씩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걸로 멜로디의 속박에서 마침내…”

그때 아미의 옆 얼굴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확실히 이건 제 바로크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미는 정중하게 인사하고 규정의 요금을 지불했다.

나도 배웅의 미소를 보였다.

“이거, 괜찮다면 받아주세요.”

요금과 별도로 티켓같은걸 나에게 주고 아미는 가버렸다.

“쟈스민이네요.”

“엣?”

“향수 말예요. 희미하게 냄새가 떠돌고 있죠?”

…과연 그러고 보니, 상쾌한 향기가 방안에 가득차 있다.

루비는 책상 밑에서 기어나와 다시 쇼파 위로 갔다.

“키츠네, TV 안 보죠.”

“거의.”

내 정보 소스는 오로지 네트다.

“그 애, 아미는 TV에서 유명한 애예요.”

“헤에, 그런가.”

“경이의 예지능력이라고 해서 스페셜 방송에서 자주 하는걸요.

자신은 어떻든 타인의 예견은 바로크가 아닐지도.”

“너와 사기 방송은 묘하게 어울리는걸.”

“TV에서는 적중률 70%라고 말했지만,

혹시 너무 나쁜 일은 일부러 피해간걸까요?”

“그건 이해할 수 있어. 바로크 장사도 비슷한 일을 하니까.”

“흐~음. 그런데, 아미가 뭘 놓고 갔어요?”

“이거?”

아미한테 받은 표를 루비에게 주었다.

“와아, 방송 초대장이잖아요! 가요, 키츠네. 네, 네?”

루비는 가고 싶어하는듯 하지만 어떻게 할까…

나는 일쪽을 우선하기로 했다.

“모처럼이긴 하지만 그럴 여유는 없어.”

“엣~! 초대장 아깝잖아요!”

“안된다고 하면 안되는거야.”

루비는 실망한 얼굴로 날 노려보고 있다.

“가고 싶으면 너 혼자 가도 좋아.”

“우웅. 정말 키츠네는 너무해!”

아무래도 루비는 삐진것 같다.

투덜대면서 쇼파에 분풀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먹이를 발견한 고양이처럼 루비가 돌아본다.

“기분 전환으로 어딘가 외출이나 하자.”

“엣, 어디로 어디로!?”

루비가 다가왔다.

정말로 타산적인 녀석이다.

“돈은 없으니까 주변을 어슬렁거릴 뿐이야.

그래도 괜찮다면 따라와.”

“쳇…”

“뭐라고 했냐?”

“아뇨. 아무 말도. 자, 빨리 가요! 키츠네의 기분이 바뀌기 전에.”

“그러고 보니 최근에 신경 쓰이는 소문이 있는거 알아요?”

“뭐야, 그 소문이란건?”

어디서 주워오는지는 모르지만 루비가 제공하는 정보는 들을 가치가 있다.

“…천사가요. 여기저기에 있대요.”

“천사?”

“네. 크기는 사람과 비슷하지만 등에 날개가 달려 있대요.

남자가 많지만 예쁜 여자도 있다던데.”

오랜만에 그 말을 들은 느낌이다.

감각구, 천사, 이형-

“천사를 본 사람은요. 몇개의 시련을 받아야 된대요.

그래서 시련에 통과하면 자신도 천사가 될 수 있대요.”

“바로크적이군.”

“그렇게 생각하죠? 그래도 바로크인 애한테 이 얘기를

하니까 모두 정말로 무서워해요. 바로크는 다른 사람의

말은 거의 듣지 않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아는건 그것뿐이예요.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직접 조사하세요.”

변덕쟁이인 루비는 벌써 그 화제에는 흥미가 없는것 같다.

“에…에취!”

“어라? 감기라도 걸렸어요?”

“응, 그런지도 모르겠군.”

봄이라곤 해도 밤 바람은 아직 차다.

“저기, 키츠네. 조금 들렀다 가도 될까요?’

“어딜 가려고?”

“헤헤헷, 이 근처에 친구의 집이 있다는걸 생각해냈어요.”

“오, 소개시켜 주려고?”

“키츠네. 그 나이에 여고생과 사귀고 싶어요?”

“아, 아냐, 나는 어디까지나 손님으로 해서…”

“그럼 왜 얼굴이 빨개졌어요?”

루비가 화내고 있는것처럼 보인건 기분 탓인가?

“결국, 어느 쪽이예요? 들러도 좋아요, 안되요?”

“너무 늦어지지 않게 해줘.”

“응, 괜찮아요. 분명 저 골목을 돌면 금방…”

“앗, 여기다.

있을려나, 리에?”

갑자기 집안에서 소녀가 뛰쳐 나왔다.

“어, 이봐…

위험하잖아, 갑자기.”

“리에, 괜찮아?”

“아, 루, 루비…?”

“키츠네, 소개할게요. 내 친구 리에.”

“아아, 아, 안녕하세요.”

소녀의 행동과 말투에는 바로크의 징후가 보인다.

“왜 그래, 리에? 안색이 나빠.”

“으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이쪽은 키츠네.”

“잘 부탁해.”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어디 외출하려는 중이었어?”

“아, 아버지를…아버지를 만나러 가!”

“기다려, 리에! 어떻게 된거야!”

리에는 달려가 버렸다.

“키츠네, 같이 가요!”

루비는 그렇게 말하고 리에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기다려, 루비!”

“왜 막는거예요?”

“그 애는…리에는 바로크야.”

“그런거 상관 없어요. 내 친구란 말이예요!”

나를 뿌리치고 리에는 다시 달려 나갔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그 뒤를 쫓았다.

우리는 리에를 쫓아 어느샌가 제로지구로 왔다.

“리에는 왜 이런 곳에…?”

“아버지와 만난다고 말했었지. 뭔가 짐작 가는거 있어?”

리에의 모습을 찾아 제로 지구 내를 돌아다닌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에 리에는 학교가

끝나면 매일처럼 부모님을 만나러 갔어요.“

“부모님은 어디서 일하는데?”

“케텔 제약이요.”

케텔 제약은 나라의 연구기관으로부터 분리, 민영화된 기업이다.

지금도 정부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신약의 연구, 개발에는 정평이 있고 뇌신경에 작용하는

특수약은 전 세계 수요의 80%를 독점한다고 한다.

“장소는 알아?”

“네. 지금은 제로 지구가 되서 자주 모이는 장소로 사용하니까요.”

루비는 달리기 시작했다.

“이쪽이예요, 키츠네.”

“정말 여기야?”

내 안에 있는 케텔의 이미지와 눈 앞에 있는 빌딩이

아무래도 연결이 안되서 루비에게 무심코 물어봤다.

“키츠네보다는 제로 지구에 관해 잘 알고 있어요.”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루비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서둘러 그 뒤를 쫓았다.

깨진 유리를 밟으면서 우리들은 어둠 속을 걸었다.

“발 밑을 조심해. 꽤 큰 파편도 떨어져 있어.”

“네. 자상하네요, 키츠네는.”

“부상이라도 당하면 위급할때 짐이 되니까.”

“에에!”

뺨을 부풀리며 루비는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리에! 있으면 대답해!!”

빌딩 벽에 루비의 목소리가 반향한다.

“이 층에는 없는걸까?”

”……“

“건물의 지도예요, 이거.”

루비가 눈 앞의 기둥에 붙어있는 플레이트를 가리켰다.

“어떻게 해요, 키츠네?”

“좀 더 이 층을 조사하자.”

우리들은 1층의 탐색을 계속하기로 했다.

“네에, 키츠네. 저기는?”

자료실이라고 써진 방의 문이 열려 있다.

“좋아, 들어가 보자.”

어수선하게 늘어서있는 서류꽂이들을 밀어 젖히면서 방 안쪽으로 나아간다.

“이봐, 그렇게 달라붙지 마.”

옆에 루비가 찰싹 붙어있다.

“하지만, 웬지 기분 나쁘잖아요. 이 방.”

루비는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키츠네, 지금 소리는!?”

“아아, 리에인지도 몰라!”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달렸다.

“기다려 줘, 리에!”

나는 막다른 길을 돌아서 라이트로 사람 그림자를 비췄다.

“아니…!?”

…지금 그건 스즈메가 아니었나?

하지만 확인할 틈도 없이 남자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꺅-!!”

“왜 그래, 루비!?”

루비의 비명에 돌아본 그때-

“누가 있는건가!!”

강렬한 라이트의 빛이 우리를 비춘다.

“누…눈부셔…!”

빛 속에서 장신의 청년이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어라? 키츠네씨 아닙니까.”

”…타스크인가?“

“놀라게 했나요?”

타스크는 질리지 않는 웃는 얼굴로 미소를 띄웠다.

“이 사람들은 문제 없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타스크가 등 뒤의 대원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 키츠네씨가 이런 곳에 있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이 근처에서 놓쳐 버렸어.”

“사람을 찾고 있었다…?”

타스크는 의아한 얼굴을 한다.

나는 일이 복잡하게 되기 전에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타스크씨야말로 어째서 여기에?

역시 이형을 쫓고 있는건가?”

“저희들은 이형의 소굴을 찾고 있습니다.”

“이형의 소굴?”

“그래요. 이형이라도 생물이라면 부모가 있을것이고

둥지도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근원을 잘라버린다는건가.”

“그래서, 이 빌딩이 의심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흠흠…하고 등 뒤에서 기다리던 대원이 헛기침을 했다.

그걸 듣고 타스크는 장난을 들킨 어린아이처럼 혀를 내밀었다.

“그럼, 슬슬 가겠습니다. 친구분을 찾으면 보호해 두겠으니

키츠네씨는 곧 제로지구에서 나가 주세요.”

“그렇군. 돌아갈까, 루비?”

“엣? 하지만, 아직…”

납득이 안 간다는 표정의 루비를 눈짓으로 입다물게 한다.

“호위는 붙일 수 없지만 조심해서 돌아가 주세요. 아, 그렇지.”

타스크는 주머니에서 종이 조각을 꺼냈다.

“이거 오는 도중에 주웠는데 키츠네씨 건가요?”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거미줄이 연주하는 선율. 조종당해 춤추는 소녀들.

줄을 더듬어 가면 이윽고 다다른다. 신이 계시는 영원의 나라.’

”…아니. 뭐지, 이건?“

“뭘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타스크는 종이를 넣고 동료와 함께 떠나갔다.

“네, 정말로 돌아가나요?”

“그럴리 없잖아. 타스크의 얼굴을 봐서 말한거야.”

“흐~음. 귀찮군요, 어른이란건.”

루비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날 본다.

“그럼, 어떡해요?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내가 본 사람의 모습은 분명…

“타스크와는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는데…”

“그럼 다른 층을 조사해 볼까요.”

우리는 케텔 제약의 2층에 왔다.

“그런데, 아까 그 사람은 리에가 아니었어.”

“그럼, 누구였어요?”

”…적어도 내게는 스즈메로 보였어.“

“엣? 하지만 스즈메씨는 입원하고 있잖아요?”

“그래. 이런 곳에 있을리가 없는데…”

루비는 잠시 생각한 뒤에 이렇게 말을 꺼냈다.

“그럼, 예정을 조금 변경해서 우선 스즈메씨를 찾죠.

리에는 아직 여기 있다는게 확실한게 아니니까.”

”…미안하다, 루비.“

주위를 경계하면서 나아가는 나와는 대조적으로,

루비는 도중에 있는 방을 닥치는대로 조사하고 있다.

“소용 없어요, 키츠네. 전부 열쇠로 잠겨 있어요.”

‘좀 더 신중히 행동해.’ 루비에게 그렇게 말하려고 했을때

먼지가 쌓여있는 바닥 위에 몇개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인간 이외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발자국도 섞여 있다.

“뭐하는 거예요, 여기예요!”

루비가 복도의 막다른곳에 서서 손짓한다.

정면에 있는 문에는 TACHIBANA라는 네임 플레이트가 걸려 있다.

“여기는 자물쇠가 안 걸려있어요. 잘 됐네요.”

루비는 아무 생각 없이 기뻐하지만 손잡이에는 분명히 파괴의 흔적이 보인다.

“정말 어수선하군.”

응접용의 소파, 큰 책상, 책꽂이, 실험기구-

그것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우리는 방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스즈메는 없는것 같군…”

“그럼, 다른 방을 찾을까요.”

루비는 잽싸게 나가려고 한다.

“잠깐 기다려, 루비.”

나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파일에 눈을 멈췄다.

“감각구 조사 보고…?”

“뭐가 써있어요?”

“너무 전문적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몇개는 붉은펜으로 체크되어 있어.”

‘감각구’

‘지각’

‘뇌종양에의 대처’

유전자 레벨의 연구에 의해 그것들의 해명을

서두르고 있다는 문장에 언더라인이 쳐져있다.

“어째서, 이런게 존재하는거지…?”

하지만 이해가 안되는건 그것만이 아니다.

“키츠네, 이거 뭐죠?”

루비가 손에 든건 내가 잃어버린 그 디스크 - 타란테라의 멜로디 - 였다.

“어디 있었어!?”

“이 뒤인데요.”

루비는 책상 위의 사진틀을 가리켰다.

“박사의 가족 사진인가…”

어쨌든 나는 디스크를 주머니에 넣었다.

“뭐예요, 그 디스크?”

“아아, 이건-”

내가 대답하려고 할때 방의 입구 근처에서 소리가 났다.

“누구야!?”

라이트를 비추자 사람의 모습은 곧 사라져 버렸다.

“방금 그건 스즈메…!?”

“어떻게 해요, 키츠네? 쫓아가는 편이 좋지 않나요…?”

“스즈메, 기다려줘!”

통로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스즈메씨였어요?”

“아아. 확실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도…

뭐, 뭐지!?”

“밑이예요!”

“가자, 루비!”

우리들은 1층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로비 주변은 정적에 싸여 있었다.

“루비, 뭔가 발견했어?”

“아뇨, 아무것도.”

“정말로 1층에서 들린거야? 네가 잘못 들은건…”

“키츠네, 저쪽!”

스즈메가 아까의 자료실로 들어가는게 보였다.

“역시 이 방에 뭔가가 있는건가!?”

막다른 길에 철제의 문이 보인다.

가운데가 휘어져 있는것 같다.

“저거, 문이죠?”

루비가 무심코 물을 정도로 문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 않았다.

“리에도 여기를 내려간걸까?”

어둠 속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이어져 있다.

“어쨌든 가보자.”

계단을 내려가자 통로의 입구에 철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꽤나 삼엄하네요.”

“큰 회사는 원래 이런거잖아?”

문의 반대편쪽에는 대규모의 지하공장이 늘어서 있었다.

철파이프, 환기용의 거대한 팬, 본적도 없는 기계들, 점멸하는 경고등…

“여기 기계, 작동하고 있어요.”

보면 알 수 있는걸 루비가 굳이 지적했지만 이 빌딩이 폐허와 같은

상태가 된지 이미 몇년이 지난걸 생각하면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일은 없다.

“나왔다-!”

총성과 비명이 들렸다.

“봐요, 키츠네!”

좁은 통로 위에 스페셜 헌터들이 몰려 있다.

이형과 싸우고 있는걸까…?

“우와앗!”

“기죽지 마라, 쏴라-!”

스즈메가 이 앞에 있다면 싸움에 휘말려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가자!”

“으, 응.”

루비는 웬지 눈물 어린 눈이 되어 있다.

달려간 우리의 앞을 갑자기 무언가가 막아섰다.

“이, 이형…!?”

“어쩌죠, 키츠네!?”

“어쨌든 도망이다!”

“우아아아!!”

절규가 울려 퍼졌다.

머리 위에서부터다!

“꺅-!!”

“마.리.나…”

대원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숨을 거두었다.

아마 연인의 이름이겠지.

이형은 바로 뒤쪽까지 쫓아와 있다.

“루비, 저 문까지 달려!”

“안돼요, 늦어요!

키츠네!!”

“우와와–!!”

문을 열자 거기에는 또 한마리의 이형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길, 얼마나 많이 있는거야!!”

나는 순간적으로 문을 다시 닫았다.

“도망쳐!”

우리들은 더욱 공장의 안쪽으로 도망갔다.

“깃, 깃!”

이형의 울음소리가 등 뒤로 다가온다…!

“어딘가 안전한 장소를 찾아봐!”

“키츠네, 저기!”

루비가 가리키는 곳에 문이 보였다.

“좋아, 뛰어들어가!”

“하아, 하아…”

“루비, 괜찮아?”

간신히 그 말만 할 수 있었다.

“응…고마워요, 키츠네.”

루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앗…!!”

루비의 얼굴이 놀라움과 공포, 그라고 분노로 굳어졌다.

“왜 그래!?”

“싫어-!”

“이, 이형…!!”

두개의 머리가 달린 사자 - 이형을 굳이 실재하는

생물에 비유한다면 - 가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 아, 아…이 녀석이, 이 녀석이 메구와 모두를!”

“바보, 그만 둬!”

나의 제지도 듣지 않고 루비는 작은 나이프를 꺼내서 이형을 찔렀다.

“에잇!”

작은 금속음을 내며 뭔가가 튀었다.

“바보! 죽어버려!”

“그만둬, 루비!”

나는 루비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미 죽어 있잖아.”

“그, 그렇지만…”

“이 놈이 메구를 죽였을지도 모르지만…

죽은 자를 상처입혀봤자 메구는 돌아 오지 않아.”

“알고 있어요! 알고 있지만!!”

“후훗…실패작인 이형을 가지고 죽은 자라고 부르다니 재미있는 인간이군.”

“누구냐!”

이형의 뒤쪽에 천사의 모습을 한 금발의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입가에 뻔뻔스러운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시체에 무슨 짓을 하든 변화는 일어나지 않아.

네가 말한대로다. 그런데 왜 그 소녀를 말리려고 하지?”

루비는 창백한 얼굴을 한채 떨고 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 아이가

원하는대로 하게 놔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죽은 자의 혼이 상처를 입는다. 특별히 신을 믿는건

아니지만 그게 죽은 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하하핫! 혼이라고!?”

남자의 날개가 크게 흔들린다.

“뭐가 이상한가?”

“아니, 실례했다. 이형의 뒷처리를 하러

왔다가 너무나 뜻밖의 말을 들어서 말이야.”

이형의 존재를 아는, 날개를 단 청년.

이 남자라면 내 의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

“이형의 뒷처리…그렇게 말했지?”

“후후후, 그래. 다만 내 일은 이걸로 끝이다.

남은건 밖의 녀석들에게 맡기기로 하지.”

“그럼, 여기가 이형의 둥지라는건 사실인가?”

“둥지라고 하기 보다는-”

남자는 천사의 날개를 우아하게 나부끼며 등을 보였다.

“결코 돌아갈 일이 없는 고향과 같은 곳이지…”

“기, 기다려!!”

남자가 떠나간 뒤에는 몇개의 깃털만이 남아 있었다.

“가 버렸다…”

루비는 입술을 굳게 다문채로 고개 숙이고 있다.

“루비…?”

“리에의 팬던트…”

루비는 집어올린 팬던트를 양손으로 감싸고 있다.

“혹시, 리에도 저 이형한테…”

“리에거야?”

“응, 틀림없어요…”

“하지만 아직 리에가 죽은게 확실하진 않아.

어디 숨어 있을지도 모르잖아…”

“여기에는 아무도 없었어.”

“스, 스즈메! 무사했던거야!?”

“키츠네인가…”

스즈메는 이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키츠네…이형은 왜 태어나는거라고 생각해?”

물론 대답할 수 있을리가 없다.

“인간의 욕망은 이형마저 만들어 버린다.

슬프고, 어리석고, 추악한 일이지…”

“욕망…? 이게 바란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을때 내 머리에 하나의 가설이 떠올랐다.

“설마 인간의 망상이…이형을 낳았다는건가!?”

“엣!? 무, 무슨 소리예요?”

루비의 얼굴에는 확실히 동요의 빛이 보인다.

“리에의 팬던트, 아까 이형에게서 튀었지.”

“그런…그럼 리에는…!?”

루비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스즈메, 너는 뭔가 알고 있는건가!?”

내가 스즈메에게 물어본 순간, 등 뒤의 문이 열렸다.

“위험합니다, 키츠네씨! 이형한테서 떨어지세요!”

”…타스크인가.“

“어라? 이 녀석 죽어 있는건가요?”

내가 설명을 부탁하려고 뒤돌아보자 스즈메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스즈메…어디로 가버린거지…”

“여기에 천사가 있었군요.”

타스크는 집어올린 깃털을 바라보며 말했다.

“동료인가, 너희들의?”

“아니오. 우리들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니까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 있는거지?

스즈메도 녀석들과 관계하고 있는건가?

“이제부터 어떡하실거죠, 키츠네씨?”

타스크가 나에게 물었다.

“이 앞쪽으로 가볼거야. 스즈메가…

내 친구가 뭔가 관계되어 있는것 같아서.”

”…저도 갈래요.“

루비가 단호히 말했다.

“믿고 싶지 않아요. 리에가 이형이 됐다니, 믿고 싶지 않아요.

그 증거가 이 앞에 있는거예요.”

나는 루비를 안심시키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타스크, 자네는 천사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건가?”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계약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타스크는 미안한듯이 머리를 긁었다.

“그들에 관해서 우리가 위로부터 받은 지시는 오직 하나뿐입니다.”

“그게 뭐지?”

“날개를 가진 자에게는 손을 대지 마라.”

”…식별하기 쉬워서 좋군.“

내 말에 타스크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흰 돌아갑니다. 위에는 이렇게 보고해 두겠습니다.

‘아무 이상 없었다’라고.”

“미안하군…타스크.”

타스크는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

“아까 그 천사도, 스즈메씨도 여기로 해서 밑으로 내려갔어요.”

이형의 뒤쪽에는 깊은 구멍이 빼끔히 뚫려 있었다.

”…갈거예요?“

“새삼스럽게 무슨 소리야.”

“그럼, 내가 먼저 가요.”

“관둬. 내가 안전을 확인해 줄테니까.”

”……“

“키츠네! 위를 보면 안돼요.”

“이렇게 어두운데 보일리가 없잖아.”

“바보, 보지 말라고 했죠!”

“와앗, 그만둬! 차지 마!”

“아앗-! 또 봤다!”

“이봐, 흔들지 말라니까!”

“꺄-! 흔들린다!”

“이, 이봐!”

흔들림이 격해져 온다.

“사다리를 놓치지 마!”

나도 필사적으로 달라 붙는다.

“이제 틀렸어요!”

루비의 손이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순식간에 손을 뻗은 순간 내 몸도 공중에 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우리들은 칠흑의 어둠 속으로 떨어져 갔다.


“아야야…”

루비가 비명과 함께 떨어졌다.

“아파…”

“바, 바보…빨리…비켜…!”

등 위로 착지한 루비에게 소리질렀다.

“아, 미안해요. 키츠네.”

“콜록콜록…조심하라구, 정말.”

루비의 플라잉 바디어택을 정통으로 맞아서는 견딜 수 없다.

“불 켜봐요.”

“조금 기다려.

어라…?”

“왜 그래요?”

“방금 충격으로 부서졌나.”

몇번이고 스위치를 눌러본다.

“잠깐, 줘봐요.”

목소리를 듣고 루비가 다가왔다.

“우왓!”

“뭐, 뭐야!? 무슨 소리!?”

루비가 나한테서 회중 전등을 뺏었다.

“켜져! 빨리 켜지라니까!

앗, 켜졌다!”

“주위를 비춰봐, 루비!”

“꺅-!!”

아까의 이형이었다.

“지진때문에 구멍으로 떨어진건가…”

문득 올려다 보니 무언가가 하늘에서 팔랑팔랑 움직이는게 보였다.

“라이트 줘봐.”

회중전등의 불을 그쪽으로 향해서 본다.

“깃털…?”

자세히 보니 동굴 안에 점점이 하얀 깃털이 떨어져 있었다.

“이걸 따라가면 되는거네요.”

“그런거지.”

우리는 날개를 따라서 동굴 속을 나아갔다.

앞쪽의 어둠에서 희미하게 바람이 불어온다.

계속해서 머리와 어깨에 물방울이 떨어진다.

약한 빛에 의지해 걸으면서 나는 스즈메의 말을 떠올렸다.

‘인간의 욕망은 이형마저 낳아버린다.’

스즈메는 확신에 찬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게 뭘 의미하는걸까?

“응, 물…?”

어느샌가 발쪽에 물이 차고 있었다.

“배수관이라도 고장난걸까?”

루비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대답이 없다.

고개를 숙인채 나아가고 있다.

나도 내 사색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지나친 인간의 망상이 이형을 낳았다’라는건 내 추론일 뿐이다.

만화나 소설의 세계라면 몰라도 망상이

구체화되다니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로 인간이 이형이 됐다고 해도

거기에는 뭔가 외적 요인이 있었을 터이다.

스즈메는 그걸 알고 있다는건가…?

“네에, 키츠네.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요?”

루비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되돌렸다.

”…무슨 소리지?“

“키츠네, 봐요!”

“큰일이군. 지하수가 흘러들어 온거야.”

“그럼, 이 소리는…”

“달려, 루비! 물에 휩싸인다!”

나는 발을 돌려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딘가 피난가능한 장소가 없나, 어딘가…”

등 뒤에서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다가온다.

대량의 물이 오고 있다는 증거다.

“하아…하아…”

한참동안 달렸지만 적당한 피난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이봐, 괜찮아, 루비?”

돌아보자 뒤에 있어야 할 루비의 모습이 없었다.

“이쪽이예요, 키츠네!”

루비가 손을 흔들었다.

작은 구멍을 발견한것 같다.

“용케도 발견했군. 이런 눈에 띄지 않는 구멍을.”

”…응. 알고 있었으니까요. 여기에 있는거.“

“뭐라고!?”

“물이 와요! 빨리 올라가요!”

“아, 아아…”

나는 서둘러 사다리를 올라갔다.

“꺅!”

“붙잡아, 루비!”

사다리에서 미끄러지려고 하는 루비에게 오른팔을 뻗었다.

“고, 고마워요. 키츠네.”

“인사는 나중에 해! 서둘러!”

좁은 파이프형의 공간에 엄청난 기세로 물이 흘러들어 왔다.

“꺄-!!”

“우와아아!!”

“이봐, 괜찮아, 루비!?”

“콜록, 콜록…흠뻑 젖었어요.”

“간신히 살았군.”

우리가 도착한 곳은 기묘한 작은 방이었다.

“이 방은 신님의 비명이 들리지 않도록 만들어진거예요.”

“신의 비명?”

“그래요.”

루비는 아까도 이상한 말을 했다.

’…응, 알고 있었으니까요. 여기에 있는거.’

처음 오는 장소일텐데 어떻게…?

나는 결심하고 루비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이제 물어봐도 돼? 네가 평범한 여자아이일리가 없어.

뭣때문에 나에게 접근했지? 왜 여기까지 같이 온거야?“

”……“

루비는 대답하려고 하지 않는다.

“네가 누구든 나는 상관없어. 다만 하나만 대답해줘.

너는 스즈메가 있는 곳을 알고 있는건가?

알고 있으면 가르쳐 줘. 부탁이다, 루비.”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루비는 내 눈을 보며 말했다.

“그럼, 이걸 써요.”

루비가 가리킨건 헤드폰같은 장치였다.

“이건…?”

“신경탑 안엔 신님의 비명이 흐르고 있으니까.

이게 없으면 바로크가 돼버려요.”

신경탑? 바로크?

무슨 소릴 하는거지, 루비는?

정말로 믿어도 되는건가…

나는 헤드폰을 쓰기로 했다.

이어패드의 부분에서 입 앞까지 이어져

있는 작은 마이크로 대화가 가능한것 같다.

”…이쪽이예요.“

루비의 안내로 방음실을 빠져 나갔다.

“방의 바깥에 바로 계단이 있는건가.”

전체의 모양은 알 수 없지만 꽤 거대한 탑인것 같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오는게 너의 목적이었나?”

“키츠네가 잘못한거예요. 키츠네가 그 디스크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그 디스크? 타란테라의 멜로디 말인가?”

나는 주머니에 넣은 디스크를 확인했다.

“등의 상처…그것도 거짓이었나?”

“아뇨. 그건 저와 키츠네만의 바로크인걸요.”

그렇게 말한 루비의 얼굴이 무척 아름답게 보인건 내 기분 탓일까?

계단은 아직 밑쪽으로 이어지고 있었지만 루비는 도중에 있는 문을 열었다.

“키츠네.”

의사나 입을듯한 하얀 가운을 입고 있어서 순간

누군지 몰랐지만 거기 있는건 분명히 키츠네였다.

“올거라고 생각했어.”

스즈메는 웬지 머리도 얼굴도 젖어서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눈빛도 말투도 정상적으로, 바로크의 그것과는 확실히 틀리다.

“스즈메, 왜 네가 여기 있는거지!?

여기서 뭘 하는거야!?”

“나는 타란테라의 멜로디를 찾는 동안 아버지가 범한 죄를 알았다.

결코 용서받지 못할 깊은 죄를…”

부친의 죄? 뭘 말하고 있는거지?

역시 스즈메는 멜로디에 의해 이상해져 버린걸까?

“가자.”

스즈메가 일어섰다.

“어디로?”

“알고 있잖아. 악마가 있는 곳이다.”

“루비!”

뒤돌아 보자 루비는 인형처럼 그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나는 루비를 안아서 일으켰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호흡조차 하고 있지 않다.

“그녀의 역할은 이미 끝났어. 이제 조용히 잠들도록 놔두는게 좋아.”

스즈메가 나를 타이르듯이 말했다.

나는 눈을 감겨주고 마음 속으로 루비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나를 속였다고 해도, 지금까지 함께 있는동안 꽤 즐거웠다.”

나는 루비의 시체를 눕히고 스즈메의 인도에 따라 방 안쪽의 문을 지나갔다.

“뭐지, 이 방은?”

유리로 된 벽면을 통해 밑의 층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뭐, 일종의 실험실 같은거지.”

스즈메가 설명해 주었다.

방의 중앙에 놓여진 의자에 한 소녀가 앉아 있었다.

“저건…리에!?”

“아는 아이인가?”

“그런 셈이지.”

나와 스즈메는 실험실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갔다.

“리에! 괜찮은거냐, 리에!?”

리에에게 다가가서 몸을 강하게 흔들어봤지만 깨어날 기미는 없다.

“마취로 잠들었나 보군.”

그러고 보니 리에가 앉아있는 의자는 일종의 의료기구로 보이기도 한다.

나는 잠시동안 장치의 구조를 조사해봤지만

무슨 목적에 사용하는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뭣때문에…?”

스즈메에게 물어보려 한 그때-

“스즈메인가. 오랜만이구나…”

“누구냐!?”

뒤돌아보니 하얀 가운을 입은 늙은 남자가 서있었다.

“네가 스스로 내 실험실에 찾아올줄은 몰랐구나.”

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 왔지만

스즈메는 적의를 드러내며 남자를 노려보고 있다.

“날 도와주러 온거냐?

그렇다면 다시 그 시절처럼…”

“헛소리하지 마!”

스즈메가 그답지 않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악마의 앞잡이로 전락한 너에게, 누가 힘같은걸 빌려줄것 같아!!”

”…스스로 알고는 있지만 막상 말로 들으니 괴롭군…“

“흥. 뻔뻔스럽긴…”

스즈메는 흘끗 나를 보았다.

“이 남자다, 키츠네. 이 남자가 사람들을 이형으로 바꾼 장본인이다.”

“오해하지 말거라, 스즈메. 좋아서 하고 있는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렸을 뿐이야.”

”…어머니의 일도, 그런 식으로 한마디로 정리할 셈인가?“

스즈메의 물음에 남자는 할 말을 잃었다.

주먹이 떨리고 있는걸 여기서 봐도 알 수 있다.

“어머니는 실험체가 됐지.

지각으로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뇌에 감각구를 이식받아…

모든건 네가 꾸민 일이야!”

“아니다!!

이 소녀와 마찬가지로 미사가 감각구에 접촉한건 사고였다.

나는 그걸 구하려고 해서…!”

스즈메는 남자에게 총을 겨눴다.

“보기 흉하군. 죽어서 희생자들에게 사죄하는게 좋아.”

스즈메는 진심이다.

놔두면 틀림없이 쏠것이다.

어쩌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되는건가?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기로 했다.

남자는 체념했는지 저항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럼.”

스즈메는 최저한의 작별인사를 입에 담았다.

“그만둬, 스즈메!”

내가 그렇게 외치면서 스즈메의 손목을 붙잡으려고 한 순간-

1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스즈메의 손으로부터 총이 날라갔다.

“누구냐!?”

“거기까지다. 스즈메…아니, 타치바나의 아들이라고 불러야 하나?”

“상급천사…!!”

내가 케텔의 지하에서 만난 그 천사는

스즈메를 ‘타치바나의 아들’이라고 했다.

그럼, 이 두 사람은…

“박사의 연구가 완성되면 감각구에게 침식당한 세포를 정상화하는게

가능하다. 물론 이형이 나타나는 일도 없게 되겠지.

우리들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킬 셈이냐!?

인간을 모르모트 취급하는건 그만둬!!”

“모르모트라니 말이 지나치군. 아사키와 레이카, 그리고 미사…

그들은 모두 훌륭한 순교자였다.”

나는 ‘순교자’라는 말에 위화감을 느꼈다.

케텔의 지하에서 만났을때 이 남자는 이형을 ‘실패작’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자, 박사- 실험을 계속해주게. 피험자가 몹시 기다리고 있어.”

천사가 타치바나 박사를 재촉한다.

총구는 우리에게 향해진 그대로다.

“키츠네…”

스즈메가 작은 소리로 나를 불렀다.

“타란테라의 디스크는 가지고 있나?”

“아, 아아.”

나는 주머니의 부푼 부분을 스즈메에게 가리켰다.

“좋아, 어떻게든 녀석의 빈틈을 찾아내서 그걸 재생하는거다.”

“뭐라고?”

“저기에 재생장치가 있어. 내가 신호를 보내면 달려라.”

“하, 하지만 어떻게…?”

‘타란테라의 멜로디는 신의 선율…

그 소리를 들으면 모두 춤추는 병에서 깨어나요.’

“루비…!?”

헤드폰으로부터 들려온건 분명히 루비의 목소리였다.

“루비, 살아있었나, 루비!?”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건가, 박사-? 나는 실험을 계속하라고 말했다.”

천사가 다시 재촉했지만 박사는 그에 응하지 않는다.

고개를 숙인채로 망연히 서 있을 뿐이다.

”…실험은 중지다.“

“뭐라고!?”

“나는 지금까지 충분히 너희들에게 협력해 왔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내고 싶다.”

“네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건가!?”

“의도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나는 많은 과오를 범했다.

이제 그 죄를 갚을때가 온거다…”

박사는 천천히 음미하듯이 말했다.

“이 쓸모없는 인간! 아들의 말에 마음이 움직이다니!”

천사는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가지고 있던 총으로 박사의 머리를 내려쳤다.

“크윽…!”

신음 소리를 내며 박사는 바닥에 쓰러졌다.

천사가 총의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뗀 순간을 스즈메는 놓치지 않았다.

“우오오오오옷!”

스즈메의 태클에 천사는 공중을 돌아 쓰러졌다.

“지금이다, 키츠네!”

스즈메의 외침과 동시에 나는 재생장치를 향해 달렸다.

“이, 이놈들!”

천사가 총을 나에게 겨눴다.

그러나 그 손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죽어랏!!”

탄환은 빗나가 기묘한 음을 내며 벽에 박혔다.

“멜로디를 해방하는거다!”

스즈메의 지시가 나에게 날아온다.

나는 디스크를 장치에 세트했다.

“기다려! 그런 짓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건가!”

난폭하게 구는 천사를 스즈메가 누르고 있다.

“그만둬! 그만두라니까!”

떨리는 천사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천천히 재생버튼을 눌렀다.

“바보같은…무슨 짓을…무슨 짓을 한거냐!

신은…신은 이런걸 바라고 있지 않아…!”

‘긴급사태. 최심부의 시스템에 이상발생. 순환액이 유출됩니다.’

돌연 경보가 울렸다.

“뭐, 뭐야!?”

“우우우…”

천사는 귀를 막고 바닥에 웅크렸다.

단순한, 동요와 같은 반복되는 멜로디.

‘도망가요, 키츠네. 탑 안이 홍수가 되요.”

루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어떻게 할거야?”

‘나는 이미 죽어 있어요. 스즈메씨는…

피하는걸 선택하면 스스로 피할 수 있어요.’

문득 보니 스즈메와 박사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나는 리에를 등에 업고 뛰었다.

흔들리는 계단을 나는듯 올라가 문을 연다.

불어 올라오는 바람 속에 물방울이 섞여 있었다.

“우웅…”

“괜찮아. 금방 집에 돌아갈거니까.”

리에를 격려하려고 한 말이었지만 반은 자신을 향해 한 말인지도 모른다.

“아빠…엄마…죄송해요…”

리에는 그 말만 중얼거리고 다시 의식을 잃어 버렸다.

타란테라의 멜로디는 더욱 템포를 높인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나는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부친이 범한 죄를 알고 그 죄를 갚으려 했던 스즈메.

최후에 천사에의 협력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죄를 인정한 타치바나 박사.

두 사람이 화해할 수 있는 날은 오는걸까…?

스즈메는 혼자서 피할 수 있을거라고 루비는 말했다.

그때 그 곁에 박사의 모습이 있길 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다.

‘좋지 않아요? 키츠네다워서.’

다시 루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걸 위해서라도 살아서 돌아가지 않으면.”

나는 최후의 힘을 쥐어짜서 스피드를 올렸다.

하지만 계단도 1층 올라갈때마다 멜로디에 의해 무너져 간다.

나도 마침내 소리와 물에 휩싸였다.

그리고 나는 환상을 보았다.

물은 신의 눈물이었다.

타란테라의 멜로디가 물 속에서도 들려온다.

천천히 내 몸이, 의식이 음과 섞여, 물에 녹아가는걸 느꼈다.

“또 비슷한 바로크네요. 웬지 바로크 장사라는거 쉬운 일인것 같아.”

퇴원했지만 리에는 매일같이 오고 있었다.

신경탑에 있던 때의 기억은 대부분 잃어버리고 없는게

마음에 걸리지만 신체에는 이제 문제가 없는것 같다.

나로서는 루비와 지내던 날들이 다시 돌아온것 같아서 기분 나쁘지 않다.

“풋내기가 할 말이 아니야. 방해하면 쫓아낸다.”

“뭐, 어때요. 그보다 이거 봐요. 귀엽죠?”

리에는 빙글하고 1회전해 보였다.

마치 초등학생이 메는 가방처럼, 등에 작은 가짜 날개를 달고 있다.

“리에, 그건…”

신경탑 사건 이후로 나는 천사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았다.

‘현 시점에서는 소규모의 종교집단.

믿는것으로 구원받는다는 지금까지의 종교와는 달리 마크크트에서는,

신은 우리들이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이며

지키는 것으로 인간은 위안 받을 수 있다는 가르침을 편다.’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인간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마르크트는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하지 않고

특정의 지위에 있는 인간이 교단에 넣고 싶은

인간을 골라 권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교단을 구성하는 신자는 개인의 재능에 따른 크기의

날개를 달고 있어 그 모습은 자주 천사에 비유된다.’

나는 때때로 거리에서 날개를 가진 젊은이들을 발견한다.

…아무래도 마르크트는 사라지지 않은것 같다.

“너, 마르크트에 들어간거야?”

“들어갔다기 보다는 선택된거죠.

잘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신의 말을 전할 수 있는 재능이 있대요.”

“신의 말…?”

웬지 나는 묘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예견이라고 해요. 아미라는 애가 TV에서 이런 식으로 하죠.”

리에는 눈을 감고 양손을 얼굴 앞에다

모은 다음 기도하는듯한 포즈를 취했다.

“문이 보입니다. 빛의 문입니다……”

용어해설

1. 이형

대열파에 의해 비뚤어진 자들의 최종 형태.

반드시 원래의 모습이 인간이었다고는 할 수 없고 의식은 갖고 있지 않다.

신경탑 내부에 대량의 이형이 존재하는 것은 그 최심부에

진정한 신이라 할 수 있는 창조 유지신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형을 정화하는 것으로 그 존재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이데아 세피로스로 복원시킨다.

2. 이데아 세피로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자들의 내부에 존재하는 빛의 구슬.

그 인물(혹은 이형)의 본질이 결정화 된것이라고 한다.

흔히 말하는 “혼”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3. 코리엘 멤버

대열파 이전의 마르크트 교단 내에서 상급천사와 대립하는

위치에 있던 교단원들. 현재는 신경탑 내부에 유폐되어 있다.

유폐된 이유는 대열파 발생의 원인을 만들었다는 걸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교단 내의 권력투쟁에서 상급천사에게 패배한 결과이다.

주인공도 일찍이 코리엘 멤버중에 한명이었다.

4. 신경탑

게임의 주된 무대인 신경탑은 세계를 비뚤어지게

만든 원인이 된 대열파 발생의 중심지이다.

대열파 이전에 마르크트 교단에 의해 건설된 이 탑의

최심부에는 교단의 당초의 목적대로 창조유지신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 탑 자체도 대열파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내부구조는 시시각각으로 계속 변화되어 많은

이형과 교단원 이외의 자가 존재하는 장소로 되어 있다.

탑인데도 불구하고 밑으로 내려가는것 밖에 불가능한것은

공간구조 그 자체가 비뚤어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 외견도 건설당초의 모습과는 크게 다르다.

5. 창조유지신

마르크트교의 유일신. 개념상의 존재가 아니라 바로크의 세계에서는

실재로 존재하는 진정한 신이다. 그러나 인간을 이끈다던지 선악을

결정하는 신은 아니다. 그 이전에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의식을

갖고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감각구를 통해 세계의 정보를 감지하여

세계의 모든것을 있어야 할 상태로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세계가 비뚤어진것은 창조유지신이 힘을 잃고 있다는걸 의미한다.

창조유지신이 본래의 힘을 되찾으면 세계도 정상화될것인가…?

6. 대열파

일찍이 코리엘 멤버들은 상급천사에게 대항하기

위해 창조유지신과의 의사소통을 시도하려 했다.

그 수단으로서 창조유지신과 주인공을 융합시키는 계획을 실행했다.

이 계획은 성공한것처럼 보였지만 완료직전에 상급천사측에 발각돼 버린다.

분노한 상급천사는 코리엘 멤버를 유폐.

완전한 융합이 이루어지기 전에 신과 주인공은 강제적으로 분리되어 버렸다.

이때 창조유지신이 받은 충격이 대열파가 되어 세계를 비뚤어지게 만들었다.

7. 단발 융합

주인공과 창조유지신을 융합시키는 것. 또는 그에 필요한 기술.

인간과의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신에게 언어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코리엘 멤버가 계획했다.

최종적으로는 상급천사에게 방해를 받아 성취되지 못한다.

8. 마르크트 교단

창조 유지신이라는 유일신을 절대자로 숭배하는 교단.

세계가 바로크화 하기 이전부터 활동하고 있었다.

일단 종교단체의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창조유지신이

실재한다는 점에서 다른 종교와는 차이가 있다.

교단원은 현실적으로 신의 하인, 즉 천사로서

그 증거로 교단내의 지위에 걸맞는 크기의 날개를 몸에 달고 있다.

또한 외계에 존재하는 연구소는 신경탑과 더불어

대열파 후에도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교단시설이다.

 

덧글

게임/바로크-신드롬/번역.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6/02/21 06:42 저자 에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