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슈타인즈_게이트-비익연리의_달링:공통_02

공통 루트 : 기원 명동의 엔트로피 (2)

린타로 : 어이, 들리나? 큰 문제가 발생했다. 실은 말이지… 아니, 그게 아냐. 그런 것보다 더 큰 문제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라… 랩을 빼앗겼다. 그러니까 이야기 했잖아.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뭐라고!? 아니, 그렇기는 하지만 적의 능력도 상당하다. 돌입하게 되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무사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 훗, 옳거니… 그렇게까지 이야기한다면, 해 볼 수밖에 없겠군. 그래… 조속 돌입을 시도해 보겠다. 만약 무사히 살아남으면 언제나의 그 가게에서 한 잔 사지. 엘 프사이 콩그루.

- 핸드폰을 집어넣고, 나는 의지를 굳히고서 적진 한 복판으로 침입을 시도했다.

린타로 : 어이, 크리스티나! 나중에, 나중에 같은 소릴 하면서,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 D 메일을…

크리스 : 시끄러워!!

린타로 : 윽…

크리스 : 난 지금 새 가젯을 만드느라 바쁘다고, 방금 전에도 이야기했잖아. 그게 완성될 때까지 D 메일은 사용 금지! 그러니까 그 때까지 방해하지 마! 알겠지!

-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잖아. 애당초 이 랩은 내가 만든 랩인데.

이타루 : 오카린을 일갈해서 쫓아내다니, 마키세씨 좀 짱인득.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통이가 히죽거리며 서 있었다.

린타로 : 쫓겨난 게 아냐. 전략적 철수를 했을 뿐이다. 랄까, 통이.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

이타루 : 지금 막 왔음. 세줄 요약 부탁.

- 아무래도 내가 적진에 돌입함과 동시에 온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중요한 건 크리스티나 쪽이다. 뭐, 그 녀석이 하는 말도 이해는 간다. 연구자에게 있어선, 자기 작업에 방해를 받는 건 그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고통이니까 말이지. 어쩔 수 없다. D 메일 실험은 시급한 일이긴 하지만, 위험에 노출되면서까지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이타루 : 그러면, 어쩔려?

린타로 : 실험을 할 수 없다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없겠군. 넌 어쩔 셈이지, 통이? 또 메이퀸에라도 갈 거냐?

이타루 : 물론, 이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 막 다녀온 참이거든.

린타로 : 그렇군. 대충 메이퀸에서 에어콘 바람 좀 쐬다가 야겜이라도 하려고 왔더니, 개발실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건가.

이타루 : 미안하지만 땡임. 오늘은 야겜이 아니라 MMORPG임둥. 오늘부터 시작되는 새 퀘스트가 있걸랑. 여태까지하고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쎈 드래곤이 나온다고 함.

- 통이는 얼마간 그 새로운 드래곤에 대해서 역설했지만 적당히 오른귀로 듣고 왼귀로 흘려보냈다. 통이가 플레이 하는 게임이 야겜이든, MMORPG든 간에 내게 있어선 솔직히 말해 어찌되든 상관없다.

이타루 : 그러고 보니 오카린, 방금 전에 아키바가 좀 소란스러웠는데, 알어?

린타로 : 아니, 몰랐군. 도대체 뭘로 소란스러웠길래?

이타루 : 요즘 유행하는 『판타즘』이라는 밴드가 있잖어? 헐, 오카린은 모르나.

린타로 : 바보 취급 마라. 그 정도는 알고 있어.

이타루 : 그랬음둥? 의외.

- 판타즘. 확실히 요새 인기 있는 펑크 밴드다. 작년에 시부야의 인디 밴드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올해 메이저 데뷔를 했지. 그리고 거의 동시에 『라이넷 카케루』라는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르게 되어 한 번에 인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며칠 전에 페이리스가 그런 이야길 했었다.

린타로 : 그래서 그 판타즘이 어쨌단 거지?

이타루 : 아키바를 전파 재킹했음둥.

린타로 : 전파 재킹, 이라고?

이타루 : 그렇슴둥. 신곡 홍보차 했던 모양이던데. PC용 모니터에서부터 UPX의 상가 선전용 모니터에 이르기까지, 아키바에 있던 모든 모니터에 모조리 PV가 흘러나와서 엄청났지.

린타로 : 전파 재킹이라…

이타루 : 그건 그렇고 판타즘도 참 유명해졌네. 1년 전에는 대부분 이름조차 몰랐는데 말여. 랄까 지금 와서 판타즘이라니 뭐여, 할 정도지. 난 2년 전에 이미 질릴 정도로 들었는데 말여.

- 통이가 아주 짜증난다는 듯한 이야기를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 귀엔 거의 들어오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이 시점에서 내 머리엔 어떤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타루 : 이봐 오카린, 듣고 있음까?

린타로 : 통이여, 그거다!

이타루 : 헐?

- 나는 통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안경 뒤에 있는 눈동자가 약간 커지는 것이 보였다.

이타루 : 그거, 라니 무슨 소리임둥?

린타로 : 그러니까 그 전파 재킹 말야. 우리 손으로 해 볼 수 없을까?

- 도대체 이 녀석은 무슨 소릴 하는 거냐… 같은 시선이 나를 향했다. 하지만 난 주저하지 않고 계속했다.

린타로 : 알겠나, 통이. 우리가 하려는 일은 뭐지?

이타루 : 괴한 가젯을 만들며 노는 거?

린타로 : 아냐! 우리가 이 미래 가젯으로 하려는 건, 이 세상을 그림자에서 조작하는 지배 구조를 파괴하고, 세상에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다! 가젯 제작은 그걸 위한 초석에 불과하지!!

이타루 : 아— 그러고 보니 그랬던가. 그래서 그게 어쨌다구?

린타로 : 에에잇,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냐! 그러니까, 그거다. 있잖아, 그거. 뭐냐, TV 같은 데서. 연설적인!

이타루 : 아— 알겠음. 예의 그거 말이지. 지크시온 같은.

린타로 : 뭐… 그런 거지.

- 세계의 지배 구조가 바뀌게 된 후에는 그 사실을 전 세계의 인간들에게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 그걸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해 두는 것도 필요할 거다.

이타루 : 그렇구먼— 오카린이 하고 싶은 말은 대충 알겠음둥.

린타로 : 그럼, 할 수 있겠나?

이타루 : 뭐, 할 수 있지 않겠어?

린타로 : 뭣이!?

- 생각지도 못했던 간단한 대답이 들려와서, 무심결에 놀라고 말았다. 전개 양상으로는 여기서 열심히 고민한 끝에, 가지고 있는 힘을 모두 쏟아부어 도전한다는 흐름이 더 좋은데 말이지. 하지만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게 제일 중요하다.

이타루 : 단, 그걸 위해선 기자재가 필요함둥.

린타로 : 말해 두겠는데, 지금 랩에 남는 돈은 없어.

이타루 : 그런 건 알고 있음둥. 그럼, 그렇다면… 으음, 그렇군. 끽해야 아날로그 방송 전파를 재킹하는 정도까지 되지 않을까?

린타로 : 음…

- 통이 설명에 따르자면, 아무래도 디지털 방송 회선을 재킹하는 건 현재 상태로는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 아날로그 회선이라면 대규모로 할 수 있느냐면, 실은 이것도 어려운 모양이었다.

이타루 : 아날로그 회선을 재킹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전파 출력이 클 필요가 있음둥. 요컨대, 지금 이 랩에 있는 것만으로 만들게 되면, 그래… 기껏해야 아키하바라 내에 임의의 영상을 흘린다, 정도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함둥.

- 요즘 시대에 아날로그 전파… 그것도 지역은 아키하바라 한정이라 한다. 그야말로 한심한 규모다.

이타루 : 뭐, 그렇고 하니까, 무리해서 할 의미는…

린타로 : 아니, 그걸로 충분해.

이타루 : 충분하다니… 혹시, 만들라는 거야?

린타로 : 혹시가 아니라 그렇단 거다.

- 여기서 의미가 없으니까 하고 포기하는 건 간단하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더 이상의 진보는 기대할 수 없다!

이타루 : 정말로 만들 겅미?

린타로 : 당연하지. 얼핏 봐서는 의미가 없는 일, 헛수고라고 생각되는 일이야말로 더욱 큰 일을 이루어내기 위한 초석이 되는 거다.

이타루 : 말해 두겠는데, 이거 규모는 작다고 해도 범죄임둥. 그래도 괜찮음?

린타로 : 뭣이!? 진짜냐?

이타루 : 뭐? 혹시나 모르고서 한 소리임?

린타로 : 그, 그런 건 아니지!

- 몰랐다. 범죄. 말해 두겠는데, 난 세계의 지배 구조를 파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을 뿐이지, 별달리 범죄자가 되겠다는 건 아니다. 세계에 혼돈을. 단 합법적으로.

이타루 : 그럼 역시 그만두는 걸로 오케이?

린타로 : 으음…

이타루 : 뭐, 결국 이렇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말여.

린타로 : 뭐… 라고?

이타루 : 그치만, 이래저래 떠들지만 오카린은 겁쟁이고 말여— 위험한 일에는 손대지 않잖어.

- 지금 이 녀석이 뭐랬지? 혹시 겁쟁이라고 한 건가? 이 날 보고 겁쟁이라고, 그렇게 말한 건가? …아무래도 통이는 해선 안 되는 단어를 내뱉어 버린 모양이군.

이타루 : 그렇고 하니깐, 난 어디 가서 에어콘이라도…

린타로 : 기다려.

- 나는 자리를 뜨려 하는 통이를 불러세웠다. 무겁고, 그리고 차가운 말투로. 이제 어떤 힘을 쓰더라도, 이 날 멈출 순 없겠지.

린타로 : GO, 다.

이타루 : 헐?

- 듣지 못했던 건지, 놀라서 멍하니 서 있는 통이. 그런 통이에게, 나는 한 번 더 천천히 잘 들리도록 말해 주었다.

린타로 : 못 들은 거냐? GO다.

이타루 : GO라니… 혹시나 만들란 거야?

린타로 : 혹시나가 아니라, 그렇단 거다.

- 말해 두겠는데, 결코 겁쟁이라는 소릴 듣고서 성질이 뻗친 게 아니다. 이 호오인 쿄마, 그 정도의 위협에 굴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슈타인즈 게이트(운명석의 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타루 : 레알… 이냐.

린타로 : 한 번 만들라고 한 것은 만든다! 설령 그것이 신의 명령에 등을 돌리는 일이 되더라도, 말이지.

-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안 쓰면 되는 거니까 말야.

이타루 : 근데 말여, 애당초 만든다 쳐도 뭘 흘려보낼 건데? 어차피 오카린이 생각한 거니까, 거기까진 생각 안 해 봤겠지?

린타로 : 그런 건 그 때가 되어서 생각하면 그만이지. 어쨌든 지금은 그걸 만드는 게 최우선이다. 알겠나, 마이 페이버릿 라이트암(신뢰할 수 있는 오른팔)이여.

이타루 : 예이 예입, 알겠음둥. 그 대신 랩에 있는 걸 적당히 쓸게.

린타로 : 그래, 문제 없다. 그렇게 하도록.

- 이것으로 또다시 새로운 가젯, 14호기를 만들 계획이 세워졌다. 근시일 내에 원탁 회의를 열어서 이름을 붙여야 하겠군. 어쨌든 지금 여기서 할 일은 모두 끝났다. 뒤는 조수와 통이에게 맡기고, 난 아키하바라를 시찰하러 나가기로 하자.

이타루 : 그럼 마키세씨의 작업이 일단락되는 걸 봐서 얼른 끝내 볼까나.

린타로 : 그럼 뒤를 부탁하겠다, 통이. 난 잠깐 나갔다 오지.

이타루 : 아, 오카린.

린타로 : 뭐지?

이타루 : 그런 장비로 괜찮은가?

린타로 : 괜찮다, 문제없어.

- 싱긋 웃음을 띄우는 통이에게 등을 돌리고서, 나는 태양 볕이 내리쬐는 바깥으로 나섰다.

??? : 아, 오카베 린타로.

- 랩을 나서자마자 갑자기 누가 날 풀네임으로 불렀다.

린타로 : 그러니까 내 이름은 호오인 쿄마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알겠나, 알바 전사여.

스즈하 : 아— 그랬던가? 그럼, 호— 오— 인… 음, 역시 못 외우겠으니까 오카베 린타로로 됐어.

린타로 : 그런가, 그럼 그렇게… 라니! 이 경우엔 됐는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해야 할 일이잖아!

스즈하 : 그런 소릴 해도, 내게 있어선 옛날부터 오카베 린타로였으니까 지금 와서 그렇게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라고 해도 무리야.

린타로 : 옛날부터?

-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이 알바 전사는? 이 여자하고 내가 만난 건 불과 일주일 정도 전의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여자에게 있어선 일주일 전은 옛날에 들어가는 건가.

스즈하 : 아—

- 자기가 했던 말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챈 건지, 스즈하도 부정하듯 두 손을 휘휘 저었다.

스즈하 : 지금 건 뭐야, 뭐라더라? 말이 그렇단 거야. 랄까, 오카베 린타로야말로, 날 알바 전사라고 부르지 말라구. 나한텐 아마네 스즈하라는, 부모님이 붙여 준 제대로 된 이름이 있으니까 말야~

-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 안에서 눈앞의 이 녀석은 알바 전사라고, 이미 그렇게 입력되어 있다. 지금 와서 변경할 여지는 없는 것이다.

- 문득 시선을 떨구자, 알바 전사의 배후에 뭔가 작은 그림자 같은 것이 숨어서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짧은 머리를 두 갈래로 묶은, 아직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다.

소녀 : 아…

- 소녀는 나하고 눈이 마주치자, 당황하여 알바 전사의 배후로 몸을 숨겼다.

스즈하 : 저기, 나에. 제대로 인사 해야 하잖아~

나에 : 으으…

린타로 : 후하하하하! 무리도 아니지. 시스터 브라운은 이 몸에서 나오는 범상한 아우라에 경외심을 품고 있는 거거든.

나에 : 앗…

스즈하 : 이봐, 오카베 린타로. 그런 소릴 하니까 나에가 더 무서워 하잖아.

- 다시 몸을 수그리고서 숨으려 하는 소녀한테, 스즈하가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 이 나에라 불린 소녀가 바로 오오히야마 빌딩 주인의 딸, 통칭 시스터 브라운이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그렇게 안 보인다. 물론 그런 부분이 부친인 미스터 브라운이 더욱 애정을 쏟는 이유기도 하겠지. 요즘 세상이 수상한 만큼, 전자발찌를 차도 이상하지 않은 아저씨다.

스즈하 : 괜찮아, 나에. 오카베 린타로는 좀 이상하긴 하지만, 별달리 잡아먹거나 하진 않거든.

- 무슨 사람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말투로군.

스즈하 : 저기, 응? 인사는?

나에 : 저기… 오카린 아저씨, 안녕하세요.

린타로 : 난 아저씨가 아냐!

나에 : …앗.

스즈하 : 또 그런다~

린타로 : 흥! 지난 번에 가르쳐 줬음에도 불구하고, 또 그런 소릴 하니까 그렇지.

스즈하 : 지난 번?

- 기억의 실을 더듬듯 시선을 하늘로 향하는 스즈하. 그 아래서 시스터 브라운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런가, 지난 번에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미묘하게 바뀐 건가.

린타로 : 어쨌든 난 아저씨가 아냐. 다음부터는 날 형님이라고 불러라. 알겠지?

나에 : 그치만, 오카린 아저… 씨는 나에 오빠가 아니니까…

린타로 : 오빠가 아니라고 해도, 형님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 이 세상은 그런 거라는 걸, 기억해 두도록 해라, 시스터 브라운.

나에 : 으음… 그치만…

스즈하 : 정말이지, 오카베 린타로가 이상한 소릴 하니까 나에가 곤란해 하고 있잖아.

린타로 : 이상한 소리가 아니지. 난 이 세상이 엄격하다는 것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는 거다.

스즈하 : 그게 교육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소리만 하다간 큰 일을 당할 거야.

린타로 : 큰 일이라고? 흥, 설마 너, 이 날 협박하려 하는 거냐? 그렇다면 유감이로군. 이 호오인 쿄마, 어중간한 협박에 굴복할 남자는…

텐노지 : 이봐, 오카베!!

린타로 : 힉!

-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뒤돌아 보자, 거기엔 보기만 해도 드세어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린타로 : 미, 미스터 브라운. 언제부터 거기에…

텐노지 : 방금 전부턴데, 그게 어쨌지? 넌 내가 들으면 곤란한 거라도, 나에한테 가르치려고 한 거냐?

린타로 : 아, 아뇨… 그런 건.

- 이 어린이가 10명 있으면 10명 다 울음을 터뜨릴 듯한 풍체를 한 남자야말로 오오히야마 빌딩의 주인이자, 브라운관을 사랑해 마지않는 이상한 취향의 소유자, 브라운관 공방의 점장 미스터 브라운, 텐노지 유고이다.

텐노지 : 어이, 오카베. 말해 두겠는데 나에는 아직 어린애야. 조금이라도 귀엽다고 생각하거나, 묘한 생각을 품어 봐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다.

린타로 : 누, 누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텐노지 : 뭐라!? 이 자식, 우리 나에가 귀엽지 않다는 거냐?

- 어쩌란 거야.

텐노지 : 자, 나에. 과자 사 왔단다. 이 바보는 내버려 두고 안에서 먹자꾸나.

나에 : 응!

- 웃는 얼굴로 대답하는 딸을 보고서, 점장의 얼굴이 칠칠맞게 일그러진다. 실로 기분 나쁜 미소다. 저렇게 어리광을 받아 주며 키우니까, 이 세상에 잉여인간이 늘어나는 거다.

텐노지 : 그래 맞아, 오카베. 너 말야, 설마 그 이상한 실험 같은 걸 또 하고 있진 않겠지.

린타로 : 이상한, 이라니 실례되는 말을. 그건 미래로 이어지는 숭고한…

텐노지 : 시끄러! 네가 묘한 실험을 할 때마다 천장이 흔들리고 브라운관 위에 먼지가 떨어진단 말이다. 알겠냐, 앞으로 또다시 위에서 쾅쾅거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는지 각오해 둬라!

- 또다시 협박이 시작되었다. 알바 전사도 그렇고 점장도 그렇고, 이것이 이 가게의 방침인 것일까. 하지만.

린타로 : 후… 미스터 브라운. 방금 전에도 그렇게 말했지만, 이 몸에게 협박은 통용되지 않습니다. 폭력 정도로 이 호오인 쿄마가, 두려워 할 거라 생각한다면…

텐노지 : 집세, 올린다.

린타로 : 알겠습니다. 두 번 다시 안 하겠습니다.

- 점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선 나에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린타로 : 후, 후하하하! 완전히 속았구나!

- 두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기다렸다 말했다.

린타로 : 비겁하다 생각하려면 그렇게 생각해라. 알바 전사여. 너도 잘 기억해 둬라. 이 호오인 쿄마, 목적을 위해선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정한 남자라는 걸.

스즈하 : 저기,

- 스즈하의 목소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벼웠다. 방금 전에 하는 걸 보고서, 냉랭한 시선으로 쳐다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스즈하 : 어제 그거, 뭐였더라. 원탁 회의? 그런 거 말야, 또 할 거야?

린타로 : 음?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의 예정 같은 건 상관 없이 열 거긴 한데… 왜 그러지?

스즈하 : 으응. 별로 깊은 의미는 없는데, 그냥 즐거웠어— 하는 생각이 들어서.

- 랩 창문을 올려다 보는 스즈하의 표정은 기쁜 듯 하여, 그 말은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린타로 : 그러고 보니 너, 크리스티나하곤 화해한 거냐?

스즈하 : 화해? 뭐야 그건. 나, 별달리 마키세 크리스하고 싸운 적도 없는데.

린타로 : 그래…?

스즈하 : 그거야 뭐— 특별히 사이가 좋거나 한 건 아니지만 말야. 그치만 특별히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랄까, 왜? 혹시 사이 나빠 보였어?

린타로 : 아니. 그런 건 아냐.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것 같군.

스즈하 : 그래? 뭔 소린지— 뭐, 됐어. 여기서 계속 딴 짓 하고 있으면 점장님한테 혼날 것 같아. 또 회의가 있으면 이야기해 줘. 점장님 눈을 훔쳐서 될 수 있는 한은 가 볼 테니까.

- 스즈하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공방 안으로 사라졌다. 옳거니, 뭐 같은 랩멤버끼리 사이가 나쁜 것보단 훨씬 낫지.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스즈하는 부모님 원수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크리스를 보고 있었지만, 그것도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건가. 이런 데에도 세계선이 바뀐 영향이 나타나는 모양이었다.

-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00년의 일이다. 미국 인터넷 게시판에 존 티토라는 남자가 나타났다. 지금으로부터 26년 뒤, 2036년에서 왔다고 한 그는 게시판에서 자기가 타고 온 타임머신의 원리를 설명하고 자기가 미래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 시점 — 즉 2000년에서부터 미래에 일어난다고 하는 몇 가지 일에 대해서 예언했다. 그가 게시판에 나타났던 건 거의 4개월 정도 동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언동은 당시 화제가 되었고, 일본에도 소개가 되었다. 그가 남긴 예언은 맞은 것도 꽤 있었지만, 또한 빗나간 것도 적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진짜로 미래에서 온 인간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시하는 말도 많다.

- 그 존 티토라는 이름의 남자가 최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일본의 거대 게시판인 [email protected] 말이다.

- 개인적으로 그와 연락을 주고받은 나는, 그에게서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타임트래벌 이론하고는 다른 이론인 “어트랙터 필드”라는 이론의 존재를 듣게 되었다. 그가 말하길, 세계는 무수한 세계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세계선의 거대한 다발을 “어트랙터 필드”라고 부른다 했다. 어트랙터 필드는 100년이나 그 이상 단위에서의 거대한 역사적 흐름 같은 거라고 한다. 그리고 그 어트랙트 필드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최종적으로 하나의 결말을 향해 모인다는 식인 모양이었다.

- 예를 들어, 내가 여기서 뭔가 마실 걸 산다고 하자. 콜라를 살까 닥터페퍼를 살까… 그 선택은 내 자유지만, 가게에 가 보니까 닥터페퍼는 다 떨어져 있거나, 어쩌다 만난 친구가 콜라를 사 주거나 해서— 결과적으로 나는 반드시 콜라로 목을 축이게 된다는 것이다. 즉 최종적인 결과는 “그렇게 되도록” 세계가 이루어져 있다는 거다. 이건 내가 아무리 D 메일을 써서 과거를 바꾼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미래는 동일하다는 것을 말한다.

- 허나, 그렇지만. 그가 말하길, 어트랙터 필드는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했다. 즉 지금 우리가 있는 어트랙터 필드 바깥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완전히 다른 세계선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거짓말인지, 진짜인지는 모른다. 존 티토라는 남자가 누구인가, 사실은 완전히 뻥쟁이거나, 아니면 중도의 망상증 환자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트랙트 필드 이론 자체는 꽤나 재미있는 해석이다, 라고 난 생각하고 있다.

- 며칠 전, 존 티토와 주고받았던 연락을 떠올리며 걷고 있자니, 어느새 아키하바라 역 앞에 있는 라디오 회관 앞까지 와 있었다. 라디오 회관 앞은 여느 때나 다름없이 북적대고 있었다. 요 며칠 전에, 정체 불명의 인공위성 같은 물체가 갑자기 나타나서, 옥상 근처에 처박혔다고 하는 엄청난 사건이 있었지만, 이미 그 사건의 영향은—

린타로 : ——!

- 무심결에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올려다 본 하늘. 불과 며칠 전까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인공위성이 박혀 있던 빌딩.

- 거기에. 인공위성 같은 물체는 없었다.

-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역에서 나와서, 신사로 왔다. 만세교를 건넌 다음에 나오는, 야나바야시 신사라는 작은 신사다. 막 경내로 들어가려 하던 데에, 잘 알고 있는 얼굴이 서 있었다.

루카 : 아, 오카베씨, 안녕하세요.

- 찌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웃는 얼굴로 살짝 인사를 했다.

린타로 : 루카코, 몇 번이나 말해야 되겠나. 난 오카베 린타로가 아니라고.

루카 : 죄, 죄송합니다, 쿄마씨…

- 새하얀 상의에, 선연하게 붉은 하의. 누가 어떻게 보든 간에 무녀 복장이다. 그것도, 흔해빠진 모에 계열 까페의 코스튬 플레이어에 비해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 아니, 확연히 뛰어나게 잘 어울린다. 무얼 숨기랴, 이 우루시바라 루카야말로, 여기 야나바야시 신사 주지의 자식인 것이다.

- 하지만 남자다.

- 때문에 아무리 어울린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무녀가 아니다. 그럼 어째서 저러한 무녀 복장을 입고 있는 것인가. 실은 그냥 주지인 아버지의 취미라고 한다. 정말이지 뭐시기한 부자 관계지만, 저럴 수 있으니 부자 관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것보다 말야,

린타로 : 음, 훌륭하군. 오늘은 이야기 한 대로 제대로 검술 연습을 하고 있었군.

루카 : 아, 예! 오카… 쿄마씨가 말씀하신 대로, 매일…

- 루카코가 들고 있는 검. 얼핏 보기엔 가짜 칼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세상을 속이기 위한 거짓 모습. 실제로는 그 이름도 『요도 사미다레』라고 하는, 마를 부수고 사악을 멸하는 파사의 검이다. 『무기가게 본점』에서 한 자루에 980엔에 팔긴 하지만.

루카 : 아, 그렇지만 지금 막 연습이 끝났던 참이에요. 그러니까, 저기…

린타로 : 걱정 마라. 매일 단련을 게을리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넌 청심참마류를 마스터 할 수 있다. 즉 계속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다.

루카 : 예…

린타로 : 음. 그럼 예의 암구호다.

루카 : 예… 엘 프사이… 콩가리.

린타로 : 콩그루다, 콩그루!

루카 : 코, 콩그루!

- 허둥거리며 다시 말하는 모습을 보자 무심결에 가슴이 두근 했다.

- 하지만 남자다.

루카 : 아,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이신가요, 쿄마씨.

린타로 : 아니, 근처를 지나게 되어서 들른 것뿐인데… 그래, 루카코. 너, 예의 인공위성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나?

루카 : 인공위성… 말인가요?

린타로 : 그래. 며칠 전에 라디오 회관 위쪽에 박힌 인공위성 말이다.

루카 : 예엣!? 그, 그런 일이 있었나요?

- 펄쩍 뛰어오를 듯한 기세로 놀랐다. 이렇게 놀랐다는 건, 아무래도 거짓말이 아닌 모양이었다. 애당초 루카코는 내게 거짓말을 할 성격이 아니긴 하지만.

루카 :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전 전혀 몰랐어요…

린타로 : 아니, 됐어. 아무래도 내가 착각했던 모양이야.

루카 : 예? 착각… 인가요…?

- 다시 눈을 동그랗게 하고 놀랐다. 그거야 그렇겠지. “라디오 회관에 인공위성이 떨어졌다” 같은 건 착각 정도가 아니라 허언 망상의 일종이다. 하지만 지금 것으로 알게 된 게 있다. 역시 이 세계선에서는 라디오 회관에 인공위성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걸 안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할 수 있겠지.

??? : 어라, 누가 와 있는가 했더니, 호오인군이로군.

루카 : 아, 아버지…

우루시바라 아버지 : 오랜만일세. 잘 있었나?

린타로 : 예, 안녕하십니까.

- 신사 안쪽에 있는 사무소에서 나타난 건 루카코의 아빠였다. 사실 며칠 전에 만났었는데, 아무래도 그것도 없던 일이 되었던 모양이다. 루카 아빠는 나하고 루카코를 번갈아서 보다가 곤란하다는 듯 눈썹 끝을 내렸다.

우루시바라 아버지 : 그런가… 호오인군이 왔군. 그러면 나중에 하는 편이 나을까?

루카 : 나중이라니… 아버지, 무슨 일 있나요?

우루시바라 아버지 : 아니 뭐. 지금부터 뒤에 있는 보물전의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말야. 그래서 루카도 좀 도와줬으면 했거든.

린타로 : 보물전!?

- 이 신사에 그런 게 있었나!? 몰랐다!

우루시바라 아버지 : 아, 보물전이라고 해도 대단한 건 아냐. 그냥 창고 같은 거라서.

루카 : 신사에 봉납된 것도 거기에 넣어 둬요.

- 그런 건가. 보물전이라고 해서 대단한 걸 상상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건 아닌 모양이로군.

린타로 : 그러고 보니 루카코. 이 신사는 오래된 신사냐?

루카 : 확실히… 이 장소에 세워진 게 만지(万治) 2년이라고 하니까, 거의 에도 시대 초기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거로군요.

린타로 : 에도 시대!?

- 무심결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오래되었다곤 생각했지만, 설마 그 정도로까지 오래되었을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아까 전부터 계속 놀라기만 하고 있군.

우루시바라 아버지 : 그런 관계로 창고 안을 정리해 두지 않으면 곧바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지.

린타로 : 그것 참 큰일이로군요.

- 그 정도나 유서 있는 신사 쯤 된다면 그야말로 오래된 고문서나 짐승의 창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겠군.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우루시바라 아버지 : 뭐, 하지만 손님이 와 계신다면, 나중에…

린타로 : 아,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슬슬 돌아갈 참이었거든요.

우루시바라 아버지 : 아니, 하지만…

린타로 : 그리고 오늘은 잠깐 들른 거라서, 별다른 일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루카코, 특훈 하는 걸 잊지 마라. 알겠지.

루카 : 아, 예! 으음, 엘 프사이… 콩, 콩그…

린타로 : 콩그루다.

루카 : 콩그루.

- 루카코의 암구호를 들은 후, 미안하다는 듯이 인사하는 루카 아빠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야나바야시 신사를 뒤로 했다. 보물전이라는 곳의 내부가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루카 아빠도 같이 있고 하니 오늘은 관두자.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내부를 보도록 하는 게 좋겠다.

- 밤이 되어 랩으로 돌아오자, 통이가 소파에 한심한 꼴로 앉아서는 GS를 붙들고 있었다.

린타로 : 통이, 뭘 하고 있나?

이타루 : 보면 알잖어? 사랑스런 노노씨하고 아타미에 가서 뽀뽀하고 있음둥.

- 통이는 시선을 화면에 고정시킨 채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한 달쯤 전에 발매된, 여자애하고 연애질하는 게임에 빠져 있는 모양이었다.

린타로 : 그런 걸 묻고 있는 게 아냐. 오늘 내가 부탁한 신작 가젯 건은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

이타루 : 그거라면 대충 준비는 다 끝났음.

린타로 : 뭐? 진짜로?

이타루 : 응. 오늘 중고 가게에 가서 필요한 부품은 대부분 다 사 왔고, 부족한 건 개발실을 뒤져 보면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함여.

린타로 : 그런가! 잘 했다! 그야말로 내 오른팔이로군.

이타루 : 뭐, 남은 일은 마키세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

- 그렇게 말하고 통이는 화면에 얼굴을 고정한 채, 흘낏 하고 커튼 뒤에 있는 개발실로 시선만을 주었다. 아무래도 크리스는 아직 개발실에 틀어박혀서 가젯 개발에 힘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보통 때라면 중요한 거점인 개발실을 점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한 마디라도 해 줘야겠지만, 하고 있는 일이 신작 개발이다. 여기서는 얌전히 완성을 기다리는 게 좋겠지. 함부로 방해했다간 뒤가 무섭기도 하고.

이타루 : 아, 하지만 그 대신 새로 만든 11호기까지의 가젯은 홈페이지의 통신 판매 목록에 올려 뒀음.

- 드디어 중단한 것인지, 통이는 게임기를 놓고서 싱긋 하고 웃었다. 이 정도면 불만 없지, 하는 득의양양한 표정. 보는 내가 다 열이 오르는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그 공적은 열이 오르는 것을 제하고도 남는다 하겠다.

마유리 : 뚯뚜루—♪ 오카린, 오카린.

-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태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유리다.

린타로 : 어떻게 된 거지 마유리. 넌 집에서 여름 방학 숙제를 해야 했던 거 아닌가?

마유리 : 응— 그렇긴 하지만 말야— 그치만 오늘은 메이퀸 알바가 있어서 돌아가는 길에 들른 거예요.

- 마유리는 소파에 앉아선 가방에서 바나나를 하나 꺼내서 우물거리며 먹기 시작했다. 바나나는 마유리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마유리 : 그래— 오카린, 마유시— 말야, 오카린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요.

- 알바를 끝내고 여기서 이렇게 바나나를 먹으면서 그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게 마유리의 일과 같은 거다. 그렇긴 하지만 마유리의 이야기는 항상 별다른 실익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나도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기만 할 뿐, 그렇게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유리는 그 날 있었던 일을 기쁜 듯이 이야기한다. 본인이 그걸로 만족하는 모양이니, 나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도 마찬가지 흐름… 일 거였는데,

마유리 : 저기 말야— 만일 가젯으로 자금이 생긴다면, 새 전자렌지를 살 수 있을까—?

린타로 : 그렇군… 달리 필요한 것도 있으니, 산다고 한다면 그 다음이 되겠지.

마유리 : 다음이라면 어느 정도 다음?

린타로 : 우선순위로 치자면 대충 6번째 정도일까.

이타루 : 그 6번째라는 거 출처가 어디임둥?

린타로 : 그냥 감.

- 랩에 있었던 전자렌지는 『전화렌지(가칭)』로 잡 체인지를 했기 때문에 현재 사용 불가능 상태다. 전자렌지가 없으니 마유리가 바나나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사랑해 마지않는 냉동 닭튀김인 『쥬시 닭튀김 넘버 원!』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자렌지 설치는 마유리에게 있어서 최우선 사항인 것이다.

마유리 : 6번째라— 그럼 안 될지도 모르겠네.

린타로 : 안 돼? 안 된다니, 무슨 말이지?

마유리 : 그건 말야— …에헤헤헤헤.

- 마유리는 의미심한 웃음을 지었다.

린타로 : 왜 그러지, 마유리. 뭔가 수상하군.

마유리 : 저기 말야— 그건 말이지— …에헤헤헤— 신경 쓰여—?

이타루 : 뭐여 뭐여? 혹시나 하니 야한 얘기? 그거면 나도 끼워주삼.

마유리 : 아냐— 저기 말야— 마유시—는 그닥 머리가 좋지 않아서, 랩에도 도움이 안 되잖아—? 그치만 말야, 실은 말이지, 통이나 크리스처럼 랩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거든—

린타로 : ……

- …마유리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마유리는 마유리로서, 이 랩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난 그렇게 생각해 왔지만, 역시 본인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지금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인가.

마유리 : 그치만 말야— 혹시나 이번에, 마유시—는 처음으로 랩에 도움 되는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타루 : 뭣이? 혹시 마유씨도 새 가젯을 생각해 낸 거라든가?

마유리 : 으응, 그건 아냐. 저기 말야, 지금 모두 다 열심히 새로운 가젯을 만들고 있는 건, 팔기 위해서잖아?

린타로 : 그렇지. 팔아서 자금을 마련해야 하니까 말야.

이타루 : 뭐 지금까지 하나도 팔린 적은 없지만 말이지.

린타로 : 천재의 작품은 그 시대에 인정받지 못하곤 하지.

이타루 : 그렇게 말하면 멋지게 들리긴 하지만 안 되잖어, 그런 건.

- 확실히 아무리 신작을 만든다고 해도 팔리지 않으면 그냥 악성 재고일 뿐이다. 슬슬 진지하게 판매 촉진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때이긴 한데.

마유리 : 에헤헤— 그래서 마유시— 이야긴 말야—

- 다시 웃음을 띄우는 마유리.

마유리 : 실은 말야— 마유시—는, 가젯을 사 줄지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만 거예요.

린타로 : 뭣이!?

이타루 : 마유씨, 그거 레알임!?

마유리 : 응. 저기 말야, 실은 마유시—는 여태까지 『메이퀸 냥냥』에 오는 손님들한테 가젯을 선전했었어. 그랬더니 오늘 말야, 손님 중에서 흥미를 가진 사람이 있어서 말야,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겠다고…

린타로 : 잘 했다, 마유리!!

- 나는 마유리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그 손을 잡았다. 통이의 열불나는 공적을 날려 버릴 기세로, 그 손을 휘휘 흔들었다.

마유리 : 오, 오카린?

린타로 : 잘 했어, 마유리. 정말 잘 했어!

마유리 : 정말? 마유시— 도움이 된 걸까?

린타로 : 물론이지! 뭐하면 상으로 바나나 한 개 정도는 사 줘도 될 정도야!

이타루 : 오카린 쪼잔해! 거기선 적어도 한 송이 정도는 사 준다고 해야지.

린타로 : 양하곤 상관없어. 그건 기분 문제니까.

- 실제로 마유리는,

마유리 : 에헤헤— 마유시—는 말야— 랩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뻐요.

- 이런 식으로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기뻐하고 있다.

린타로 : 어쨌든 이걸로 자금난하고도 작별이다! 이제 미스터 브라운의 횡포에 굴할 필요도 없어지게 된다!

마유리 : 오카린, 점장님한테 꼼짝 못하지 확실히—

린타로 : 틀림없이 그 남자하고는 1만년과 2000년 전부터 적대 관계였던 거다.

이타루 : 그냥 무서워하는 것뿐이잖여.

린타로 : 무서워하는 게 아냐! 단지 그 특수한 외모 때문에 좀 꽁무니를 빼고 싶어지는 것뿐이지.

이타루 : 그게 무서워한다는 거 아님까?

린타로 : 무슨 소리든지 멋대로 떠들어라. 미래 전망에 광명이 비친 지금 내게 두려운 건 없다.

이타루 : 아, 브라운씨가 뒤에.

린타로 : —헉!

마유리 : 아, 오카린, 지금 방금 흠칫하지 않았어?

린타로 : 안 했어! 흠칫한 적 없다!

이타루 : 오카린 ㅠ.ㅜ

린타로 : 그러니까 아니라고 했잖아!

마유리 : 너무 떠들면 정말로 점장님이 올 거야.

린타로 : ……

이타루 : ……

린타로 : 그럼 딴 데 들르지 말고 집에 들어가.

마유리 : 응.

린타로 : 도중에 잠들어서 못 내리고 지나치거나 하지 마.

마유리 : 응.

린타로 :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도, 따라가지 마.

마유리 : 괜찮아— 마유시—는 애가 아니거든요.

- 마유리는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약간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가는 김에 마유리를 바래다 주러 왔다. 자기가 도움이 되었다는 게 그렇게나 기뻤는지, 마유리는 갈 때까지 기분이 좋았다.

마유리 : 저기— 오카린.

- 개찰구에 다가가며 뒤돌아봤다.

린타로 : 응?

마유리 : 저기 말야, 바래다 줘서 고마워—

린타로 : 왜 그래, 새삼스럽게.

마유리 : 에헤헤— 그건 말야. 뭐랄까, 마유시— 정말로 기뻤거든요.

- 그렇게 말하고 나서 진짜로 개찰구 저쪽으로 사라져 갔다. 마유리는 마유리 나름대로, 자기의 위치를 찾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군… 같은, 나 답지 않은 감상적인 기분에 빠지려 하는 것을 그 직전에 멈추었다. 감상에 빠지는 것은 나이를 더 먹은 다음으로 하자. 기분 전환을 위해 인파 속에서 위를 올려다 보자, 라디오 회관은 언제나와 다름없는 라디오 회관이었다. 인공위성의 모습 같은 건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게임/슈타인즈_게이트-비익연리의_달링/공통_02.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1/07/09 15:09 저자 에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