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슈타인즈_게이트-비익연리의_달링:공통_04

공통 루트 : 기원 명동의 엔트로피 (4)

- 랩에 돌아오자 소파 위에서 크리스가 자고 있었다. 아무래도 통이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는 건, 말이지.

- 지금은, 개발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상태라는 거 아닌가? 여태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전화렌지(가칭)의 기동 가능 시간은 낮 12시부터 저녁 18시 정도 까지. 어째서 그런 시간 제약이 있는지는 아직 해명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 시간 동안에만 쓸 수 있다. 시계를 보았다. 지금 시간은… 18시까지 20분 정도 남았나. 지금 서두르면 실험할 수도 있겠다.

- 그렇게 생각하고서 크리스 옆을 지나 개발실로 향하려 할 때, 아주 신경이 쓰이는 걸 발견하고 말았다. 신경이 쓰인다, 고 해도 그것 자체는 특별히 이상한 건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일반적인 물건이다. 그것이 뭐냐하면— 그냥 헤드폰이었다. 그래. 어제 통이가 쓰고 있던 헤드폰… 같은 거. 그게 지금 크리스 옆에 떨어져 있었다. 어쩌다가 통이가 거기 놔두고 간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기억으론 오늘 낮에는 거기에 그런 게 놓여 있진 않았다. 그렇다면 크리스가 통이 걸 빌린 건가?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때 다른 사람이 애용하고 있는 헤드폰을 빌려 쓰는 일 자체가 그다지 없을 거라고 보는데, 그건 내 감각이 그런 것뿐일까나. 뭐,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나는 지금 크리스 옆에 헤드폰이 있다고 하는 상황이,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다. 어제서부터 크리스는 새로운 가젯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혹시나 이게 그 신작 가젯의 일부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 거였다. 만일 그렇다면—

- 나는 헤드폰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 크리스 머리에 장착시켜 주었다.

크리스 : 으… 으음…

- 씌운 순간 약간 웅얼거려서 잠에서 깨는 건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대로 잠시 상황을 지켜보았다.

린타로 : ……

린타로 : ………

린타로 : …………

- 별달리 무슨 일이 벌어질 기미는 없었다. 역시 내 생각이 지나쳤던 건가. 그렇다고 한다면 이렇게 시간이 없을 때 쓸데없는 짓으로 시간을 낭비했다는 거로군.

- 조수 놈. 애당초 이런 데 의미 있어 보이는 저런 물건을 놔 둔 게 잘못이다. 역시 얼른 개발실에서 실험을,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유리 : 뚯뚜루—♪ 오카린 오카린, 들어 봐~ 저기 말야— …아!

- 여느 때보다 더 텐션이 높은 상태로 들어온 마유리는, 소파에 있는 크리스를 보고서 황급히 입을 막았다.

마유리 : 크리스, 자는 거야?

린타로 : 신경 쓰지 마, 그보다 무슨 일이지, 마유리. 너, 오늘은 여기 들르지 않고 바로 돌아갈 거 아니었어?

- 방금 전에 『메이퀸 냥냥』에서 돌아올 때 확실히 그렇게 말했을 텐데.

린타로 : 설마 방금 한 말을 잊어먹은 건 아니겠지. 아무리 “바보” 캐릭터로 확립되어 있다고 해도, 그건 너무 심하지.

마유리 : 정말~ 오카린 너무해~ 마유시—는 말야— 바보가 아니에요.

린타로 : 그런 말투가 바보 같다는 거야.

- 애당초 그게 마유리의 장점이기도 하기 때문에 고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당연히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린타로 : 그래서?

마유리 : 응? 뭐가—?

린타로 : 어이, 말해 놓고 그런 식이면 정말로 바보 취급 당할 거야. 뭔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온 거잖아?

마유리 : 아, 맞아— 저기 말야— 오카린, 조금만 더 메이퀸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린타로 : 뭣이? 그게 무슨 말이지?

마유리 : 저기 말야— 오카린이 돌아간 뒤에 곧바로 점장님이 왔거든요.

린타로 : 점장님이라면, 그건 설마 그 가젯을 사겠다고 한…

마유리 : 응. 그 점장님 말야.

- 실수다! 이렇게나 타이밍이 나쁠 수가!

린타로 : 어째서 나한테 연락해 주지 않았어.

마유리 : 그거야 아직 일하는 중이었고, 그리고 곧바로 돌아가셨거든.

- 마유리는 미안하다는 듯이 눈꼬리를 내리며 말했다. 그런 표정으로 말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잖아.

마유리 : 아, 그치만 말야, 어제는 아직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말야, 오늘은 확실히 사겠다고 말씀해 주셨어.

린타로 : 뭣이? 정말이냐!?

마유리 : 응. 한 번에 전부 다 사겠다고.

- 단 마유리의 말에 따르면, 금액 자체는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정규 가격보다는 낮은 가격이라는 이야기였다. 원래대로라면 농담 마라, 얕보는 거 아니냐 하고 되받아칠 수준이었지만 지금 상황을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거지. 가젯은 근시일 내에 여유가 생기면 가지러 오겠다고 했다. 이쪽 입장으로선, 군자금만 조달할 수 있다면 별 문제는 없다.

린타로 : 후하하하하! 기뻐해라 마유리여! 이번 일은 우리 미래 가젯 연구소의 휘황찬란한 첫걸음이 될 것에 틀림없다!

마유리 : 쉬잇! 오카린, 그렇게 큰 소릴 내면…

크리스 : 음…

- 아니나다를까 크리스가 잠에서 깬 모양이었다.

크리스 : 어라? 오카, 베…

- 천천히 눈을 뜨고,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날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고 생각한 크리스는 다음 순간, 마음 속 깊이 안심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크리스 : 다행, 이야… 갑자기 사라져 버려서, 어디 가 버렸나 했어…

린타로 : 크리스티나?

크리스 : 걱정 시키고… 말야…

린타로 : 어이,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크리스 : 뭐라니, 그거야 당연히…

- 거기까지 말하고, 천천히 시선을 움직였다. 서서히 초점이 맞아 가는 게, 딱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크리스 : 서, 설마 나, 지금 뭔가 이상한 소릴 한 거야!?

린타로 : 했지.

크리스 : 거짓말! 뭐라고!?

린타로 : 내가 갑자기 어디 간다든가 뭐라든가.

크리스 : —윽!

- 한 순간 긴장하며 표정이 굳어졌다.

크리스 : 그것… 뿐이야? 달리 뭐라고 하지 않았어?

린타로 : 달리, 말인가. 그렇군, 확실히 이런 소리도 했지. 아무리 해 봐도 전 호오인 쿄마님의 재능에 상대가 안 돼요. 평생 쿄마님의 조수가 되어 정진하겠습니다, 라고.

크리스 : 거짓말 마, 거짓말!! 그런 소리 절대로 안 했어!

린타로 : 거짓말이 아니다.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인간은 꿈 속에선 보통 때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 나온다는 이야길. 즉 그것이 네 진정한 마음인 거다, 크리스티나.

마유리 : 걱정 마, 크리스. 크리스는 그런 말 한 마디도 안 했거든~

린타로 : 마유리! 왜 부는 거냐!

마유리 : 오카린, 그럼 안 돼. 거짓말 하면.

크리스 : 역시 거짓말이군.

- 젠장. 크리스티나의 심층 심리를 날조하여 내 마음대로 조작하겠다는 비장의 작전이!

마유리 : 그보다 말야, 미안해— 크리스. 시끄럽게 해서, 깨웠구나—

크리스 : 아, 아냐. 마유린 괜찮아.

린타로 : 그래. 사과할 거 없다, 마유리. 애당초 이런 데서 무방비하게 곯아떨어진 게 잘못이니까.

크리스 : 당신 말야! 내가 도대체 뭣 때문에 여기서 자고 있었다고 생각해?

린타로 : 조수가 랩을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한 거지.

크리스 : 그러니까 조수가 아니라고 했잖아!

린타로 : 너무 쉽게 화내는 거 아니냐. 칼슘 섭취는 제대로 하고 있나?

크리스 : 누구 때문인 것 같아!

- 고함을 질렀다. 칼슘 부족에다가 저혈압까지 있는 모양이었다.

크리스 : 정말이지, 사람이 수면 시간까지 깎아가며 가젯을 만드는데…

- 그 때 조수의 동작이 멈췄다. 천천히 두 손을 머리로 가져가서, 감촉을 확인하듯 만져 본다.

크리스 : 뭐, 뭐뭐뭐…

마유리 : 왜 그래, 크리스?

크리스 : 이게, 왜, 내 머리에…

린타로 : 저기 떨어져 있었거든.

- 장착되어 있는 헤드폰을 쥐고, 전율에 가득 찬 목소리를 내고 있는 크리스에게 담담하게 말해 주었다.

크리스 : 떨어졌다… 라는 건, 설마 당신이?

린타로 : 그러한데?

크리스 : 잠깐, 너,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린타로 : 무슨 짓이라니, 그러니까 난 그 헤드폰을 씌운 것뿐인데.

크리스 : 헤드… 폰?

- 갑자기 크리스는 멍청한 표정이 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마유리 : 크리스?

크리스 : 응? 아, 그래, 맞아. 맞아, 응, 헤드폰! 사람이 자고 있을 때 멋대로 헤드폰을 씌우다니, 무슨 생각을 한 거야.

- 이번엔 묘하게 힘이 빠진 태도였다. 이건 설마… 좀 전에 생각한 게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니었다는 건가?

린타로 : 어이, 크리스티나.

크리스 : 뭐, 뭐야아?

린타로 : 너, 뭘 속여넘기려 하는 거냐?

크리스 : 뭐? 속여 넘겨? 무슨 말씀이시지?

린타로 : 거짓말 마라. 그 태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 뭔가 숨기고 있는 태도로 보이는데.

크리스 : 벼, 별달리 숨기는 거 없어.

린타로 : 그럼 아까 전부터 뭘 그렇게 당황해하는 거냐?

크리스 : 그러니까 당황한 적 없다니까!

린타로 : 역시나 너, 새로운 가젯을…

크리스 : 가젯?

린타로 : 그래. 새로운 가젯을…

크리스 : 그거야!!

린타로 : 엇!?

크리스 : 아, 아니… 가 아니라… 그, 그래! 새로운 가젯을 완성했어!

린타로 : 그런… 건가?

크리스 : 응, 그래.

- 어라? 꽤나 간단히 인정하는군. 열심히 말을 돌리려 한 걸로 봐서,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유리 : 대단해— 크리스. 또 새로운 가젯을 만들었구나.

크리스 : 뭐, 뭐어,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말야.

- 뭐 좋아. 솔직하게 말해 준다면, 그게 제일이지.

린타로 : 그래서, 새로운 가젯은 어떤 물건이지?

크리스 : 아, 잠깐 기다려. 지금 가지고 올게.

- 일어서서는 그대로 개발실 쪽으로 들어가려 했다.

린타로 : 잠깐, 크리스티나.

크리스 : 뭐야?

린타로 : 지금 가지고 온다, 고 했지. 그러면 지금 들고 있는 그건 뭐지?

크리스 : 그러니까 헤드폰이라고 했잖아.

린타로 : 가젯이 아닌 거냐?

크리스 : …가젯 12호기는 완전히 다른 거야. 잠깐 기다려.

- 아무래도 크리스의 말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 증거로, 그녀는 개발실에 들어가서는 곧바로 뭔가를 들고 나왔다. 그렇다면 방금 전의 그 묘한 태도는 뭐였지. 정말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뭐 좋아. 오늘은 신작 가젯의 완성도 있고 하니, 관대하게 넘어가 주지.

크리스 : 자, 이게 가젯 12호기. 아직 좀 더 손봐야 되는 부분은 있지만 대충 이런 느낌이야.

마유리 : 헤에— 이게…

린타로 : 12호기…

- 크리스가 가지고 온 것은, 지름 7, 8 cm 정도 되어 보이는 고리 모양 물체가 2개. 겉보기엔 어릴 적에 가지고 놀던, 변신 히어로 팔찌 같은 물체였다.

마유리 : 저기— 크리스. 이게 『달링 바보오』야?

린타로 : 기다려, 마유리. 뭐냐, 그 『달링 바보오』라는 묘한 이름은.

마유리 : 어— 그치만, 모두 다 그렇게 하자고 이야기해서 결정했잖아— 오카린도 그러면 됐다고 했었어요.

린타로 : 그랬나?

- 크리스에게 시선을 향하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유리 : 마유시—는 말야, 『러브러브 팔찌즈』가 좋다고 했는데, 통이가 『달링 바보오』가 좋다고 했어. 그리고 크리스는, 으음…

크리스 : 『애정측정기』.

마유리 : 맞아, 그 애정— 뭔가 하는 거였고, 오카린은— 음…

린타로 : …이터널 인게이지(유구한 인연을 지배하는 팔찌) 정도 되는 이름이었나.

크리스 : 뭐? 오카베, 당신 설마 기억하고 있는 거야?

린타로 : 아니, 나라면 그런 이름을 붙이겠지, 하고 생각해 본 것뿐이야.

크리스 : 옳거니. 과거가 바뀌었다고 해도 중이병은 그대로란 건가.

- 그렇긴 해도, 방금 설명에 의해 이 신작 가젯 12호기가 어떤 것인지는 대충 알게 된 것 같다. 아마도 이걸 연인 두 명이 한 쪽씩 끼고서, 서로의 애정이 어떻게 되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겠지. 크리스와 마유리에게 확인해 보자, 역시 그와 비슷한 물건이었다.

크리스 : 요컨대, 여기 붙어 있는 센서로 체온, 혈압, 맥박, 발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서 심리적인 변화를 모니터링 하는 거야.

마유리 : 그리고 만약 한 쪽이 이상한 생각을 품으면, 바람을 피는 거라고 간주해서 전류가 흐르는 거지—

린타로 : 옳거니, 그래서 『달링 바보오』인가. 통이가 붙일 만한 이름이로군. 요컨대 거짓말 탐지기 같은 거로군.

크리스 : 뭐, 페이리스씨가 내놓은 안은 그거였지만 좀 더 개량해 봤어.

- 크기를 확인하기 위해서 팔찌 한 쪽을 자기 손목에 대 보며, 크리스가 말했다.

린타로 : 개량? 어째서지?

크리스 : 왜냐면 그거로는 그냥 바람기를 조사하는 것 같아서 꿈이 없잖아.

린타로 : 꿈이라고? 아직도 그런 어리석은 소릴 하는 거냐, 넌.

크리스 : 누가 어리석어, 누가!

린타로 : 어리석은 게 싫다면, 머릿속이 사탕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야겠군.

크리스 : 으… 당신 말야, 정말 일일이 열받게 해 주네.

마유리 : 저기 말야, 크리스. 오카린은 그만큼 크리스가 마음에 든다는 거야.

크리스 : 엣!?

린타로 : 뭣!!

마유리 : 저기 말야, 쬐끄만 남자애는 맨날 좋아하는 여자애를 괴롭히잖아, 그런 게 아닐까 하고 마유시—는 생각해.

린타로 : 무슨 영문 모를 소릴 하는 거냐 마유리! 난 그런 사춘기 어린애 같은 짓은 안 해.

크리스 : 으…

린타로 : 너도 뭘 그렇게 새빨개져 있냐!

크리스 : 아, 안 빨개졌어!

- 크윽, 마유리 녀석. 갑자기 이상한 소릴 하다니. 어쨌든 여기선 화제를 바꿔야겠지.

린타로 : 그, 그래서 이건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거지?

크리스 : 아, 그거… 그건 간단해. 그냥 팔에 차고서 스위치를 누르는 것뿐이야.

린타로 : 팔에 차고서.

- 별 생각 없이 들고 있던 팔찌를 오른 손목에 찼다. 내 경우엔 이런 건 반드시 오른팔에 차곤 한다. 당연히 만약의 경우 폭주할지도 모르는 오른팔의 능력을 봉인하기 위해서다.

크리스 : 아, 말해 두겠는데 스위치는 누르지 마! 절대로 누르지 마! 절대로 말야!

- 필사적인 크리스의 모습을 보니, 누르지 말자고 열심히 다짐하다가 눌러 버리고 마는 코미디언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물론 그런 소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린타로 : 그렇다고 해서 뭘 그렇게 필사적으로 막지 않아도 되잖아. 어차피 실험 해보려던 거 아니었나?

크리스 : 그건 그렇긴 한데, 그 전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린타로 : 문제? 뭐지, 그건?

크리스 : 어, 어쨌든 일단 그거 끄르고 나서 이야기해. 차고 있는 상태에선 안심이 안 돼.

린타로 : 알겠다.

- 크리스의 진지한 태도를 보고, 오른팔의 팔찌를 끄르려 손을 뻗치—

이타루 : 우와아아아아앗! 간신히 세이———프!!!

크리스 : —엇!!?

- 갑작스레 기세 좋게 문이 열리고 통이가 뛰어 들어왔다.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서, 크리스가 펄쩍 뛰어오를 듯 놀랐다. 그와 동시에—

린타로 : 음?

- 어렴풋이 전자음 같은 묘한 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이 났다.

마유리 : 아, 통이, 뚯뚜루—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당황해선.

이타루 : 후이이이. 이야아, 지금부터 『니야생』에서 『브라츄』 특집을 한다는 걸 까먹고 있어서, 서둘러 돌아왔음둥.

마유리 :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마유시—도 잊고 있었어.

린타로 : 보통 때는 약간의 운동도 하기 싫어하면서 이럴 때에만 달려서 돌아오다니, 참 본능에 충실한 녀석이로군.

이타루 : 나는 할 때는 하는 남자거등, 척.

마유리 : 대단해—

린타로 : 말해 두겠는데, 아무도 칭찬하는 건 아냐.

이타루 : 엇, 이런 이야기 할 때가 아니지. 저기, 마키세씨 마키세씨, 잠깐만 컴퓨터 좀 써도 괜찮겠어?

크리스 : …으.

이타루 : 음? 저기— 마키세씨?

- 통이가 기괴한 소릴 냈다.

이타루 : 저기, 오카린. 왠지 방금 전부터 마키세씨가 엄청난 표정이 되어서 덜덜 떨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내 기분 탓임?

- 보니까 확실히 크리스는 고개를 숙인 채였고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묘한 상태였다.

마유리 : 크리스, 왜 그래? 몸이 안 좋아?

린타로 : 왜 그러나 조수. 뭔가 안 좋은 거라도 먹었나?

크리스 : 다…

린타로 : 다?

크리스 : 당신 말야…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바보가!!!

린타로 : 뭐…… 어?

- 갑작스레 비난을 하길래 반사적으로 방어 자세에 돌입했지만, 아무래도 상태가 이상하다. 아무래도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닌 모양이었다.

크리스 : 당신 말야,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나 있어?

이타루 : 엉? 나, 나? 나?

- 아무래도 비난하는 대상은 통이인 모양이었다. 통이도 자기에게 하는 비난이란 걸 몰랐던 건지, 어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크리스 : 그래, 하시다, 당신한테 하는 소리야!

이타루 : 자, 잠깐만, 나, 마키세씨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

린타로 : 아마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 가며 머리카락 냄새라도 킁킁 하고 맡은 거겠지.

이타루 : 맞아, 맞아… 가 아냐! 랄까, 만약 한다고 하면 진짜로 안 들키도록 한다니까.

마유리 : 통이…

크리스 : 시끄러! 누가 그런 BYONTAI 짓 때문이라고 했어!

- 그럼 대체 뭐라는 거지?

크리스 : 하시다, 당신 방금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들어왔잖아!

이타루 : 아, 그거. 뭐 확실히 서두르고 있어서 좀 소란스러웠던 것 같은데… 놀라게 했다면 사과하겠음, ㅈㅅ여.

크리스 : 그러니까 ㅈㅅ으로 끝날 일이 아냐!

린타로 : 그렇게 눈을 치켜뜨지 말라구, 크리스티나. 사과하고 있으니까 용서해 주는 게 어때.

크리스 : 오카베, 말해 두겠는데 당신도 그렇게 속 편하게 있을 상황이 아냐.

린타로 : 뭐? 그게 무슨 소리지?

- 그리고서 그때까지 화나 있던 크리스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한 마디.

크리스 : 스위치…

린타로 : 스위치?

크리스 : 그러니까 하시다가 놀라게 한 것 때문에 12호기의 스위치가 눌러져 버린 거야!!!

린타로 : 뭐…!

- 이게 만화라면 등 뒤에 『두둥』이라는 의성어가 들어갈 정도의 기세였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찼던 때에 비해서 손목을 꽉 조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린타로 : 그런가…

마유리 : 으음…

이타루 : 뭐? 12호기라니, 설마 『달링 바보오』가 완성된 것임둥?

크리스 : 자, 잠깐. 뭐야 그 반응은.

린타로 : 그게 말이지… 안 그래?

마유리 : 응.

이타루 : 아, 혹시 그 팔에 차고 있는 게 그거임?

- 솔직히 말해서 크리스가 뭘 그렇게 필사적이 되어 있는 건지, 우리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크리스 : 저기 말야. 스위치가 눌려졌다는 건 12호기가 기동했다는 거라구.

린타로 :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한 번 더 스위치를 눌러 끄면 되는 거잖아.

- 오른팔의 팔찌에 손을 뻗쳐, 기동 스위치 같은 부분을 눌러 보았다. 그러나—

린타로 : 응? 어떻게 된 거지, 이거?

마유리 : 오카린, 왜 그래—?

린타로 : 스위치 같은 걸 눌러 봤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어.

이타루 : 뭐?

- 다시 한 번 눌러 보았다.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상황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크리스가 역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크리스 : 소용없어.

린타로 : 소용없어? 그게 무슨 소리지?

크리스 : 이 가젯 스위치는 ON은 있어도 OFF는 없어.

- 크리스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몇 초 정도 걸렸다. ON은 있지만 OFF는 없다. 그건 그러니까.

이타루 : 혹시나 스위치를 넣으면 끄지 못한다는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크리스 : 혹시나가 아니라 그렇다는 거야.

린타로 : 그렇군.

크리스 : 그렇군이라니, 당신 여전히 속 편하네.

린타로 : 별로 당황할 거 없잖아. 스위치가 꺼지지 않으면, 풀어버리면 되잖아.

- 나는 팔에서 12호기를 벗기기 위해 힘을 주었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조여져 있어서, 힘을 조금 주는 정도로는 벗겨질 것 같지 않았다.

린타로 : 이 놈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도구 주제에 건방지군.

- 어쩔 수 없이 두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러자 갑자기—

린타로 : 으아아아악!

- 오른손에 전류가 흘렀다.

린타로 : 뭐, 뭐야 지금 이건?

크리스 : 억지로 벗기려고 하면 전류가 흐르도록 되어 있어.

린타로 : 어, 어째서 그걸 좀 더 빨리 말하지 않았냐!

크리스 : 직접 경험해 보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수놈, 여전히 귀엽지 않은 여자로군. 아니, 귀엽든 귀엽지 않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린타로 : 어쨌든 일단 이걸 벗기자. 열쇠를 내놔.

크리스 : 없어.

린타로 : 뭐? 방금 뭐라고 했지?

크리스 : 열쇠 같은 건 없다고 했어.

- 열쇠가 없다… 라고?

린타로 : 농담은 적당히 해 둬라. 그러면 이걸 어떻게 벗기란 거냐!

크리스 : 그러니까 좀 전부터 곤란해하고 있잖아. 나도 농담으로 끝날 일이라면 이렇게 화내지도 않아.

린타로 : 으으음…

- 확실히 그건 그렇다.

린타로 : 어이, 조수! 어째서 이런 걸 만들었나!

크리스 : 만들라고 한 건 당신이잖아.

린타로 : 난 모르는 일이다.

크리스 : 그건 당신이 D 메일을 보내서 그런 거고, 우리들 사이에선 틀림없이 당신이 그렇게 말한 걸로 되어 있어.

- 말대꾸는 아주 잘 한다. 이리 말하면 저리 받아치는군. 점점 더 말싸움에 열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린타로 : 그런 건 내 알 바 아냐. 어쨌든 얼른 이걸 벗겨라.

크리스 : 할 수 있다면 벌써 했다니깐!

린타로 : 애당초 긴급 사태에 대한 대책이 부족한 게 뭐가 과학자냐.

크리스 : 시끄러워! 처음부터 미완성이라고 했잖아. 당신이야말로 기억력이 없는 거 아냐!?

린타로 : 뭐라!?

크리스 : 뭐가?

- 당장이라도 이마와 이마가 맞닿을 정도로 노려보았다. 그야말로 불꽃이라도 튈 것 같았다. 그러나.

린타로 : 으아아아악!

크리스 : 꺄아아아앗!!

- 튄 것은 불꽃이 아니라 전류였다. 그것도 단속적으로.

린타로 : 으아아아악! 오른팔, 내 오른팔이이잇!

이타루 : 오카린 오카린, 지금 중이병 발작을 일으킬 때가 아니잖어.

린타로 : 바보 녀석! 그게 아냐. 정말로 아프… 아야야야야얏!

크리스 : 오, 오카베! 오른손!!

린타로 : 뭐?

크리스 : 됐으니까 손 내밀어!

- 전류에 견뎌 가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 손에 크리스가 왼손을 겹쳤다.

린타로 : 무, 무슨 짓이냐!?

크리스 : 됐다니까!

- 내 오른손과 크리스의 왼손이 포개졌다.

- 그러자 간신히 팔에 흐르고 있던 전류가 멈췄다.

린타로 : 머, 멈췄다.

크리스 : 휴…

린타로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크리스 : 방금 말했잖아. 개량했다고. 바람기뿐만이 아니라 싸움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해서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격앙되면 전류가 흘러.

- 아무래도 크리스가 개량했다고 한 건 그것과 해제하는 열쇠를 없앤 것, 그 두 가지인 모양이었다. 바람 피운 상대에게 벌을 내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시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도구로 만들고 싶었다, 라는 게 개량한 이유였던 모양이다. 그야말로 순정만화스런 동기로군.

린타로 : 역시 너 때문이잖나. 이래서 남친 없음 = 나이인 사랑에 사랑하고 사랑에 빠지는 모태솔로는 안 된다니까.

크리스 : 시끄러워, 이 동정이!

린타로 : 뭐라!?

크리스 : 뭐가!?

마유리 : 둘 다 그만두는 편이 좋겠어— 안 그러면 또 찌릿찌릿하게 될 거야—

린타로 : 으으음…

크리스 : 마, 맞아.

- 일촉즉발의 상황은 마유리가 중재한 덕분에 수습되었다. 그래.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만 한다. 거기에 대해선 크리스도 마찬가지 의견인 모양이었다. 그 때 통이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이타루 : 저기 말야, 둘 다 들어보셈.

린타로 : 왜 그러지, 통이?

크리스 : 혹시 뭔가 명안이라도 있어?

- 과연 내 오른팔이로군. 벌써 해결책을 떠올린 건가!

이타루 : 일단 니야생 봐도 됨니까?

린타로&크리스 : 당연히 안 되지!

- 전류가 흘렀다.


마유리 : 으음~ 그러니까,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하면 팔찌가 벗겨진다는 게 되겠지?

크리스 : 그렇다고 할 수 있겠어.

- 일단 기분을 가라앉히고, 우리는 『달링 바보오』의 기능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다. 그걸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체온, 혈압, 맥박, 발한 상태 등을 모니터링하여 바람을 핀다고 판단되면 전류(정확히 말하면 강력한 저주파)가 흐른다.
  • 억지로 벗기려 하면 전류가 흐른다.
  • 싸움 같은 것으로 감정이 격앙되면 전류가 흐른다.
  • 1미터 이상 서로 떨어지면 전류가 흐른다.
  • 손을 잡으면 전류는 멈춘다.

- 그리고—

  • 마음이 서로 통하면 벗겨진다.

- —는 모양이었다. 이건 몸의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것을 통해, 각자의 감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분석하여 판단한다는 거였지만 그게 정확하게 작동할지 어떨지는 실용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 또한 전지가 다 되는 것을 기다린다는 방법도 있지만, 참으로 꼼꼼하게도 일차전지와 태양전지를 함께 사용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어지간히 전력 소모가 크지 않은 이상 전지가 떨어질 때까지 적어도 1주일 이상은 걸릴 거라고 했다. 요컨대, 장치를 벗기기 위해선 계속 전류를 흘려서 전지를 소비시키던가 크리스와 마음을 맞춰야만 한다는 게 된다. 마유리는 간단하다고 말했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건 나하고 크리스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타루 : 그건 그렇고, 좀 전부터 두 사람이 계속 손을 잡고 있다니, 솔로천국 커플지옥!

린타로 : 좋아서 이러고 있는 게 아냐!

크리스 : 그건 내가 할 말이야!

- 하고 이처럼 곧바로 말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 않으면 정말이지 버틸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이타루 : 뭐, 하지만 잘 된 거 아냐?

린타로 : 그게 무슨 뜻이지?

이타루 : 그게 말야, 새 가젯이고 하니까 어차피 실험하고 검증이 필요했잖어.

마유리 : 아— 그러고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네—

- 마유리가 통이 의견에 동의했다.

마유리 : 그리고 말야— 『달링 바보』를 써서 오카린하고 크리스가 좀 더 사이가 좋아지면 좋겠다, 하고 마유시—는 그렇게 생각해요.

-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할 법한, 그야말로 속 편한 의견이었다. 애당초 이 화 잘 내는 여자하고 1주일 이상이나 딱 붙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해지는 수준인데. 본래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크리스 : 애당초 당신이 이런 걸 만들라고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린타로 : 네가 처녀 특유의 소녀 회로적 사고를 도입한 게 나쁜 거잖나.

- 입만 열면 이런 상태다. 이래서야 아무래도 건설적인 이야기로 발전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래도 크리스도 마찬가지 생각인 모양이었다.

크리스 : 그만둘래! 어쨌든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자. 이미 지난 일을 이야기해 봤자 아무 소용도…

린타로 : 음?

- 이미 지난 일을 이야기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진 않지! 이 무슨 일이람. 이런 중대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크리스 : 시간은!?

- 크리스의 말을 듣고서 황급히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은 18시가 조금 넘어선 시점이다. 혹시나 아직 쓸 수 있을지도 몰라!

마유리 : 음, 뭐야, 두 사람 다. 어떻게 된 거야—?

린타로 : D 메일이다!

마유리 : 어? 전화렌지?

이타루 : 아— 그런가! D 메일로 없었던 일로 하면 OK라는 건가.

린타로 : 그런 거지!!

- 대답은 대충 하고, 나는 크리스의 손을 잡아 끌고서 개발실로 뛰어들었다.

- 서둘러 전화렌지(가칭) 준비를 했다.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전화렌지를 쓸 수 있는 건 12시부터 18시 사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충 잡은 예상일 뿐으로 정확히 그 시간만, 이라는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18시 이후에도 쓸 수 있었다. 어째서 그런 식으로 불규칙한 것인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타이밍을 놓치면 적어도 내일 낮 정도까지는 이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거다.

크리스 : 준비 됐어.

- 준비는 끝났다. 이제 D 메일을 보내는 일만 남았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메일을… 쓰려고 하다, 움직임이 멈췄다.

크리스 : 뭐 하는 거야 오카베. 빨리 해야 돼.

린타로 : 도대체 언제로, 어떤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 되는 거지?

크리스 : 그건…

- D 메일로 과거에 보낼 수 있는 글자 수는 2바이트 6글자가 3번. 제대로 된 타이밍으로, 제대로 된 내용의 메일을 18글자 이내에 넣어서 보내야만 한다. 신중해라. 며칠 전에, 난 그렇게 다짐했었다.

크리스 : 역시 신작 가젯 개발을 중지시켜야 하는 거 아냐?

린타로 : 그렇, 군…

- 크리스 말대로 신작 가젯 개발을 중지하면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게 될 것이다.

- 보내는 메일
To 전화렌지(가칭)
sub
신작 가젯 개발은 중지 절대 만들지 마라

- 메일 문구는 『신작 가젯 개발은 중지 절대 만들지 마라』. 이것만으로 충분히 뜻은 통할 거다.

- 새로운 가젯을 만들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그러면 지금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거다. 『달링 바보오』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9호기부터 11호까지의 가젯도 존재하지 않는다. 군자금 문제는 과거의 내가 다른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낼 거다. 걱정할 건 아무 것도 없다. 메일 준비는 다 됐다. 남은 건 이 손가락에 힘을 주는 것뿐이다.

크리스 : 오카베.

- 크리스가 재촉한다. 그 목소리에 떠밀려, 손가락을— 손가락에 힘을—

(이 시점에서 X버튼으로 휴대전화를 열어 문자를 보내면 세계선이 변하고 루트 이동이 됨) 모에카 루트 : 실락의 멜랑콜리아 (1) >

린타로 : ……

크리스 : 오카베… 왜 그래.

린타로 : 생각해 보니, 신작 가젯 개발 자체를 중지시킬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크리스 : 뭐, 확실히 그건 그렇네…

- 모처럼 만든 가젯이다. 전부 없애 버리는 건 아까워. 그리고 그걸 바꿔 버리게 되면 자금난 해결 방법 자체가 사라져 버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크리스 :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

린타로 : 요는 12호기만 어떻게 하면 되는 거잖나? 그러면 12호기 제작을 중지시키는 거다.

- 12호기만 만들어지지 않으면 다른 가젯은 살아남는다. 자금 역시 마찬가지로 그 이외의 가젯이 있으면 어떻게든 될 거다. 내용도 방금 전 『신작 가젯』 부분을 『12호기』로 바꾸기만 하면 되니까.

크리스 : 그럼 그걸로 충분하니까 빨리 보내자.

-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고 메일 문구를 입력했다.

- 보내는 메일
To 전화렌지(가칭)
sub
12호기 개발은 중지 절대 만들지 마라

- 『12호기 개발은 중지 절대 만들지 마라』. 이걸로 12호기는 사라진다. 이 기묘한 상황에서도 곧바로 탈출할 수 있다. 12호기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게 되는 거다. 크리스가 된장녀 감성으로 묘한 기능을 붙이지도 않게 된다. 모두 다 잘 수습될 거다. 남은 건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는 것 뿐. 그걸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크리스 : 왜 그래, 오카베?

린타로 : 아니, 아무 것도 아냐.

- 그래, 더 생각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12호기만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그걸로 아무런 문제는—

(이 시점에서 X버튼으로 휴대전화를 열어 문자를 보내면 세계선이 변하고 루트 이동이 됨) 페이리스 루트 : 고양이귀 소녀의 도메인 (1) >

크리스 : 이봐, 오카베. 뭐 하는 거야!

린타로 : 아니, 생각해 보니 12호기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야.

- 이번에는 약간의 사고로 이런 일이 벌어졌지만, 조금만 더 스펙을 생각하면 제대로 된 가젯으로 완성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히트 상품이 될 가능성도 있을 지 몰라. 그런 기회를 놓치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린타로 : 역시 여기선 12호기를 차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크리스 : 알았어! 이제 그걸로 해! 뭐라도 좋으니까 빨리 해. 시간이 없어.

린타로 : 그, 그렇군!

- 크리스의 목소리에 등 떠밀려, 난 메일 문구를 바꿔 적었다.

- 보내는 메일
To 전화렌지(가칭)
sub
12호기는 위험하다 절대 차지 마라

- 『12호기는 위험하다 절대 차지 마라』. 이걸로 충분하다. 좋아, 이번에야말로 메일을 보내는 것뿐이다. 이걸로 신작 가젯 개발도 중지되지 않을 거다. 12호기도 존재한다. 남은 건 크리스한테 개량을 맡겨서, 묘한 기능을 제거하기만 하면 된다. 좀 더 쉽고 간단한 것으로. 그렇게 하면 상품 가치도 생기겠지. 모든 것이 잘 수습되어 해피 엔딩이다. 그러나— 뭔가 달리 방법이 없는 걸까? 이게 가장 좋은 선택인 건가?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지 않아도 되는 건가? 신중하게—

(이 시점에서 X버튼으로 휴대전화를 열어 문자를 보내면 세계선이 변하고 루트 이동이 됨) 루카 루트 : 도착의 아니마 (1) >

- 역시, 뭔가 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닐까.

크리스 : 아아아앗! 정말이지.

린타로 : 으억!!

- 갑자기 등에 충격이 왔다.

린타로 : 가, 갑자기 무슨 짓이냐!

크리스 : 당신이 좀 전부터 우물쭈물거리고 있어서야! 더 이상 뭘 고민할 필요가 있어!?

린타로 : 고민하고 있는 게 아냐. 난 안이한 선택을 피하기 위해 냉정하고도 신중한 판단을 내리려 하는 것뿐이다.

크리스 : 그런 소린 됐으니까 빨리 해!!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잖아!

린타로 : 알고 있어! 알고 있으니까 재촉하지 좀 마라!

크리스 : 아, 정말이지, 짜증나네!

- 잽싸게 측면에서 크리스의 손이 뻗쳐와서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다.

린타로 : 뭐 하는 거냐!

크리스 : 당신이 꾸물거리고 있으니까 내가 대신 입력해 주려는 거야!

린타로 : 뭐!?

크리스 : 애당초 원인은 멋대로 D 메일 실험을 했던 게 안 좋았던 거야. 그러니까 멋대로 실험 자체를 하지 않도록 메일을 보내겠어!

린타로 : 기다려. 그렇게 근본적인 데까지 돌아갈 필요는 없잖아.

크리스 : 시끄러! 애당초 원인은 그거잖아? 그러면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잖아!

린타로 : 하지만 말이다!

크리스 : 됐.으.니.까.보.내!

- 또다시 핸드폰을 빼앗으려 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글을 작성했다.

- 보내는 메일
To 전화렌지(가칭)
sub
D 메일 실험은 좀 더 고려해 봐라

- 『D 메일 실험은 좀 더 고려해 봐라』. 이번에야말로 핸드폰 버튼에 손을 댔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은 없다. 남은 건 힘을 주어 버튼을 누르는 것뿐이다. 그러면 D 메일 실험도 없었던 게 된다. 지금 있는 세계선에서 원래 세계선으로 돌아가는 거다. 망설일 필요는 아무 것도 없다.

크리스 : 뭐 하는 거야! 빨리!

린타로 : 알고 있어!

-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과거로 메일을.

(이 시점에서 X버튼으로 휴대전화를 열어 문자를 보내면 세계선이 변하고 루트 이동이 됨) 스즈하 루트 : 미주 나선의 아르케 (1) >
(특정 조건을 만족시킨 상태에서 X버튼으로 휴대전화를 열어 문자를 보내면 세계선이 변하고 루트 이동이 됨
상세한 사항은 슈타인즈 게이트 비익연리의 달링 도전과제의 마유리 루트 공략을 참조)
마유리 루트 : 화씨 93도의 키아로스쿠로 (1) >

크리스 : 역시 내놔! 내가 보낼게!

- 다시 핸드폰을 빼앗으려 크리스가 손을 뻗쳤다.

린타로 : 걱정 마라! 지금 보낸다!!

- 이제 시간 여유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난, 메일 보내기 버튼에 댄 손가락에 힘을—

- 주었다—

- 동시에 시야가 일그러지며—

- 리딩 슈타이너가 발동하고—

- 세계선이 변화하—

린타로 : ……

크리스 : ……

- —지 않았다. 즉 이건… 이미 늦어 버렸다, 라는 것인… 모양이었다.

린타로 : ……

크리스 : ……

- 나도 크리스도, 거의 동시에 각자의 손목에 시선을 떨궜다. 눈을 감았다가 뜨고, 다시 감았다 뜨고 보기를 되풀이했다. 그러나 몇 번을 봐도 손목에 차고 있는 12호기가 사라지진 않았다. 시계를 보자 시각은 18시 15분. 참으로 미묘한 시간이긴 하지만, 늦었다면 늦었다— 라고 할 수 있겠다.

크리스 : 잠깐 줘 봐!

린타로 : 앗!

- 안색을 바꾼 크리스가 낚아채듯 핸드폰을 빼앗았다. 메일을 쓴다. 보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메일을 쓴다. 보낸다.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비장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표정으로, 열심히 D 메일을 보내려 하는 크리스. 그 가슴 아픈 행동에 더 견딜 수가 없어서, 난 크리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린타로 : 이제 그만둬라. 포기해. 네 기분을 알겠지만, 더 이상 해 봐도… 헛수고야.

크리스 : 너… 너너너…

- 뒤돌아 본 크리스는 정면으로 날 쳐다보았다. 표정은 슬프게 일그러지고, 그 입에서는 오열이…

크리스 :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 터져나온 것은 오열이 아니라 맹비난이었다.

크리스 : 뭐가 『더 이상 해 봐도 헛수고야…』냐! 폼 잡기는, 바보가! 애당초 당신이 얼른 메일을 보내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잖아!

린타로 : 기, 기다려, 진정해!

크리스 : 이게 진정될 일이냐! 어쩔 셈이야, 이거!

린타로 : 그러니까 진정하라고 했잖아! 안 그러면—

크리스 : 꺄앗!!

린타로 : 우왁!!

- 전기 쇼크가 흘렀다.

크리스 : 아야아…

린타로 : 것 봐. 그러니까 말했잖아.

크리스 : …그래, 흥분해서 이렇게 된다는 걸 잊었어.

린타로 : 흥, 자기가 만들어 놓고 잊어버리다니, 그야말로 닭대가리군.

크리스 : 뭐라!

린타로 : 기다려! 그러니까 화내지 말라고 했잖아!

크리스 : 큭— 당신한테 지적 당하다니…

- 되받아 칠 뻔 했지만, 그래서야 또다시 전류가 흐르게 된다. 난 말도 못 하고 분한 듯이 입술을 깨물며 조용해진 크리스를 재촉하여 개발실을 나섰다.

게임/슈타인즈_게이트-비익연리의_달링/공통_04.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1/07/23 16:01 저자 에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