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슈타인즈_게이트-비익연리의_달링:크리스2_02

크리스 루트 2 : 상극의 파 드 두 (2)

크리스 : …13호기는 뇌 속의 사고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기계야.

이타루 : 뇌 속의 사고를 영상으로!?

린타로 : 그런 게 가능해?

- 나하고 통이는 거의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마유리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크리스 : 별달리 그렇게 어려운 건 아냐.

크리스 :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 이렇게 보고 있는 영상을 데이터로 만들어서 뇌에 투영하는 연구는 진행되고 있고, 이미 실현 단계까지 와 있어. 그와 동시에 시각 정보를 영상으로 만들어서 기록하는 연구 역시 현 단계에선 상당히 진행되어 있거든. 내가 다니고 있는 빅토르 콘돌리아 대학의 정신생리학 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에 비주얼 리빌딩이라는 기술이 있는데, 알고 있어?

린타로 : 아니…

- 유감스럽게도 들은 적이 없다.

크리스 : 뭐, 요는 영상 데이터를 신경 펄스 신호로 컨버트하는 기술이야. 이 기술을 쓰면 뇌에 데이터로 되어 있는 신경 펄스 신호를 보내서,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상을 흡사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 수 있어.

린타로 : 그건… 버철 리얼리티 같은 건가?

크리스 : 뭐, 간단히 말하자면 그런 거지. 그래서 이걸 할 수 있다는 건, 반대의 것도 할 수 있다는 거야.

이타루 :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히 되는 것임둥?

크리스 : 물론 간단하진 않아. 그렇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내가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던 건 인간의 기억을 신경 펄스로 해석하는 거야.

린타로 : 기억을…

크리스 : 그래. 뭐 어려운 이야기니까 자세한 건 생략하겠는데, 기억을 데이터로 끄집어 낼 수 있다면 머릿속에서 보고 있는 심상 풍경이나 사고 같은 것도 데이터로 끄집어 낼 수 있는 게 아닐까 해서…

- …그러니까 뭐라고? 이 녀석은 그 “끄집어 낼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걸로, 실제로 끄집어 내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거냐? 이 랩 안에서?

린타로 : 그렇지만 그런 신경 펄스를 어떻게 끄집어낸다는 거지? 아무리 봐도 그런 엄청난 장치라면 이 개발실 안에는…

크리스 : 별달리 엄청난 게 필요한 것도 아냐. 이게 있으면…

- 크리스가 끄집어 낸 것은 이전에 내가 여기서 발견했던 예의 헤드폰 같은 물체였다.

린타로 : 혹시나 그게…?

크리스 : 응. VR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헤드셋… 같은 거야. 상당히 간소화시키긴 했는데.

- 그렇다는 건— 역시 저건 내가 그 때 생각했던 대로 13호기였다는 건가.

린타로 : 그렇군. 13호기의 개요는 알겠다. 크리스티나, 네가 이 랩의 새로운 가젯으로, 뭔가 엄청난 걸 만들려 했다는 것도 알겠다. 그렇지만 어째서 그렇게까지 당황해 하는 거지?

- 지금 이야기를 듣고서 상상해 보면, 아마도 13호기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건 저 헤드폰 모양의 헤드셋이란 거다. 그렇다는 건 개발실에 놓여 있던 하드디스크 자체는 단순한 기억 매체일 거다.

크리스 : 그건… 당신 때문이야.

린타로 : 나 때문? 말해 두겠는데, 난 그 13호기가 어떤 기능을 가진 가젯인지도조차 모르고 있었다구. 그게 어째서 내 잘못이란 거지?

크리스 : 당신 말야, 전에 자고 있던 내 머리에 헤드셋을 씌웠지.

린타로 : 뭐?

-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던가.

- 확실히 그랬지. 그건 아마 12호기 소동이 일어나기 직전의 일이었다. 그 헤드폰에 의심을 품은 나는, 자고 있던 크리스의 머리에 씌워 보았다.

크리스 : 그 때 데이터화 된 내 머릿속의 사고가, 그 하드디스크에 보존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여기서 문제인 것이, 하시다가 그 하드디스크를 14호기의 일부로 써 버리고 말았다는 거야.

이타루 : 아, 그런가! 14호기의 기능을 사용하면 그 안에 보존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크리스씨의 사고 데이터가…

크리스 : 그래. 아키하바라 전체의 모니터에 비쳐질 가능성이 있어.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 다시 크리스의 안색이 창백하게 바뀌어 갔다.

린타로 : 어이. 그 데이터는… 그 정도로까지 위험한 건가?

- 예를 들자면 흘러나가는 것만으로도 사이버 테러 같은 일이 일어난다, 라든가 그런 류의 것일까.

크리스 : 그러니까 그건 모르겠다니까! 하지만 자칫하면 이 세상이 끝나 버릴 만한 걸지도 몰라…

린타로 : 뭣이!? 그 정도란 말인가!?

크리스 : 으… 안 돼! 그 다음 경우는 무서워서,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으응,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

- 두 손으로 자기 어깨를 감싸쥐고, 크리스는 떨고 있었다. 그 기운찬 크리스가 이 정도까지 두려워하다니. 보통 일은 아니란 거다.

마유리 : 으음, 혹시나 그것도 마유시— 때문이야—?

이타루 : 아— 아니, 어느 쪽이냐 하면, 놔 둔 하드디스크를 사용한 내 탓일지도…

크리스 : 지금 와서 누구 잘못이라든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런 것보다, 그 14호기를 회수하는 게 우선이야!

이타루 : 확실히 마키세씨 말이 맞음둥. 어쨌든 마유씨가 가젯을 팔았다는 사람하고 연락을 취해서 14호기만 돌려달라고 하는 게 좋겠음둥.

크리스 : 그래. 저기 마유리. 그 점장님한테 연락해 줄래?

마유리 : 으음—

이타루 : 왜 그럼둥 마유씨. 연락, 취할 수 있지?

마유리 : 으음— 그게, 잘 모르는데…

크리스 : 뭐!? 연락처… 몰라?

이타루 : 그럼 그 가게는!? 어디 있음둥?

마유시 : 저기 저기, 그 사람은 메이퀸에 가끔 오는 손님이야. 그래서 아마 아키하바라에 있는 가게라고는 생각하는데, 어디 있는 뭐라는 가게인지는 잘 몰라요.

크리스 : 이 무슨 일이람…

- 크리스는 문자 그대로 머리를 감싸쥐고 지금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했다. 그건 그렇고, 설마 매각한 상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다니, 과연이랄까 뭐랄까. 하지만 아마도 마유리는 마유리 대로 그 점장님이라는 사람의 인품이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젯을 팔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마유리는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본질적으로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 누가 뭐래도, 이렇게 랩멤버 넘버 002로서 날 따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증거이다.

크리스 : 어, 어쨌든 여기서 고민하고 있어도 해결되는 건 없어. 난 그 가게를 찾아 보겠어!

이타루 : 그런 거라면 나도 돕겠슴둥.

크리스 : 하시다… 괜찮아?

이타루 : 괜찮든 말든 간에, 찾아내지 못하면 위험한 거잖어?

크리스 : 그건… 뭐, 확실히 상당히 위험하지.

이타루 : 그럼 해 볼 수밖에 없잖슴. 아키바 가게라면 내 쪽이 더 잘 알고 있고.

마유리 : 저기, 마유시—도 도울게. 왜냐면 애초에 마유시— 잘못이기도 하니까…

크리스 : 마유리…

린타로 : 훗— 쿡쿡쿡쿡쿡. 우습군 그래…

이타루 : 왜 그럼둥 오카린? 갑자기 웃고 말야.

린타로 : 안 웃고 배기겠냐, 이봐, 크리스티나.

크리스 : 뭐, 뭐야, 오카베? 뭐가 웃기단 거야?

- 크리스가 뭔가 더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나 난 그걸 한 손으로 막고서 말을 이었다.

린타로 : 알겠나? 몇 번을 말해도 너희가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가르쳐 주마! 이 미래 가젯 연구소의 목적은 뭐냐!?

마유리 : 으음, 가젯을 만들면서 모두 함께 노는 거?

린타로 : 아냐, 그런 게 아니다!

- 랄까, 이전에 통이가 했던 말하고 똑같은 소릴 하다니. 역시 여기선 다시 한 번 인식을 고칠 필요가 있군.

린타로 : 알겠나? 우리 미래 가젯 연구소의 목적은, 만들어 낸 가젯을 써서 세계의 지배 구조를 뒤엎고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지? 크리스티나 말에 따르면 14호기에 의해 온 세상에 미증유의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하는군… 생각해 봐라! 그거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세계의 혼돈! 당황할 필요는 아무 것도 없잖는가! 후하하하하!

이타루 : 이봐 잠깐, 그러면 오카린은 설마, 이대로 내버려 둬도 된다는 것임까?

린타로 : 아무도 그런 이야긴 안 했다.

이타루 : 하지만, 지금 방금—

린타로 : 허나 그렇지만!!

- 나는 뭔가 더 말하려 하는 통이의 말을 끊고서 큰 소리로 말했다.

린타로 : 그렇지만!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 그리고, 말이지. 이 호오인 쿄마가 바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손으로” 세계를 혼돈에 빠뜨리는 것! 제 3자의 손에 의해 우발적으로 초래되는 혼돈 같은 것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따라서—! 14호기가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세계의 종언은 이 내게 있어서 오히려 유리한 사태는 아니라 하겠다! 따라서 호오인 쿄마는 여기서 명령하겠다! 이제부터 미래 가젯 14호기의 회수에 총력을 다한다!

이타루 : ……

마유리 : ……

- 아무래도 모두 다 내 역설에 할 말을 잊은 모양이었다.

크리스 : 흐음— 어쩐지 이제 알 것 같아…

린타로 : 뭐, 뭐야? 알 것 같다니, 무슨 소리지?

크리스 : 오카베 말야,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솔직하지 못한 성격이구나.

이타루 : 그렇지— 일일이 필요 없는 프로세스를 넣지 말고 그대로 그럼 모두 다 찾아보자 라고 하면 될 텐데.

린타로 : 무,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난 단지 랩멤버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말한 것뿐이지, 솔직하다거나 그렇지 않다는 것하곤 관계 없어!

크리스 : 것 봐, 그런 게 솔직하지 않다는 거야.

마유리 : 응. 그치만 그게 오카린의 장점이거든. 크리스도 이해한 것 같아서 기뻐요.

크리스 : 그래, 장점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계속 함께 행동했더니 점점 사고 패턴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이타루 : 오? 혹시나 12호기의 효과가 나타난 걸지도? 라는 건 이제 해제된다는 플래그가 선 것임?

린타로 : 흐, 흥! 네 녀석 따위가…

크리스 : 어차피 나 따위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라고 말하려고 했지?

린타로 : 으윽—!

이타루 : 아, 딱 맞춘 모양임미. 이거 정말로 12호기가 효과가 있는 걸지도 몰겠네.

린타로 : 돼, 됐으니까, 이봐들! 쓸데 없는 소리 말고, 14호기를 찾자!

- 큰일이 났다는 것 치고는 어쩐지 긴장감이 없는 분위기를 걷어내고, 우리는 각자 팀을 나누어 13호기 겸 14호기 탐색을 행하기로 하였다.



- 팀을 나누어, 라고는 했지만 나하고 크리스는 멀리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연계 행동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방금 이야기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우리 두 사람의 연계가 좋아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일지 모르겠다.

린타로 : 그럼 갈까.

크리스 : 응, 가자.

- 바로 이렇게, 어디에 갈지 말하지 않아도—

린타로 : 으아악!!

크리스 : 꺄아악!!

- 완전히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전진했다.

크리스 : 잠깐만! 어디로 가려는 거야!?

린타로 : 너야말로 내 사고방식을 알게 되었다면, 어느 쪽으로 갈 건지 정도는 알 거잖나!

크리스 : 전언 철회. 당신의 중이병으로 가득 찬 머릿속 따윈 전혀 이해 못 하겠어!

린타로 : 으으으.

- 역시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페이리스 : 잡화점 점장님 말이냥?

린타로 : 그래. 마유리가 가젯을 팔기로 약속한 상대로, 여기 손님이라고 하던데. 짐작가는 게 없어?

페이리스 : 아— 그러고 보니 마유시—가 그런 이야길 한 적이 있다냥.

린타로 : 어디 가게 사람인지 알고 있나?

페이리스 : 음— 단골 손님이라면 알겠는데, 그 손님은 최근에 몇 번 온 정도라서 페이리스는 그다지 잘 모른다냐옹.

크리스 : 그래요…

린타로 : 그럼 인상은? 어떤 느낌인 사람이지?

페이리스 : 으음— …그렇구냥, 키는…

린타로 : 키는?

페이리스 :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체격은…

크리스 : 체격은?

페이리스 : 살찐 것도 아니고, 마른 것도 아니고… 말하자면 아주 보통 정도일까냥~? 응,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느낌의 사람이었다냐옹.

- 특징은 이렇다 할 게 없다, 인가. 이거 곤란하게 되었군. 적어도 뭔가 단서라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페이리스 : 아, 그치만!

린타로 : 뭐지!? 뭔가 중요한 특징이라도 있었나? 가슴에 일곱개의 상처가 있다든가!?

페이리스 : 으응, 그런 건 아니다냐옹. 그냥, 나쁜 사람은 아니게 보인다고 생각했다냥!

린타로 : 그런가…

- 그런 건 그다지 대단한 단서가 되지 못한다.

페이리스 : 그치만, 어쩐 건가냥, 갑자기? 그 손님이 뭐라도 했냐옹?

크리스 : 실은 할 수 있으면 어떻게든 연락을 취하고 싶어요.

- 우리는 일련의 사건을 페이리스에게 설명했다.

페이리스 : 그렇구냥. 큰일이 난다고…

린타로 : 그래. 그런 거지. 그러니까 만일 그 손님이 오면 곧바로 우리한테 연락해 줄 수 있겠어?

페이리스 : 알겠다냥!

크리스 : 곤란하게 됐네.

- 시작부터 막다른 골목이었다. 마유리는 그렇다 쳐도, 페이리스라면 뭔가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결과는 전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가장 기대했던 메이퀸에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게 되자,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린타로 : 어쩔 수 없지. 아키바의 가게를 이 잡듯이 뒤지는 수밖에 없겠군.

- 단 이 경우에도, 알고 있는 건 아키바에 있는 가게, 라는 것뿐이며 달리 단서가 있는 건 아니다.

크리스 : 효율은 나쁘지만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겠네.

린타로 : 뭐, 우리 가젯을 재미있다고 하면서 사 간 가게지. 의외로 빨리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

- 아마도 상당히 좋은 취향의 가게겠지.

크리스 : 그렇겠네. 틀림없이 수상한 가게라고 생각하거든.

- …역시 이 녀석하곤 영원히 서로 이해할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 결국 나하고 크리스는 늦게까지 아키바의 잡화점을 돌아봤지만 마유리가 가젯을 팔았다고 하는 가게는 발견하지 못했다.

린타로 : 그런가, 알겠다. 그래, 내일도 부탁해.

크리스 : 역시 발견 못 한 건가…

린타로 : 그래.

- 전화는 통이한테서 온 것이었다. 하지만 내 반응을 봐서도 알겠지만 역시 예의 가게는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뭐, 이 시간까지 연락이 없었던 걸로 봐서 예상했던 거긴 하다.

크리스 : ……

- 크리스 녀석은 여기에 돌아오고나서부턴 계속 이런 상태다.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건 알겠지만, 걱정한다고 해도 날이 밝기 전까진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데 말이지. 게다가, 내겐 한 가지 더 큰 문제가 눈앞에 있었다.

린타로 : 하나 묻겠는데 크리스티나여. 어째서 우리 저녁밥이 이거지?

- 눈앞의 테이블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빈 용기가 놓여있다. 뜨거운 물을 붓고서 3분 내지 5분 기다리면 완성되는 그것의 잔해다.

크리스 : 어째서라니… 당신도 살 때 아무런 불평 안 했잖아.

린타로 : 그건 야식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애당초 이런 호텔에 묵고 있는 주제에 어째서 저녁이 컵라면인 거냐. 선택지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로 있을 수 있잖나.

크리스 : 뭐? 그럼 오카베가 사 줄 거야?

린타로 : 바보 소리 마라. 어째서 내가 갑칠인 네 저녁을 사줘야 한다는 거냐! 본래 이럴 때엔 돈 있는 쪽이 사는 게 상식이지.

크리스 : 그거야말로 농담이시겠지. 오히려 여기서 재워 주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당신이 내도 되는 거잖아? 그리고 갑칠이라고 하지 마.

린타로 : 난 별달리 여기서 묵고 싶어서 묵고 있는 게 아니지.

- 이제 말할 필요도 없는 거긴 하지만, 이 대화가 시작된 직후부터 우리는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린타로 : 뭐 좋아. 다 먹었다면 샤워 좀 하겠어.

- 나는 일어서서 그대로 크리스의 손을 잡아 끌고 샤워실로 향하려 했다.

크리스 : 잠깐!

린타로 : 뭐야?

크리스 : 누가 여기 샤워실을 써도 좋댔어.

린타로 : 아무도 그런 말은 안 했지만, 달리 샤워할 데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크리스 : 농담 마. 랩에도 샤워실은 있잖아? 그러면 거길 쓰면 되잖아.

린타로 : 어쩔 수 없잖나. 쓰려고 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구. 그런 관계로, 좀 쓰겠다.

크리스 : 난 오케이 하지 않았어.

린타로 : 아무래도 허락해 줄 수 없다는 거냐?

크리스 : 아무래도 허락해 줄 수 없어.

린타로 : 그런가…

-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다. 이런 이야긴 하고 싶지 않았지만 별 수 없지.

린타로 : 말해 두겠는데, 난 어제도 그저께도 목욕을 하지 못했어! 꽤나 냄새가 날 텐데, 넌 그래도 괜찮단 거냐?

크리스 : 윽…

린타로 : 오늘도 하루 종일 움직인 탓에 땀을 꽤 흘렸지. 상당히 발효가 진행되고 있을 텐데 말야. 거기다가 잘 알고 있을 테지만 우리는 서로 1미터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운명이지. 그래도 넌 괜찮다는 거지? 이 냄새와 함께, 내일 아침까지 침식을 함께 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거지? 그럼 나도 현 상황을 감수하며, 내일 랩에 갈 때까지 참도록 하지…

크리스 : 아— 정말! 알겠어! 알겠다구! 그 대신, 나올 때 제대로 증기 소독 하도록 해!

- 난 바퀴벌레 같은 수준인 건가… 뭐 좋아. 솔직히 말해 오늘 하루는 상당히 불쾌했기 때문에 샤워를 하게 되면 조금 상쾌해지겠지.

린타로 : 그건 그렇고 조수 너 말야, 방금 전까진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으면서 꽤나 힘이 넘치잖아.

크리스 : 당신하고 이야길 하고 있으면 심각하게 있는 게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말야.

린타로 : 그것 참 고맙군.

크리스 : 뭐가 고마워. 애당초 오카베는…… 어라?

- 뭔가 말을 하려다 멈췄다.

린타로 : 왜 그래?

크리스 : 저기, 혹시 당신 말야, 내가 침울해 하지 않도록 일부러…

린타로 : ……?

크리스 : …으응, 그럴 리가 없지.

- 결국 이 때 크리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는 채로 대화는 끝났다.

- 어쨌든 이 날은 며칠만에 샤워도 하고, 상쾌하게 잠들 수 있었다. 물론 바닥에서, 그것도 아이마스크를 하고, 였긴 하지만…



- 다음날. 우리는 오전부터 13호기 겸 14호기의 탐색을 행하고서, 저녁이 되어서 일단 랩에 집합하게 되었다.

이타루 : 오카린 쪽은 어땠음둥?

린타로 : 그렇게 묻는 걸 보니 통이 쪽도 못 찾은 모양이로군.

이타루 : 이쪽도, 라는 건 오카린도 못 찾았단 건가.

- 마유리는… 완전히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소파에 앉아 있는 걸 보니, 역시 이쪽도 결과는 시원찮았던 모양이다.

마유리 : 미안해, 오카린. 마유시—가 제대로 물어 보지 않았던 탓에 큰 일이 나 버려서.

린타로 : 몇 번이나 사과하지 마. 별달리 그건 네 탓이 아냐.

마유리 : 그치만…

- 어깨를 더욱 늘어뜨렸다. 어쩔 수 없군…

린타로 : 마유리. 여기 이름은 뭐지? 말해 봐.

마유리 : 응? 여기라니… 랩 말야?

린타로 : 아니지. 알겠어? 여긴 “미래 가젯 연구소”다. 즉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며 활동하는 그런 장소인 거지. 그러니까 언제까지고 지나간 일을 돌아보며 이러쿵저러쿵 하지 마. 알겠어?

마유리 : 오카린…

이타루 : 헤에— 오카린도 가끔은 좋은 소릴 하네염.

린타로 : 무슨 소리냐. 난 항상 좋은 소리밖에 안 해.

크리스 : 라고 하면서, 방금 전까지 과거에 D 메일을 보내려고 하면서 있는 힘껏 지나간 일을 돌아본 주제에 말야—

린타로 : 윽… 그, 그건 어쩔 수 없잖아. 할 수 있다면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건 너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

크리스 : 뭐, 그건 그렇지만.

린타로 : 뭣보다, 생각해 보면 전화렌지(가칭)가 정상으로 기능해 주기만 하면 14호기 분실 트러블 역시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

- 그래, D 메일만 보낼 수 있다면 모든 건… 물론 여기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건, 오늘도 보낼 수 없었다는 거긴 하지만 말이지.

린타로 : 애당초 내 경우엔 과거 일을 후회하는 게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는 것으로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거라 할 수 있겠군. 즉 결과적으로 미래에 이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결코 뒤를 돌아보는 게 아니란 거야.

크리스 : 정말이지. 개똥 철학은 참 대단하셔.

이타루 : 흐음—

마유리 : 음—

- 문득 보니, 어째선지 통이와 마유리가 우리 쪽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크리스 : 뭐, 뭐야?

린타로 : 뭘 보고 있는 거냐, 너희 둘은?

이타루 : 아니, 뭐랄까 오카린하고 마키세씨,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야.

린타로 : 뭣이!?

마유리 : 응. 실은 말야, 마유시—도 말이지, 통이하고 같은 생각을 했어요.

크리스 : 마, 마유리까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린타로 : 그래. 지금 역시 말다툼이라는 점에서 예전하고 아무런 다를 바가 없잖아.

마유리 : 음—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말야, 그치만 뭐랄까, 역시 다른 것 같아요.

크리스 : 다르다니, 그러니까 뭐가 어떻게 다르단 거야?

이타루 : 그게, 뭐랄까. 전에처럼 가시가 돋친 듯한 느낌이 없다고나 할까. 비슷하게 말다툼을 하긴 하지만 어딘가 부드러운 듯한 느낌?

마유리 : 그래 맞아. 마유시—도 그렇다고 하고 싶었어요.

이타루 : 역시 말여,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12호기의 영향이란 게 실제로 있는 거 아님?

린타로 : 뭐, 노, 농담이 아냐. 어째서 내가 조수하고 사이가 좋아지고 있다는 거냐.

크리스 : 마, 말해 두겠는데,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어째서 내가 오카베 따위하고…

이타루 : 그치만 말여. 전기 충격을 맞는 횟수도 확실히 줄어들었잖음?

크리스 : 그건…

- 확실히 손을 잡지 않아도 전류가 흐르는 일은 거의 없게 되긴 했다.

린타로 : 그건 그냥 어느 정도에서 전기 충격이 발동하는지 알게 된 거라서…

마유리 : 그치만 그걸 알게 됐다는 건, 역시 『달링 바보오』의 효과가 나타난 거 아닐까나—?

- 이 녀석들은… 어째서 이렇게 다들 나하고 크리스를 사이 좋게 만들고 싶어하는 거지? 정말이지 의도를 모르겠군. 크리스는 내 조수일 뿐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말이지.

크리스 : 어, 어쨌든, 자! 지금은 14호기를 찾아내야 하니까, 그런 소릴 할 때가 아니잖아?

린타로 : 말 잘 했다!

- 라고는 해도, 어디에 팔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역시 샅샅이 뒤지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이타루 : 그래 맞어. 자칫하면 앞으로 하루 뿐이니까 말야. 정말로 빨리 어떻게든 해야지.

린타로 : 그래.

크리스 : 맞아.

린타로 : 앞으로 하루 뿐이니까 말이지.

크리스 : 앞으로 하루 뿐이지.

- 앞으로 하루라…

린타로 : …응?

크리스 : …어?

- 잠깐 기다려…

린타로 : 어이… 통이. 방금 건 무슨 소리지?

이타루 : 허? 방금 거라니?

린타로 : 방금 말했잖아. 앞으로 하루라고. 그게 무슨 뜻이냐?

이타루 : 무슨 뜻이냐니… 그러니까 타이머가 작동할 때까지란 겅미.

린타로 : 타이, 머…?

크리스 : 자, 잠깐 하시다! 뭐야, 그게! 설명해!

이타루 : 서, 설명이라니, 그러니까 14호기에 붙여 놓은 간이 타이머를 내일 저녁 5시, 즉 거의 24시간 뒤 정도로 설정해 놨다는 이야기… 어라?

린타로 : 그건 즉… 내일 저녁에는…

크리스 : 반드시 14호기가 작동한다는 거야?

- 어이… 뭐야 그게. 그런 소린 한 마디도…

이타루 : 저기… 혹시나 내가 말한 적 없던가?

린타로 & 크리스 : 말한 적 없어! & 말한 적 없어!

이타루 : 아— 그런가. 난 말한 줄 알고 있었음여. 이런이런이런, ㅈㅅ여.

- 그야말로 귀를 의심하게 하는 소리였다. 아니, 애초에 들은 적도 없으니까 일방적으로 의심당한 귀한테도 미안해 질 정도다. 마유리도 그렇고 통이도 그렇고 어째서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계속 잊어먹는 거냐. 건망증에도 정도라는 게 있을 텐데.

이타루 : 야, 약간만 변명을 하자면 말야, 저기, 일단 완성은 해 뒀지만 실제로 움직일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말야, 역시 실험을 해 봐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해서. 그래서 오카린이 생각한 거고 하니까 어차피 나중에 임의의 시간에 자동적으로 방송할 수 있도록 타이머를 달아 줘, 같은 소릴 할 것 같았거든.

- 그건…

린타로 : …확실히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군.

이타루 : 그치?

- 어차피 전파 재킹을 할 거고 하면, 발신하는 영상 속에서 『지금 이 영상을 보고 있는 제군들이라면—』 이라는 식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그럴싸한 대사를 하기 위해서 타이머는 필수적이다. 역시 통이로군. 거기까지 읽고 있었다니, 마이 페이버릿 라이트암(신뢰할 수 있는 오른팔)이라 할 만한 남자다. 하지만 그 칭찬해 마땅한 부분이 이번엔 안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고 말았다.

이타루 : 그런 거고 해서, 양쪽을 한 번에 동작 확인을 하는 편이 간단할 거고 해서 완성된 날에서부터 3일 뒤 17시로 타이머를 세팅해 뒀음둥.

린타로 : 3일 뒤라, 그렇다는 건…

크리스 : 내일 저녁 무렵엔 그 하드디스크 안에 들은 데이터가…

- 아키바 전체의 아날로그 모니터에 흘러나간다는 거다. 물론 정부가 열렬히 지상파 디지털 이행을 부르짖고 있는 오늘날엔, 아날로그 모니터 같은 걸 놔 두는 점포는 그다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당연히 아주 없다는 건 아니다. 가령 이 랩에 놓여 있는 TV 같은 건 아직까지도 아날로그다. 더 추가하자면, 이 아래층에는 아날로그 브라운관 TV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 반지름 10미터 정도의 공간에도 이 정도로 많은 아날로그 모니터가 존재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나 그러한 고물상이 다수 존재하는 아키하바라라는 특수한 지역에서는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아날로그 모니터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이타루 : 아! 그치만 말여, 혹시나 14호기가 실패작이라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말여.

- 당연히 그런 이야긴 아무런 위안도 되지 않는다.

크리스 : 어쩌지, 만일 그게 흘러나가 버리면…

- 크리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방금 전까지도 당연히 어느 정도의 위기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어딘가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내일 14호기가 무조건적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걸 알자, 사태는 한 방에 현실감을 띠게 되었다. 불안감에 눈썹을 찌푸리는 크리스.

- 내게 있어선 마키세 크리스라는 여자는 조수이며, 또한 @채널러라는 속성을 가진 조금 불쌍한 여자다. 그러나 일반인들 입장에서 보면 이 녀석은 약관 17세라는 나이로 미국 학술 잡지 『사이언스』에 논문이 실릴 정도로 뇌과학 연구계의 기대주인 것이다. 당연히 그 머릿속에는 끝모를 지식과 이론에 의한 사고의 결정이 존재할 거라는 사실은,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물론 이 호오인 쿄마에겐 미치지 못하지만, 말이지. 그 크리스의 뇌 안에 구축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비춰지는 것이다. 어제 들었을 때엔 그렇게까지 확 와닿는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지금 이렇게 다시 생각해 보니 역시 그건 엄청난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크리스가 스스로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라고 했을 정도니, 혹시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과학 기술과 이론은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되는 건 아니다. 마음에 문제가 있는 인간에게 악용되는 것도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마유리 : 오카린, 어쩌지?

- 마유리가 불안한 듯이 묻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남은 시강니 적다고 해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린타로 : 어쨌든 이잡듯이 뒤져서 가젯이 있는 장소를 찾아내는 수밖에 없지.

이타루 : 역시 그것밖에 방법이 없겠지.

린타로 : 지금까지 돌아본 곳을 포함하여 다시 한 번 전원 팀을 나누어, 작은 점포나 중고 가게까지 탐색해 보기로 하자. 그리고 루카코나 페이리스, 스즈하하고 모에카한테도 연락해서 탐색을 도와달라고 하지.

게임/슈타인즈_게이트-비익연리의_달링/크리스2_02.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2/01/15 16:56 저자 에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