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슈타인즈_게이트-비익연리의_달링:크리스3_01

크리스 루트 3 : 영겁 회귀의 레조넌스 (1)

- 지침이 내려지자 통이와 마유리는 곧바로 랩을 뛰쳐나갔다. 남아 있는 건 나하고 크리스 두 사람. 크리스는 역시나 안절부절한 모습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린타로 : 우리도 가자.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해결되는 건 없어.

크리스 : 으, 응…

-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움직이는 낌새는 없었다. 항상 잘난 척 입마나 산 주제에, 뭐냐, 이 애매한 태도는—

린타로 : 쿡— 쿡쿡쿡. 꼴 좋군, 크리스티나. 여느 때 같은 위세는 어디 갔나?

크리스 : 뭐… 라고?

린타로 : 고작 세계가 어찌되거나 하는 게 무슨 상관이냐. 자기 연구와 이론이 성과로서 나타나는 건 과학자에게 있어서 바라던 바잖나.

크리스 : 당신 같은 자칭 매드 사이언티스트 취급 마, 바보가.

린타로 : 나는 자칭이 아니다. 자타 공히 인정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호오인 쿄마다!

크리스 : 예이 예이, ㅈㅅ여 ㅈㅅ여.

린타로 : 엇? 이제야 자기가 @채널러라는 걸 인정하는 모양이로군.

크리스 : @채널러인 게 뭐가 나빠.

린타로 : 흥. 그렇게 다시 일어설 힘이 있다면 괜찮겠군.

크리스 : 엇?

린타로 : 여기서 그렇게 낙담하고 있어 봐야 사태가 호전되진 않지.

크리스 : 오카베… 당신 설마…

린타로 : 차, 착각하지 마라! 나는 단지 네 두뇌와 지식이, 어디의 누군지도 모르는 녀석들에게 이용당하는 걸 용납할 수 없는 것뿐이다! 그건 이 랩과, 그리고 이 나를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하니까 말이지!

크리스 : 츤데레로군요. 잘 알겠습니다.

린타로 : 시끄러! 그런 소릴 할 틈이 있으면 얼른 수색해 보자.

크리스 : …그래!

- 드디어 약간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크리스 : 가 볼까.

- 크리스가 왼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린타로 : 가자!

- 힐끗 보고선 걸어나갔다.

크리스 : 잠깐 기다려! 이럴 땐 손을 잡는 게 매너잖아!

- 밖에 나와서 스즈하에게 연락을 하자, 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다른 랩멤버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그럴 새도 없이 스즈하가 자전거를 타고 왔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가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맹렬한 스피드로 접근해 온다 생각했더니, 눈앞에서 옆으로 미끄러지며 급정거했다.

스즈하 : 야호, 무슨 일이야?

린타로 : 서론은 됐고, 실은 말이지…

- 우리는 일련의 사건과 함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스즈하 : 흠흠. 옳거니, 옳거니. 으음… 요는 말이지, 전에 랩에 있었던 장난감을 놔 둔 가게를 찾으면 된다는 거지?

린타로 : 장난감이 아냐, 가젯이다.

스즈하 : 그럼 그 가젯이라는 장난감을 찾으면 되는 거지.

린타로 : …으, 그러니까—

크리스 : 응, 미안하지만 부탁이야.

- 말을 꺼내던 날 손으로 제치며, 크리스가 고개를 숙였다. 확실히 별 일 아닌 걸 가지고 이야기 할 때가 아니었다.

린타로 : 미안하군.

스즈하 :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오늘도 알바는 쉬는 중이라 한가하거든. 그럼 발견하거든 곧바로 연락할게!

- 찾아줬으면 하는 대강의 구역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고 순식간에 달려나갔다.

린타로 : 이럴 때 자전거의 기동력은 고맙군.

크리스 : 응, 그래.

- 우리는 기도하는 듯한 심정으로 스즈하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 다음에 찾아간 곳은 메이퀸이다.

페이리스 : 쿄마.

- 일하는 도중에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찾아와서 다시 한 번 협력을 요청하기로 한 것이다.

페이리스 : 예의 점장님은, 오늘도 안 왔다냐옹.

린타로 : 그런가. 실은 거기에 연관된 건데, 오늘은 부탁이 있어서 왔어.

페이리스 : 부탁?

린타로 : 그래, 실은…

- 사건 전개는 이미 어제 이야기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추가 사항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페이리스 : 옳거냥. 그렇게나 일이 심각해졌단 것은 몰랐다냐옹.

린타로 : 그래서 페이리스도 수색하는 걸 도와줬으면 해.

페이리스 : 음…

크리스 : 물론 바쁜 건 알고 있어. 하지만 할 수 있는 범위라도 좋으니 도와줬으면 고맙겠어.

페이리스 : …알겠다냐옹.

크리스 : 도와줄 거야?

페이리스 : 다름아닌 쿄마하고 크—냥의 부탁이다냐옹! 오늘은 보다시피 일이 있으니 밤이 될 때까지 빠져나갈 수 없지만 내일이라도 좋다면 수색에 협력하겠다냐옹.

크리스 : 고마워, 도와줘서!

페이리스 : 아, 그리고 메이퀸의 단골 손님들한테도 부탁해 보겠다냥.

린타로 : 그래 준다면 고맙지!

페이리스 : 맡겨만 달라냥!

- 일하는 도중에 나왔던 페이리스는 그렇게 말하고서 다시 가게 안으로 사라졌다.

크리스 : 믿음직스럽네.

린타로 : 그래, 그렇군.

- 저 페이리스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부탁하면 틀림없이 거절할 수 있는 손님은 없을 거다. 즉 수색할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든든하고도 고마운 일이다.

- 이제 도움을 청하지 않은 상대는 루카코와 모에카다. 이 두 사람한테는 전화를 해서…

크리스 : 어라? 저기, 오카베. 저기 있는 건…

린타로 : 응?

- 크리스가 가리킨 장소. 거기 있는 건, 빨갛고 하얀 무녀 복장하고—

린타로 : 루카코… 그리고 모에카도 같이 있군.

- 이런 데서, 그것도 두 사람이 함께 뭘 하고 있는 거지?

크리스 : 어쨌든 가 보자!

린타로 : 그래!

- 우리는 두 사람을 놓치지 않도록, 서둘러 다가갔다.

린타로 : 루카코!

루카 : 엇? 아… 오카베씨. 그리고 마키세씨도. 무슨 일인가요?

린타로 : 너희야말로 그런 차림으로 뭘 하는 거냐.

루카 : 엇? 그, 그건 저기…

모에카 : 촬영…

- 루카코의 시선이 모에카의 손가로 향했다. 그 손엔 DSLR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촬영이라니— 설마.

린타로 : 어제 말했던 그거냐! 너, 받아들인 거야?

루카 : 키류씨가 꼭 좀 부탁한다고 밀어붙이셨거든요.

린타로 : 지압사가?

모에카 : ……

- 모에카하고 “밀어 붙인다”라는 단어가 어찌 잘 연결되지 않는데.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 보면, 루카코가 무녀 복장을 입고 있다고 해도 그다지 붕 떠 보이진 않는다. 통행인들 역시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칠 뿐이었다. 이것이 아키하바라라는 장소이다.

크리스 : 오카베, 그런 것보다 빨리 이야기를 해야지.

린타로 : 오, 그렇지!

- 하마터면 또 쓸데 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할 뻔 했다.

린타로 : 두 사람 다 마침 잘 만났어. 실은 너희한테 부탁할 게 있거든.

모에카 : 부탁…?

루카 : 오카베씨가 우리한테… 인가요?

린타로 : 그래.

- 나는 요 30분 동안 이미 3번째가 되는 설명을 두 사람에게 했다.

루카 : 이 세상에 큰 일이 난다고요…

린타로 :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거지.

루카 : 그, 그건 큰일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그 가게를 찾는 것만으로 충분한 건가요?

크리스 : 응. 14호기가 회수되기만 하면 그걸로 해결할 거니까요.

린타로 : 어때? 도와주겠어?

루카 : 무, 물론이에요! 그럼 전 만세교 너머 쪽을 중심으로 찾아볼게요.

린타로 : 음…?

- 메일?

- 받은 편지함
날짜 8/10 17:57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아마 가게를 돌아봐도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편집부에 돌아가서 정보를 모아 볼게. 모에카.

모에카 : ……

린타로 : 알겠다. 그럼 루카코도 지압사도 그 방향으로 부탁해.

크리스 : 고마워요, 두 사람 다.

루카 : 아, 아뇨. 곤란할 땐 서로 돕는 게 당연하니까요.

- 받은 편지함
날짜 8/10 17:59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경우에 따라서는 특종 기사로 다루게 해 줘. 모에카.

- …이럴 때 말이냐.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정도는 대범하게 넘어가 주자.

- 촬영을 중단하고 수색하러 나서 준 루카코, 모에카와 헤어져서, 남겨진 나하고 크리스는 다시 머리를 맞댔다.

린타로 : 이걸로 부탁할 수 있는 사람에겐 모두 부탁했어.

크리스 : 남은 건 우리 차례네.

린타로 : 그렇지. 다시 한 번 모든 가게를 철저하게 뒤지자.

크리스 : 그래, 알겠어!

- 시간은 이미 저녁 6시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키하바라에 있는 점포 대부분은 20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그 동안 2시간으로 할 수 있는 한 많은 가게를 돌아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 뿐이다. 그러나 설령 그 정도라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한 해야만 한다. 나는 크리스와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고서 14호기 수색을 개시했다.

- 그 뒤엔 2시간 동안 계속해서 롤러 작전에 종사했다. 뒷골목에 있는 중고 가게서부터 라디오 센터 안에 있는 부품 가게. 거기다 설마 이런 곳에는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대형 부품 가게에 이르기까지, 가젯이 어디로 갔는지를 찾아보며 다녔다. 그러나 찾으면 찾을수록 우리는 아키하바라라는 장소가 얼마나 두려운 곳인지에 직면하게 되었다. 보통 다른 곳이라면 어떤 가게든지 취급하고 있는 건 대부분 통일되어 있다. 그러나 이 아키하바라라는 곳은 그냥 간단히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곳이다. 예를 들어 랩 아래층에 있는 브라운관 공방처럼 완전히 한 가지 장르에 몰입한 가게도 있는가 하면 재미있는 거라면 뭐든 취급한다는, 그야말로 혼돈을 그림으로 그려낸 듯한 가게도 존재한다. 혹시나 그런 곳에 있는 게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그 가게엔 없겠지— 아니, 역시 혹시 모르니 물어보자. 발견되지 않는다는 초조함이 더욱 그러한 생각을 들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한 번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의혹은 진흙탕 속에 있는 것처럼 끈적거리며 소용돌이쳐, 최종적으로는 메이드 까페나 언더그라운드 계열 아이돌의 라이브 하우스까지 발걸음을 옮기는 식이 되어 버렸다.

- 하지만 당연히 그런 가게에서 가젯을 발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런 성과가 없는 채로, 피로와 실의에 잠긴 밤이 닥쳐왔다.

크리스 : 하아… 잘 먹었습니다.

- 돌아오자마자 교대로 샤워를 하고서 식사를 끝냈다. 컵라면으론 몸이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하여 오늘 저녁밥은 분발해서 편의점 도시락 두 개. 그러나 그 정도로는 뙤약볕 아래서 수색 활동을 한 결과 몸에 축적된 피로를 치유할 수 없었다. 조금 전에 마유리나 통이, 그리고 페이리스나 루카코 등등한테서도 수색 상황에 대한 연락이 있었지만, 이렇게 심신 공히 피곤해져 있다는 시점에서 그 결과는 들을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다.

크리스 : 하아…

- 무릎을 감싸 안고, 얼굴을 파묻듯 앉아 있는 크리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린타로 : 크리스티나. 진정되지 않는 건 알겠지만 그렇게 한숨만 쉬고 있지 마라.

크리스 : 시끄러워!

- 날 노려봤다. 어째서지.

크리스 : 미안… 지금 건 그냥 분풀이였을 뿐이야.

린타로 : …뭐 괜찮아. 누구든 그럴 때는 있지.

크리스 : 응…

린타로 : 어쩔 수 없지. 네게 좋은 이야기를 해 주지. 내 은사님이 해 준 훌륭한 이야기다.

크리스 : 오카베의 은사님? 어떤 이야긴데?

린타로 :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 종료입니다』

크리스 : 안선생님…

린타로 : 역시 @채널러. 반응이 빠르군.

크리스 : 뭐가 은사님의 이야기야. 괜히 기대했잖아.

린타로 : 하지만 의미를 따져 보면 최고로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이야기라 생각하지 않나.

크리스 : 그건…

린타로 :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모든 시간을 다 써서 14호기를 찾아내는 것뿐이다.

- 크리스에게 다짐했다. 그와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다짐했다.

린타로 : 괜찮아. 반드시 찾을 수 있어.

크리스 : 이 세상에 반드시라고 할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아.

린타로 : 아니, 이번 일에 대해선 내가 단언하도록 하지. 반드시 14호기는 찾을 수 있다.

크리스 : 어째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근거도 없이 그런 소리 마.

린타로 : 근거라면 있지. 알고 싶나?

- 크리스는 입을 다문 채 쳐다보고 있었다. 계속해 보란 거겠지.

린타로 : 그런가, 그럼 가르쳐 주마. 왜냐하면 이번 건은 우리 미래 가젯 연구소에 이름을 올린 랩멤버 전원이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 : 뭐야 그게. 전혀 근거가 아닌데.

린타로 : 충분히 근거가 돼. 내가 인정한 랩멤버들이 힘을 빌려주고 있다구. 반드시 어떻게든 될 거야.

크리스 : ……

- 크리스는 시종일관 아래를 향하고 있던 얼굴을, 드디어 약간 들어올렸다. 그거면 충분해. 크리스티나에게 침울한 표정 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다. 이 녀석한텐 언제나 좀 건방진 듯 화난 듯한 정도가 딱 알맞으니까.

린타로 : 그럼, 내일도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하니까 말야. 오늘은 슬슬 자고 체력 회복에 힘쓰자구.

- 나는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놨던 아이마스크를 들고 일어섰다. 그렇게 열심히 지킬 필요도 없고, 실제로 일어났을 때 보면 완전히 벗겨져 있기도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 크리스가 침대에 올라가는 것을 기다렸다, 여느때처럼 지정된 자리— 침대 옆 바닥에 몸을 눕히기 위해 이동했다.

크리스 : 오, 오카베!!

- 딱 자리에 누우려 할 때 크리스가 말했다. 꽤나 큰 목소리였다. …뭔가 화내고 있는 건가?

크리스 : 오, 오늘은… 괜찮아!

- …괜찮아? 무슨 소리지— 하고 생각하고서, 아마도 아이마스크 이야기를 하는가 보군,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뭐 이 정도는 그다지 괴롭지도 않긴 했지만 괜찮다고 한다면 일부러 할 필요는 없지. 난 들고 있던 아이마스크를 침대 옆 나이트 테이블에 두고서, 다시 누우려—

크리스 : 아, 아냐! 그게 아니라—

- 아냐? 아이마스크가 아니란 말인가?

크리스 : 그, 그게! 내일은 하루 종일 걸어다녀야 하니까, 거기선 피로도 안 풀릴 거잖아!? 그러니까—

- 그러니까— 뭐란 말이지? 설마…

크리스 : 그러니까, 저기— 오늘은…

- 아니, 그렇지만 그럴 리가…

크리스 : 오, 오오오, 오늘은, 침대 위에서 자도 괜찮아!!

- 그럴 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침대 위에서 자도 괜찮다… 라고?

린타로 : 아니, 그렇지만 그럴 순 없지.

크리스 : 내, 내가 괜찮다고 하는 거니까 괜찮아!

린타로 : 하지만 이 방 주인은 일단 너고 하니까, 그 주인을 바닥에서 재울 순…

크리스 : 으… 바보! 내가 바닥에서 자겠다는 소린 한 마디도 안 했어!

린타로 : 뭐? 그럼 그렇게 되면 침대 위에서… 어?

- 나하고 크리스, 두 사람이… 라는 건가?

크리스 : 그러니까 그렇다고 하잖아! 랄까, 이런 소리 하게 하지 마, 부끄러우니까!

- 아니, 물론 일순 생각하긴 했다. 생각하긴 했지만 너무나도 있을 수 없는 사태였기 때문에 그 즉시 뇌가 부정했다. 설마 크리스가 스스로 함께 침대에서 자자고 하다니, 누가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겠는가.

크리스 : 차, 착각하지 마! 그냥 침대에서 자는 걸 허가한 것뿐이고, 이상한 짓을 하면 곧바로 신고할 거야!

린타로 : 정말로… 괜찮은, 거냐?

크리스 : 으… 그러니까, 방금 전부터 괜찮다고 했잖아. 몇 번이나 같은 소리 하게 하지 마!

- 저쪽을 돌아보며 말하는가 싶더니, 등을 돌리고 누워 버렸다.

크리스 : ……

린타로 : ……

- 바로 눈앞에 사람 한 명이 자기에 충분한 공간이 비어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이 공간이 생긴 것 때문에, 설령 바닥에서 자려고 해도 1미터 이상 거리가 생겨서 잘래야 잘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결의를 다지고, 크리스의 옆, 빈 공간에 몸을 끼워넣었다.

크리스 : 으…

-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몸이 매트리스에 파묻힌다. 바닥이라도 충분하다, 같은 생각을 했지만 역시 바닥에서 차는 것하곤 천양지차였다. 크리스하고는 등을 서로 맞댄 상태. 어째서일까. 요 며칠간 완전히 익숙해진 거리감. 그것도 등을 맞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긴장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크리스 : ……오카베는, 교활해.

- 꽤나 작은 목소리였다.

린타로 : 교활하다니, 너무하군… 내 어디가 교활하단 거냐?

크리스 : 당신은 말야, 보통 때는 바보같은 주제에 가끔씩 굉장히 힘 있는 이야기를 하곤 해. 그것도 사람이 낙담해 있을 때에만 말야. 그런 게, 교활해.

린타로 : 보통 때 바보라니, 뭐냐 그게. 그리고 난 그냥 내 생각을 말하는 것뿐이다. 뭔가 특별한 말을 한 기억은 없는데.

크리스 :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게 더 교활하단 거야…

- 보통 때라면 서로 결코 입에 담지 않을 말. 그걸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건 역시 12호기가 가져다 준 변화인 걸까. 그렇다고 하면, 통이나 마유리가 했던 말도 그렇게 틀리지 않았다는 걸지도 모르겠군.

크리스 : 저기, 하나 물어봐도 돼?

린타로 : 뭐지?

크리스 : 어째서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14호기를 같이 찾아 주는 거야?

린타로 : 알고 싶나?

크리스 : 응…

- 꽤나 순순한 태도였다.

린타로 : …조수의 실수는, 랩을 대표하는 내 실수이기도 하지. 그리고 말했을 텐데. 네 두뇌는 우리 랩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지, 외부에 유출되어선 안 되는 거니까 말야…

크리스 : …금방 그렇게 말을 흐리네.

린타로 : 별달리 말을 흐리는 게 아냐. 단지 이건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라는 것뿐이다.

크리스 : 그럼 다른 이유는.

린타로 : 알고 싶나?

-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던졌다. 만일 듣고 싶다고 한다면, 그 땐—

크리스 : …역시 관둘래.

린타로 : 그런… 가.

- 난 마음 속 어딘가에서 안심하고 있었다. 만일 그걸 물어본다면, 이제 지금까지와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크리스 : ……

- 갑작스레— 내 손에, 크리스의 손이 겹쳐졌다.

린타로 : 크리스…?

크리스 : 차, 착각하지 마. 별달리 이상한 뜻이 아니니까. 그냥 이러는 편이, 전기 충격 걱정 않고 푹 잘 수 있을 것 같아서야.

린타로 : 그렇… 군.

- 겹쳐진 손을 꽉 잡았다.

크리스 : 응… 잘 자.

린타로 : 그래. 잘 자라…

- 피곤에 지쳐 있던 거겠지. 그 말을 한 몇 분 후엔 등 뒤로 조용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숨소리를 듣고 있는 와중에, 나 역시 천천히 수면 속으로 떨어져 갔다. 왼손에서 크리스 손의 따스함을 느끼며.



- 다음날 아침. 점포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기까지 약간 남은 시간. 나하고 크리스, 그리고 마유리와 통이 네 사람은 한 번 랩으로 모였다.

린타로 : 그렇게 되어 만세교 방면은 루카코, 오챠노미즈 방면은 지압사다. 그리고 쇼와로 쪽은 알바 전사가 수색해 주기로 했다.

마유리 : 페리스는?

린타로 : 페이리스는 안면 있는 모에 연관 가게에 이야기를 해서 정보를 모아 줄 거라고 하는군. 그러므로 우리는 그 이외의 장소를 중점적으로 탐색한다. 알겠지?

- 내 말에 응답하든 세 명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모두 다 믿음직스럽게도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린타로 : 알겠나! 어떻게 해서든 저녁 17시까지 흐니트뵤르그를 찾아 내어 14호기를 확보한다!

마유리 : 흐니트… 뭐?

린타로 : 외우지 못하겠다면 신경 안 써도 된다. 어쨌든 14호기를 확보하는 거다! 알겠지!

이타루 : 오키도키!

마유리 : 예—입!

- 어제의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았을 텐데도 힘이 넘치는 대답과 함께 랩을 나서는 두 사람을, 나하고 크리스는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으로 배웅했다.

린타로 : 그럼 우리도 가자.

크리스 : 응.

- 시간 제한은 앞으로 7시간. 심판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텐노지 : 여어, 오카베잖아!

나에 : 오카린 아저씨, 안녕하세요.

린타로 : 미스터 브라운…

- 밖으로 나오자, 시스터 브라운을 데리고 나온 미스터 브라운과 딱 마주쳤다. 그러고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요 며칠간 미스터 브라운은 딸을 데리고 어딘가 여행을 간다고 했지. 안 좋을 때 마주치는군. 이런 타이밍에 마주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야. 별달리 만나는 것만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지만, 긴장감이 떨어져서 이 다음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건 피하고 싶었다.

텐노지 : 어이, 어때? 내가 없는 동안, 별달리 문제는 없었어?

린타로 : 아, 예. 이렇다 할 건.

- 12호기를 둘러싼 크리스하고의 사건이나, 이번 14호기 사건이든 간에 문제라고 할 만한 건 지나칠 정도로 존재했지만, 직접 미스터 브라운하고 관련될 만한 일은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아무 문제는 없을 거다.

텐노지 : 그런 소릴 하고서, 내가 없는 동안 지금이 기회다 하고 위에서 예의 쾅쾅거리는 소동을 벌인 건 아니겠지?

린타로 : 안 했어요. 하늘에 맹세코, 그런 건 안 했습니다. 그렇지, 크리스티나?

크리스 : 아, 응.

텐노지 : 정말이지? 만일 거짓말이라면 집세 올려버릴 테다.

린타로 : 정말이오! 애당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할 방도가 없었다구!

텐노지 : 뭐? 너 지금 뭐랬냐?

린타로 :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아무 말도 안 했어!

텐노지 : 음—? 뭐 좋아. 어쨌든 내가 돌아오고 했으니, 앞으로도 그런 소동은 벌이지 말라구.

린타로 : 아, 알겠어.

크리스 : 오카베!

- 옆에서 크리스가 날 쿡쿡 찔렀다. 빨리 끝내란 거겠지.

텐노지 : 그럼, 보자. 귀여운 브라운관에 생명을 불어넣기 전에… 맞아! 너, 우리 가게 알바 못 봤냐? 그 계집애, 오늘부터 가게 문 연다고 말해 뒀는데 안 왔잖아. 저기, 오카베. 너, 어디서 보거든 말 좀 전해…

린타로 : 미안하지만 미스터 브라운! 난 지금 당신하고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어!

텐노지 : 뭐어? 쓸데 없는 이야기? 주인집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도 중요한…

린타로 : 어쨌든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 우린 서두르고 있거든! 가자, 크리스티나!

크리스 : 응!

텐노지 : 어, 어이! 오카베, 이 자식, 아직 이야기 안 끝났다구! 그래! 어젯밤에 저기서 나에가, 이봐, 어이…!

- 미스터 브라운이 등 뒤에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 목소리를 뿌리치고 오오히야마 빌딩을 뒤로 했다.

- 미스터 브라운 덕분에 쓸데 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다. 브라운 부녀가 어젯밤에 겪은 일 따윈, 우리하곤 아무런 관계도 없다. 만일 나하고 크리스를 잇고 있는 12호기라는 굴레가 없었다면 조금 더 상대해 줄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두 사람이 한 명인 상태. 조금의 시간도 아까운 상황이다.

크리스 : 어쨌든 찾아보자, 오카베!

린타로 : 그래, 그러자!

- 시간 제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나 하나 점포를 뒤지기로 했다. 크건 작건 상관없이, 모든 점포를 하나하나 돌아본다. 찾는 물건이 있다는 이야기서부터 시작해서 거래했던 날짜, 모양, 용도를 설명하게 되면 고개를 옆으로 젓는 모습이 되돌아오는 작업을, 한결같이 반복했다. 가게에 들어가서부터 꺼내는 대사는 이미 머릿속을 통하지 않아도 멋대로 입 밖으로 나올 정도로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전에 한 번 찾아갔던 가게에도 다시 한 번 가 보았다. 담당자나 점원에 따라서 들여온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는 우리를 기억하고 있어서, 노골적으로 진상이냐는 표정을 짓는 점원도 있었다. 접객 제일주의인 화려한 모에 계열 가게에선 그다지 없는 일이지만, 작은 부품 가게나 전문점 같이 단골이 손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게에선 가끔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가게를 빼놓을 수도 없다. 소규모 빌딩에 위치한 작은 가게 하나하나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물어 보고 다니는 가게 중에는 명백히 성인스러운 가게도 있었다. 크리스를 데리고 그런 가게에 들어가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런 것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점원의 호기심에 가득찬 눈길이나, 아니면 다른 손님의 비난이 담긴 눈길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하나하나 빠뜨리는 데 없이 14호기를 찾으며 돌아다녔다.

- 가게 바깥으로 나오자, 내리쬐는 햇살과 열기 때문에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에어콘이 켜져 있는 가게 안과 뙤약볕이 내리쬐는 바깥을 번갈아 가며 출입하고 있기 때문에 몸 상태에도 영향이 미치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건 함께 행동하고 있는 크리스도 마찬가지 대미지를 입고 있다는 거였다. 아니, 여자 몸이고 하니까 그러한 소모 정도는 나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그런 크리스가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멈춰 선 것은, 이 날 40번째가 되는 가게에서 부정적인 대답을 들은 다음이었다. 시각은 이미 15시가 되어 있었다. 타이머 발동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2시간 이내.

크리스 : 저기, 오카베.

린타로 : 왜 그러지? 혹시 지친 건가?

크리스 : 으응, 그게 아냐.

- 랄까, 그 얼굴은 명백히 피곤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지금 일부러 내가 더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

크리스 : 실은 지금와서 든 생각이긴 한데, 좀 의문점이 생겼어.

린타로 : 의문점? 뭐지, 말해 봐.

크리스 : 그 가게… 마유리가 가젯을 팔았다고 하는 그 가게말인데, 정말로 아키하바라에 있는 가게일까?

린타로 : 뭐?

크리스 : 우리는 그 가게가 이 부근에 있다는 전제로 찾고 있지만, 혹시나 아키하바라에 없는 건지도 몰라. 왜냐면 적은 인원수라곤 해도 이 이틀 동안 이 정도로 찾아도 없었잖아. 적어도 한 번 정도는 그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했을지도 몰라.

린타로 : 하지만 마유리는 아키바에 있는 가게라고—

크리스 : 확실히 그렇게 말했어? 틀림없이?

린타로 : 그건…

- 뭐라고 했더라…

린타로 : 흐음…

- 적어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데다. 아무리 우리 가젯을 취급해 줄 만한 이상한 가게라고 해도, 이 정도로 찾아도 없다는 건 가게가 가져야 할 조건 치고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남몰래 영업하고 있는 가게라는 가능성도 있다. 밖에서 보면 아무리 봐도 사무소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점포라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가능성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설정이 잘못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린타로 : 만약을 위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군.

-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다시 확인하고자 마유리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대기음이 계속되었다. 이야기 하는 중이 아니라면 전화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유리 : 예, 마유시—에요.

린타로 : 마유리냐!?

- 다행이다, 전화를 받았어!

마유리 : 오카린? 왜 그래?

- 여느 때처럼 뚯뚜루를 하지 않는 걸 보면 마유리도 상당히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린타로 : 마유리,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겠어?

마유리 : 확인하고 싶은 거? 그게 뭔데?

린타로 : 네가 말한 그 점장님 가게, 확실히 아키하바라에 있는 거지?

마유리 :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 아마, 라. 이것 참 믿음직스럽지 못한 대답이로군. 뭐, 나도 마유리가 뭐라고 말했는지 떠올리지 못했던 만큼, 다른 사람한테 뭐라고 할 건 못 되지만.

린타로 :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봐. 그 남자는 자기 가게가 있는 장소가 어디라고 했었지? 아키하바라에 있는 가게, 라고 했어?

마유리 : 으, 으음— 그게… 으음—

린타로 : 생각해 내라, 마유리! 그 남자는 뭐라고 했지?

마유리 : 으음… 확실히, 이 근처에서 가게를 하고 있다, 라고 했던 것 같아.

린타로 : 이 근처, 라. 확실히 그렇게 말한 거지?

마유리 : 으, 응…

린타로 : 아키하바라에서, 라고 한 게 아닌 거지?

마유리 : 아마, 그런 것 같아…

린타로 : 그런가, 알겠다. 그럼 계속해서 수색해 줘.

- 전화를 끊고 크리스 쪽을 봤다. 당연히 내 말을 들었을 테지만 만약을 위해 전화 내용을 이야기했다.

크리스 : 그래. 이 근처에서 가게를 하고 있다, 그렇게 말한 거구나.

린타로 : 그래. 그렇다는 건 반드시 아키하바라에 있는 건 아니라는 가능성이 나왔단 거지.

- 이 근처에서 가게를 하고 있다— 이 경우 근처라는 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다. 말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척도에 따라 어디까지를 “가깝다”라고 느끼는가 하는 건 완전히 달라지니까 말이지. 예를 들어, 아키하바라 영역을 생활권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메이퀸에서 “가깝다”라고 했다면 그야말로 바로 근처— 걸어서 몇 분밖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보통 생활권 안이 예를 들어 시부야나 신주쿠인 사람이라면 칸다나 우에노 주변까지가 “가깝다”라는 범위에 들어가 버릴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있어선 그 점장이라는 사람의 발언이 어느 쪽에 포함되는지 판단할 방법이 없다. 즉 아키하바라가 아닐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는 거다. 그렇지만 그럴 경우엔— 아키하바라에 있는 가게를 돌아다니며 찾은 것만으로도 이 정도로 시간이 걸렸다. 여기서 우에노나 칸다까지 범위를 늘리면 아무리 생각해도 남은 2시간 동안에 수색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아니, 그 정도로까지 확장된다면 지금 인원수로는 2시간 정도가 아니라 며칠이 걸려도 모두 다 조사할 수 없을 것이다.

크리스 : ……

- 여기까지 와서 생각지도 못한 오산이 생긴 탓에, 우리는 망연자실하여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남은 시간은 2시간도 안 된다. 가젯을 가져간 가게가 아키하바라에 없다고 한다면 이제 찾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크리스 : 오카베, 전원에게 연락해.

- 크리스가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린타로 : 전원에게? 뭐 하려고.

크리스 : 그치만 더 이상 찾아도 헛수고잖아. 이런 헛된 일을 랩 사람들한테 부탁할 순 없어. 지금 당장 연락해서 찾는 걸 중단하자.

린타로 : 중단… 이라고?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크리스 : 그치만, 아키하바라만이라면 그렇다 쳐도 그 이외의 장소라면 아무래도 찾는 건 불가능하잖아?

-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 그렇지만—

크리스 : 그러면 여기서 순순히 포기하는 편이 나아. 우리는 힘껏 했어. 할 수 있는 데까지 했어. 열심히 했잖아. 그래도 안 된다면 이제…

린타로 : —웃기지 마라!!

크리스 : 엇?

린타로 : 열심히 했다… 고? 그런 건 마지막까지 움직인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크리스 : 오카베…

린타로 : 그리고 열심히 했다고 해도 결과가 따르지 않는 노력 같은 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 전 이렇게나 열심히 했습니다. 있는 힘껏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안 되더군요. 그게 어쨌다는 거냐. 그런 건 단순한 자기 만족에 불과해! 결과가 있어야만 노력도 보답을 받는 법. 결과 없는 노력 따윈 단순한 시간낭비에 불과해. 결과가 있어야 노력도 평가받을 수 있는 거다. 크리스티나, 네겐 실망했어. 과학자인 네가 그런 것도 모르다니…

크리스 : ……

- 크리스는 분노가 담긴, 찌를 듯한 시선을 내게 향했다.

크리스 :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해 봐도 소용 없다는 걸 아는 일은, 해 봐야 헛수고잖아. 결과가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당신도 말했지. 그렇다는 건 결과가 헛수고라는 걸 안 상황에서 지금 관두는 게 뭐가 나빠. 쓸데없는 노력은 헛수고라는 걸 안 시점에서 그만두는 편이, 상처도 덜 입고 끝나는 거잖아!

린타로 : 헛수고인지 아닌진, 아직 몰라!

크리스 : 알아! 아키하바라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 발견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구,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린타로 : 그런 건 해 보기 전엔 몰라! 혹시나 하고 찾아보면 첫 번째 가게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

- 이런 데서 말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다. 그러한 초조함이 더욱 심경을 부채질했다. 이거 위험한데. 이대로 가면 오랜만에 전기 충격이 흐를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이대로 만약 14호기가 작동해서 크리스가 말한 대로 “큰 일”이 벌어진다면, 그 책임은 크리스가 지게 된다. 사회적인 책임이라는 의미로 끝나는 게 아니다.만일 크리스가 뭔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틀림없이 앞으로 계속 마음 속에 죄의식은 남아 있을 것이다. 그것만은—

크리스 : 방금 전부터 일지도 모른다, 일지도 모른다잖아. 결국 아무런 구체적인 방법은 없는 거겠지. 그럼—

린타로 : 아니, 있을 거야. 구체적인 방법은 분명히 있어—

- 아무런 근거도 없었다. 단지 저쪽이 하는 말을 맞받아치기 위해서 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뭔가— 뭔가 방법이 없을까. 놓친 게 있다. 잊어버리고 있는 건—

- 매각했던 가젯은 뭐뭐가 있지? 여태까지 만든 1호기부터 9호기 중에서, 본체가 너무 큰 7호기 『공각기동미채 볼』하고 8호기 『전화렌지(가칭)』 이외에는 모두 매각했었다. 만일 『사이륨 세이버』가 사용되었다면, 그 핏자국을 따라가면— 그건 당연히 무리다. 전제부터 잘못되어 있으니까. 그럼 다른 게 뭐가 있지. 새로 만든 가젯 중에서 매각한 건 9호기부터 11호기다. 그 중에서 뭔가가—

마유리 : 『저기 말야, 루카군. 이 우산이 있으면—』

- 뭔가—

마유리 : 『—이 우산이 있으면, 어디 잊어버리고 와도 괜찮은 거겠지?』

린타로 : ……있었어.

크리스 : 오, 오카베? 갑자기 왜 그래?

린타로 : 있었어, 있었다구. 장소를 알 수 있는 가젯이!

크리스 : 뭐?

린타로 : 미래 가젯 9호기, 호밍 디바(울음바다에 빠진 여신의 귀환)!

크리스 : 아!

- 얼굴을 마주보았다. 지금까지 가라앉아 있던 크리스의 표정에 희망의 빛이 퍼져 간다.

- 나는 즉각 핸드폰을 꺼내서 통이에게 전화했다. 몇 초 정도 되는 대기음조차 초조하게 느껴졌다. 제발 받아라. 빨리!

린타로 : 통이냐?

이타루 : 오카린, 왜 그럼둥? 혹시 찾은 것임?

린타로 : 아니, 그보다 지금 어디 있지? 곧바로 랩으로 돌아올 수 있나?

이타루 : 응? 아, 응, 그럭저럭 가까이 있는데, 근데 왜…

린타로 : 9호기다! 지금 당장 9호기의 동향을 조사해 줄 수 있어!?

게임/슈타인즈_게이트-비익연리의_달링/크리스3_01.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2/01/15 17:59 저자 에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