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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슈타인즈_게이트:00장_프롤로그

프롤로그 : 시작과 끝의 프롤로그

모든 것은 우연이다.

하지만 그 우연은,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던 세계의 의지이기도 했다.

나는 미쳐 있지 않다. 지극히 정상이다.

여기서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며, 결코 중이병 망상 따위가 아니다.

…계기는 무척이나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미래의 거대한 흐름을 결정지어 버릴 수도 있다.

나비 효과라는 말을 알고 있나?

모른다면 조사해 봐라.
그 정도의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이해하도록 해라.

유감스럽게도, 나는 신중하지 못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고 있었다면 “그 녀석”을 잃는 일은 없었을 텐데,

미래를 이런 형태로 만들어 버리지도 않았을 텐데.

하지만,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 순간 자기 손에 인류 모두의 운명을 결정지어 버릴
중요한 터닝 포인트(분기점)의 스위치가 쥐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리가 없다구.

한 번 생각해 봐라.

보통 인간의 지각은 99% 차단되어 있다.
인간은 자기 생각 이상으로 어리석은 생물인 거다.

일상 생활 속에 묻혀버리는 별 거 아닌 일엔 신경도 안 쓰이며,
지각했다 하더라도 곧바로 잊어버리거나, 뇌가 처리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인 거다.

그 당시의 내게 말해 주고 싶다.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고,

경솔한 짓을 하지 말라고,

그냥 보아 넘기는 짓을 하지 말라고,

좀 더 주의를 기울이라고,

음모로 가득찬 마의 손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항상 네가 함정에 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우주에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 무한.
별에도 또한 시작은 있지만 스스로의 힘 때문에 멸망으로 향해 간다 ― 유한.
영지를 가지고 있는 존재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존재라는 것을, 역사에서도 읽을 수 있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는 뭍 세상을 모른다 ― 그들 역시 영지를 얻게 되면, 그들 또한 멸망해 갈 것이다.
인간이 빛의 속도를 넘는 것은, 물고기들이 뭍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보다도 우스운 소리.
이것은 저항하는 자들에 대한, 신이 내려준 최후 통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 저기 저기. 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어?

- 오른쪽 귀에 가져다 댄 핸드폰. 통화구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잡음조차 없다. 완전히 무음. 여름의 강렬한 햇살을 받아서, 뚝 하고 내 턱에서 땀이 한 방울 떨어져 아스팔트에 얼룩을 만들었다.

??? : 오카린? 저기 말야―

- 눈 앞에는 소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말을 걸고 있다. 아무리 봐도 중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티가 나는 얼굴에서는, 이제 곧 적지에 잠입하려 함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핸드폰의 통화구를 손으로 막고서, 나는 소녀를 돌아보고서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좀 조용히 해, 라는 제스처.

??? : 누구하고 통화중이야?

-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핸드폰을 오른쪽 귀로. 전화기 저편에서는 역시나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누가 엿듣게 되면 위험한 대화이니, 저쪽도 신경을 써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거겠지.

린타로 : …아니, 이쪽 이야기다. 문제 없어. 이제부터 회장에 잠입한다.

- 변함없이 상대는 무언. 보고를 듣고 있기만 하는 모양이다. 합리적인 판단이다. 이 자리에서 아무 잡담이나 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

린타로 : 그래. 닥터 나카바치는 새치기할 셈인 것 같다. 그러면 그 생각을 확실하게 들어 봐야겠지. …뭐라고!? “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목소리를 내 봤다. 소녀도 내 반응에 따라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쪽을 계속 보고 있지 말라구. 나는 다시 깊은 한숨을 쉬고서,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약간 고개를 저었다.

린타로 : 그런가. 그게 슈타인즈 게이트(운명석의 문)의 선택인가. 엘 프사이 콩그루.

- 작별 암호를 끝으로, 심각한 표정을 유지하며 핸드폰을 귀에서 뗀 후에 품에 넣었다. 슈타인즈 게이트(운명석의 문). 그것은 말하자면 “신들의 의지” 또는 “운명”과 같은 의미이다. 그 존재를 아는 자는 전 세계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겠지. 자, 그럼 얼른 잠입하기로 할까. 나는 역 바로 옆에 있는 라디오 회관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 적지에 잠입하는 상황이다. 바보처럼 정직하게 정면에서 돌입하는 어리석은 짓을, 나는 저지르지 않는다. 엘레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쓰지 않고, 계단을 써서 가장 높은 8층으로 향한다. 하지만 7층까지 왔을 때 힘이 다했다.

마유리 : 방금 핸드폰으로 누구하고 이야기 한 거야―?

- 내 뒤를 따라오는 소녀― 시이나 마유리가 별로 숨이 찬 기색도 없이 그렇게 물었다. 나는 계단을 다 올라간 후에 무릎에 손을 짚고, 잠깐 쉬었다. 계단으로 올라오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몰라… 너무 힘들잖아… 이마에 난 땀을 손으로 닦으며, 마유리를 돌아봤다.

린타로 : 묻지 마. 그게 마유리를 위해서기도 하니까.

마유리 : 그렇구나. 오카린, 고마워―

- 마유리가 기쁜 듯 미소지었다. 이 녀석은 정말로 말귀를 잘 알아듣는단 말야. 내 입장도 모두 이해해 주고, 깊게 파고들어 오지도 않는다. 그녀는 내 소꿉친구다.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아래― 17살 여고생이라서, 소꿉친구라기 보다는 여동생이라는 입장에 가깝다. 집이 가까워서 옛날부터 자주 돌봐 주곤 했다. 마유리는 슈타인즈 게이트의 열쇠라는 가혹한 숙명을 짊어질 수 있는 소질이 있지 않을까. 예전에 난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언제까지고 보통 사람으로 살아 줬으면 한다. 그게 현재 나의 자그마한 바람이다.

- 8층까지 올라와서 회장에 들어가자, 싸구려스런 무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닥터 나카바치 타임머신 발명 성공 기념 회견이라고 무대에 쓰여 있다.

마유리 : 그보다 오카린, 오카린.

- 오카린이라고 아까 전부터 계속 불리고 있지만 그건 별달리 내 본명도 아니고, 코드네임도 아니다. 나 자신이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별명이다.

린타로 : 마유리여. 항상 말하잖는가. 날 오카린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마유리 : 응―? 하지만 옛날부터 그렇게 불렀잖아?

린타로 : 그건 옛날 이야기지. 지금 내 이름은 “호오인 쿄마”. 전 세계의 비밀 조직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광기의 매드사이언티스트지. 후앗하하하!

마유리 : 그치만, 어려워서 외울 수 없단 말야.

- 어쨌든 호오인 쿄마가 내 진명인 거다.

마유리 : 그리고, 오카베 린타로하고는 한 글자도 안 맞잖아―? 뭔가 이상해. 엣헤헤―

- 으음, 실로 행복한 듯이 웃음지어 주시는구먼. 참고로 오카베 린타로라는 내 본명은, 바보스러운 느낌이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거기서 만든 별명인 “오카린”도 마찬가지로 싫다. 그보다, 오카린이라니. 공중목욕탕에 있는 노란색 통 같잖아.

마유리 : 저기, 오카린. 좀 가르쳐 줬으면 하는데.

- 아무래도 마유리에게 이런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래저래 5년 동안 계속 말해 왔지만 이런 식이라, 반쯤 포기하긴 했지만.

마유리 : 이제부터 여기서, 뭐가 시작되는 거야―?

린타로 : 넌 그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날 따라온 거냐.

마유리 : 응.

- 방긋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는 토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라디오 회관. 그 8층은 이벤트 공간이다.

린타로 : 이제부터 여기서 시작되는 건 닥터 나카바치의 기자 회견이야.

- 닥터 나카바치란 자는 발명가이다. TV 따위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인물로, 특허 수도 나름 가지고 있다. 라곤 해도 일반인의 시각으론 어차피 “괴짜”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지만.

마유리 : 기자회견? 하지만 기자분은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 마유리의 말이 정답이었다. 혹시나 해서 안쪽에 있는 회장을 들여다봤지만, 기자다운 사람이나 카메라 맨인 듯한 사람은 여기엔 한 사람도 없었다. 그 시점에서 기자 회견이 아니라 단순한 발표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회장에 있는 건 나를 포함해서 아무 것도 안 들고서 서 있는 10명 정도 되는 남자들. 그래, 불과 10명. 나카바치의 지명도는 상당한 것일 테고,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니까 좀 더 모여도 괜찮을 텐데.

린타로 : 아니면 “기관”에 의한 무언가의 방해를 받은 건지도 모르겠군.

- 나는 자조하듯 중얼거리고, 일부러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나카바치는 원래― 면식은 없지만― 나와 같은 측에 있는 인간일 터였다. 하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하계로 내려갔다. 이 타이밍을 “기관”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린타로 : 말려드는 건 사양인데 말이지.

- 라곤 해도, 그 자가 무슨 말을 할지에 대해서는 흥미가 있다. 그래서 난 일부러 여름방학 도중에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 여기에 온 것이다. 내가 중얼거린 혼잣말에, 마유리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상당히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유리 : 말려도는 도마뱀? 아, 그거라면 목도리 도마뱀인데 말야. 엣헤헤―

- 나는 한숨을 쉬고 말았다. 혼자서 말장난이라니 참 여유만만이로군. 뭐어, 마유리는 예전부터 이런 식이었지만.

린타로 : 마유리, 조심해. 틀림없이 이 기자회견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

- 말하자마자 일어났다! 이, 이 소린 뭐지!? 전자기파 공격인가!?

- 발밑이 약간 흔들렸다. 확실한 충격. 위에서부터 온 충격이다. 하지만 우리가 있는 8층은 가장 윗층. 여기보다 위라면 옥상밖에 없다.

마유리 : 지진일까나? 진도 2? 마그니튜드 2? 진도하고 마그니튜드는 어떻게 다르더라…

- 고민 많은 소녀는 내버려 두고.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난 회장에서 뛰어나왔다. 출입금지를 무시하고,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뛰어오른다.

- 옥상 문은 어째서인지 열려 있었다. 랄까, 열쇠가 부서져 있었다. 문을 열자, 둘러볼 것도 없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무지개색 인광 같은 것이 반짝이며 공중을 날고 있었다.

린타로 : 폭발… 인가!?

- 폼 잡고서 놀라 봤지만, 뭐야 이거, 진짜로 폭발? 이런, 가슴이 크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두근거린다. 으음, 어, 어째야 할까. 도망치는 게 좋을까? 랄까, 어째서 폭발? 테러? 아니, 그런 건 아닌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내 눈 앞― 옥상의 텅 빈 공간 한 가운데 기묘한 물체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린타로 : 뭐야… 이건?

- 거기엔 수수께끼의 기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상당히 크다. 높이는 3미터 이상 정도 되지 않을까. 이건… 인공위성? 연기나 인광, 그리고 방금 전에 흔들린 원인은 이건가? 이런 걸 누가 여기에 놔뒀지? 그렇지 않으면 나카바치가 준비해 둔 건가? 오늘 회견하고 관계가 있는 건가? 하지만 만일 그렇다고 하면 도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가지고 온 거지? 여기는 8층 빌딩의 옥상인데? 머리 속은 의문 투성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는, 당연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수수께끼의 기기에 가까이 가 볼까 어쩔까 주저하고 있는 도중에 내 뒤를 따르듯 몇 명이― 아마도 라디오 회관의 관계자나, 기자 회견 경비원이겠지― 계단을 올라왔다. 그리고 모두 다 나와 마찬가지로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여자 : 접근하지 말아 주세요!

- 하고, 경비원 중 한 사람이라 생각되는 여자가 양손을 크게 저으며 우리 앞으로 걸어나왔다.

여자 : 기자 회견은 예정대로 시작하겠으니, 잠시만 더 기다려 주세요!

- 뭔가 숨기려 하고 있나? 대응이 이상하게 빠르다. 나를 인공위성 같은 물체에서 떨어뜨려 놓으려 하는 것 같다.

린타로 : 이건 스멜이 나는 걸. 음모의 스멜이. 뭘 숨기려 하는 거지? 방금 전의 폭발은 뭐지?

- 중얼중얼거리며 머리를 굴려 본다. 신경 쓰이는걸… 신경은 쓰이지만 더 이상 접근하는 위험은 피하는 게 좋겠다. 결코 겁먹은 게 아니라구.

- 경비원에게 유도되어 8층으로 돌아온다. 마유리의 모습이 없었다. 이벤트 회장에도 없었다. 찾아보자, 7층 층계참에 있었다.

- 일본에서 PC가 시작된 곳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는 그 옆에, 캡슐토이가 늘어서 있었다. 그것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일단 안심하고서,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린타로 : 나다. 아무래도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 알겠다. 무모한 짓은 안 하겠어. 나도 목숨은 아까우니 말야. 엘 프사이 콩그루.

- 다시 한 번 통신 완료 암호를 읊은 후, 이마에 난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이런, 식은 땀을 상당히 많이 흘렸군. 레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쩌지. 기대 반, 불안 반인 상황이었다. 일단 핸드폰을 집어넣은 후, 다시 마유리를 보았다. 이 녀석은 뭘 하고 있는 거지? 설마하니 캡슐 토이에 푹 빠져 있는 건가? 폭발 소동에 꿈적도 하지 않다니. 엄청난 대인배거나, 엄청난 바보거나 둘 중 하나겠군.

린타로 : 마유리, 뭐 하고 있어?

마유리 : 음―? 저기, 『우―파』가 가지고 싶어서 그래.

- 예상한 대로군… 마유리가 가리킨 캡슐 토이 기계에는 『라이넷 카케루 입체 캐릭터 돌 시리즈』라는 싸구려틱한 이름이 붙어 있었다. 요 근래에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라이넷 카케루』. 스핀오프 시리즈인 카드 게임 『라이넷 액세스 배틀러즈』는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얻어, 세계 규모로 대회가 열리고 있을 정도이다. 참고로 마유리가 말한 『우―파』라는 건, 그 『라이넷 카케루』 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마스코트 격 캐릭터다. 생김새는 달걀 같은 타원형에 손발이 달린 강아지 비슷한 생물, 정도일까나. 요새 흔한 마스코트 캐릭터의 일종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고생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 게 이상할 정도겠지.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기분 나쁜 개구리 캐릭터가 유행한 적이 있었지. 이름은 까먹었지만.

린타로 : 뽑으면 되잖아. 『우―파』가 나올지 어떨지는 보증할 수 없지만.

- 하지만 마유리는 곤란한 듯한 웃음을 짓고만 있었다.

마유리 : 그치만, 마유시―는 지금, 100엔 동전이 다 떨어진 겁니다.

- 마유리는 자기 자신을 “마유시―”라고 한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마유시―” 뒤에 ☆이 붙는 모양이다. 즉 “마유시―☆”. 그야말로 어찌됐든 상관없는 거지만.

마유리 : 그러니까 오카린, 오카린. 100엔만 빌려줄래―?

- 보채듯 내게 손바닥을 내민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이걸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좀 줘”라고 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인가.

린타로 : 어리광 부리지 마, 마유리. 돈은 못 빌려줘. 내가 네게 인생을 가르쳐 주도록 하지.

- 나는 그렇게 말하고, 지갑에서 100엔짜리 동전을 꺼내서 코인 투입구에 넣었다. 그리고 기세 좋게 레버를 돌린다.

마유리 : 아, 아아― …

- 나온 캡슐을 쪼개서 내용물을 꺼냈다. 마유리도 뭐가 나왔나 신경이 쓰이는 듯, 내 손을 훔쳐본다.

마유리 : 앗, 『우―파』잖아. 그것도 메탈. 『메탈 우―파』

린타로 : 그건 레어한 건가?

마유리 : 완전 레어!

- 그 『메탈 우―파』를 힐끔힐끔 보며, 캡슐 토이 앞에서 물러났다. 우리 뒤에서 보고 있던 초딩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애가 이어서 마찬가지로 『라이넷 카케루』의 캡슐 토이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남자아이 : 아, 그냥 『우―파』다…

- 내가 꺼낸 『메탈 우―파』를 원망스레 쳐다본다. 내 옆에선 마유리가 눈을 빛내고 있다. 어이 여고생. 초딩 남자애하고 같은 수준이잖아…

린타로 : 흠, 그럼 마유리한테 주도록 하지.

- 확실히 말해 전혀 흥미가 없었다. 마유리의 손에 『메탈 우―파』를 쥐어 준다.

마유리 : 정말―? 괜찮아? 오카린.

린타로 : 호오인 쿄마다.

마유리 : 엣헤헤― 고마워― 오카린♪

린타로 : ……

- 설마 일부러 거기만 무시하고 있는 거 아닌가?

사회자 : ―오늘은 닥터 나카바치의 타임머신 발명 성공 기념 회견에 모여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윗층에서부터 어렴풋이 그런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린타로 : 아무래도 시작하는 모양이군.

- 8층으로 향한다. 하지만 마유리는 따라오지 않는다.

린타로 : 가자, 마유리.

마유리 : 음― 잠깐만 기다려 줘. 이름을 써야지.

- 아무래도 『메탈 우―파』에 푹 빠진 모양이다.

사회자 : 그럼, 조속 등장해 주십시오. 발명가, 닥터 나카바치입니다! 여러분, 성대한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 드문드문한 소리― 랄까 정말 몇 사람밖에 안 되는 박수와 함께, 나카바치가 나타났다. 회견장 안쪽에 설치된 단상으로 향한다. 벌써부터 상당히 찌푸려진 표정이다. 기분이 안 좋다고 온 몸에서 외치는 듯한 태도였다.

나카바치 : 닥터 나카바치다. 잘 부탁하네. 그럼, 여기에 모인 제군들에게 인류 역사에 남을 세기의 대발명, 타임머신에 대한 이론을 가르쳐 주도록 하지.

마유리 : 타임머신? 저 사람이 만든 거야―?

- 『메탈 우―파』에 이름을 다 쓰고 온 듯한 마유리가, 이제서야 그런 걸 물어보는 것이었다. 나카바치는 마이크를 한 손에 들고 자신 만만한 태도를 내뿜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청중은 나를 포함해 기껏해야 20명 정도다. 방금 전보다 조금 더 늘어났다. 하지만 역시나 기자나 카메라맨 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세상 사람들이 가진 닥터 나카바치에 대한 주목도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괴짜 발명가가 “타임머신을 발명했다”고 발표해 봤자, 세상 사람들은 “무슨 소릴 하는 거냐”면서 비웃을 뿐. 나도 이 남자의 이야기에 흥미는 있었지만 그다지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건 닥터 나카바치가 타임머신의 이론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실망이 되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분노로 바뀌었다.

린타로 : 다아아아악터어어어어!

- 기자 회견 중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린타로 : 바보 같은 소리에도 정도가 있지!

나카바치 : 누구냐, 넌!?

린타로 : 내가 누구인지는 상관없어! 그보다 방금 네가 말한 타임머신 이론은 도대체 뭐야!? 존 티토를 그대로 베낀 거잖아! 네가 그러고도 발명가냐!

나카바치 : 누, 누가 저 남자를 끌어내라.

린타로 : 끌려나가야 하는 건 너야, 닥터! 부끄러운 줄 알아라! 결단코, 넌 발명가라 할 자격이 없어!

나카바치 : 시끄러, 닥쳐라! 건방진 애송이가!

- 그때 뒤에서 내 손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날 끌어내려는 경비원인가 하고서 눈에 힘을 주고 기세 좋게 뒤돌아봤다.

린타로 : 놔, 라… 으응?

??? : ……

- 나하고 같은 나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덤벼들 듯한 싸늘한 눈초리. 정면에서, 겁도 없이 쏘아붙여 오는 그 시선에 난 기가 죽고 말았다. 이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전에, 어디서지…?

린타로 : 아…

- 마키세 크리스다. 만난 적은 없지만 얼굴은 알고 있다. 며칠 전, 내 친구인 통이― 하시다 이타루가 잡지를 보여줬다. 거기 기사에 “천재소녀가 아키바하바라에서 강연”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금년 봄에 불과 17세로 미국 대학을 월반해서 졸업하고, 연구 논문이 무려 미국의 학술 잡지 『사이언스』에 실렸다고 했었다. 기사에 마키세 크리스라고 소개된 천재 소녀. 게재된 사진에 찍혀 있던 얼굴이, 지금 눈앞에 있는 이 건방져 보이는 여자였다. 그 사진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불쾌함을 드러낸 얼굴이었던 것이 인상에 남아 있었다. 그런 천재가, 어째서 내게 말을 건 거지?

크리스 : 잠깐 이쪽으로 와 주시겠어요.

- 험악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주위에 재빨리 시선을 향하며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걸어 왔다. 뭐지, 이 태도는. 마키세 크리스가 회장 경비를 하고 있다곤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닥터 나카바치의 관계자일 리도 없다. 그렇다면… 설마…!

린타로 : 네, 네놈은 “기관”의 인간이냐!?

크리스 : 하아?

린타로 : 큭, 설마 여기까지 손을 뻗칠 줄이야… 내가 이런 실수를.

크리스 : 웃기는 소리 말고 잠깐만 와 주세요.

린타로 : ……

- 일단은 닥치고 따르기로 했다. 지금 나는 닥터 나카바치에게 싸움을 걸어서 명백히 주목을 받고 있었다. 랄까, 나카바치가 날 굉장한 기세로 째려보고 있기도 하지만. 나 같은 청년에게 지적을 당해서 분한 거겠지. 어쨌든 더 이상 주목 받는 건 좋지 않다. 난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기관”에게 쫓기는 몸이다. 이대로 있으면 위험한 사태로 빠져들 듯한 예감이 든다. 마유리나 주위 청중을 그런 사태에 말려들게 할 순 없었다. 마키세 크리스는 얌전해진 내 손을 잡아 끌고 회장 밖으로 나왔다.

린타로 : 여기서 내가 무슨 짓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 들킬 거다. 그럼 네놈도 여러 가지로 위험할 텐데.

크리스 : 여러 가지가 뭔가요. 엄하게시리.

- 그러고선 노려봤다. 상당한 박력. 단정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조금도 귀엽지 않았다. 냉혹무비한 미소녀 에이전트인가… 파란의 예감이 들었지만, 왠지 내 마음은 들떠 있었다. 역시 난 혼돈을 좋아하는 모양이군, 쿡쿡쿡.

크리스 : 전 당신한테 듣고 싶은 게 있을 뿐이에요.

린타로 : 거기에 답할 의무는 없다. “기관”의 방식은 알고 있으니까.

크리스 : 그러니까 “기관”이란 게 뭐죠?

- 그 질문은 무시한 채 핸드폰을 꺼내 들어 귀로 가져갔다.

린타로 : 나다. “기관”의 에이전트에게 붙잡혔다. …그래, 마키세 크리스다. 그 여자를 주의해라… 아니, 문제는 없어. 여기선 어떻게든 빠져나가―

크리스 : …..

- 갑자기 크리스는 내 핸드폰을 낚아챘다. 엄청난 손놀림이었다. 너무나도 화려한 기습 공격이었기 때문에 난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

린타로 : 큭, 무슨 짓이냐!

크리스 : 어라? 이 핸드폰, 전원이 꺼져 있네.

린타로 : ……

크리스 : …누구하고 이야기하고 있던 건가요?

- 탐색하는 듯한 시선이 다가오자, 나는 황급히 눈을 돌렸다. 이 녀석… 꽤 하는 걸. 내 아이덴티티를 혼란시켜 정신 붕괴를 유도할 셈인가. 정신차려. 난 이 정도로 동요하지 않아!

린타로 : 네, 네놈에게 대답해 줄 의무는 없지만 일단은 가르쳐 주지. 그건 나 이외의 사람이 만지면 자동적으로 전원이 꺼지는 특별한 핸드폰이닷. 후하하하!

- 그런 특별한 걸 가지고 있는 것도 모두 기밀 보호를 위하여. 가로채듯 핸드폰을 되찾은 후, 나는 이마에 난 식은땀을 닦았다. 훗, 큰일 날 뻔 했군.

크리스 : …그래요. 혼잣말이었군요.

린타로 : …윽.

- 이런. 마키세 크리스는 천재소녀라 하는 만큼 간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내게 정신적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큭, 여기선 일단 전략적 철수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군. 어떻게든 빈틈을 만들어야…! 그때 표정을 굳힌 크리스가 갑자기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근접한 거리에서 그 반짝반짝하는 커다른 눈동자가 정면에서 나를 바라본다. 이 얼마나 강한 의지에 가득 차서 빛나는 눈이란 말인가. 나는 무심결에 빤히 바라보고 말았다. 이 정도로 곧바르고 순수한 눈동자를 가진 자가, 정말로 “기관”의 에이전트란 말인가…?

크리스 : 방금 전에 저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건가요?

- …방금 전?

린타로 : 방금 전이라는 건 언제 이야기지?

크리스 : 한 15분쯤 전이요. 회견이 시작되기 전에.

- 이 무슨 바보 같은. 내가 이 녀석하고 만난 건 지금이 처음인데. 15분 전에는 마유리하고 『우―파』의 캡슐 토이 앞에서 법석을 떨고 있었다.

크리스 : 제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죠? 정말로 슬픈 듯한 표정을 하고서.

- 함정인가? 그야말로 지저분한 “기관”의 수법인 것도 같은데. 하지만 이 소녀가 그런 수법을 쓰는 사람인 걸까.

크리스 : 마치 그대로 울어 버릴 것 같이, 정말로 괴로운 것 같았어요. …어째서죠? 제가 전에 당신하고 만난 적이 있나요?

- 마키세 크리스는 농담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지만 난 이 여자의 정체를 알 수 없다. 그래, 얼굴에 속지 마라! 이 녀석은 냉혹무비한 에이전트.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진다…!

크리스 : 그러고 보니 어째서 제 이름을 알고 있는 건가요?

린타로 : 난 뭐든지 다 꿰뚫어 보거든.

- 누가 뭐래도 난 매드 사이언티스트니까.

린타로 : 천재 소녀여. 다음에 만날 땐 서로 적이 되겠구나!

크리스 : 하아…?

린타로 : 작별이다, 후하하하!

- 나는 그 자리에서 180도 유턴을 한 뒤, 상쾌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마키세 크리스가 부르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지만, 적이 하는 말을 들을 순 없는 거였다.

린타로 : 기, “기관” 놈들, 저 정도의 에이전트를 보내 올 줄은, 드디어 진심으로 날 상대할 모양이군…!

- 한 번에 4층까지 뛰어내려와서 뒤를 돌아보고, 마키세 크리스가 쫓아오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은 후에 나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심호흡을 했다.

린타로 : 하, 하지만, 난 아직 놈들에게 잡힐 순 없어…

-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당초 목적이었던 닥터 나카바치의 회견 내용은 단순히 베낀 것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다. 그런 내게 회장에 돌아갈 의미는, 이미 없다. 얼른 돌아가자. 그게 가장 좋은 선택이다. 거기서 문득, 중요한 무언가를 잊어버린 걸 눈치챘다. 음, 그게 뭐였더라 하고 생각해 본다.

린타로 : 칫! 마유리를 놓고 왔군…!

- 걸리적거리는 녀석 같으니.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그 녀석의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방심한 것 같군. 일단 핸드폰으로 전화해 보자. 경우에 따라선 여기로 불러 오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내 핸드폰을 꺼냈다. 전원을 넣는다. 그러자 곧장 착신음이 울렸다.

린타로 : 음…? 메일인가?

- 7/28 12:26. from: [email protected]

- 이건 일반적인 메일이 아니라 동영상이 첨부된 무비 메일이다. 보낸 사람은 본 적 없는 주소. 수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동영상을 재생해 본다.

린타로 : …?

- 노이즈 같은 소리와 영상이 계속해서 흘러나올 뿐이었다. 설마 장난질인가? 아니면 마키세 크리스가 하는 무언가의 공격인가? 이 노이즈는 사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괴음파라든가. …아니, 그 여자한테 주소를 가르쳐 준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건 기분 탓이겠지. 생각 없이 재생해 버린 게 멍청했다고 느껴져 혀를 찼다. 그보다 이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무비 메일의 재생을 중단하고, 주소록에서 마유리의 핸드폰을 불러냈다.

린타로 : 큭, 마유리. 어째서 받지 않는 거지.

- 이렇게 된 이상 회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기서 다시 마키세 크리스하고 마주치면 귀찮아진다.

린타로 : 핫, 설마 마키세 크리스, 마유리를 납치한 건가…! 이 노옴, 그게 “기관”의 수법인가…!

- 마유리를 두고 간다는 선택지는, 내겐 없었다. 과보호라고 생각하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여동생 같은 존재는 놓아 뒤면 멋대로 설렁설렁 어디론가 거 버리고 말 것 같은 위태로움이 있다. 어디론가는 말 그대로, 여기가 아닌 어딘가. 옛날부터 마유리는 그런 구석이 있었다. …내가 호오인 쿄마가 된 것도, 그런 마유리의 “위태로움”이 원인이기도 했다.

린타로 : 돌아갈 수밖에 없나…

- 또다시 8층까지 계단을 올라갈 생각을 하니, 기운이 빠졌다.

- 회장으로 돌아오자, 닥터 나카바치의 회견이 막 끝난 참이었다. 단상에는 아무도 없고, 이미 사이비 발명가는 퇴석한 뒤였다. 20명 정도 있던 청중도 슬슬 돌아갈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마유리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회장 구석에서 혼자서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납치된 건 아닌 모양이었다. 가까이에 마키세 크리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었다.

린타로 : 큭큭큭, 그 여자, 나한테 겁먹은 건가. 좋아. 오늘은 봐 주도록 하지.

- 이런 식으로 주위를 경계하며 마유리한테로 다가갔다.

린타로 : 마유리, 왜 전화를 받지 않은 거야. 슬슬 돌아가자.

마유리 : 아, 오카린. 『메탈 우―파』가 없어져 버렸어.

- 풀이 죽은 얼굴로 나한테 매달려 왔다.

린타로 : 없어졌다구? 스스로 움직인 건가. 그건 그야말로 판타지로군.

마유리 : 떨어뜨린 것 같아…

- 그런가, 그래서 찾고 있던 건가. 사실 어찌되든 상관 없는 일이다.

린타로 : 안 보인다면 포기해. 또 뽑으면 되는 거지.

마유리 : 뽑힐 리가 없어. 왜냐면 『메탈 우―파』는 옥션 사이트에서 1만엔 가까이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걸.

린타로 : 뭐… 라…?

- 그, 그런 가격이, 그 작은 장난감에…?

린타로 : 마유리여, 도대체 어디서 떨어뜨린 거지!?

마유리 : 그걸 모르겠어서 찾고 있는 거야… 그리고 찾는다고 해도 안 팔 거야―

린타로 : 후하하! 그 1만 엔, 이 내가 연구자금으로 써 주겠다.

마유리 : 그러니까 안 판 다니까― 마유시―의 이름도 적어 놨고.

- 이리하여 눈에 불을 켜고 『메탈 우―파』를 찾게 되었다.

마유리 : 뚯뚜루―♪ 우―파야, 우―파야, 나오세요―

- 마유리가 그런 식으로 불러 보고 있지만, 나올 리가 없다. 참고로 “뚯뚜루―♪”라는 건 마유리가 좋아하는 말버릇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한다. 의미는… 들은 적이 없다. 『메탈 우―파』는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라는 건 떨어뜨린 데가 회장 안이 아니라 캡슐 토이가 놓여져 있는 7층 층계참 쪽인 걸까. 아니면 『메탈 우―파』를 주운 인물이 프리미엄 가격이 탐이 나서 가져가 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그걸 상상하자 난 분함에 몸을 떨었다.

린타로 : 이런 돈 밖에 흥미가 없는 천박한 놈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마유리 : 오카린도 마찬가지면서―

- 큭. 마유리가 딴지를 걸어 올 줄이야.

???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린타로 : !?

- 뭐, 뭐지, 지금 그 소리는?

마유리 : 비명… 인가?

- 여간 일이 아냐. 아직 회장에 남아 있는 사람은 사회자나 몇 사람 안 되는 경비원 정도로 손에 꼽을 수 있는 수였다. 회견을 보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돌아가 버렸고, 나하고 마유리를 포함해 반 정도 밖에 안 남았다. 그 모든 사람이 지금 비명을 듣고서 몸을 움츠렸다. 불안해 하며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또한 나 역시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비명을 듣고서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또 무슨 일이…? 좀 전의 폭발 소동에 이어 또다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마유리가 내 손을 꼭 쥐었다.

린타로 : 마유리, 여기 있어.

- 나는 크게 한 번 숨을 삼키고, 각오를 굳히고 목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다.

- 계단 쪽이 아니라 좀 더 안쪽으로 이어지는 통로. 전기는 꺼져 있어서 어두웠다. 그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몸을 숙이고 주위를 경계하며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코너를 돌자 곧바로 “그것”이 눈에 들어왔다. 통로 안쪽. 무언가가 엎어져 있었다. 누군가가 엎어져 있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복장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누구인가.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린타로 : 힉…

- 마키세 크리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틀림없다. 한 10분 정도 전에 나한테 덤벼들었던 그 건방진 천재 소녀가, 선명할 정도로 새빨간, 피로 된 웅덩이 속에 쓰러져 있다. 죽어 있다…

린타로 : 어, 어, 어째서…?

- 정신이 들자 난 덜덜 떨고 있었다. 어쩌지. 도망쳐라. 도망치고 싶어. 쓸데없이 보러 오는 게 아니었어. 이건 정말 기괴해. 상식을 벗어났어. 마키세 크리스는 틀림없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거야. 누구한테―? 다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회자 : 우, 우와아아…!

-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나뿐만이 아니라 몇 사람의 남자들이 날 따라와 있었다. 모두 창백한 얼굴을 하고 크리스의 시체를 보고 있었다.

사회자 : 경찰을 불러!

- 떨리는 목소리로 외친 건, 방금 회견에서 사회를 보던 남자였다. 그 목소리와 함께 모두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그들 뒤를 따랐다. 여기에 남아 있을 이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마키세 크리스에 대한 동정보다도 “도망치고 싶다” “무섭다”라는 감정이 강했다.

- 회장에 돌아오자 마유리가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마유리 : 오카린, 무슨 일이야…?

린타로 : 나, 나가자.

- 마유리의 손을 붙잡고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뜨기로 했다. 계단을 달려 내려가면서, 필사적으로 방금 본 크리스의 시체 모습을 뇌리에서 지워 내려 애썼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시체보다도, 그녀의 몸 아래에 퍼져 있었던 새빨간 피가 눈에 새겨져서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의 시체라는 걸, 처음 봤다. 다행히 나는 지금까지 육친의 죽음에 마주한 적이 없었으니까. 누군가의 장례식에 참석한 적도 없었으니까. 시체를 본 건, 처음이고, 공포― 라기보다, 기분이 나빠서 등줄기에 오한이 일었지만, 그 정도의 감상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상의 감상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하고 마키세 크리스의 관계는 어차피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린타로 : 하아, 하아…

- 중앙 거리까지 나와서 난 멈춰 섰다. 전속력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와서 숨이 끊어질 듯 괴로웠다.

마유리 : 저기 말야, 무슨 일이 있었어―? 안색이 엄청 나쁜데…

- 마유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현장을 보지 않았으니 그렇겠지. 그렇다곤 해도 숨을 몰아쉬지도 않다니. 이 녀석은 둔해 보여도 실은 운동신경이 좋다니까.

린타로 : 사람이… 죽어 있었어.

마유리 : 어…

- 몇 번 정도 심호흡. 아직 뇌리에 그 피 빛깔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상당히 차분해졌다. 마키세 크리스는 살해당했다. 누가 범인인지는 모른다.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걸 보니 이제 곧 구급차가 오겠지. 그 뒤에 경찰도 몰려와서 여긴 소란스러워질 거다. 하지만 아직은 한 여름의 아키하바라를 걷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모르고 있다. 모두 여느 때나 다름없이 걷고 있었다. 가전제품, 모에, 에로 등을 찾아서 걸어다니고 있었다. 여느 때나 다름없는 아키하바라다. 나는 불현듯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별달리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아, 그래. 마키세 크리스에 대해 가르쳐 준 통이에게, 방금 내가 본 놀라운 사건을 알려 주자. 그렇게 생각했다.

- 통이

- 나쁜 짓이긴 했다. 난 흥분한 상태였다. 머리에 피가 몰린 상태였을 수도 있다. 그런 사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뒤라 냉정하게 판단할 수가 없었다. 인간 따윈 어차피 그러한 것. 그렇게 고상한 존재 따윈 아니다. 그래, 알고 있어. 사실상― 진흙이나 다름없는 더러운 육체로 이루어졌고, 자궁 속에서 썩어가는 정액과도 같은 더러운 정신이 깃든, 그게 인간인 거야. …같이 약간의 감상에 젖으며 핸드폰에 문자를 입력한다.

- 『마키세 크리스가 남자한테 찔린 모양이야. 남자가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위험할 것 같아. 괜찮을까나』

- 범인이 남자인지 어떤진 모른다. 그냥 생각해 보면 여자보다는 남자 쪽이 현실적이지, 라는 느낌이 들었을 뿐, 단순히 내 억측일 뿐이다. 거기에다가 찔려서 죽은 건지 어떤 건지도 상상. 총성도 나지 않았고, 그 정도의 피가 나왔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것뿐이다. 그런 한 편 명확하게 『살해당했다』라고 쓰는 것도 관뒀다. 어째서인지 그 이유는 나 자신도 확실하진 않았다. 구태여 말하자면 쓰는 것으로 그것이 “확정”되어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정도일까나. 무척이나 찔리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별달리 내가 죽인 것도 아닌데 말야. 그런 나 자신의 기묘한 심리 상태를 생각하며 쓰게 웃었다. 방금 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 죽은 것을 보았으면서도 몇 분 후에는 웃을 수 있다. 이런 나는 잔혹하고 차가운 인간일 걸까. 악마적이며 광기에 물든 매드 사이언티스트한텐 잘 어울리는군. 엄지 손가락을 핸드폰의 보내기 버튼에 가져다 댄다.

- 나는,

- 그 손가락에,

- 가볍게 힘을 주어,

- 메일을 송신했다―

- 그, 직후―

린타로 : ―윽.

- 뭐지, 지금 그 감각은…? 아니, 그런 것보다…!

린타로 : 사라졌다…

- 여름 방학. 정오. 아키하바라. 역에서 도보 1분 거리인 중앙 거리.

- 거기에서―

- 한 순간에―

- 몇 천 명이나 되는 통행인이―

- 내 시야에서―

- 일제히―

- 소실했다.

- 이건 꿈인가? 환상이라도 보고 있는 건가?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라진 거다. 그 순간을 확실히 보았다. 나는 그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어안이 벙벙해져서, 무인이 된 아키하바라에서 홀로, 멍하니 서 있었다. 혼란에 빠져 문득 올려다 보자,

- 라디오 회관 빌딩에― 우리가 방금 전까지 있던 8층 근처에― 인공위성이 쳐박혀 있었다.

게임/슈타인즈_게이트/00장_프롤로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3/10/11 19:27 저자 Erial Kr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