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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슈타인즈_게이트:01장_2

1장 : 시간 도약의 파라노이아 (2)

- 나하고 통이는 전화렌지(가칭)에 대해서 고민하는 걸 관두고서 대빌딩으로 향했다. 오늘 앞으로의 예정은 ATF에서 하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이다. 나하고 통이가 다니고 있는 토쿄 전기 대학이 산학 연계 기능 일환으로서 이 ATF에다가 학점을 설정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여름 특강. 여기 나가서 리포트를 쓰지 않으면 학점을 못 받는 수업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심포지엄은 어떤 내용이었더라. 여름 방학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 확인했던 것 같기도 한데 잊어버렸다.

여성 리포터 : 봐 주십시오. 아키하바라 역 바로 앞, 라디오 회관 빌딩에 수수께끼의 거대 물체가 추락해 있습니다! 현재 경찰이 규제를 하고 있어서 빌딩 앞까지는 갈 수 없지만 멀리서 보기에는 추락한 물체는 인공위성처럼 보입니다!

- UPX와 대빌딩을 잇는 육교 위에서 아래를 보니, 오늘은 여느 때 이상으로 사람이 많다고 느껴졌다. 더군다나 아키바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경박한 차림을 한 젊은 남녀들이 눈에 띈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아직 봉쇄되어 있는 중앙 거리 쪽으로 몰려서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린타로 : 통이는 라디오 회관에 구경하러 안 갈 건가?

이타루 : 어차피 가더라도 못 보잖아. 물론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는 거의 다 확인하고 있다구. @채널의 쓰레드 수는 100개를 넘겼고. 레알 쩔어―

- 좀 전부터 걸어다니며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는 건 그래서였나.

- 대빌딩 안에 들어가서 엘리베이터에 타고, 5층에 있는 ATF 회장으로 향한다.

이타루 : 아~ 시원하다~ 살 것 같다~ 어버버버버버.

- 대빌딩 안에는 에어콘이 켜져 있다. 가난뱅이 학생에게 있어선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우리가 성실하게 ATF에 참가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린타로 : 전화렌지(가칭) 말인데, 나는 답을 찾아낸 것 같기도 하군.

이타루 : 그 (가칭)이라는 것, 귀찮으니까 슬슬 관두셈.

- 그건 결단코 양보할 수 없다. 나 이외의 랩멤버가 (가칭)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만은 계속 쓸 것이다. 정식 명칭이 결정될 때 까진.

린타로 : 그런 건 지금 어찌됐든 좋아.

이타루 : 네 특기인 황당무계 이론이라도 떠오른 건감?

린타로 : 무슨 소리냐. 난 항상 이 세상 삼라만상조차 초월한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사고를 펼치고 있지. 황당무계라고 하지 마.

이타루 : 삼라만상을 초월했다는 건, 결국 뭐든 좋다는 거 아냐? 이론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텐데.

린타로 : 통이. 전화렌지(가칭)은 슈타인즈 게이트(운명석의 문)를 여는 열쇠일 것이란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타루 : 그 슈타인 뭐시기라는 데서부터가 의불인데 말여.

- 5층에 도착한 것을 알리는 소리가 났다. 약간 느낌이 났던 가속 중량이 사라진다.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 앞으로 나옴과 동시에―

??? : 꺄앗,

- 다른 사람하고 충돌했다. 얼떨결에 상대 어깨를 붙잡고 받쳤다.

??? : 죄송합니다.

린타로 : 어…!?

- 그 여성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린타로 : 어… 어…!

- 나는 움찔하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상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말았다. 여성이라고 하기보다, 소녀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것처럼 어린 얼굴. 이 단정한 얼굴을, 나는 불과 3시간 전에 봤었다.

- 마키세… 크리스…!

크리스 : 저기, 무슨 일이죠?

- 크리스는 수상한 듯한 표정을 하고서 내게서 떨어지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어깨를 놓지 않았다. 반대로 붙잡고 있는 손가락에 힘을 줬다.

크리스 : 아, 야…!

린타로 : 이, 자식… 네놈은, 죽었을 텐데! 어째서, 여기에…!? 더군다나―

- 옷에, 흔적 같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 때 입고 있었던 것과 같은 옷이다. 그 얇은 천 위에서부터 관찰해 봤을 때에도 상처 같은 것은 입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출혈을 했다면 분명히 중상을 입었을 텐데.

린타로 : 상처가 없어…!

크리스 : 잠깐만요, 아얏…! 놔요…!

- 크리스는 내 가슴팍을 밀쳤다. 내게서 떨어진 크리스는 경계하는 눈초리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다친 걸로 보이진 않는다.

크리스 : …뭐예요?

린타로 : 무사했던 건가? 다친 덴 괜찮은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마키세 크리스는 누군가에게 찔려서 피투성이가 되어선―

이타루 : 또 그 얘기야?

- 거기에 끼어든 건 통이였다. 더군다나 묘한 소릴 했다.

린타로 : 또 그 얘기, 라는 건 무슨 뜻이지?

이타루 : 그게, 일주일 정도 전에 나한테 그런 메일을 보냈잖아.

린타로 : 메일? 내가? 무슨 바보 소릴! 마키세 크리스가 살해당한 걸 본 건 불과 3시간 전이라구!

크리스 : 잠깐만요. 멋대로 죽이지 말아 줄래요? 전 이렇게 잘 살아 있는데요.

이타루 : 그러고 보니 그 메일, 느낌이 이상했어. 보낸 날짜가 일주일 뒤로 되어 있었지. 뭐랄까, 미래에서 왔달까.

크리스 : 미래에서 왔다고요?

린타로 : 인터넷에서 이상한 고찰 사이트라도 본 거냐, 통이. 네가 황당무계 이론을 거론하다니, 드문 일이로군.

이타루 : 아냐 아냐, 분명히 메일 날짜는 일주일 뒤의, 으음, 28… 아, 그래. 28일이니까 오늘이잖아!

- 통이는 흥분해서는 자기 핸드폰을 조작해서, 내게 보여줬다.

- 받은 편지함
받음 : 7월 21일 12:56
보냄 : 7월 28일 12:54
제목 : 큰일났어
보낸이 : 오카린
『마키세 크리스가』

- 확실히 그건 내가 통이한테 보낸 메일이었다. 받은 날짜는 7월 21일 12:56. 보낸 날짜는… 7월 28일 12:54. 메일은 모두 3통. 첫 번째엔 『마키세 크리스가』, 두 번째엔 『남자한테 찔린』, 세 번째엔 『모양이야. 남자』. 어째서 이렇게 짧은 문장을 3개로 나눠서 보낸 거지, 난? 더군다나 세 번째 메일은 도중에 짤린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짧은 메일은 보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이 문장에 대한 기억은 있었다.

린타로 : 이건… 3시간 전에 통이한테 보낸 메일이잖아.

- 하지만 그 메일은 장문이었다. 3개로 나눠서 보내지도 않았고, 이 다음에도 글이 더 있었다. 그게 일주일 전인 21일에 통이 핸드폰에 도착했다고?

크리스 : 재미있군요…

- 어느새 다가온 것인지, 내 옆에서 크리스도 진지한 표정으로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메일은 중요한 게 아냐!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은 중요한 게 아냐! 그보다도 이 녀석이 어째서 멀쩡하게 살아 있는 건지 하는 게 중요해! 그게 제일 중요한 문제야! 이건 환상인가!? 아니면 악령인가!? 날 저주하러 돌아온 건가!? 난 그런 비과학적인 현상은 믿지 않아! 왜냐하면 매드 사이언티스트니까! 나는 바로 옆에 있는 크리스의 옆얼굴에 조심스레 손을 뻗쳤다. 손가락 끝이 그 머리칼에 닿았다. 살랑거리는 감촉. 그야말로 큐티클하군.

린타로 : 있다… 실체가, 있어. 역시 유령이라고 생각한 건 너무했나…

크리스 : ……

이타루 : 오, 오카린… 위험한 거 아냐…?

- 크리스의 뺨을 탁탁 쳐 보고, 손가락으로 꼬집어 본다. 이 얼마나 보드라운 뺨인가. 피부 탄력이 엄청나다. 시체는 이렇지 않다. 아니, 시체 피부를 만져 본 적도 없긴 하지만.

크리스 : ……어이.

- 랄까, 애시당초 부딪혔을 때에도 나는 이 여자 어깨를 잡았고, 이 여자는 손으로 날 밀어냈다. 그런데도 실체가 없다고 한 순간이라도 생각했다는 건 그만큼 나 자신이 혼란스러웠다는 증거로군. 그럼 라디오 회관에서 본 그 처참한 광경은 뭐였던가. 내가 들었던 그 남자의 비명은, 뭐란 말인가. 집단 소실과 마찬가지로 그 일련의 사건은 환상이었던 건가? 상처다. 눈 앞에 있는 마키세 크리스의 몸에, 상처가 있는가, 없는가. 그걸 확인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고, 천천히 들어올리려 했다―

크리스 : 님, 경찰에 잡혀가고 싶나여?

린타로 : …난 진실을 알고 싶은 것뿐이다.

- 분노에 떠는 마키세 크리스의 눈을, 정면으로 맞받아 치며 옷자락을 더 위로―

크리스 : 뭐가 진실이야, 이 BYONTAI! 바보냐? 죽고싶어!?

- 크리스는 내 손을 쳐서 떼어냈다.

이타루 : 루이스짱의 명대사, 떴다!

- 통이가 뭔가 외치고 있지만 무시하고, 나는 굴하지 않고 계속했다.

린타로 : 난 확실히 봤다구!

크리스 : 설마 당신, 지금, 내 속옷을…!?

- 크리스는 얼굴을 붉히고 옷자락을 황급히 끌어내렸다.

린타로 : 이 저능아가! 그게 아냐!

크리스 : ……

- 오늘 낮, 마키세 크리스는 라디오 회관 건물 안에서 닥터 나카바치 발표회가 있은 후에, 누군가가 칼로 찔러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무척이나 친절하게 그렇게 설명해 줬다.

크리스 : 엇, 닥터… 나카바치…?

이타루 : 오카린, 무슨 소리야? 나카바치의 발표회는 중지됐잖아.

린타로 : …중지!?

이타루 : 그래. 인공위성 추락 때문에.

- 대화에 아귀가 맞지 않는다. 또다. 또 이 감각이다. 생각해 보면 집단 소실을 접한 직후, 마유리하고 이야기했을 때에도 아귀가 맞지 않았다. 초조감. 난 뭔가 엄청난 일에 휘말려 든 건가? 이것도 “기관”에 의한 음모인가?

크리스 : 이봐요, 당신.

린타로 : 내, 내 이름은 호오인 쿄마다.

이타루 : 아냐, 절대로 아니라구…

크리스 : 호오인씨. 지금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 주지 않으시겠나요.

- 드디어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 역시 어째서 이야기의 아귀가 맞지 않는지 잘 모르는 상태라, 설명할 도리가 없다― 그 때 회장 안쪽에 있는 소회의실에서 초로의 남자가 나왔다.

교수 : 마키세씨. 이제 슬슬 시간이 됐으니 시작할까요.

크리스 : 예? 아, 예…

- 크리스는 나를 힐끔 보고선 작게 한숨을 쉬고서 그 소회의실로 향했다.

이타루 : 오카린, 어쨌든 우리도 가자구.

린타로 : 가자, 라니 무슨 뜻이지?

이타루 : 강의를 들으러 온 거잖아?

- 아, 그랬었지. 통이는 크리스 뒤를 따라갔다. 그러니까 크리스도 마찬가지로 강의를 들으러 온 건지도 모르겠다. …저 천재소녀가?

- 내 예상은 조금 빗나갔다. 천재소녀는 강의를 들으러 온 게 아니었다.

크리스 : 으음, 오늘은 저 같은 어린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린타로 : 강의 하는 쪽이었나…

- 약관 17세에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낸 일본의 젊은 천재. 통이의 정보에 따르면 며칠 전에 생일이 지나서 이젠 18세인 모양이지만. 마키세 크리스에 대한 그러한 화제를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건, 통이가 보여준 잡지― 일본의 가쉽 계열 주간지― 기사였다. 그때 통이는 이런 소리도 했었다. “그녀는 지금 유학 같은 형식으로 일본에 와 있어서, ATF에 특별 게스트로 등장하는 모양이야” 지금, 기억이 났다. 그게 오늘이었구나.

크리스 : 이런 건 처음이라 긴장되긴 하니, 어리숙한 건 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강의를 들으러 와 있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나하고 통이 같은 학생도 많지만 대학 교수들도 있다. 그때 크리스가 내게 예리한 시선을 보냈다. 아무래도 노려보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거꾸로 노려봐 주자, 휙 하고 시선을 피했다. 흥. 천재소녀인진 뭔진 모르겠지만 맘에 안 드는군. 라디오 회관에서 말을 걸어 왔을 때에도 그랬다. 지금 마키세 크리스는 얌전한 척 하고 있지만 그 본성은 역시 건방진 성격이다. 살해당한 게 내가 본 환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성격 분석은 잘못되지 않았을 거다.

크리스 : 이번엔 『타임머신』을 테마로 이야기를 해 달라고 요청을 받았습니다. 사실 제 전문 밖의 이야기지만 열심히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린타로 : 호오, 타임머신이라…

크리스 :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타임머신이라는 건 무척이나 바보 같은 공상이라는 겁니다.

린타로 : 이의있소!

크리스 : 헤에…!?

- 내 발언에 크리스뿐만이 아니라 강의를 들으러 온 전원이 깜짝 놀라서 웅성거렸다. 뭐어, 당연한 반응이지. 하지만 난 천재소녀라는 녀석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줄 생각은 없었다.

린타로 : 타임머신을 만들 수 없다고 결론짓는 건 너무 이르다.

이타루 : 오카린, 무모한 도전을…!

- 옆에서 통이가 재빨리 경례 포즈를 취했다. ATF의 관계자가 날 방에서 끌어내려고 다가오고 있었다. 나 역시 이건 좀 너무했다고 생각했을 때,

크리스 : 으음, 뭐어, 예, 좋습니다. 디스커션 형식 쪽이 이야기도 더 잘 풀려나가니까요.

- 이 크리스의 발언에 의해 나갈 필요는 없게 되었다. 약간 짜증이 섞여 있는 것처럼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크리스 : 하지만 그 전에 제 생각을 들어 보십시오.

크리스 : 지금까지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타임트래벌에 대한 이론을 제창해 왔습니다. 주된 이론만 해도 11개에 달합니다.

- 흐음, 으음, 어떤 이론이 있었더라. 우주끈 이론 정도라면 얼핏 들은 적 있는데.

크리스 : 중성자성 이론. 블랙홀 이론. 광속이론. 타키온 이론. 웜홀 이론. 익조틱 물질 이론. 우주끈 이론. 양자중력 이론. 세슘 레이저 광선 이론. 소립자 링 레이저 이론. 디랙 반입자 이론.

린타로 : ……

- 옳거니. 과연 천재소녀라 불릴 만 하군. 이걸로 마키세 크리스를 나의 라이벌로 인정해 줘도 될지도 모르겠어.

크리스 : 하지만 이러한 이론은 모두 다 가설 영역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경우에 따라선 11개 사이에서 다른 이론에 의해 부정된 것도 있습니다.

린타로 : 그러면 12번째 이론이 발견되었다고 하면 어떨까?

크리스 : 음? 아아, 예, 그렇, 군요… 그건, 으음. 13번째 이론에 의해서 부정될지도 모르겠군요.

- 이 계집애가…! 내가 행한, 가정을 이용한 동요시키기 수법에 동일한 방법으로 반격해 올 줄이야. 꽤나 실력이 있는걸. 그 때 나는 주위에서 시선을 느꼈다. 잘나신 교수 양반들이 내게 떨떠름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너무 나댔나. 학점을 받지 못하는 건 싫으니, 여기선 자중해야지…

크리스 : 참고로 미래를 향한 타임트래벌이라면 지금 여기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말이죠. 예를 들어 지금 바로 하네다 공항으로 가서 거기서 오키나와행 정도 되는 비행기에 타면 됩니다. 목적지에 내렸을 때엔 그 사람은 10억 분의 1초 정도 저보다 미래로 가 있습니다.

- 무슨 말이지?

크리스 : 이동하는 속도가 광속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릅니다. 이것이 상대성이론이니까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빛과 같은 정도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면 흐르는 시간은 그 사람한테만 절반이 되는 것으로, 24시간 그 속도로 계속 달리게 된다면 주위 상황은 48시간이 흐른 게 되니까 딱 하루 동안 미래로 간 게 됩니다. 호오인 쿄마씨.

린타로 : …윽.

- 날 지적하다니… 모처럼 자중하고 있었건만 마키세 크리스는 내게 싸움을 걸고 싶어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 줬음 하는데. 진명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데엔 리스크가 수반된다.

교수 : 그건 그냥 이론에 불과한 게 아닌가?

- 그 때 내가 아니라 교수 중 한 사람이 온화한 목소리로 반론했다. 확실히 지금, 마키세 크리스가 제시한 타임트래벌은 엄밀히 말해서 타임트래벌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저렇게 나이 든 아저씨― 것도 교수― 가 18살 여자애한테 반론하다니. 정말로 디스커션 형식으로 갈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천재소녀가 마음에 안 들어서 저러는 건가?

크리스 : 그렇군요.

- 천재소녀는 태연한 표정으로 반론을 인정했다. 보통 18살이라면 이 정도의 사람을 상대로 한 강연이라면 분명히 긴장할 것이다. 거기에다 엄청나게 연상인 교수한테서 반론을 당하면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어 버릴 거다. 그런데도 마키세 크리스는 엄청난 강심장을 가지고 있는 모양으로, 나는 “이 녀석, 꽤 하는 걸!”하고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교수 : 그럼 과거로 갈 수 있다는 건가?

크리스 : 과거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갈 수 있습니다. 밤이 되면 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보세요. 몇 만 년 전의 빛의 볼 수 있을 테니까요.

학생 : 그것도 그냥 이론에 불과합니다!

- 이번엔 수강생 중 한 명이 야유하듯 목소리를 냈다.

크리스 : 뭐어,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됐다고 치고서,

- 크리스의 표정이 약간이나마 경직되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크리스 : 그러면 실제로 여러분이 몸을 싣고서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는 타임머신을 만들기 위해선 우선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죠. 대표적으로 우주끈 이론이나 웜홀 이론이겠군요. 우주끈이라고 하는 건 엄청나게 큰 질량을 가진 끈과 같은 모양의 “균열”입니다.

- 끈과 같은 모양의 균열…? 분명히 그 균열을 통해서 “놈들”이 오는 거로군. 하지만 그런 게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

크리스 : 균열의 폭은 소립자 정도 되는 크기, 길이는 최저로 쳐도 은하계하고 비슷한 정도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이건 질량이 무척이나 크기 때문에 시공을 일그러뜨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일그러진 시공을, 끈을 중심으로 해서 여러분이 한 바퀴 회전하면 360도보다 작은 각으로 한 바퀴를 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워프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이것을 시공 각도 결손이라고 합니다. 각도 결손이 된 장소를 통과하면 그 장소는 결손되어 있기 때문에 통과 시간이 0이 되죠. 이것을 응용하여, 우주끈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운동하고 있다면― 상대성이론에 의하여 우주끈의 시간이 주위보다 느려지니까, 일그러진 각도 결손 영역을 통과하면 본디 0이었던 통과 시간이 마이너스가 됩니다. 즉 통과한 뒤가 “과거”가 된다는 거죠. 여기서 2개의 우주끈을 써서 공간 결손 점프를 행하여, 원래 있던 지점까지 한 바퀴 돌듯이 돌아오면 딱 돌기 시작했던 것과 같은 시간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것이 우주끈 이론에 의한 타임 트래벌입니다. 또한, 오해하지 마셨으면 하는 건, 우주끈 이론은 초끈이론하고는 다르다는 겁니다. 이런 연유로, 우주끈 이론으로 과거로 가는 데 필요한 것은 3가지. 그 1. 우주끈. 이건 2개 필요합니다. 아, 참고로 우주끈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우주에만 있다고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찾는 건 무척이나 힘들 거예요. 그 2. 만일 우주끈을 발견했다고 하면 이것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운동하게 만들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은하와 비슷한 길이를 가진 균열을, 광속 정도까지 가속시키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할까요. 적어도 1.21 지고와트 이상 필요할 것은 분명하군요.

- 거기서 듣고 있던 일부 인원이 폭소를 터뜨렸다.

크리스 : 그 3. 우주끈이 있는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기 위한 우주선. 타임트래벌을 할 사람은 여기에 타야 합니다. …어떤가요, 호오인씨. 우주끈 이론을 통한 타임 트래벌,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나요?

- 그럴 리가 없잖아. 랄까, 어째서 날 지명하는 거냐. 야유를 날린 것도 내가 아닌데.

크리스 : 음? 호오인씨는 우주끈 이론에는 도전하고 싶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그럼 또 한 가지 예로 든 웜홀 이론은 어떤가요? 이거라면 우주끈 이론보단 조금 더 현실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호오인씨. 웜홀이란게 뭔지 알고 있나요?

- 아니, 그러니까 나한테 묻지 말라니까, 자중하는 중이니까… 거꾸로 질문을 받은 이상, 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린타로 : 공간에 뚫려 있는, 지름길 같은 것… 이잖아?

크리스 : 예, 그렇습니다.

- 휴우, 다행이다… 안 틀렸어. 내심 다행이라 여겨졌다.

크리스 : 2개의 구멍이 있어서, 이것은 터널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터널은 통과 시간 0으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2개의 구멍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말이죠. 하지만 여기서 아쉬운 이야길 해야겠군요. 웜홀 터널은 초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개통됨과 동시에 찌부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용하는 중력을 무효로 만들기 위하여 어떻게든 손을 봐야 합니다. 소위 익조틱 물질. 이건 마이너스 질량을 가진 물질로, 중력에 반발합니다.

- 마이너스 질량, 이라. 전혀 상상이 안 되는 걸. 지면에 놔두면 떠오르는 물질인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 거기서 크리스는 주먹 쥔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크리스 : 이런 식으로 꽉 쥐어서 주먹을 만든 상태가 웜홀 터널입니다. 여길 통과하기 위해선 손 안에 제가 “쥐려고 하는 힘”에 반발하는 무언가를 만들어서, 꽉 쥐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 말을 끝낸 크리스는 쥐었던 주먹을 폈다.

크리스 : 익조틱 물질을 주입해서 웜홀을 안정시키면, 순간 이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타임트래벌을 하려면 거기서 한 번 더 작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웜홀의 입구 측 구멍이 이 아키하바라고 출구 측 구멍이 LA라고 해 보죠. 우선 LA에 있는 구멍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 끝까지 날려 봅니다. 그리고 끝까지 가면 곧바로 LA로 다시 끌고 옵니다.

- 그, 그걸 어떻게…?

크리스 : 상대성 이론에 의해,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은 느리게 흐릅니다. LA에 돌아온 구멍은 아키하바라에 있는 구멍보다 과거에 있는 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호오인씨가 웜홀로 뛰어들면 몇 년 전의 LA에 갈 수 있게 되겠죠.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아직 타임트래벌을 한 건 아닙니다. 의사(擬似) 타임트래벌이라 할 수 있죠. 소위 쌍둥이 패러독스라고 하는 것 말이죠. 중요한 건 이 다음에 LA에서 아키하바라로 다시 한 번 웜홀을 통과해서 돌아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그 통과 시간이 0이기 때문에― 호오인씨는 몇 년 전의 아키하바라로 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이걸로 타임트래벌은 완료. 웜홀 이론에 필요한 건 우주끈보다 간단합니다. 그 1. 웜홀 그 자체. 이 우주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발견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지만. 그 2. 웜홀 구멍을 빛 정도 되는 속도로 우주 끝까지 왕복시킬 수 있는 에너지. 그 3. 익조틱 물질. 참고로 이건 존재가 확인되어 있지 않습니다.

- …어느 쪽이든 실현하기 위해선 상상도 못할 노력이 필요하단 건가. 랄까, 타임머신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다.

크리스 : 바보 같은 공상, 이라고 처음에 말씀드렸던 이유를 이해하셨나요? 타임트래벌 이론은 모두 다 사고 실험입니다. 이러한 이론으로는 실제로 타임머신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죠. 이것이 제 해답입니다.

학생 : 좀 더 간단한 건 없습니까? 예를 들어 책상 서랍을 여는 것만으로 쓸 수 있는 거라든가.

크리스 : 없군요.

- 단언하는군.

크리스 : 결국 현대 물리학으론 여기가 한계입니다. 10년 후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만일 좀 더 간단히 과거로 갈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실제로 갈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순 없습니다. 인과율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말이죠.

린타로 : 타임패러독스… 질량 보존 법칙?

- 우주 전체 질량은 일정 수치이며 변하지 않는다. 미래에서 과거의 어떤 지점 A로 타임트래벌을 하는 경우, 지점 A에는 타임머신과 거기에 탄 인간이라는 질량이 더 생기게 된다. 이건 모순이다. 옛날에, 어떤 책― 공상과학 계열이지만― 에서 본 기억으론, 만일 그런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면 우주 전체에 큰일이 난다고 하던데. 큰 일이 뭔지는 써져 있지 않았지만.

크리스 : 질량 보존 법칙을 우주 같은 마크로 레벨, 아니면 원자나 소립자 같은 미크로 레벨에 적용하는 건 오류입니다.

- 뭐라고!? 그런 건가…?

크리스 : 후후.

- 아! 저 녀석, 지금 내 반응을 보고서 이겼다는 양 싱글거렸어! 큭, 이건 좀 분하다…

크리스 : 그건 화학반응에 대한 법칙일 뿐이므로 현대 물리학에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 헤에. 그거 참 대단한 걸.

교수 : 그럼 뭐가 문제라는 건가?

크리스 : 타임패러독스는 타임패러독스지만, “부모살해 패러독스” 쪽입니다.

- 과거로 돌아가서, 자기를 낳기 전의 부모를 죽이면 모순이 발생한다는 그건가.

크리스 : 이 패러독스를 해결하는 방법이 나오기 전에는 타임트래벌은 실현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학생 : 죽이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크리스 :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SF영화 식으로 생각하는 건 무척이나 위험합니다. 여러분이 사라지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요.

- 그런가? 그렇게나 심각한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크리스 : 모순이 생긴다는 건 인과율 붕괴, 상대성이론 붕괴, 그에 더해서 이 세상의 모든 물리법칙 붕괴를 의미합니다. 패러독스는 이론상에 있는 사고 실험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일어날 리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령 0.000001%라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어떠한 행동도 절대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는 쪽이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다세계 해석이나 자기무모순 원리라는 것도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판타지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정하고 싶진 않군요.

린타로 : ……

- 큭… 나는 꽉 하고 이를 악물었다. 맑게 갠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마키세 크리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인정해야만 하겠다. 마키세 크리스는 천재라는 걸!

- 결국 ATF에서 있은 크리스의 강의는 끝까지 들어 두었다. 크리스는 제일 먼저 소개한 2개의 타임트래벌 이론 이외의 다른 것도 각각 알기 쉽게 해설해 주었다. 처음에는 어설픈 점도 있었지만 점차 익숙해 진 건지, 마지막에는 누가 봐도 18살 짜리의 첫 무대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풍당당한 강의가 되었다. 내가 했던 악질적인 질문에도 거침없이 대답하는 등, 그 배짱 또한 대단했다. 이런, 어째서 난 그 여자를 칭찬하고 있는 거지! 그보다 말야, 난 마키세 크리스가 죽은 걸 봤었다. 하지만 그녀는 살아 있었다. 내 기억에는 뭔가 어긋난 게 있다. 크리스 건 뿐만이 아니라 마유리나 통이하고 했던 대화도 아귀가 맞지 않았고, 내 기억하고 다른 일이 현실에 일어나기도 했다. 내가 꿈이나 환상을 본 거다, 라고 해 버리면 그걸로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다. 그래서―

- ATF가 끝나자 통이하고 헤어져서 곧바로 이 야나바야시 신사로 왔다. 목적은 푸닥거리를 하기 위해서다. ATF에서 봤던 마키세 크리스가 유령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푸닥거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 건 일본인스러운 발상이 몸에 배여서 그런 거겠지. 야나바야시 신사는 만세교를 건너서 곧바로 골목길로 들어가서, 가드레일 밑을 지나친 강변에 있다. 주위에 있는 빌딩들하고는 잘 안 어울리는 무척이나 작은 신사다. 아키바에는 칸다묘진이 있어서 그쪽이 더 유명하지만 나는 일부러 이쪽 신사를 골랐다. 경내는 무척이나 작아서, 있는지 없는지조차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좁다. 그런 상황에서도 심어져 있는 얼마 안 되는 나무에서는 매미 울음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마유리 : 어라라? 오카린이다― 뚯뚜루―♪

- 사당 앞에 소녀가 둘 있었다. 한 명은 마유리다. 그리고 또 한 명은, 무녀복을 입고 있는 얌전해 보이는 소녀. …소녀, 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녀석은 우루시바라 루카. 이 신사 주지의 “아들”이다. 그렇다, 아들인 것이다. 어딜 보더라도 가련한 미소녀지만… 남자다.

루카 : 오카베씨, 안녕하세요.

- 꾸벅 하고 인사했다. 이 목소리도, 몸짓도,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랄까, 여자보다도 여자같다. 하지만 남자다.

- 마유리보다 키는 크지만, 스타일도 무척 가느다랗다. 하지만 남자다.

- 무녀복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남자다.

- 손엔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있었다. 청소를 하던 중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남자다.

- 이제 저녁 무렵인데도 덥군. 하지만 남자다.

- 매미 소리가 시끄럽군. 하지만 남자다.

린타로 : 루카코여. 너, 내가 준 검은 어떻게 했나.

- 난 이 녀석하곤 안면을 튼 사이다. 그래서 루카코라고 부르고 있다. 예전에 보행천에서 찍사들한테 시달리고 있던 걸 때마침 구해 준 뒤로부터 날 따르게 되었다. 참고로 루카코는 마유리하고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우연찮게 두 사람은 같은 반이라고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내가 루카코하고 서로 알게 된 뒤의 일이었다. 내가 던진 예리한 질문에, 루카코는 놀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얼굴을 붉히고, 지금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루카 : 엇, 저기, 요도 사미다레 말씀이시군요…

린타로 : 그래. 그건 네 힘을 제어하기 위해서 사 준 건데 말야.

마유리 : 아―, 아키바의 『무기가게 본점』에서 산 거 말이지―? 980엔이었던가―

린타로 : 마유리! 더 말하면 “녀석들”한테 제거당할 거야! 이 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마라!

마유리 : 엇, 제거당하는 거야―? 오카린,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런데 말야, “녀석들”은 누구야?

- 마유리의 질문은 그냥 패스.

린타로 : 그래서 루카코여. 『요도 사미다레』는 확실히 쓰고 있는 건가.

루카 : 아, 예, 하루 한 번은, 연습을…

린타로 : 그걸 이용해서 청심참마류를 마스터하면, 넌 자기 안에 있는 사악한 불꽃에 휘말려드는 일은 없을 거다.

- 『요도 사미다레』는 장난감 칼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건 세상을 속이기 위한 거짓된 모습. 적절한 사용자가 나타났을 때 그 진실한 힘이 해방된다. 그걸 980엔(세금 포함)으로 입수했으니 참으로 수지맞았다고 하겠다. 단 장난감 칼이라곤 해도, 거리에서 가지고 다니고 있으면 경찰한테 붙잡힐지도 모른다. “절대로 가지고 다니지 마라”하고 루카코한텐 침이 마르도록 말해 뒀다.

루카 : 그렇게나 멋진 걸 선물해 주시다니, 오카베씨, 정말로 감사합니다.

린타로 : 난 오카베가 아니다.

마유리 : 오카린이지―

루카 : 죄송합니다, 쿄마씨.

린타로 : 알고 있다면 됐어. 그럼 암구호를.

루카 : 아, 으음, 엘… 프사이… 콩가뤼…?

린타로 : 아냐! 콩가뤼가 아니라, 콩그루다!

루카 : 아, 옛. 엘… 프사이… 콩그루. 이, 이걸로 됐나요?

- 고개를 끄덕이자, 루카코는 기쁜 듯이 미소지었다.

루카 : 고맙습니다.

- 정신줄을 놓고서 쳐다보게 될 것만 같은 가련함. 하지만 남자다.

마유리 : 아름다운 사제관계야― 엣헤헤― 마유시―는 동인녀는 아니지만 쬐끔 두근거렸어―

루카 : 어엇? 마, 마유리,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

- 정말이지 동감이다. 사제관계, 라는 건 사실이지만 말이지. 나는 호오인 쿄마로써, 세계에 만연한 음모나 지배 구조, 그리고 그것과 싸우기 위한 방법 등을 루카코에게 마인드 컨트롤― 아니, 가르쳐 줬다. 『요도 사미다레』 운운 하는 대화도 그 일환인 것이다. 루카코는 겉보기는 그렇다 치고, 성격은 무척이나 솔직하며 노력파이다. 더군다나 “이것저것 가르쳐 주세요”하고 말을 꺼낸 건 루카코 쪽이기 때문에, 사부 입장에서는 실로 단련시킬 보람이 있는 제자인 것이다. 알아듣는 게 그렇게 빠르지 않다는 것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관계로 아직까지 많이 부끄러워한다는 게 옥의 티지만.

린타로 : 그래서, 어째서 마유리가 여기 있지?

마유리 : 루카군을 만나러 온 거야― 다음 달에 있는 코미마에서 『라이넷』의 키라리짱 코스프레를 해 줬으면 하고 계속 부탁하고 있는데, 아직도 OK를 해 주지 않고 있거든―

루카 : 그치만, 코스프레를 하라니, 난 부끄러워서…

마유리 : 그치만, 그치만― 루카군은 분명히 어울릴 거야― “이렇게 귀여운 애가 여자애일 리가 없어”라면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 텐데? 응? 해 보자― 코스프레 데뷰.

- 마유리는 코스튬 만들기가 취미로, 지금까지 30벌 이상을 자기가 만들었을 정도지만 자기가 입는 일은 거의 없다. 귀엽게 만든 코스튬을 다른 누군가에게 입히는 게 가장 큰 기쁨인 모양이다. 그래서 다음 목표로 선택된 게 루카코란 거였다. 물론 마유리가 지금 절찬리에 제작 중인 코스튬은 여성 캐릭터 옷이다. 남자인 루카코가 그걸 입고 싶어 하지 않아하는 마음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지금도 아무렇지도 않게 무녀복을 입고 있을 정도이니, 여장에 저항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한다면 코스프레도 그렇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 계속해서 루카코를 압박하는 마유리를, 나는 한숨을 쉬며 제지했다.

린타로 : 그런 쓸데없는 이야긴 나중에 해.

마유리 : 뭐―? 마유시―에게 있어선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야.

린타로 : 나한테는 쓸데없는 이야기야! 그보다 루카코, 내가 이 신사를 방문한 건 다름이 아니라, 푸닥거리를 부탁하고 싶어서다. 해 주지 않겠나.

루카 : 푸닥거리, 말인가요? 그런 거라면, 아버지께―

린타로 : 아니,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돼. 간단하게 하면 되니까.

- 그래서 칸다묘진이 아니라 이쪽 신사로 온 거기도 하니까.

린타로 : 그러니까 예의 그것을 가지고 와라.

루카 : 엇, 예의 그것이라면… 『사미다레』말인가요?

린타로 : 아냐! 푸닥거리에 요도는 필요 없잖아! 푸닥거리라고 하면 그거인 게 당연하지!

루카 : 엇… 저기…?

린타로 : 정식 명칭은 모르겠지만, 막대기에 하얀 종이가 풍성하게 달려 있어서 주지가 열심히 흔드는 그것 말야!

마유리 : 아하하, 방금 오카린의 그 설명, 멍청해 보여―♪

- 마유리에게 저런 소릴 듣는 건 꽤나 충격적이다.

루카 : 앗, 오오누사(大幣) 말이군요. 하지만, 아버지가 빌려 주실까나… 잠깐 물어보고 올게요.

- 루카코는 또다시 꾸벅 인사를 하고선 경내에 있는 집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 문득 마유리를 보니 가방에서 회중시계를 꺼내서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그건 요새 여고생은 가지고 다닐 것 같지 않은, 무척이나 오래된 물건이었다. 이름은 “회주웅~“이라는 모양이다. 물론 마유리가 멋대로 붙인 이름이고, 그게 상품명이거나 한 건 아니다. 이 “회주웅~“은, 마유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몸에 지니고 다녔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마유리에게 있어선 무엇보다도 소중한 보물인 것이다.

마유리 : 그럼, 마유시―는 이제부터 알바니까, 이제 가 볼게―

린타로 : 그런가. 열심히 해라. 알바가 끝나면 그대로 돌아갈 거야?

마유리 : 응.

- 마유리네 집은 이케부쿠로에 있다. 거의 매일 거기서 전철로 아키바까지 오는 거다. 참고로, 소꿉친구라 했던 걸로 짐작할 수 있듯 우리집도 이케부쿠로에 있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선 난 계속 랩에서 숙식하고 있긴 하지만.

마유리 : 그럼 내일 또 봐―

- 타박거리며 뛰어가려 하는 마유리를 불러 세웠다.

린타로 : …마유리, 너 말야, 그 때 라디오 회관에서 남자의 비명 소리를 들었었지?

마유리 : 비명…?

- 마유리는 눈을 몇 번 깜빡이고서, 관자놀이에 검지를 가져다 대고 잠시 생각하는 것 같은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여느 때나 다름없는 미소를 띄웠다.

마유리 : 그건 언제 있었던 일이야―?

린타로 : 오늘 낮이지.

마유리 : 못 들었던 것 같은데―

린타로 : …그런가. 알겠어. 그럼 됐어.

마유리 : 오카린, 이상해. 그럼 안녕, 뚯뚜루―♪

- 마유리는 토리이를 지나서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몇 번이고 날 향해 돌아서서 손을 흔들었다.

루카 : 오카베씨, 오래 기다리셨죠.

- 마유리와 교대하듯 루카코가 돌아왔다. 손에 든 건 하얗고 풍성한 그것.

루카 : 빌려올 수 있었어요. 다행이네요. 어라, 마유리는 돌아갔나요?

린타로 : 마유리는 어찌됐든 상관없으니, 지금 당장 푸닥거리를 시작하도록, 루카코여!

루카 : 아, 예. 제가 해도 괜찮을까요…? 그보다도, 무엇에 대한 푸닥거리죠…?

- 루카코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도움이 안 되는군, 하고 불안해진 나는 그 직후에 섬뜩한 오한을 느꼈다.

린타로 : 윽, 내게… 들러붙은 악령이…

- 부들부들 떨며 나 자신의 손목을 붙잡는다.

린타로 : 큭, 진정해라, 악령이여… 서둘러라 루카코. 이대로 가면 나는, 몸을 빼앗길 거야…!

루카 : 그, 그럴 수가…! 오카베씨, 마음을 굳게 먹으세요…!

린타로 : 나는 오카베씨가 아냐…!

루카 : 죄송합니다, 쿄마씨…! 아아, 하지만 제가, 어떻게 하면…

린타로 : 푸닥거리를… 서둘러라…! 전에, 가르쳐 준 대로… 하면 돼…!

루카 : 아, 예…!

- 루카코는 진지한 표정으로 오오누사를 양손으로 꾹 잡았다. 그야말로 검술 자세다. 꽤나 분위기가 난다.

루카 :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 얼굴이 새빨개져선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뭔가 말하려는 것 같지만, 주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부끄러워서 공황 상태에 빠진 건가. 큭, 미숙한 녀석…!

린타로 : 루… 카… 부탁해… 악령을… 내 안에서 쫓아내 줘… 나는… 너, 너를, 죽이고 싶지 않아…!

루카 : 으으…

- 루카코는 울상이 되었다.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이 남자라는 건 이성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나 가련한 그 용모 때문에 귀여운 여자애를 울리는 것 같은 죄악감이 있었다. 하지만 루카코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서도, 각오를 굳힌 모양이었다.

루카 : 아, 악령이여…!

- 오오누사를 머리 위로 높게 쳐들고, 좌우로 흔들었다.

루카 : 오카베― 가 아니라, 쿄마씨한테서 나가 주세요…!

린타로 : 좋아, 그대로 내 팔에, 그 팔랑거리는 걸 갖다 대라…!

루카 : 에잇!

- 오오누사의 끝이 내 두 팔에 닿았다. 여기서 만화처럼 충격파라도 일어나면 극적이겠지만, 당연히 그런 건 일어나지 않았다. 매미 울음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루카 : 어, 어떤… 가요?

-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손이 떨리는 건 멈춰졌다.

린타로 : …괜찮아. 악령은 사라진 것 같군. 잘 했다, 루카코.

- 루카코는 안심한 듯 한숨을 쉬고서, 얼굴을 붉혔다.

루카 :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에요…

- 수줍어하는 그 모습은, 역시 아무리 봐도 여자애였다…

게임/슈타인즈_게이트/01장_2.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1/07/03 02:48 저자 Le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