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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슈타인즈_게이트:01장_5

1장 : 시간 도약의 파라노이아 (5)

??? : 흐―음.

- 하고 응접실 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났다.

??? : 재미있어 보이는 실험을 하는군요.

린타로 : 누, 누구냐!?

-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놀란 상태로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본다.

- 그와 동시에 거꾸로 예리한 시선이 나를 찔렀다.

린타로 : 바, 바보 같은…!? 어째서 네놈이 여기에…!? 약관 18세에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한 천재… 수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남자를 괴롭히는 S녀… 그리고 또 다른 이름은 “더 좀비(되살아난 자)“… 마키세 크리스…!

이타루 : 설명 ㄳ…

크리스 : 누가 좀비야, 누가.

린타로 : 도대체 무슨 짓이지!? 뭐가 목적으로 여기…

크리스 :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오카베 린타로씨. 가 아니라 호오인 쿄마씨, 였던가?

- 이상한데, 이 녀석, 어째서 내 본명을 알고 있지? 난 마키세 크리스에게 본명을 말한 적이 없는데…!

린타로 : 그런가… 역시 네놈은 “기관”에 소속된 요원, 더군다나 특수 능력자로군…! 그런 거라면 불사신인 것도 납득이 간다…!

크리스 : 그러니까 안 죽었다니깐. 멋대로 죽이지 마세요. 하시다씨. 이 사람 어떻게 안 되나요?

이타루 : 이 상황에서 마키세씨가 나타나서, 오카린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음둥.

- 통이는 이 여자의 등장에 놀라지 않은 모양이었다. 도대체 어째서?

린타로 : 통이, 배반한 거냐!?

이타루 : 오카린, 너무 폭주하고 있어.

린타로 : 마키세 크리스한테 약점을 잡혔다든가, 그게 아니면 색기에 홀렸다든가?

- 나는 크리스를 째려봤다. 내 오른팔을, 잘도…!

린타로 : 용서 못 해, 이 뷔이이치가아아!

크리스 : 진정해.

- 크리스의 눈동자가 번쩍 하고 빛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18살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박력이다. 설마 이 여자, 한 번 죽었다 되살아난 게 아니라 죽은 크리스를 기반으로 해서 만든 인조 기계 보병 아닌가? 어쨌든 난 순순히 얌전해지기로 했다.

크리스 : 이 장소에 대해선 어제 강의가 끝난 후에 하시다씨한테서 들었어요. 당신 이름도 같이 말이죠.

- 별 거 아닌 이유였구먼… 속으로 혀를 찼다.

린타로 : 나하고 이야기를 하러 왔다, 고 했지?

크리스 : 그래요. 제가 죽은 걸 봤다는 게 사실인지, 단순한 성추행에 대한 변명인지 거기에 대한 해답을 알고 싶어서 말이죠.

- 그러고 보니 나는 어제 이 녀석한테 BYONTAI 취급을 당했었다. 뭐, 지금 다시 돌이켜 보면 경찰에 신고당하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실례가 되는 일을 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땐 어쩔 수 없었다. 죽은 인간이 눈 앞에 나타나면 누구라도 나하고 같은 행동을 취할 것이다.

크리스 : 하지만 지금 당신이 한 행동을 보고 이해했어. 아무래도 그냥 성추행이었던 모양이네. 즉 제 예측이 증명되었다는 거죠.

린타로 : 멋대로 결론내리지 말아주실까. 넌 날 오해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나는 BYONTAI 인증하는 게 되잖아! 어떻게든 오해를 풀어야 해!

크리스 : 뭐, 그건 지금은 어쨌든 좋아요.

린타로 : 엇, 좋은 거야…?

- 다행이다. 경찰에 연행되는 줄 알았어. 하지만 “지금은”이라는 게 신경이 쓰인다.

- 크리스는 꼿꼿이 등을 편 채로 성큼성큼 개발실로 들어왔다. 아직 18살밖아 안 되었는데, 꽤나 스타일이 좋다. 걷는 포즈도 상당히 제대로다. 슴가는 별로 없지만 말야! 나도 통이도 둘 다 쫄은 상태여서 그렇게 넓지 않은 이 방에서 크리스와 거리를 두려고 하다보니 점점 뒷걸음질을 치게 되었다. 큭, 이 자식이, 개발실은 관계자 외 출입 금지인데!

크리스 : 그러고 보니 제대로 자기 소개를 하지 않았군요. 마키세 크리스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 그렇게 말하고선 표정을 딱딱하게 한 채로 손을 내밀었다. 뭐지, 이 행동은? 손가락 끝에서 초현실적인 파동이라도 내뿜을 셈인가!?

크리스 : 악수도 못 해요? 일본 남자는 상식이 부족한 건가요?

- 악수라고? 그야말로 첫 대면에 가까운 이성, 더군다나 BYONTAI 인증 직전인 나한테 이 천재소녀가 먼저 악수하겠다고 나선 건가?

린타로 : 미국식이냐!

크리스 : 미국에서 7년 동안 살았습니다만, 그게 왜요?

린타로 : 미국식이라…

- 가늘고도 예쁜 손가락. 손톱은 농밀하며 건강해 보이는 색. 매니큐어나 네일아트 같은 것도 전혀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손가락을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언제고 도망칠 수 있도록 허리를 뒤로 뺀 상태로, 가만히 손을 뻗쳤다. 크리스의 검지손가락 끝 부분을, 내 엄지하고 검지로 가볍게 집었다가 곧바로 뗐다.

크리스 : 너무 겁 먹었네.

린타로 : 몸에서 풍기는 살기가 장난이 아니니까 말야. 이게 흔히 말하는 마샬 아츠인가.

크리스 : 누가 흔히 그런 소릴 하나요.

린타로 : 그럼 NINJA―

크리스 : 그런 소리 안 한다니까.

- 큭, 이 여자, 철저하게 냉정하다. 더군다나 가끔 말투가 무서워진다.

린타로 : 미국에서 자랐다면 “HAHAHA! 나이스 투 미츄!”라고 만면에 웃음을 머금으면서 악수를 청하는 게 일반적일 텐데. 아니, 더 나아가서 허그를 청하는 정도는 해야지.

- 인조 기계 보병에겐 무리인가?

크리스 : 엄청난 편견이군요, 그거.

- 크리스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그렇게 내뱉었다. 이미 내 쪽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 시선은 전화렌지(가칭) 옆에 놓여 있는 바나나를 향하고 있다. 방금 전에 엄청난 현상을 일으킨 바나나. 한 송이 중에서 하나만 부자연스럽게 젤리화되어 있다.

크리스 : …이거, 정말로 흥미롭군요.

- 크리스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선 이리보고 저리보고 하면서 관찰을 시작했다.

크리스 : 핀셋 있나요?

린타로 : 없다!

크리스 : 그래요.

- 하고 크리스는 검지손가락을 젤리 상태가 된 바나나에 푹 하고 찔러넣었다. 질척질척한 바나나 속으로, 크리스의 예쁜 손가락이 파묻혀 간다.

린타로 : 뭘 하는 거야! 귀중한 실험 데이터를…!

크리스 : 흐물흐물하군요.

- 크리스는 곧바로 손가락을 뺐다. 손가락 끝에 젤리 상태가 된 조각이 달라붙어 나왔다. 크리스는 주저하지도 않고 그 손가락을 입 속에 넣었다.

크리스 : …맛은 존재하지 않나. 맛없어.

- 표정을 찡그리지도 않았다.

린타로 : 먹는 것에 집착하다니 아직 어린애로군, 되살아난 자여. 그렇게 배가 고프다면 바나나 한 개 정도는 적선해 주마!

크리스 : 필요없어요.

이타루 : 애당초 저 바나나, 마유씨 꺼잖아.

린타로 : 사양하지 말도록. 내가 적선해 준다고 하는 거니까 말야!

크리스 : BYONTAI의 바나나 같은 걸 누가 먹을까 봐요.

이타루 : BYONTAI의 바나나…!

- 통이가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움찔 하고 몸을 떨었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이타루 : BYONTAI의 바나나를, 먹는다… 흐물흐물… 손가락을 빨고… 맛없어, 하고 얼굴을 찡그리고…

- 아무래도 이 녀석의 뇌내 변태 프로세서가 고속 기동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이타루 : 마키세씨, 마키세씨. 방금 그거 다시 한 번 부탁할 수 있을까여? 가능한 한 분하다는 표정으로 부탁염.

크리스 : 예…?

이타루 : 저기, “BYONTAI의 바나나 같은 걸 누가 먹을까 봐요” 말야. 가능하면 그 다음에 “아아, 하지만…”도 붙여주면 더욱 굿!

크리스 : …음? …으음~? …윽!

-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것인지, 크리스는 화악 하고 얼굴을 붉혔다.

린타로 : 후하하, 통이. 넌 정말 개선의 여지가 없는 쓰레기에 최악의 BYONTAI지만, 이번 건 정말 잘 했다고 해 주마!

- 저 건방진 크리스에게 한 방 먹였으니까 말야! 여기선 이어지는 콤보를 노려서 추격타를 넣어야겠지! 이 건방진 소녀에게, 어른의 전술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다!

린타로 : 그래서 마키세 크리스, 넌 지금 뭘 상상한 거냐? 꼭 가르쳐 줬으면 하는데 말이지, 후하하하.

크리스 : ……윽.

린타로 : 자아 말해 봐라, 천재소녀! 천재가 어떤 망상을 했는지 설명을 부탁드리지!

크리스 : 이, 바보가…!

- 크리스는 분노를 폭발시키며 우리한테서 등을 돌렸다. 인간 같은 감정 표현도 할 수 있구먼. 아무래도 인조 기계 보병은 아닌 모양이다. 나는 지금, 실로 시원한 기분이었다. 근래 몇 년 동안에 가장 상쾌했다. 과연 통이. 내 오른팔. 솜씨가 훌륭하군.

크리스 : 당신들, 두 사람 다 BYONTAI였군요.

이타루 : 아니 뭘.

- 쑥쓰러워하지 말라구 바보 녀석.

린타로 : 너한테 그런 소릴 듣고 싶진 않군.

크리스 : 오케이, 건방지게 행동한 것에 대해선 사과하죠.

- 크리스는 크게 한숨을 쉬고서 다시 우리 쪽으로 돌아섰다. 이미 표정은 냉정함을 되찾은 상태였다.

크리스 : 그 원인이 당신네들의 성추행 행위에 있다는 것도, 지금은 그냥 넘어가겠어요.

- 그러니까 일일이 “지금은” 같은 소릴 붙이지 말라니까. 나중에 정말로 고소라도 하면 어쩌나 하고 불안해지잖아.

크리스 : 자세히 가르쳐 주세요. 이 바나나에 대해서, 그리고 저쪽―

- 크리스는 힐끔 하고 전화렌지(가칭)를 봤다.

크리스 : 전자렌지에 대해서.

린타로 : 일급 비밀이다. 하지만 관계자가 아닌 네게 딱 하나만 가르쳐 주자면, 이 녀석 이름은 『전화렌지(가칭)』라는 것 정도다.

크리스 : 괄호, 가칭? 뭐죠, 그건?

린타로 : 말 그대로의 의미다. 이름은 아직 가칭인 거다.

크리스 : 이름 같은 건 상관없어요.

린타로 : 하지만 이름 이외엔 가르쳐 줄 수 없다.

이타루 : 하지만 오카린. 마키세씨라면 이 이상한 기능에 대해서 해설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린타로 : 음, 그건…

- 뭣보다도 천재인 모양이니까 말야. 나를 논파했을 정도의 실력자다. 적어도 그 두뇌는 도움이 될 거다. 하지만 저 건방진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소녀는 위험하다. 좀 무섭기도 하고. 그 때 난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크리스 : 히죽히죽거리다니… 또 뭔가 BYONTAI틱한 걸 생각하고 있나요?

린타로 : 크리스티나라고 했었지, 넌.

크리스 : 누가 크리스티나야! 그런 소리 한 적 없어!

- 사실 그쪽이 헐리웃 영화스러워서 분위기가 산다고 생각한 거였다.

린타로 : 이 렌지의 비밀을 듣고 싶다면, 나하고 거래를 하실까.

크리스 : …뭔데요?

린타로 : 우선 첫 번째. 넌 랩멤버가 되어 줘야겠어.

크리스 : 라면…?

린타로 : 랩 멤버다, 이 바보가! 래보래토리 맴버!

크리스 : 연구실 멤버로 영입하겠단 건가요? 하지만 전 8월 중에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데요.

린타로 : 다른 사람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쓰도록. 만일 계약을 깨면 네놈이 은근히 밝히는 BYONTAI라고 『사이언스』지에 고발하겠다.

크리스 : 큭…

이타루 : 짐승이로구먼, 오카린은. 그 『사이언스』, 발매되면 5권 살게.

린타로 : 랩 멤버가 되면 귀국할 때까지 게스트 역할로 그 두뇌를 우리 랩을 위해 사용해 주기만 하면 된다.

크리스 : …잘난 척은. 자세한 계약서를 보여줘요.

린타로 : 그런 건 없다! 여기는 동호회일 뿐이고 회사가 아니거든.

크리스 : …지식을 제공하는 것만이라면 오케이에요. 단 달리 BYONTAI스러운 옵션 계약이 있다면 대답은 노 고요.

린타로 : 잡아먹거나 하지 않을 테니까 안심하도록.

크리스 : 성추행은 할 셈인가요?

린타로 : 안 한다니까!

크리스 : 방금 당신, “우선 첫 번째”라고 했죠? 두 번째가 있는 거잖아요? 그게 BYONTAI스러운 요구일 가능성이―

린타로 : 두 번째 조건은― 이 내가 너한테 했던 성추행 직전의 행위에 대해서, 모두 불문에 붙이는 것이다!

크리스 : ……

이타루 : 오카린, 너무 작아! 인간으로서 도량이 너무 작아! 그게 짜릿해, 동경하게 돼!

린타로 : 통이한테 그런 소린 듣고 싶지 않군. 참고로 통이의 성추행 행위는 이 건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건 두 사람이서 의논하길.

이타루 : 뭐라고 이자식 까불지마라!

린타로 : 이쪽 요구는 이상이다! 이 두 가질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지금 당장 물러가 주길 바란다! …큭큭큭, 자아, 어떻게 할 건가? 나쁘지 않은 거래라고 생각하는데.

크리스 : 당신한테 그런 거겠죠.

- 크리스는 손가락을 이마에 대고, 짐짓 고개를 저었다.

크리스 : 정말이지… 노르아드레날린이 과잉 분비되는 기분이군요. 입이 벌어져서 닫히질 않아요.

린타로 : 네 녀석의 턱 관절에 문제가 생기든 말든 알 바 아냐! 요구를 수용하는가, 수용하지 않는가, 자아 대답해라 크리스티나!

크리스 : 그러니깐 티나 붙이지 말라니까! 난 크리스!

- 크리스는 스스로를 진정시키려는 양 천장을 쳐다봤다. 몸동작이 하나같이 큰 건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런 걸까나. 조금만 더 있으면 “갓뎀!”이라든가 “오 마이 갓!”이라든가 “마더 퍽!” 같은 소리를 할 것만 같았다.

크리스 : …오케이, 받아들이죠.

린타로 : 큭큭큭, 좋은 대답이군. 지금 이 순간, 자넨 랩 멤버 넘버 004가 되었다. 환영한다, 크리스티나. 아니, 더 좀비(되살아난 자)여.

크리스 : 둘 다 틀린 이름이잖아. 제대로 불러, 호오인.

린타로 : ……

크리스 : ……

- 우리는 1분 정도 눈빛 전투를 되풀이했다. 먼저 시선을 피한 건 크리스. 이것 참, 하는 느낌으로 여유를 부리고 있다.

크리스 : 어린애로군요.

린타로 : 무슨 말이라도 했나, 천재 “BYONTAI” 소녀.

크리스 : 아, 정말이지! 앞으론 BYONTAI 금지! 저도 당신을 BYONTAI 취급 안 할 테니까요! 그만둬 주세요!

린타로 : 알았으면 됐다. 그럼 본제로 들어가지. 통이, 크리스티나에게―

크리스 : 티나도 금지.

린타로 : 크리스군에게 지금까지 우리가 행한 실험에 대해서 설명해 주도록.

이타루 : 하지만 거절한다.

린타로 : ……

- 결국 내가 설명하게 되었다. 크리스에게 이야기하면서도 도중에 내 무용담도 피로해 가며― 크리스는 “탈선하지 말아요”하고 화냈다― 전화렌지(가칭)하고 바나나의 관계에 대해서 거짓 없이 이야기했다. 크리스는 마지막에는 그쪽에서 질문을 해 오는 등, 천재라는 소릴 듣는 만큼 이해력이 빨랐다.

크리스 : ―역시 재미있군요.

린타로 : 네 견해를 들어 볼까.

크리스 : 적어도 전자기파 병기나 텔레포트 같은 말, 도, 안, 되, 는 가설은 내다 버려야겠군요.

- 여전히 싸우자는 태도로군, 여사께선.

크리스 : 다시 한 번 실험해 봐도 돼요? 저도 이 눈으로 보고 싶네요.

- 그렇게 말하고서 우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크리스는 “보통” 바나나를 한 개 송이에서 뜯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그걸 전화렌지(가칭)에 넣고, 서둘러 자기 핸드폰으로 타이머를 입력했다. 어째서일까.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꽤나 즐거워 보이는군― 이라는. 뭐랄까, 구체적으로 어디가 다른 건지는 확실하게 지적할 수 없고, 계속 표정은 굳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 이 녀석은 과학자 지망생이니까 실험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지.

크리스 : 오카베씨하고 하시다씨는 바나나 쪽을 봐 주세요.

린타로 : 내게 명령하는 건 관두는 게 좋겠군. 난 매드 사이언티스트 호오―

크리스 : 됐으니까 바나나를 보고 있으세요!

- 금새 화내네.

- 나하고 통이는 그 말대로 바나나를 지켜봤다. 크리스에게 명령을 받아서가 아니라, 우리도 처음 “텔레포트”가 발생했을 때 바나나 쪽을 보고 있지 않았으니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크리스 : 60초 경과. 뭔가 변화는?

이타루 : 없어.

- 지금 전화렌지(가칭) 안에 있는 바나나가 젤리화해서 여기로 돌아온다. 한 번만이라면 뭔가 사고, 아니면 우연의 산물이라고 못박아 버릴 수도 있지만 두 번 연속으로 발생한다면 그건 확실히 “뭔가가 일어났다는” 증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크리스도 생각을 바꾸겠지. 이게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성공을 거둔 텔레포트 실험이라는 걸 인정할 거다. 나는 기도하는 듯한 기분으로 바나나를 쳐다보고―

크리스 : 100초.

- 크리스가 그렇게 말하고서, 약간 지난 뒤에―

이타루 : 앗!

- 갑자기 소리도 없이 젤바나가 “출현”했다. 송이에 붙어 있는 젤바나는 2개가 되었다. 눈을 깜빡일 틈도 없었던, 그야말로 찰나의 사건.

이타루 : 나왔어!

린타로 : ……

- 역시, 말이 안 나올 정도의 충격이었다… 나는 지금, 어처구니 없는 것을 목격했다. 현상을 말하라면, 명백한 텔레포트다. 렌지의 타이머가 울렸다.

크리스 : ……

- 크리스는 렌지 안을 들여다 본 채로 굳어 있었다.

린타로 : 그쪽은 어땠지?

크리스 : 엇? 아, 그러니까… 배, 104초. 경과했을 때, 사, 사라졌어. 갑자기. 응.

- 상당히 당황하고 있군. 이 현상을 보고서 놀라지 않는 사람이 더 적겠지.

린타로 : 역시 텔레포트인 거야, 인류 역사상 최초인!

크리스 : ……

- 크리스는 곧바로 평정을 찾았다. 미간에 주름을 만들고, 팔짱을 낀 채로 생각에 잠겼다. 오른발 끝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뭔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중얼거리고도 있었다.

크리스 : 순간이동이라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야…? 하지만 실제로 이동했고… 믿을 수 없지만… 양자 텔레포트인 걸까… 아니, 그건 양자 수준의 이야기고…

린타로 :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마라. 그 눈으로 본 게 전부다.

- 내 말에 예리한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그야말로 스나이퍼의 눈초리다. 기합을 넣는 방식이 여간내기가 아니다.

크리스 : …정말로 텔레포트야? 결론을 지어놓고 생각하는 건 위험해.

린타로 : 그럼 천재소녀여. 지금 현상은 뭐란 건가?

크리스 : …… 정리하죠. 바나나 송이나, 냉동 닭튀김 때엔 텔레포트 하지 않았어. 그렇죠?

린타로 : …가령, 텔레포트 할 수 있는 물건의 크기에 한도가 있을지도 몰라.

크리스 : 닭튀김은 바나나보다 작잖아요.

린타로 : 실험에선 언제나 같은 닭튀김을 사용했지. 1봉지에 12개 들이.

- 마유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쥬시 닭튀김 넘버 원”밖에 사오지 않는다.

이타루 : 그런 걸로 치면 상당한 양이지.

크리스 : 소금은? 소금으로도 실험해 봤었죠?

- 그 때 실험에선, 한 줌 정도의 소금을 그릇에 담아서 시험했다. 결과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크리스 : 접시가 방해가 되었다거나.

린타로 : 물론 접시가 없는 상태에서도 해 봤지만 변화는 없었다.

크리스 : 그러면 소금은 입자 하나하나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너무 작아서 안 된다… 라거나? 으음… 단서가 필요해…

- 천재소녀는 고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약간 짜증이 난 듯, 방 안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크리스 : 다른 건요? 전화렌지에 연관된 걸로 뭔가 눈치 챈 건 있어요?

린타로 : 전화렌지가 아니라 전화렌지(가칭)이다.

크리스 : 어찌됐든 상관없어요, 그런 건. 어때요? 눈치 챈 건, 있나요? 없나요?

- 크리스는 내가 아닌 통이 쪽으로 묻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확실히 전화렌지(가칭)를 만져온 건 통이니까, 나보다 잘 알 거다.

이타루 : 아, 그래―

- 통이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타루 : 한 번, 이 녀석한테서 엄청난 방전이 일어났었음.

린타로 : 뭣이!? 그런 건 처음 듣는데!?

이타루 : 오카린이 없을 때 일이었으니까.

크리스 : 방전이란 건 어느 정도로요?

이타루 : 이 개발실이 형광등을 켠 것처럼 밝아졌어. 그게 2초 정도 계속되었지.

크리스 : 어떤 상황에서 일어난 건가요?

이타루 : 이 녀석한테 연결해 놓은 핸드폰을 조정할 때. 전용으로 쓰던 걸 빼고, 대신 내 핸드폰을 접속했음. 그랬더니 좀 있다가 빠직빠직.

린타로 : 그건 언제 일이지?

이타루 : 어제 낮이야. 오카린이 닥터 나카바치 발표회를 보러 갔을 때.

크리스 : 닥터 나카바치…

- 어제 낮에는 확실히 닥터 나카바치의 발표회를 보러 갔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이 말했던 타임머신 이론은 존 티토를 베낀 거였다. 지금 게시판에 글을 쓰고 있는 존 티토 속의 사람은 혹시나 나카바치일지도 모른다.

린타로 : 하지만 기다려. 통이, 넌 그렇게 말했을 텐데. 닥터 나카바치의 발표회는 중지되었다고―

이타루 : 그래. 그 때. 하지만 오카린은 중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유씨하고 같이 나갔잖아.

- …그런 기억은 내겐 없다. 애당초 내 기억 속에선 나카바치의 발표회는 중지되지 않았었으니까. 기억의 아귀가 맞지 않는 건 해결되지 않았다.

린타로 : 그러고 보니 그 시간에, 난 통이한테 메일을 보냈지. 도착하지 않았나?

이타루 : 메일이라고?

크리스 : 어제 ATF에서 보여준 메일?

- 내가 끄덕이자, 크리스가 거리를 좁혀 왔다.

크리스 : 그건 확실히, 내가 발표회에서 남자한테 찔려서 죽었다는 내용이었죠?

린타로 : 그래. 하지만 통이 핸드폰에는 왠지 몰라도 일주일 이상 전에 도착한 것으로 되어서…

이타루 : 하아? 그건 오카린이 한 거짓말 아니었어? 그렇지 않으면 시간 기록이 이상하단 거잖아.

린타로 : 난 항상 진실밖에 말하지 않아! 랄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보낸 메일 기록을 보여주지.

- 나는 내 핸드폰의 메일 리스트를 표시해 보았다. 하지만―

린타로 : 없어…

- 메일 리스트에 그 메일을 보낸 흔적은 없었다. 내 기억으로 보면 닥터 나카바치의 발표회가 끝난 뒤 30분 정도 뒤였던 것 같다. 크리스가 죽어 잇는 걸 발견하고, 그 자리에 있던 나를 포함한 10명 정도의 사람은 공황 상태에 빠져서 서둘러 라디오 회관에서 나왔다. 그러고서 쓴 메일. 몇 번이고 조사해 봤지만 그 시간에 있어야 할 보낸 메일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있어야 할 것이, 사라졌다. 마치 전화렌지(가칭) 안에 있던 바나나처럼.

린타로 : 어째서 없는 거지…? 난 확실히 보냈어. 오후 1시 전에―

이타루 : 아, 딱 그 시간이었어. 방전 현상이 일어난 건! 『좋은 친구』가 끝나기 직전이었으니까.

- 나는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번뜩여라, 라는 에디슨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이런 건 보통 사람이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즉 나는 천재! 히죽거리며 나는 크리스하고 통이를 쳐다봤다.

린타로 : 그런가… 그런 거였나.

크리스 : 엇, 뭐죠?

이타루 : 아, 이건 오카린이 언제나 하는 버릇이니까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아, 레알.

린타로 : 닥쳐라! 난 깨달았다! 깨닫고 만 거다!

- 전화렌지(가칭) 위쪽을 손바닥으로 탕탕 쳤다.

린타로 : 내가 보낸 메일에서 일어난 신비한 현상과, 방전이 일어난 거하곤, 그러니까― 뭔가 관계가 있어!

이타루 : ……

크리스 : ……

린타로 : ……

크리스 : …그래서?

린타로 : 하?

크리스 : 뭔가 관계가 있는 건 알았어. 그래서, 뭔가라는 게 뭐죠?

린타로 : 그걸 조사하는 게 네 일이지 크리스티나.

크리스 : 하시다씨. 이 사람하고 이야기하는 거, 피곤해요.

이타루 : 처음엔 누구나 그래. 기본적인 대처 방법은, 진지하게 상대하지 않는 거―

린타로 : 거기! 내 언동을 완전 부정하지 마!

- 좋아. 내가 올바르다는 걸 증명해 주마. 방전 현상을 재현할 수 있다면 메일의 시간 관계 수수께끼에 대해서도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거다.

린타로 : 통이, 방전 현상이 일어났을 때 전화렌지(가칭)의 상태를 가르쳐 줘.

이타루 : 꽤나 무모한 상태였지. 내 핸드폰을 전화렌지에 연결하고, X68000을 조작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하고 있었어.

- 나는 전화렌지(가칭)에 접속되어 있는 핸드폰을 뽑고, 대신 내 핸드폰을 꽂았다. 그러자 그 때 응접실 쪽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마유리 : 다녀왔어요― 하우― 배고파―

- 비닐봉지를 바닥에 놓으며 마유리가 들어왔다. 알바가 끝난 모양이었다.

마유리 : 닭튀김을 먹자― 쥬시 닭튀김 넘버 원♪ 오카린, 바나나는 사 왔어―? 응, 오카린?

- 우리가 있는 개발실 쪽을 들여다보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유리 : 어라라? 손님~?

- 크리스의 모습을 본 마유리는, 항상 그렇듯 상냥한 미소를 띄우며 꾸벅 하고 머리를 숙였다.

마유리 : 마유시―에요. 잘 부탁드려요―

크리스 : 마키세에요. 랩 멤버가 된 것 같네요.

마유리 : 어―? 정말? 대단해, 여성 랩 멤버다―

린타로 : 통이, X68000에는 어떤 조작을 했지?

이타루 : 방금 말한 대로 메일을 받는 설정을 조정하고 있었어. 원격 조작으로 메일을 받는 상태를 모니터닝 하려고. 그래서 동시에 120초의 『냉동 기능』을 쓰고 있었지. PC에서도 냉동 기능을 기동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었지. 어젠 그 테스트도 하고 있었거든.

린타로 : 마유리, 쥬시 닭튀김 넘버 원을 전화렌지(가칭) 속으로!

마유리 : 다른 사람도 닭튀김 먹을래? 1개씩이라면 먹어도 좋아―

- 마유리는 그야말로 태평하게 닭튀김을 렌지에 넣었다. 통이한테서 PC 모니터에 비치는 화면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DOS하고 조작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키보드로 『120#』이라고 쳐 넣고 엔터 키를 눌렀다. 곧바로 전화렌지(가칭)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턴테이블하고 거기 올려져 있는 쥬시 닭튀김 넘버 원이 역회전을 시작한다. 크리스가 전화렌지(가칭)의 움직임을 진지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떠한 사소한 변화라도 놓치지 않겠다, 는 느낌이었다.

린타로 : 이걸로 방전 현상이 일어났을 때의 조건은 재현된 거지?

이타루 : 으음, 어땠더라…

린타로 : 거기 서 있는 조수!

크리스 : 하아? 나?

린타로 : 달리 누가 있단 거냐!

크리스 : 언제부터 내가 네 조수가 됐어!

린타로 : 됐으니까 내 메일 주소로 뭔가 메일을 보내라!

- 조건을 재현한 거라면, 지금 전화렌지(가칭)에 이어져 있는 내 핸드폰으로 메일을 보내면 지금이 아니라 과거의 시간대에 받게 될 거다. 하지만 조수― 크리스는 굳은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거렸을 뿐이었다.

크리스 : 난 당신 주소 따윈 몰라요.

린타로 : 도움이 안 되는 조수로군.

크리스 : 멋대로 조수로 만들지 말라니까!

린타로 : 통이, 네 핸드폰에서 메일을!

이타루 : 아, 어, 으음, 뭐라고?

린타로 : 아무 거나 상관없어!

이타루 : 으음, 으음…

린타로 : 『크리스티나는 BYONTAI』 이걸로 보내!

크리스 : BYONTAI는 금지라고 했잖아!

이타루 : 그럼 타협안으로, 『오카린은 BYONTAI』로 할게.

린타로 : 이 배신자가…!

크리스 : 하시다씨, 굿잡.

- 히죽거리는 크리스가 통이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말 마음에 안 든다.

마유리 : 아― 마유시―의 바나나가.

- 우리가 이래저래 난리 치는 옆에서, 마유리는 예의 바나나 송이를 발견하고서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마유리 : 젤바나가 되었어―

- 젤바나라고 줄여 말하지 말라니까.

크리스 : 실험에 쓴 거예요.

마유리 : 이거, 마유시― 건데…

이타루 : 메일 보낸다?

크리스 : 마유시―씨. 돈은 나중에 낼 거예요. 저기 있는 호오인씨가.

린타로 : 어째서 내가!

마유리 : 정말이지― 어째서 맨날 마유시―의 음식 가지고 실험을 하는 거야―? 아, 혹시나 이 닭튀김으로도 실험하고 있는 거야?

린타로 : 그런 거지.

이타루 : 예이예―이. 보냅니다― 보내기 보내기 클릭.

- 그 옆을 빠져나가, 마유리가 전화렌지(가칭) 앞으로 열심히 걸어갔다. 그걸 제지할 겨를도 없이, 마유리는 아직 작동하고 있는 렌지 문을―

린타로 : 어이 잠깐, 열지 마 마유리!

마유리 : 호요?

-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열어 버렸다―

마유리 : 와아앗―!

- 어두운 개발실에, 번갯불 같은 파란 섬광이 가득 찼다.

크리스 : 방전되고 있어!

- 격렬한 스파크 소리. 나는 마유리의 몸을 껴안듯 해서 전화렌지(가칭)에서 한 발짝 물러나게 했다.

이타루 : 뭐, 뭔가 위험한 것 같은데!?

- 방 안에,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탄 것 같은 냄새도 난다. 눈부신 섬광 때문에 눈이 마비된 상태였다. 몇 번이고 눈을 깜빡여서 시력을 회복시키려 해 봤다. 크리스나 통이의 기침 소리도 들린다.

린타로 : 저, 전원, 다친 덴 없나?

이타루 : 그, 그런 듯.

크리스 : 저기, 2초보다 더 오랫동안 방전됐던 거 아냐?

- 마유리의 가는 손가락이 내 두 팔을 꾹 하고 잡았다.

마유리 : 오, 오카린? 저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 점점 시야가 넓어졌다. 마유리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린타로 : 괜찮아? 화상 같은 거 입지 않았어?

마유리 : 으음… 아무 데도 아픈 덴 없으니까 괜찮은 것 같은데―

- 얼른 마유리를 감싸길 잘했군. 나는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긴 하지만 동료의 위기는 몸을 바쳐서라도 구하는 사람이다. 껴안고 있는 것처럼 되어 있던 마유리에게서 슬며시 거리를 두었다. 휴우. 그건 그렇고, 정말 놀랐다. 나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크리스 : 자, 잠깐 이것 좀 봐!

- 크리스의 긴박한 목소리. 드디어 시야가 다 돌아와서, 다시 개발실 전체를 둘러보았다. 거기서 갑자기 눈에 들어온 참상을 보고서, 말문이 막혔다. 개발실 중앙에 놓여 있던 커다란 테이블. 나무로 되어 있으며 꽤나 튼튼해서 사람이 5~6명 정도 올라가도 부서지지 않는, 전화렌지(가칭)하고 X68000이 올려져 있던 테이블이, 두 동강이 나 있었다. 렌지에 붙여 놓았던 PC 같은 건 모조리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렌지는― 그 쪼개진 테이블을 뚫고, 마루바닥에 문자 그대로 쳐박혀 있었다.

이타루 : 이건 뭥미? 어찌된 거지…? 아무리 전자렌지라고 해도, 바닥에 구멍을 뚫을 정도로 무겁진 않을 텐데…

크리스 : 방전 현상만으론 이렇게 되지 않아. 그 이외의 현상이…?

- 나는 잠시 할 말을 잊었지만, 곧바로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어떻게든 수습해 보려 했다.

린타로 : 큭, 큭큭큭, 후하하하! 모, 모두 다 계산대로로군!

- 어쨌든 크게 웃어 보았다. 그러고서 핸드폰을 끄집어 내서 항상 하던 그걸 하려고 했지만 그러고 보니 핸드폰은 전화렌지(가칭)에 꽂혀 있는 상태였다.

- 엘 프사이 콩그루.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 만으로 중얼거린다. 이 말에 의미 따윈 없다. 어감을 따서 적당히 붙이기만 한 단어. 하지만 의미가 없기 때문에 거기에 의미가 있다. 오랫동안 쓰면서 이걸 중얼거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타루 : 마유씨의 닭튀김이 지독한 상태가 된 건에 대해서.

마유리 : 엣?

- 일어선 마유리가 가만히 전화렌지(가칭)를 들여다 봤다. 바닥에 쳐박히긴 했지만 문은 어떻게든 열 수 있었다.

마유리 : 아아, 거, 검게 탔어― 마유시―의 닭튀김이…

- 풀이 죽어 버린 마유리의 어깨를, 나는 다독이듯 토닥거렸다.

린타로 : 쥬시 닭튀김 넘버 원은 위대한 실험의 성공을 위하여 존엄한 희생을 한 거야. 명복을 빌어 주자구.

크리스 : 닭튀김 건은 중요하지 않아. 지금은 전화렌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해석하는 것이 우선―

마유리 : 중요하지 않다니 너무해, 으음, 크리스티나…

크리스 : 이봐, 거기 호오인 쿄마. 어떻게 할 거야!? 마유시―씨가 내 이름을 잘못 외웠잖아!

이타루 : 그보다 환기시키는 게 좋겠어. 쿨럭쿨럭.

린타로 : 시끄러, 닥쳐라 너희들.

- 나는 위압하기 위한 시선을 보냈다. 지금 이 순간은, 그야말로 세기의 실험이 성공해서 인류가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은 기념할만한 시간. 역사가 움직인 날인 것이다. 그걸 이런 바보스런 이야기로 망칠 권리는, 이 녀석들한텐 없다. 나는 고동치는 가슴을 억누르고서, 전화렌지(가칭)에 꽂혀 있는 나 자신의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쳤다. 다행히도 그 정도의 방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데도 망가지지 않았다. 제대로 작동했다. 하지만 본래대로라면 표시가 되어 있어야 할 “새로 온 메일”을 표시하는 아이콘이 보이지 않는다. 받은 메일함을 불러낸다. 새로 온 메일은 위에 있을 거다. 하지만…

- 가슴이 더욱 크게 뛰었다. 방금 전에, 그 방전 현상 직전에 통이가 이 핸드폰으로 보낸 메일이 가장 위에 없었다. 이 “신비한” 현상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거였다. 곧바로 메일함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 그것을―

- 발견했다.

- 받은 편지함
7/24 17:30
from 통이
sub
오카린은 B

린타로 : 후, 후하하, 후하하하하!

- 성공이다. 실험은, 왠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공했다! 시간 기록이 그걸 말해 주고 있었다. 이 메일을 받은 날짜는 “7월 24일” 즉 5일 전인 것이다. 그야말로 내가 보낸 “크리스 살해 통지 메일”하고 같은 결과가 되었다. 29일에 보낸 메일이 24일로 시간을 거슬러서 보내졌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드디어 “번뜩였다”.

린타로 : 모든 게 이어졌다. 일련의 사건이 의미하는, 유일무이한 답. 이 전화렌지(가칭)에 숨겨진 기능의 진실, 그것이 보였다…! 직감이라기보다, 그래, 이건 확신.

크리스 : …가르쳐 줘요. 이게 뭐란 건가요?

- 나는 내 입술이 자연스레 모양을 만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노려보는 듯한 크리스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았다.

린타로 : 일단 이것부터 말해 두지. 대부분의 대발명은 뭔가를 연구하던 중에 일어나는 우연의 산물이다, 라는 걸. 이걸 세렌디피티라고 하지.

크리스 : 서론은 됐어.

- 으… 내 대사를 한 방에 날리다니. 뭐 좋아, 그럼 본론이다.

린타로 : 메일은 “과거”로 보내졌다. 녹아 가던 닭튀김은 냉동 상태로 “돌아갔다”. 송이에서 뜯어내 진 바나나는 송이로 “돌아갔다”.

크리스 : …설마.

- 크리스도 감이 온 모양이었다. 과연 천재 조수.

린타로 : 바로 그 설마다…!

- 이것이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인 것이다.

린타로 : 이 전화렌지(가칭)는―

린타로 : 타임머신이다…!

게임/슈타인즈_게이트/01장_5.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1/07/03 02:51 저자 Le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