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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슈타인즈_게이트:02장_4

2장 : 공리 방황의 랑데뷰 (4)

- 지압사하고 헤어진 나는 친한 점원이 있는 PC 가게에 여러 가지로 물어보고 다녔다. 하지만 그 점원도 IBN 5100의 소재에 대해선 모르는 모양이었다. 10년 정도 전에는 어둠의 가게도 많아서 구형 PC를 찾는 것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단속 강화와 모에 계열 비지니스의 범람으로 인해 그런 가게가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했다. 이래서야 모에카를 보고 “도움이 안 된다”곤 할 수 없겠군… 수사 2일째에 나 역시 손발을 다 든 상황이 되었다. 역시 아키바에 국한하지 말고 시간하고 돈은 들더라도 세계 규모의 옥션 사이트 같은 곳을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에 지압사하고 만나기 전에, 웬일로 마유리가 전화를 했었지. 하늘하늘거리며 어디론가 가 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마유리는 먼저 연락을 해 오는 일이 거의 없다. 내가 먼저 연락을 취하는 일이 많을 정도다. 그런 마유리가 전화를 걸다니, 어떻게 된 걸까. 전화를 걸어 볼까.

마유리 : 뚯뚜루― 마유시―에요.

린타로 : 나다. 상황은?

마유리 : 아― 오카린이다. 방금 전에 전화했었어―

린타로 :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마유리 : 저기, 통이한테 전화해 봐―

린타로 : 하아? 뭐야, 그건?

마유리 : 통이는 말야, 오늘 『메이퀸』에 가 있어. 그러니까 전화해 봐. 그러면 알 수 있을 거야. 그럼―

린타로 : 기다려! 어이, 마유리! 이봐! ……

- 끊어 버렸다. 자세히 설명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어차피 다시 걸더라도 마유리 성격을 볼 때 똑 같은 말밖에 못 듣겠지. 마유리 말대로 하자.

이타루 : 예이, 예이―

린타로 : 나다. 상황을 가르쳐 다오.

이타루 : 그 말투는 오카린이구먼. 마유씨한테서 들었음?

린타로 : 아니,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이타루 : 으음, 나는 지금 『메이퀸』에 있는 건데 말임, 마유씨가 조사해 줬어. 페이리스땅이 IBN 5100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린타로 : 뭐…!? 페이리스!?

- 설마 그 고양이녀하고 IBN 5100이 엮일 줄이야. 그야말로 생각할 수 없었던 조합이다.

이타루 : 그런 발상은 못 했다 라는 느낌이지만, 뭔가 구형 PC가 집에 잔뜩 있는 모양이야.

- 호박이 덩쿨째 굴러온다는 게 이건가. 막다른 길이었던데서 역전해서 골인 지점에 접근한 게 되었군.

린타로 : 이것도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이로군!

이타루 :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린타로 : 그래서, 페이리스는 거기 있나?

이타루 : 물론. 오늘은 딱 『페이리스컵』이니까.

- 『페이리스컵』? 뭐냐 그건.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별달리 어쨌든 상관이 없으니 떠올리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이타루 : 페이리스땅한테 IBN 5100의 사진을 보여주니 비슷한 PC를 10년 정도 전에 신사에 봉납했다고 했어. 같은 물건인지 어떤지는 모른다지만 말야.

린타로 : 신사… 라고?

- 의외의 조합이었다. PC하고 신사. 가전 제품과 고대서부터 존재하는 성역. 아무래도 접점은 없어 보인다.

린타로 : 어디 신사지?

이타루 : 아, 안 물어봤다. 이런 나의 실수.

린타로 : 뭐 좋아. 나쁘지 않은 힌트다.

- 이 근처에 있는 신사라면 칸다묘진하고 야나바야시 신사다. 페이리스가 어릴 때에도 아키바에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근처에 있는 이 2개의 신사를 찾아가는 거겠지.

이타루 : 그럼 슬슬 끊겠음둥. 슬슬 『페이리스컵』 개시야.

린타로 : 그런가. 통이, 너라면 할 수 있다. 반드시 우승해라.

이타루 : 맡겨만 줘.

- 그건 그렇고 『페이리스컵』에서는 뭘 하는 거였지? 아니, 지금은 그런 것보다도 신사다.

- 규모 면에선 칸다묘진 쪽이 크니까, 어느 쪽에 봉납할지를 생각해 보면 90%의 사람이 칸다묘진을 고를 거다. 그런 예측을 바탕으로 해서 먼저 그쪽으로 가 봤지만 신사 관계자한테서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는 답변만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야나바야시 신사로 향했다. 어차피 이쪽도 꽝일 테지만…

린타로 : 누구냐?

??? : ……

- 뭐지? 잡음밖에 들리지 않는군. 잘못 건 전환가? 아니, 이건 틀림없이―

린타로 : “기관”인가? 경고를 할 셈인가. 더 이상 SERN에 손을 대지 말라고 하고 싶은 거냐?

??? : 하아?

- 음? 여자 목소리였다. 더군다나 내 말에 대해서 한심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린타로 : “기관”의 인간이 아닌 건가?

크리스 : …아니에요. 마키세입니다.

린타로 : 마키세…

- 누구, 지…? 이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린타로 : 미안하지만 기억나지 않는군. 어디서 만났는지 가르쳐 줘. 파리인지, 런던인지―

크리스 : 아키하바라야. 바로 어제도 만났잖아.

- 어제라고? 마키세… 마키세…

린타로 : 오오, 조수!

크리스 : 조수가 아냐! 마키세 크리스!

린타로 : 크리스티나라고 안 하니까 몰랐잖아.

크리스 : 크리스티나도 아냐. 몇 번이나 말해야 돼!

린타로 : 넌 변함없이 시끄럽군.

크리스 : 누구 때문인데.

린타로 : 잠깐 기다려. 너, 어째서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지…?

- 이건 부자연스럽다… 애당초 크리스의 스파이 의혹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는데―

크리스 : 하시다씨한테 들었어.

린타로 : 뭐야, 재미 없게시리. 그래서 무슨 일이지, 조수.

크리스 : 조수가 아니라고 했잖아… 하아, 반론하는 것도 바보스러워졌어. 당신 지금 어디야?

린타로 : 야나바야시 신사로 향하는 중인데.

크리스 : 아 그래, 그럼.

린타로 : …… 어? 하아? 뭐야 지금 건!? 장난 전화냐!? 장난 전화인 거야!?

- 조수 주제에 건방진 짓을…! 담번에 만나거든 주의를 줘야지. 『사이언스』지에 논문 좀 냈다고 그게 어쨌단 거냐.

크리스 : ……

린타로 : …『사이언스』지에 논문 좀 냈다고 그게 어쨌단 거냐.

크리스 : 갑자기 무슨 소리야.

- 야나바야시 신사 앞에는 왠지 몰라도 조수가 서 있었다. 딱딱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

린타로 : 방금 그 전화는 뭐냐?

크리스 : 당신이 있는 장소를 물어본 것뿐이야. 그리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해서, 왔어.

린타로 : 부른 적 없는데.

크리스 : 나도 불린 기억 없어.

린타로 : ……

크리스 : ……

- 어째서 이 녀석은 항상 이렇게 기분 나쁜 태도인 거지.

린타로 : 어째서 날 만나러 왔지.

크리스 : 만나고 싶어서 만나러 온 건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 일일이 싫은 소릴 하지 않나.

크리스 : …어제 헤어질 때 했던 말이 신경이 쓰여서.

린타로 : 무슨 소리지?

크리스 : IBN 5100. 그리고 SERN.

린타로 : 네 녀석, “기관”이 아니라 SERN의 스파이였나! 이 나를 죽이러 온 거로군! 그럴 거라고 짐작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을 죽일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 말이지!

크리스 : 어떤 표정이길래, 무례하게시리! 당신, 좀 차분하게 있는 게 어때? 항상 헛소리만 해 대고 말야. 아무리 봐도 나보다 연상으로 보이지가 않아.

린타로 : 차분하게, 라… 훗. 네가 알 리가 없지. 항상 신변에 위기가 닥쳐 도망에 도망을 거듭해 온 지금까지 내 인생을.

크리스 : 예에, 그런 헛소린 전혀 모르겠어.

린타로 : 나한테 싸움이라도 걸러 온 거냐?

크리스 : IBN 5100하고 SERN의 조합에 대해 흥미가 생긴 것뿐이야.

린타로 : 그런 게 아니라 네가 흥미를 가진 건 SERN에서 타임머신 연구가 행하진다는 거겠지? 솔직해져라.

크리스 : 시, 시끄러. 타임머신 같은 건 흥미 없어. 그보다 IBN 5100은 찾았어?

린타로 : 그걸 확인하러 왔다.

- 크리스가 야나바야시 신사의 작은 토리를 올려다봤다.

크리스 : 신사에서?

린타로 : 그래.

- 그러자 마침 그 때 옆의 사무소에서 무녀복을 입은 미소녀― 아니, 미소년이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모습을 나타냈다.

루카 : 아, 오카… 쿄마씨. 안녕하세요.

린타로 : …루카코여. 너, 예의 그건 어떻게 했지?

루카 : 엇, 그, 『요도 사미다레』 말씀이신가요?

린타로 : 항상 휴대하라고 말해 뒀을 텐데!

루카 :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빗자루 청소할 때는 방해가 되기 때문에…

린타로 : 청소하는 도중에 탈취당하기라도 하면 어쩔 셈이냐. 아무도 도와주진 않아.

루카 : 그, 그렇, 군요…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크리스 : 저기, 좀 전부터 두 사람이서 무슨 이야길 하는 거야?

- 크리스의 존재에 이제야 눈치를 챈 듯한 루카코가 곤혹스러운 듯한 시선으로 날 봤다.

루카 : 저, 기… 이쪽 분은…?

린타로 : 조수다.

크리스 : 아냐! 랄까 뭐야, 그 적당하기 그지없는 소개는!

린타로 : 나는 진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크리스티나.

루카 : 일본 분이, 아, 아닌 건가요…?

크리스 : 일본 분입니다.

린타로 : 그보다 루카코. 네 아버지와 이야길―

크리스 : 기다려! 소개하라구! 제대로!

린타로 : 소개되고 싶은 건가? 제대로?

크리스 : 이 상황에서 소개를 안 하는 편이 부자연스럽잖아.

린타로 : 난 널 루카코에게 소개하기 위해서 여기 온 게 아냐!

크리스 : 소개하는 데엔 10초도 안 걸릴 텐데, 그렇게까지 거부하는 거야, 당신이란 사람은.

루카 : 저기… 싸움은…

- 루카코는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나하고 크리스가 싸움을 하고 있는 걸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린타로 : 이 녀석은 마키세 크리스. …조수다.

크리스 : 응, 이제 됐어. 걍 조수라고 해… 하아.

루카 :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키세씨. 우루시바라, 루, 루카에요.

크리스 : 잘 부탁해. 몇 살이야?

루카 : 17이에요.

크리스 : 나보다 한 살 아래구나.

루카 : 예? 그런가요? 마키세씨, 무척이나 어른스러워서 한 살 차이론 안 보여요…

린타로 : 즉 늙어 보인다는 거로군.

크리스 : ……

- 째려봤다.

루카 : 아뇨, 아니에요. 저기, 아름다우시단 의미니까…!

크리스 : 쌩쓰. 너도 무척 귀엽다고 생각해.

- 남자지만 말야. 조수한텐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진실을 알게 되면 너무나 엄청난 충격으로 미국으로 돌아가 버릴지도 몰라.

린타로 : 쓸데없는 사교 회화는 끝났나?

크리스 : 말투가 일일이 열받게 해 주네.

린타로 : 그럼 루카코여. 네 아버지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불러와 주지 않겠나.

루카 : 아, 예, 상관없지만, 아버지하고, 이야기라뇨…?

린타로 : 이건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대한 용건이다.

루카 : 인류의…!

크리스 : 미래?

루카 : 다, 당장 모셔오겠습니다.

- 루카코는 사무소 안으로 뛰어갔다. 저 녀석은 내 말이라면 거의 뭐든 다 믿는다. 어딘가의 성격 비뚤어진 조수하고 달리, 이야기가 잘 통해서 정말 좋다.

크리스 : 에취. 이런, 감기에 걸린 걸까나…

- 크리스는 잠시 코에 신경을 쓰느라 나한테 이야기를 걸진 않았다. 루카코의 아버지는 금방 나타났다. 루카코가 굉장히 서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끌려오다시피 해서 경내로 나왔다.

루카 : 아버지, 어서, 어서…!

우루시바라 아버지 :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서두르다간 넘어질 거야…

루카 : 그치만,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어요…

우루시바라 아버지 : 그, 그래, 그거 큰일이로구나.

- 이 아버지하곤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사고방식이 유연하고 존경할 만한 어른이다. 루카코를 잘못 키운 것만 빼곤. 이 아버지는 자식을 너무 사랑한다. 루카코가 신사 일을 도울 때 항상 무녀복을 입고 있는 것도 아버지가 부탁한 것인 모양이었다. 혹시나 변태일지도 모른다. 아니, 신성한 일을 모독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서도.

우루시바라 아버지 : 여어, 호오인 군. 오랜만일세. 항상 루카가 신세를 지고 있구려.

린타로 : 아뇨. 저야말로.

크리스 : …그 사람 이름은 호오인이 아니라 오카베에요.

우루시바라 아버지 : 엇, 그런가요?

린타로 : 조수! 이야기가 복잡해지니까 떠들지 마!

크리스 : 사실을 말한 것뿐이잖아.

- 큭, 이 녀석은 도대체 뭘 하러 온 거냐.

우루시바라 아버지 : 루카한테서 호오인 군이라고 들어서, 완전히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말야, 이야, 혹시나 이건 루카에게 한 방 먹은 걸까나, 하하하.

루카 : 아, 아버지, 그, 그게 아니라, 오카베씨는, 본명이고, 호오인이라는 이름은, 그러니까…

린타로 : 전 호오인입니다.

크리스 : 오카베 린타로는 부모가 붙여 준 이름이잖아? 그걸 부정하는 거야?

린타로 : 됐으니까 닥쳐, 더 좀비(되살아난 자)!

크리스 : 누가 좀비야!

우루시바라 아버지 : 하하하, 사이가 좋은 것 같아서 보기 좋군요.

- 루카 아빠는 크리스한테로 시선을 향했다.

우루시바라 아버지 : 그쪽도 루카의 친구인가요? 앞으로도 루카하고 사이 좋게 지내 주세요.

크리스 : 엇, 저는…

우루시바라 아버지 : 이 애는 보는 바와 같이 무척이나 가련한 애니까요.

루카 : 아, 아버지, 그만 두세요…

크리스 : ……

- 어째선지 크리스는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왜 저러는 거지? 루카코의 친구도 아닌데 멋대로 친구 취급을 당해서 곤란하다든가?

크리스 : …윽.

- 내 시선을 눈치 채고서 크리스는 곧바로 휙 하고 저쪽을 향해 버렸다.

우루시바라 아버지 : 그래서, 호오인군. 나한테 뭔가 용건이 있다고?

- 그래. 느긋하게 대화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건 성전의 행방이 결정되는 중대한 일이다! 인류의 미래는, 뭐 별로 상관없지. 왜냐하면 난 매드 사이언티스트, 영웅이 될 생각은 없다. 나는 루카 아빠한테 IBN 5100이라는 귀중한 PC가 꼭 필요하다는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 야나바야시 신사에 구형 PC가 봉납되어 있지 않은지를 물었다. 물론 SERN에 해킹할 생각이라든가, 타임머신 연구하고 관련이 있다는 것 같은 기밀 정보는 은폐했지만.

우루시바라 아버지 : 봉납이라는 형식이 적절한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 신사에는 확실히 9년 정도 전에 맡아 둔 오래된 PC가 있다네.

린타로 : 엇…

- 거기에 말문이 막혔다. 설마, 정말로…?

린타로 : 그거야! 그게 틀림없어요!

우루시바라 아버지 : 잠깐만 기다려 주게. 지금 가져올 테니까.

- 루카 아빠는 10분 정도 지나서 돌아왔다. 커다란 상자를 안고서, 얼굴은 새빨갛게 되었다. 걸음걸이가 상당히 위태로운데, 괜찮을까나.

우루시바라 아버지 : 후우, 찾는 게 힘들었어. 아마도 이거라고 생각하는데.

- 상자를 지면에 둔 루카 아빠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허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무거웠나. 감사 인사를 하고서 안을 조사했다.

린타로 : 이게 IBN 5100…!

- 들어가 있는 것은 모니터하고 일체형으로 된 심플한 PC였다. 모니터라고 해도 요새 기준으로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액정 화면 정도 되는 크기였지만. 지압사한테서 받은 IBN 5100의 사진하고 비교해 보았다. 무척이나 닮았다.

루카 : 아, 여길 봐 주세요.

- 루카코가 가리킨 건 테이프 드라이브와 모니터 사이에 있는 로고였다. 거기에는 확실히 『IBN 5100 Portable Computer』라고 되어 있었다.

린타로 : 후하하, 후하하하하! 나는 드디어 아키바의 도시전설을 해명했도다!

- 이것이야말로 아키바의 어딘게 있다고 하는 환상의 PC인 것이다! 보존 상태는 좋았고, 먼지가 조금 쌓인 정도였다. 물론 콘센트를 꽂아서 제대로 기동을 하는지 시험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럼 문제는 루카 아빠가 이걸 빌려줄지 어떨지 하는 거다.

린타로 : 우루시바라 씨. 단도직입적으로 묻고싶습니다만. 이 PC를 빌려줄 수 있습니까?

우루시바라 아버지 : 상관없네.

린타로 : 그렇게 간단히!?

- 신사에 봉납된 것을 주지 개인의 생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빌려줘도 되는 걸까. 그런 이야긴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옥신각신 하는 것도 각오했는데.

우루시바라 아버지 : 이걸 나한테 맡긴 사람한테서, 그 당시에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지. 언젠가 이 PC를 꼭 필요로 하는 젊은이가 나타날 테니까, 그 때는 쾌히 빌려 줘도 상관없다, 라고. 설마 정말로 이렇게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랄까, 나도 그 전언에 대해서 방금 전까지 잊고 있었을 정도니까. 그러니까 이건 호오인군한테 빌려주도록 하지. 단 다 쓰고 나면 반드시 돌려주도록 하게나.

린타로 : 예, 감사합니다.

- 깊이 고개를 숙이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싱글거렸다. 쿡쿡쿡, 웃음이 멈추지 않는군. 이렇게나 일이 잘 풀릴 줄이야. 마치 누가 다 준비를 해 준 것만 같군. 이걸로 SERN에 숨겨져 있는 비밀은 발가벗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놈들이 행한 사악한 연구를 폭로하고, 김에 타임머신을 만들기 위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이 내가, 놈들을 앞질러서 인류 역사상 최초의 타임머신을 완성시키는 거다.

- 그리하여, 입수한 IBN 5100을 랩으로 가지고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운반하기 위한 차 같은 건 없고, 애당초 난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건 조수도 마찬가지였다.

린타로 : 미국에선 16살부터 보통 면허를 딸 수 있다고 하잖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있지 않은 거냐.

크리스 : 뭐야, 그게 무슨 문제길래? 거기선 연구만 했다고.

린타로 : 청춘을 헛되이 보내고 있군.

크리스 : 당신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은 안 드는데 말야. 오히려 내 쪽이 훨씬 유익하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

- 조수놈, 입 하난 참 잘 돌아가는군.

루카 : 저, 저기, 싸움은, 안 좋아요…

- 또다시 루카코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린타로 : 루카코, 오늘은 덕분에 살았어. 다시 한 번 아버지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줘.

- 루카 아빠는 이미 사무소로 돌아가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내 말에 루카코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크리스 : 네 아버지, 멋진 분이셔.

루카 : 엇…

- 조수가 별 생각 없이 한 말에 나하고 루카코는 얼어붙었다.

루카 : 아, 아버진, 겨, 결혼, 하셨고… 부, 부부, 불륜은… 안 좋아요…!

크리스 : 예…?

린타로 : 그런가, 조수여. 넌 아저씨 취향이었구나.

크리스 : 자, 잠깐 기다려! 두 사람 다 착각하지 마. 그런 뜻이 아냐!

루카 : 아, 아버진, 못 넘겨줘요…

크리스 : 우, 울지 마… 내가 말한 건, 아버지하고 사이가 좋은 게 부럽다는 거였어.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니까.

루카 : 엇, 아, 그런가요… 죄송합니다, 이상한 착각을 해서…! 전 정말이지 이 무슨 실례 되는 이야기를…!

크리스 : 그러니까 울지 마. 오해가 풀렸다면 그걸로 됐어.

린타로 :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루카 아빠에 대한 연심이,

크리스 : 없어.

- 크리스티나는 휙 하고 저쪽을 돌아보고 말았다. 더 이상 화나게 하면 폭력을 행사할지도 모르니까 자중하자.

린타로 : 루카코, 『사미다레』 휘두르기 연습을 잊지 말도록.

루카 : 아,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으음, 엘 프사이 콩가리…

린타로 : 콩그루다! 이제 좀 외워라.

루카 : 죄, 죄송합니다…

크리스 : 이봐 당신, 여자애를 괴롭히다니, 정말 최저야!

- 아니, 그렇지는 않지. 왜냐하면 루카코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 크리스티나의 딴지를 무시하고서, 나는 IBN 5100이 들어있는 상자를 들어올렸다.

린타로 : 흐음, …윽, 무거워라!

- 너무나 무거워서 들어올리는 것만으로도 간신히 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 결국 다시 한 번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에 루카 아빠가 이걸 가지고 왔을 때 얼굴이 새빨갛게 되었던 것도 납득이 간다.

루카 : 그렇게 무거운가요…?

크리스 : 연약하긴. CRT 모니터 정도 되는 크기인데.

린타로 : 그럼 네가 한 번 들어 봐라. 내 말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 크리스는 작게 한숨을 쉬고서, 상자 한쪽을 잡고 전력을 다해 힘을 주었다―

크리스 : 흐음… 윽!

- 기합을 넣었지만 1센티도 들어올리지 못하고, 크리스는 그대로 항복했다.

크리스 : …크, 크고, 무겁습니다.

- 굳은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조금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조수는 지기 싫어하는 마음은 강한 모양이었다.

크리스 : 30킬로 정도 하지 않아, 이거? 카트 같은 걸 빌리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우루시바라씨, 이 신사에 카트 같은 건 없어?

루카 : 저기, 있긴 있는데, 실은, 부서져 버려서… 죄송합니다.

크리스 : 그래. 달리 빌릴 수 있을 만한 데는―

린타로 : 아니, 카트는 필요없다.

크리스 : 그럼 어떻게 가지고 돌아갈 거야? 여기서 당신네 헐은 랩까진 걸어서 10분 정도는 걸리잖아.

린타로 : 혼자서는 너무 무거워서 힘들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나하고 네가 가지고 가면 돼. 그걸 위한 조수잖나.

크리스 : 이걸 위한 거야… 뭐, 두 사람이서 나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만 거절한다.

린타로 : ……엇?

크리스 : 거, 거절하겠다고 한 거야.

린타로 : 하지만 거절한다, 고 하지 않았나?

크리스 : 시, 시끄러. 그래, 거절한 거야.

- …이 녀석, 설마 @채널러는 아니겠지?

크리스 : 나는 원래 지식을 빌려주겠다는 걸로 랩멤버가 된 거잖아. 그러니까 이 경우엔 다음 해를 이끌어낼 수 있어. “힘 쓰는 일은 무리”.

린타로 :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지. 어쨌거나 나는 열심히 나를 생각이지만…

- 거기서 난 힐끗 루카코를 봤다. 시선을 받고서 움찔하고 몸을 움츠린 루카코는, 울 것 같은 표정이 되면서도 우물쭈물 손을 들었다.

루카 : 저기, 그, 그럼, 제가…

크리스 : 엇? 우루시바라씨가? 괜찮아?

루카 : 예, 노, 노력할게요.

린타로 : 아니, 루카코. 너한테 도와달라고 할 순 없지. 내가 혼자서 어떻게든 하겠어.

루카 : 아뇨… 그럴 수는. 사양하지 마세요. 전 오카베씨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린타로 : 아니, 내가 혼자서.

루카 : 저, 저도 도울게요.

크리스 : 그, 그럼, 으음… 나도…

린타로 : 그럼 어서.

크리스 : 엣? 뭣!?

린타로 : 후하하하! 몰랐구나 크리스티나. 이거야말로 재패니즈 개그라는 거다!

크리스 : 너무해…

린타로 : 루카코, 협력 고맙다! 그런 관계로 이 PC는 나하고 조수가 나를 테니까 넌 도와주지 않아도 돼. 호의는 받아 두마.

루카 : 아, 예… 그렇다고 한다면…

린타로 : 자아, 조수! 스스로 입후보 한 이상, 이제 거부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들어라, 지금 당장 들어라!

크리스 : …예이, 예이.

- 나하고 크리스는 상자를 양쪽에서 맞드는 식으로 들어올렸다. 두 사람이서 협력하는 것으로, 무게는 꽤나 경감되는군.

크리스 : 어째서 우리가 서로 맞선 보는 상태가 된 거지?

- 서로를 마주보는 상태가 되었다. 랄까 이렇게 하는 방법 이외엔 들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린타로 : 됐으니까 가자.

- 얼른 신사 바깥으로 걸어 나간다.

크리스 : 자, 잠깐 기다려! 기다리라구!

린타로 : 뭐야, 시끄러운 녀석 같으니.

크리스 : 당신 말야, 앞으로 움직이지 마. 내가 뒷걸음질을 쳐야 하잖아. 옆으로 움직이라구.

린타로 : 됐으니까 열심히 움직여라, 조수.

크리스 : 잠깐, 말 좀 들어, 부탁이니 좀! 뒷걸음질은 안 되겠어!

린타로 : 조수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크리스 : 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무리! 옆으로 걷는 걸로 변경 부탁해! 랄까, 해! 변경해! 넘어질 것 같단 말야!

- 랩 앞에 도착했을 때엔 날은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보통 때라면 걸어서 15분 정도 걸릴 테지만 크리스가 이래라 저래라 떠들며 쉬고 싶어했기 때문에 결국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크리스 : 하아, 드디어 도착했다… 피곤해라…

린타로 : 네가 이래라 저래라 불평하지 않았으면 좀 더 빨리 도착했을 거다.

크리스 : 그 말은 그대로 돌려줄게. 당신도 도중에 5번 휴식하자고 했거든.

린타로 : …… 그건, 내 몸 상태가 안 좋아서…

크리스 :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어?

린타로 : 그래… 가끔 오른팔이 욱신거리지… 그러면 내 마음은 시커먼 파괴 충동에 지배되어―

크리스 : 시끄러우니 닥쳐. 당신 오른팔의 말초신경까지 포함해서 뿌리째 뽑아버릴라.

- 히에에에. 이 무슨 엽기적 사고회로의 소유자란 말인가! 말초신경을 뽑는다니, 작년에 있었던 뉴제네 사건 같잖아! 이리하여 나는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랩으로 IBN 5100을 운반하는 데 있어서 최후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작고도 지저분한 빌딩의 좁고도 경사가 급한 계단을 올라가야만 하는 것이다.

크리스 : 도와줄 사람을 부르는 게 좋지 않겠어?

린타로 : 그, 그렇군…

- 바깥에서 올려다 보니 랩의 불은 켜져 있었다.

스즈하 : 어라?

- 마침 그 때 브라운관 공방에서 알바 전사가 나타났다.

스즈하 : 오카베 린타로잖아. 뭘 나르고 있는 거야?

린타로 : 훗, 듣고 싶으냐? 그럼 가르쳐 주마!

크리스 : 기다려, 여기서 이야기할 거라면 우선 상자를 내려놓지 않을래?

린타로 : 그, 그래, 아니, 사실 별달리 서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

스즈하 : 그래서, 뭐야 그건?

린타로 : IBN 5100… 이라고 하면 어쩔래?

스즈하 : 거짓말!? 대단해―! 손에 넣었구나! 꽤 하는 걸, 오카베 린타로!

- 일일이 풀 네임으로 부르는 건 좀 그런데. 구태여 부를 거라면 적어도 호오인 쿄마 쪽으로 해 주길 바라는데 말이지.

스즈하 : 어디? 어디 있었어?

크리스 : 으으, 무거운데…

- 크리스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랄까 나도 슬슬 한계다.

린타로 : 일단 내려놓자!

- 가만히, 내용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나하고 크리스는 상자를 지면에 놓았다.

크리스 : 하아…

스즈하 : 저기, 어디 있었어?

린타로 : 야나바야시 신사다.

스즈하 : 야나바야시 신사? 신사라면, 신을 모시는 사당?

린타로 : 그래.

스즈하 : 어째서 그런 데…

- 거기서 문득 스즈하는 크리스 쪽에 시선을 주었다.

스즈하 : 아…!

- 숨을 삼키고, 그러고서 크리스한테 숨결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가까이 갔다.

크리스 : 무, 무슨 일이죠?

스즈하 : 마키세 크리스?

크리스 : 그런데요…

스즈하 : ……

- 어째서인지 엄청난 기세로 크리스를 노려보고 있다. 크리스도 거기에 대항하듯 눈을 가늘게 떴다. 뭐, 뭐지 이 긴장감은… 이 나조차도 끼어들 수가 없었다.

크리스 : 뭔가요? 저, 당신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나요?

스즈하 : …흥.

- 스즈하는 먼저 눈을 돌려 버리고서 두 번 다시 우리 쪽을 보려고도 하지 않고 브라운관 공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크리스 : 지금 그건 누구야?

- 남겨진 크리스의 칼 끝은 나를 향했다.

린타로 : 1층의, 브라운관 공방의 알바야…

크리스 : 어째서 날 노려본 거지?

린타로 : 모, 몰라. 네가 뭔가 열 받을 만한 일이라도 한 거 아냐?

크리스 : 그녀하곤 지금 처음 만난 건데 말야. 예의를 모르는 사람이네.

- 첫 대면에 갑자기 날 노려본 네가 할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환상이었으니까 지적하는 건 관뒀다.

게임/슈타인즈_게이트/02장_4.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1/07/03 02:53 저자 Le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