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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슈타인즈_게이트:03장_1

3장 : 나비 날개의 다이버젠스 (1)

- 벽에 걸린 시계 바늘 소리가 좀 전부터 무척이나 귀에 울린다. 심야 2시를 넘은 시각. 창문을 모조리 닫은 탓에 바깥 잡음은 일절 들리지 않는다. 나도, 통이도, 크리스도 모니터에 비친 처참한 사진을 쳐다본 채로 할 말을 잃은 상태였다. 역시 안 좋은 예감은 적중하고 말았다. 이건 위험하지 않나…? 검은 양복에 몸집 좋은 서양 사람이 지금 곧바로 랩 문을 열고 들이닥쳐도, 할 말이 없어… 문에 열쇠가 걸려 있는지 어떤지 확인하고 말았다.

이타루 : 뭐야… 이건…

- 침묵을 깨고, 멍하니 중얼거린 건 통이였다.

이타루 : 젤리맨이란 건… 젤리화 되었다는 건가…?

- 젤리화, 라는 귀에 익은 낱말을 듣고서 반사적으로 나는 PC 옆에 놓인 바나나 송이로 시선을 향했다. 이미 송이에 달려 있는 바나나는 1개 뿐. 오늘은 한 번도 실험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젤리화한 바나나도 없다. 하지만 이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겠지. 전화렌지(가칭)에서 발생한 바나나 젤리화하고, SERN의 실험으로 발생한 인체의 젤리맨화. 둘 다 동일한 성질일 것이다.

크리스 : 인체실험… 이라.

- 크리스는 험악한 표정이긴 했지만 냉정한 말투로 말했다. 더군다나 처참한 사진을 눈 앞에 두고서도 눈을 돌리려 하지 않는다.

크리스 : 더군다나 완전하진 않지만 타임트래벌을 성공시켰다고 할 수 있겠어, 이거.

린타로 : 뭐…?

-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에 나는 좀 전부터 머리가 멍해져 있었다. 진짜 음모라는 것을 보게 되어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크리스가 한 말의 의미도 잘 이해가 안 됐다.

크리스 : 이 신문 기사, 1921년의 뉴욕 타임즈야.

린타로 : 거의 90년 전… 인가…

크리스 : 봐.

- 모니터에 표시된 흑백 사진의 한 점을 가리킨 크리스의 손가락 끝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 젤리맨이 된 남성의 시체. 그 어깨에, 아마도 옷에 인쇄되어 있었던 듯한 문자가 보인다. 젤리화한 신체하고 일체화되어 있긴 하지만 간신히 문자를 읽어낼 수 있었다.

린타로 : SERN…

- 그렇게 쓰여 있다. 그게 증거라고 주장하듯이.

이타루 : 그러니까… SERN은 LHC를 사용한 타임트래벌 실험으로 인간을 1921년으로 보냈다…?

크리스 : 살아 있는 상태로, 라는 건 실패한 모양이지만 말야.

린타로 : 젤리맨즈 리포트는 이것 뿐인가?

이타루 : 아니… 아직 꽤나 있어. 전부, 으음… 14명 분량, 인가.

린타로 : 만일 젤리맨이라는 단어가 젤리화한 인간을 의미한다면… 그 정도의 수나 되는 인체 실험의 희생자가 있다… 는 건가.

-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목이 무척 마르다. 나는 냉장고에서 차가운 닥터 페퍼를 꺼내서 목을 축였다.

린타로 : 다른 것도 보여 줘.

- 통이가 다른 리포트를 모니터에 출력했다. 아무 말도 안 했지만, 크리스가 먼저 나서서 번역해서 읽기 시작했다.

크리스 : 『젤리맨즈 리포트 9』 『피실험자, 단 스트레이스키, 26세, 출신, 캐나다』 『Z 프로그램4, 실험일 2004년 9월 6일 14시 10분』 『실험 결과 에러. 휴먼 이즈 데드. 미스매치』 신문기사를 잘라낸 쪽은… 이건 프랑스어야. 나도 못 읽어.

린타로 : 2001년 1월 31일, 이라는 건 읽을 수 있군.

크리스 : 장소는… 프랑스의 포, 일까나.

- 2001년이라면 얼마 전의 일이다. 1921년으로 90년 가까이 도약한 제임스 맥커시의 사례하고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통이가 한 글자 한 글자를 일일이 번역 소프트에 쳐 넣어서 기사 내용을 번역해 보자,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 2001년 1월 31일, 프랑스 포 교외에 있는 숲에서 쓰러져 있는 남자의 유체가 발견되었다. 유체의 오른쪽 다리는 나무 둥치와 일체화되어 있었으며 그 몸은 젤리 상태가 되어 있었다 한다.

- 통이는 다음 페이지를 표시했다.

크리스 : 『젤리맨즈 리포트 8』 『피실험자, 린다 힐, 25세, 출신, 영국』 『Z 프로그램4, 실험일 2004년 2월 15일 13시 45분』 『실험 결과 에러. 휴먼 이즈 데드. 미스매치』 『1972년 10월 2일 인도. 타밀 나두주 다르마푸리의 길 위에서 젤리 상태가 된 여성의 유체를 발견』 『유체는 방치된 후 자동차에 깔린 흔적이 있으며 하반신이 뭉개져 있었다』

- 또다시 통이가 다음 페이지로.

크리스 : 『젤리맨즈 리포트 7』 『피실험자 미하엘 랭, 33세, 출신, 독일』 『Z 프로그램4, 실험일 2002년 10월 8일 13시 28분』 『실험 결과 에러. 휴먼 이즈 데드. 미스매치』

- 잘라낸 기사는 일본어로 쓰여 있었다. 2차대전 전의 신문으로 보인다.

- 1936년 5월 24일, 쿄토의 히에이산 산자락에서 젤리 상태가 된 인간이라 생각되는 유체를 발견하다. 경사면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영향 때문인지 거의 다 손실되어 보존 상태는 극히 불량.

- 그런 내용이었다. 이런 뉴스가 일본에도 있는 줄은 몰랐다. 라고 해도 전쟁 전의 이야기니까 나 같은 헤이세이 이후 출생자야 알 도리도 없지만. 다음 페이지로.

- 아름다운 해안가에 해파리 같은 물체가 흘러와서, 그걸 현지 주민들이 둘러싸고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표시되었다.

크리스 : 『젤리맨즈 리포트 6』 『피실험자 마크 휴즈, 30세, 출신, 미국』 『Z 프로그램4, 실험일 2002년 8월 23일 12시 52분』 『실험 결과 에러. 휴먼 이즈 데드. 미스매치』 『1985년 7월 1일, 펠로우 제도 스트레이모이 섬의 해안에 기묘한 물체가 흘러왔다』 『그건 성인 남성처럼 보이기도 하는 해파리 같은 말랑말랑한 물체로, 살아있진 않았다. 섬 주민들 사이에선 반어인의 시체가 아닐까 하는 소문도 있었다』 『어깨로 보이는 장소에 SERN이라는 각인이 있었지만, SERN은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타루 : 더 볼래?

린타로 : 이제 충분해.

- 이런 게 14명 분량이나 있는 건가…

크리스 : 발견 장소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어… 이 결과를 보고서 어떤 해답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 크리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린타로 : 그 장소에 보낸 거 아니겠어?

크리스 : 그렇겐 생각할 수 없어. 너무 무계획적이야.

이타루 : 커 블랙홀이 특이점을 어떻게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그게 원인 아냐?

크리스 : 『초중력에 의한 무한 압축 및 커 블랙홀 내의 특이점 통과에 견디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쓰여 있었어.

이타루 : 커 블랙홀이라고? 보통 블랙홀하고 뭔가 다른 겅미?

크리스 : 이론상 존재가 예언되어 있는 블랙홀이야. 중심에 있는 특이점이 회전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아직 증명되어 있지 않고, 증명할 방법도 없긴 하지만.

- 커 블랙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린타로 : 그런가… 존 티토!

- 티토의 타임머신에도 커 블랙홀이 사용되었다고 했다.

린타로 : 티토는 이렇게 말했어. 2034년에 SERN에 의한 타임머신 개발은 성공했다고. 그리고 티토 자신은 2036년에서 왔다고.

- 그 설명에서 생각해 보면 티토하고 SERN이 완전히 동일한 타임트래벌 이론을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부자연스럽지 않다.

크리스 : ……

- 크리스는 눈을 감고서, 또다시 생각에 잠겨 버렸다.

크리스 : 커 블랙홀을 만든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걸… 자칫하면 지구 째로 삼켜질지도 모르는 짓이야… 애당초 커 블랙홀은 가설이고…

린타로 : 티토의 예언은 현실이며, 뮤투베에 올라왔던 LHC 실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예상도 역시 거의 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는 거지.

이타루 : 티토의 예언은 모르겠지만 뮤투브에서 문제의 동영상은 본 적이 있어. 2, 3년 전에 화제가 되었었지.

크리스 : 블랙홀 내부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중력이야. 거길 통과하면 확실히 시간 이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살아 있는 인간이 통과할 수 있을 리가 없어.

린타로 : 그렇기 때문에 젤리맨이 되었다, 라고 해야겠지.

크리스 : 젤리맨 정도가 아니라 소립자 수준까지 분해돼. 그게 블랙홀.

이타루 : 의논하는 것보다 타임머신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는 편이 빠르지 않겠어?

- 곧바로 통이는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급히 불안해졌다. 이대로 맘 편하게 해킹을 계속해도 괜찮을까. 통이를 멈춰야 하지 않을까. 내가 “해 줘”하고 부탁하긴 했지만, 지금 사태는 그야말로 웃어 넘길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는 억누르기 힘든 호기심이 부풀어 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타임머신이 현실에서 완성되어 가고 있다”. 그걸 확인하고 싶다는 유혹을 눈 앞에 두게 되자, 나는 통이를 멈출 수 없었다.

이타루 : 있어, Z 프로그램 중에 타임트래벌 이론에 대해서 해설해 놓은 파일이 있어.

크리스 : 꽤나 간단히 찾을 수 있네. SERN 치고는 너무 방어가 허술해.

이타루 : SERN이 허술한 게 아니라 내가 대단한 겅미.

린타로 : 통이는 나의 마이 페이버릿 라이트 암(신뢰할 수 있는 오른팔)이며,

크리스 : 슈퍼 하커였던가?

이타루 : 해커.

린타로 : 그래서 크리스티나, 뭐라고 적혀 있나?

- 역시 이것도 영어기 때문에 우리는 조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 : 으음… 잠깐 읽을 시간을 줬으면 하는데.

- 크리스의 눈이 글자를 쫓아 좌우로 움직인다. 우리가 한 부탁에 대해서도 특별히 싫다는 티는 내지 않았다. 라기보다 크리스에게 있어서도 꼭 알고 싶은 것이겠지.

크리스 : 거짓말… 이게… 진짜로…? 티토란 사람은… 정체가 뭐야…?

린타로 : 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어. 무슨 말이 적혀 있는지 가르쳐 줘.

크리스 : …아, 응. 뭔가, 함정에 빠진 듯한 느낌이야.

린타로 : 무슨 뜻이지?

크리스 : 거의 똑같아. …존 티토가 말했던 이론 내용하고. 간단히 설명하면― LHC를 통해 양자를 광속의 99.9999991%까지 가속해서 정면 충돌을 시켜. 그렇게 하면 10-24kg의 질량을 10-19m라고 하는 무척이나 좁은 범위에 압축해서 밀어넣을 수 있어.

이타루 : 일본어로 OK. 세줄 요약으로.

크리스 : 엄청나게 좁은 장소. 엄청나게 작은 질량. 억지로 끼워넣는다.

린타로 : 그 설명은 너무 대충이잖아…

이타루 : 그 설명은 너무 에로하잖아, 상식적으로!

크리스 : 하아? 어디가 어떻게 에로하단 거야― …… …앗, 하, 하시다는 BYONTAI야!

이타루 : 그렇게 말하는 마키세씨도 꽤나 망상 능력이 높은 것 같은디?

크리스 : 도, 동류 취급 말아!

- 새빨간 얼굴을 하고서 부정해도, 설득력은 제로다.

린타로 : 바보를 상대하는 건 관둬라 크리스티나. 계속하지.

크리스 : …으으, 으음, 어디까지 했더라.

이타루 : 억지로 끼워넣는 데까지.

린타로 : 양자 압축까지 했어.

크리스 : 그 압축에 성공하면 미크로 특이점이 형성되는데―

이타루 : 미크로 특이점? 미니 블랙홀이 아니라?

린타로 : 의미는 거의 똑같아. 특이점은 바꿔 말해 블랙홀의 중심이니까.

크리스 : 그 미크로 특이점이 2개 있는 블랙홀을 만드는 거야.

- 중심이 2개 있는 블랙홀…? 머리에 가마가 2개 있는 것 같은 느낌인가.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타루 : 의인화 요망.

크리스 : 예이, 예이, 미쿠짱하고 쿠로짱이면 돼?

이타루 : 자매라든가 하면 모에한데, 하악하악.

크리스 : 미쿠짱하고 쿠로짱은 전자를 주면 자유롭게 컨트롤 할 수 있게 됩니다.

이타루 : 전기 쇼크로 고문이라. 그건 뭐라는 야겜이야?

크리스 : …… 컨트롤 할 수 있게 된 두 사람을 초고속 회전시켜. 그러면 이론적으로 미쿠짱과 쿠로짱은 두 사람 다 마법소녀 “고리모양 특이점”으로 변신해.

이타루 : 변신 뱅크로군요, 알겠습니다.

- 그건 그렇다 치고 이 슈퍼 하커도 조수도, 참으로 장단이 잘 맞는군.

크리스 : 이걸로 커 블랙홀 효과가 나타나게 돼.

이타루 : 애당초 커 블랙홀이란 게 뭥미? 좀 전에 회전하는 거라고 했었는데.

크리스 : 말 그대로의 뜻이야.

이타루 : 하지만 블랙홀은 일반적으로 회전하는 거 아냐? 구멍을 향해서 소용돌이치고 있잖아.

크리스 : 그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은 블랙홀에 빨려들어가고 있는 주위 물질일 뿐이야. 일반적인 블랙홀은 초질량에 의해 중력 붕괴를 일으킨 중심점이 있을뿐이야. 거기를 향해서 모든 것이 떨어지고 있어. 그건 점이라고 불러야 타당하기 때문에 회전하고 있지 않아. 그런 반면 커 블랙홀은 방금 말한 대로 중심이 점이 아니라 고리 모양이야. 미쿠짱하고 쿠로짱은, 보통 인간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마법소녀가 되면 심장이 몸 안에서 뱅글뱅글하고 고리 모양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

이타루 : …그건 좀 엽긴데.

린타로 : 조수, 넌 좀 전에 이렇게 말했었지. 커 블랙홀은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그건 무슨 뜻이지?

크리스 : 블랙홀에는 이벤트 호라이즌(사상의 지평선)이라는 것이 있어. 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시간하고 공간의 역할이 바뀌어 버려.

린타로 : 시간과 공간의 역할이 바뀌어?

크리스 : 우리는 지금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시간을 1분 과거로 돌릴 수는 없어. 그게 바뀌게 되는 거야. 이벤트 호라이즌 저편이라면 공간 이동이 불가능하게 되며 거꾸로 시간을 이동할 수 있게 돼.

-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크리스 : 공간 이동이 불가능해지니까 블랙홀에서 다시 탈출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어. 예를 들어 오카베가 블랙홀에 돌입했을 경우에 체험하게 되는 것은 “영원히 늘어나고 있는 시간”이야. 빛이 다시 탈출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 눈으로는 어떤 방법으로도 이벤트 호라이즌 저편을 볼 수 없어. 관측도, 증명도 불가능. 하지만 예외도 있어. 타임트래벌에 커 블랙홀을 사용할 경우에는 이 예외가 중요해.

린타로 : 서론은 됐고, 가르쳐 주실까.

크리스 : 커 블랙홀은 특이점― 중심이 회전하고 있으니까 각운동량이 존재해.

이타루 : 그러니까 일본어로 OK라니까.

크리스 : 중심점이 회전하고 있다고 방금 설명했잖아. 그 회전운동량이라고 생각하면 돼. 미쿠짱하고 쿠로짱은 전자를 계속 주기만 하면 자유롭게 컨트롤 할 수 있는데― 커 블랙홀의 특징은 각운동량이 질량을 넘어서면 이벤트 호라이즌이 없어져서 특이점이 벌거벗은 상태가 돼.

이타루 : 버, 벌거벗었다… 고…? 마법소녀 복장은 노출도가 높다는 거군요. 이거, 애니메이션은 아직 안 나왔어?

- 나하고 크리스는 통이의 망언을 화려하게 패스하기로 했다.

린타로 : 벌거벗은 덕분에 관측할 수 없었던 걸 관측할 수 있게 된다는 건가.

크리스 : 이벤트 호라이즌이 없어져서 시간하고 공간의 역할이 바뀔 필요는 없어졌어. 벌거벗은 특이점을 향해, 그 교체를 회피해서 돌입할 수 있게 돼. 그리고 벌거벗은 특이점의 존재는 일반 상대성 이론과 인과율을 망가뜨려. 우주의 법칙이 어긋나는 거야.

린타로 : 그, 그런 게 존재할 수 있는 건가?

- 상대성 이론, 즉 인과율을 부정한다는 것은 중대한 패러독스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크리스도 이전에 이야기했잖아.

크리스 : 지금까지 존재할 가능성은 높다, 고 예측되어 있었어. 모순되는 것 같지만, 증명은 되어 있어. 인과율이 망가지기 때문에 그 벌거벗은 특이점에 돌입하면 과거로 거슬러 갈 수 있어.

- 확실히 존 티토가 말했던 내용하고 똑같다. 역시 티토의 타임머신에는 SERN의 타임머신 기술이 쓰이고 있다고 봐야 하겠지. 애당초 티토의 타임머신은 엄청나게 작아서, 자동차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모양이지만. 지름 27km의 LHC를 쓴 타임머신에서, 24년 만에 그렇게까지 작게 하는 데 성공했다, 라는 거겠지.

크리스 : 잘 모르겠는 건 특이점에 전자를 주입하는 부분이야. 봐. 이 LHC 사진 말인데, 양자 충돌 지점에 묘한 기기가 설치되어 있어. 『리프터』라는 이름인 듯 한데… 도대체 이게 뭔지 모르겠어.

린타로 : 통이, 들은 적 있나?

이타루 : 리프터, 리프터… 방금 전에 Z 프로그램에도 잠깐 나왔었지. 검색해 볼까?

- 통이는 모니터에서 브라우저를 열어, 검색 엔진에서 『리프터』라고 입력했다.

이타루 : 오오, 결과가 나오는군.

- 리프터의 검색 결과 422000개 (0.25초). 모니터에는 그렇게 표시되어 있었다.

크리스 : 이렇게 많아? 특별히 기밀인 건 아닌 걸까나…

린타로 : 혹시 이거 아닌가? 이온 크래프트.

크리스 : 이온, 즉 전하를 가진 원자나 분자 말이지. 의미 면에 있어선 일치해.

- 『이온 크래프트(리프터)』라는 글자가 나와 있는 홈페이지를 클릭해 봤다. 링크된 장소로 넘어간다. 동영상이 표시되었다. 장소는 어딘가 어두운 차고 같았다. 라고 해도 별달리 비밀스런 느낌은 아니다. 정말로 일반적인 미국 가정집에 있을 것 같은 차고란 느낌이었다. 화면 중앙에 알루미늄 상자로 만들어진 것 같은 삼각형의 물체가 놓여 있다. 크기는 높이 10센티 정도, 폭도 30센티 정도밖에 안 된다는 느낌이다. 가느다란 도선으로 전압기 같은 것하고 이어져 있다. 꽤나 싸구려스럽게 보이는 장치다. 그것뿐이다. 그 외엔 아무 것도 없다. 촬영하고 있는 인물이,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러시아어 정도 될까나? ―로 뭔가 설명한 후에, 천천히 전압기의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이타루 : 아, 떠올랐어…

- 은박지로 만들어진 삼각형 물체가 소리도 내지 않고서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대로 정지했다.

린타로 : 반중력장치… 인 건가…

크리스 :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어. 있다면 세기의 대 발견인걸. 이온 크래프트… 라고 하는 거니까 이 경우엔 대전된 공기하고 전극이 관계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해…

- 크리스도 그다지 자신이 없는 듯, 여느 때와 같은 강한 말투는 아니었다. 그 뒤에 이온 크래프트에 대해서 좀 더 조사해 보자, 여러 가지로 알 수 있었다. 어떤 사이트건 간에 만드는 방법에 대해선 꽤 자세했지만 리프터가 떠오르는 원리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있을 뿐, 실제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린타로 : 이 리프터에 SERN이 주목했다. 그리고 타임트래벌에 필요한 장치로 포함시킨 거로군. 미크로 특이점의 질량이나 중력장을 조절한다는 건 역시 이건 반중력 장치란 거겠지!

크리스 : 뭐, 그런 한정적인 조건에 맞추는 거라면 잘못된 생각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 이거 큰일이군. 내 호기심이 더욱더 커져만 가고 있다.

크리스 : 하지만 SERN은 이 리프터를 조정하는 데에서 곤란을 겪는 것 같아. 미크로 특이점의 중력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거야. 그래서 완전히 벌거벗은 특이점을 만들어 낼 수 없어.

린타로 : 그것 때문에 피실험자가 젤리맨이 되었다고 봐야겠군.

- 내 말에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 : 벌거벗은 특이점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면 결국 피실험자는 블랙홀에 내던져지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돌입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질량에 의해 찌부러지는 게 당연해. 그 결과 모든 물질이 프랙탈 구조가 되어 버린다… 라는 가설을 제시해 보겠어. 실제론 어떻게 되는 건진 전혀 모르겠지만.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몇 달은 걸릴 것 같아.

- 크리스는 어깨를 끄덕 하며 별 수 없다는 포즈를 해 보였다.

린타로 : 리프터는 아직 미완성, 인가.

- 티토의 말을 믿는다면 타임머신이 완성될때까지 아직 24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다.

린타로 :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전화렌지(가칭)을 완성시키면 SERN을 앞지를 수도 있다는 거다…!

크리스 : 규모가 완전이 달라. 게다가 SERN조차 완성시키지 못했는데 당신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냐. 애당초 시간 이동 조절이나 시간 도약 후의 장소 지정 문제도 SERN은 해결하지 못했고. 젤리맨 발견 시기나 발견 장소가 모조리 흩어져 있는 것도 납득이 가. 예를 들어 땅 속이라든가 우주공간 같은 데 내팽개쳐진 젤리맨도 있을지도 몰라. 발견된 젤리맨 이외에도 말야. 랄까 그럴 가능성은 한없이 100%에 가까워. 지구에서 몇 만 km나 떨어진 우주공간에 내던져지게 된다면 타임트래벌을 해도 의미 없어. 전혀 실용적이지 않고.

린타로 : 가변 중력 락 시스템, 이라는 게 있다고 티토는 말했지. 그걸 가지고 지구의 중력을 포착해서 반드시 지구가 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고.

크리스 : 티토의 설명은 그 점에 있어서는 애매해. 그런 기계가 있다, 라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돼.

이타루 : 하지만 시간 이동을 한다면 같은 장소에 나오게 되는 것뿐이잖아?

크리스 : 나올 리가 없어.

이타루 : 어째서?

린타로 : 지구는 항상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지.

크리스 : 그래. 자전하고 공전. 지구의 자전 속도는 시속으로 따지면 약 1650킬로. 공전 속도는 시속으로 생각하면 거의 114000킬로. 한 시간 전에 있던 좌표에서, 우리는 그만큼 떨어져 있는 게 돼.

이타루 : 우호―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레알 빠른 건데.

크리스 : 그뿐만이 아냐.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는 은하계에 속해 있어. 은하계는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에서 알 수 있다시피 회전하고 있어.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대충 하루에 5000만 km 정도가 지구가 이동하는 속도라고 해.

- 참 잘도 저렇게까지 술술 숫자가 나오는군. 아무리 천재 소녀라고 해도 한 번 열심히 조사한 적이 없다면 그 숫자를 알 기회는 없을 텐데.

이타루 : 뭔가 정말로 스케일이 엄청난데 이거.

크리스 : 참고로 말하면 은하계를 포함한 복수의 은하로 은하군이 형성되어 있고, 그 위의 그룹으로 초은하단이라는 것도 있어. 그러한 은하군도 초은하단도 움직이고 있을지도 몰라. 그렇다고 하면 더욱 비약적으로 우리의 이동 거리도 늘어나. 어쨌든 간에 딱 1초 전으로 도약하려 하더라도 막대한 국소장을 지정하는 계산이 필요해진다는 거야. 수동으로는 무리고, 같은 장소로 이동하려고 생각한다면 슈퍼 컴퓨터로 계산하더라도 해가 나올 때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몰라.

린타로 : 훗,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티토를 찾아내서 그 가변 중력 시스템을 빌리면 되겠군.

크리스 : 그거 좋은 생각이야. 부디 열심히 해 봐. 이 문제에 대해서 SERN은 어떻게 해결하려 할까…

린타로 : ……

이타루 : ……

- 크리스는 내 안을 검토해 보려고도 하지 않고 또다시 SERN의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영어를 잘 모르는 나하고 통이는 크리스가 모니터를 독점하는 것을 비난할 수도 없었다.

- 날이 밝았다. 또 밤을 샜다. 잠을 쫒기 위해서 벌써 몇 잔 째인지도 알 수 없는 인스턴트 커피를 내 전용 머그컵에 부었다.

크리스 : 오카베.

- 크리스가 PC 모니터를 보는 상태 그대로 손님용 머그컵을 날 향해서 내밀었다. 한 잔 더 줘, 라는 모양이었다. 난 언제부터 이 녀석의 시종이 된 거냐. 이런 건 본직이 메이드인 마유리한테 시켜야 하는 일인데. 라곤 해도 지금 SERN의 문서를 읽을 수 잇는 건 크리스 뿐이다. 번역 소프트를 쓰면 나하고 통이도 어떻게 되긴 하지만 그건 효율이 나쁘다. 당초 의도하곤 조금 다르지만 이것도 크리스의 지식을 빌리는 것이라 할 수 있으니, 내 인선에 잘못된 점은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때문에 지금은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좋지 않다. 나는 순순히 크리스의 머그컵을 받아 들고 분말 커피를 집어넣고 주전자에서 뜨거운 물을 부었다. 설탕은 2개. 프림은 안 넣는다. 크리스는 오늘 이미 5번에 걸쳐 같은 주문을 반복했다. 나도 익숙해졌기 때문에 아무 말 않고 그것을 준비했다. 잘 저은 후에 크리스에게 가지고 간다. 바로 뒤에 있는데도 눈치를 챈 것 같지가 않아서, 앞쪽으로 머그컵을 가져다 줬다. 크리스는 이쪽을 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 머그컵을 받아 들었다.

크리스 : 고마워.

- 일단 감사 인사는 하곤 있지만 마음은 SERN으로 가득 차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나 “과학자에 대한 배신 행위”라든가 어쨌다든가 떠들더니, 막상 시작하니 엄청나게 빠져드는군. 기분은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알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니까. 통이는 소파에서 자는 중이다. 코 고는 소리가 시끄럽다. 더군다나 무호흡 증후군스러운 느낌이다. 크리스는 잘도 이 소음에 견디는군. 그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는 걸까. 별 생각 없이 TV를 켜 보니 여전히 뉴스에서는 라디오 회관에 추락한 인공위성에 대한 화제로 시끄러웠다.

여성 리포터 : 인공위성 추락에서부터 5일이 경과한 아키하바라입니다만, 여름 방학 시즌이기도 하여 라디오 회관에 방치되어 있는 인공위성을 한 번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인터뷰하는 중년 여성 : 나고야에서 왔습니다. 한 번 보고 싶어서.

인터뷰하는 젊은 남자 : 사이타마에서 차로. 엄청나군요― 저건 도대체 어디 인공위성일까요?

인터뷰하는 여고생 : 예이―! 치바의 여고생입니다―♪

여성 리포터 : 이런 식으로 일본 전국에서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한편 오늘 새벽, NASA, 미국 항공 우주국의 대변인 마이클 번 씨는 회견에서, 일본에 인공위성이 추락한 사실은 없다고 하여 추락한 물체가 인공위성 이외의 물체라고 시사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추락한 인공위성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중이며 철거할 시기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계획은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 정말로 조사는 하고 있는 걸까. 이것 또한 “기관”의 음모일 가능성은―

마유리 : 뚯뚜루―♪ 좋은 아침― 어라, 좋은 점심― 이라고 해야 할까?

- 문 열쇠가 바깥에서부터 열리고, 마유리가 들어왔다. 손에 든 건 편의점 비닐 봉투. 여러 가지로 먹을 게 들어있지만 우리한테 주려고 사온 건 아닌 모양이다.

마유리 : 우와― 뭔가 말야, 꽉 막힌 무거― 운 공기가 감돌고 있는데?

- 나를 포함해 밤을 샌 세 사람은 분명 상당히 낯빛이 안 좋겠지. 하지만 SERN에 대해서 안 지금은 오히려 기운이 넘치는 쪽이 이상한 거다.

마유리 : 환기 좀 시킬게―

- 마유리는 창문을 전부 열었다. 하늘은 눈이 아플 정도로 새파랗고, 커다란 구름이 천천히 바람에 흘러가고 있다. 실로 상쾌한 경치다.

- 마유리의 등장으로, 통이가 시끄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크리스도 드디어 PC 앞에서 떨어져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다. 눈이 피곤한 건지,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누르고 있었다. 나는 실내의 시계를 흘낏 보고서 방 중앙으로 이동했다.

린타로 : 좋은 기회다. 랩 멤버가 전원 집합했으니 오랜만에 원탁 회의를 열기로 하겠다.

마유리 : 원탁 회의?

- 마유리가 아침 겸 점심이라 생각되는 가다랭이 주먹법을 먹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타루 : …그건 뭥미?

린타로 : 랩 멤버 회의, 미팅이다.

이타루 : 그런 거 지금까지 한 적 있었던가?

크리스 : 애당초 원탁 같은 게 어디있단 거야?

린타로 : 실물로는 없다. 하지만 우리 랩 멤버의 마음 속에는 있다. 그렇지?

크리스 : “그렇지”가 뭐야 대체. 멋대로 다른 사람 마음 속에 이상한 걸 집어넣지 마.

마유리 : 마유시― 한테도 있을까나?

린타로 : 그래, 있어.

마유리 : 그런가― 다행이다. 그런데 원탁이란 게 뭐야?

이타루 : 랄까, 어째서 원탁? 아더왕?

크리스 : 애당초 난 랩 멤버라고 해도 기간 한정이고.

- 정말로 이놈이고 저놈이고 이렇다 저렇다 불평 불만이 한 가득이로군!

린타로 : 어쨌든 원탁 회의다! 마유리는 어젯밤에 없었으니까 우선 우리가 놓여 있는 상황을 가르쳐 주지.

- 나는 마유리에게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에 걸쳐서 판명된 것을 이야기했다. SERN이 타임머신을 만들고 있는 것, 젤리맨에 대해서, 이건 엄청난 기밀 정보이므로 혹시나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것.

마유리 : 나쁜 짓은 하면 안 돼― 하고 말했잖아.

린타로 : 흥, 나쁜 짓? 우리가? 무슨 바보 같은. 그렇게 말하자면 SERN 쪽이 훨씬 악하지. 세계뿐만이 아니라 시공까지도 손에 넣으려 하는 놈들이다.

크리스 : 동의해.

- 어째서인지 크리스가 거기에 동의해 왔다.

크리스 : SERN이 하고 있는 일은 사회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그리고 연구자로서도 용서할 수 있는 일이 아냐.

마유리 : 그렇긴 하지만― …

- 마유리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가다랭이 주먹밥을 먹고 있다. 할 수 있다면 마유리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래뵈도 의외로 감이 좋기 때문에 숨긴다고 해도 언젠가 들통이 날 거였다. 그러느니 처음부터 이야기를 해 두는 편이 낫다.

린타로 : 어쨌든 간에 이걸로 우리 랩하고 SERN하고의 라그나로크(최종성전)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반쯤 허세였다. 어차피 우리로선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알게 되어 버린 이상 기억을 지울 수는 없다.

마유리 : 라그나로크― …?

크리스 : 또 북구신화야.

린타로 : 크리스티나! 너한텐 SERN 조사를 명령했었지! 뭔가 새로이 알아낸 건?

크리스 : 명령을 받은 기억은 없지만 말야. SERN이 타임트래벌에 대해서 안고 있는 문제점은 두 가지. 첫 번째는 전자 주입 장치 『리프터』의 조정. 이게 잘 기동하지 않으면 커 블랙홀의 특이점을 벌거벗은 상태로 할 수 없어. 이 상태로 특이점을 통과하려 하면 초중력에 의해 피실험자는 미크로 레벨까지 압축되어 버려. 당연히 무사하지 못하고. 그리고 타임트래벌을 한 국소장 지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 특이점을 빠져나갔을 때 어디에 나올 것인지 지정할 수 없어. 그래서 각지에서 발견된 14인의 젤리맨은 오히려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해야 할 거야. 인체 실험은 2001년에서부터 100번 이상 행해졌어. 즉 남은 80명 이상은 “어디로 날려졌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는 거야.

마유리 : 어째서 확인할 수 없어―?

이타루 : 마유씨, 그런 것도 몰라? 지구는 항상 움직이고 있어. 자전 속도는 시속 1500킬로, 공전 속도는 114000킬로로―

- 통이가 득의양양하게 마유리에게 설명하곤 있지만 그건 어젯밤에 크리스가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하는 거였다.

크리스 : SERN은 그 두 가지 점에 대해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잘 되고 있진 않는 것 같아.

- SERN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라는 건가.

린타로 : 그래서 조수, SERN의 타임머신에서부터 전화렌지(가칭)의 힌트가 될 만한 건 찾아냈나?

크리스 : 힌트라…

- 크리스는 시선을 위로 올려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크리스 : 애당초 LHC는 “세계에서 제일 큰 전자렌지”라는 별명도 있긴 하지만,

린타로 : 그런가! 즉 전화렌지(가칭)은 LHC의 축소판이라는 거로군!?

크리스 : 그건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할 수 있어.

- 완전히 부정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가 아니라 매도당하지 않을까까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긍정을 해 버리자, 나는 오히려 기운이 빠졌다.

크리스 : 물론 전화렌지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아. 어째서 SERN의 타임머신하고 동일한 현상을 저 작은 전자렌지가 일으킨 건지. LHC하고 달리 이건 타임트래벌을 위해서 만든 것도 아니잖아.

마유리 : 마유시―의 닭튀김을 데우기 위한 거니까 말야―

크리스 : 뭐, 뭐어, 그렇지.

린타로 : 적어도 젤리맨이라는 현상이 전화렌지(가칭)에서도 일어났으니까 마유리의 바나나는 커 블랙홀의 고리 모양 특이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해야 하겠지.

마유리 : 블랙홀이 생긴 거야? 여기에? 빨려들어가지 않을까나―

- 빨려들어가면 우리도 젤리맨이 되겠군.

크리스 : 하지만 방전 현상의 이유나 발생 조건이 해명되어 있지 않아.

이타루 : 이전 실험에서는 방전 현상이 일어났을 때만 과거로 메일을 보냈었음둥.

린타로 : 아직 2번 밖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방전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전하, 즉 전자 주입일 가능성이 높아. 그게 발생했을 때에만 특이점으로 가는 문이 열리는 거야.

크리스 : 방전 현상의 원인은 아직 모르잖아.

린타로 : 그건 지금부터 조사할 거다.

크리스 : 애당초 과거로 보내는 메일은 디지탈 데이터이며 물체가 아냐. 그게 SERN의 타임머신하고 결정적으로 달라.

린타로 : 아니, 하는 건 똑같아. 디지탈 데이터가 특이점을 통과할 수 없다고 누가 보증했지? 인간 사이즈의 물체를 통과시키는 것보다도 훨씬 간단하다고 생각하는데.

크리스 : 뭐어… 그건 그렇지…

마유리 : 저기, 메일이라고 하니까 혼란스러운 것 같아― 진짜 종이비행기로 만든 편지가 휘잉 하고 날아가는 이미지일 거야, 분명히.

린타로 : 그보다는 광선이겠지. 광 디지탈 데이터 같은. 그건 그렇고, “과거로 보내지는 메일”은 말하기가 귀찮군. 이름을 붙이기로 할까.

크리스 : 또 폼이나 잡으려고?

린타로 : 또, 라고 하지 마라! 이 호오인 쿄마를 바보 취급 하는 거냐!

크리스 : 어차피 괴상한 이름이나 붙일 거잖아?

린타로 : 훗, 괴상하다니 실례로군. 그럼 발표하지. 나는 이 “과거로 보내지는 메일”이라는 현상에 대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그 이름은― 노스탈지아 드라이브(시간을 넘는, 향수로 가는 여로)

크리스 : 알아듣기 어려워. 각하.

린타로 : 이 녀석! 조수 주제에 각하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크리스 : 그럼 다수결로 할래? 노스탈지아 드라이브에 찬성하는 사람.

- 나는 확 하고 천장을 향해 곧바로 손을 들었다. 하지만 나하고 같은 행동을 취한 건 달리 아무도 없었다.

린타로 : 배신하다니, 통이! 마유리!

마유리 : 크리스 말이 맞아― 마유시―는 그런 긴 이름은 못 외워요.

이타루 : 중이병 쩔잖아, 상식적으로.

- 큭,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린타로 : 그러면 너희에겐 미리 생각해 둔 좋은 이름이 있단 거겠지!? 설마 내 안건을 부정해 놓고서, 계획이 없다고 하면 용서 못 해…!

크리스 : 역시 알기 쉬운 걸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메일이니까 거스를 소자를 써서 “소행 메일”이 좋지 않겠어?

마유리 : 소행, 이란 건 무슨 뜻이야―?

- 마유리가 딸기 젤리를 스푼으로 뜨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젤리맨 이야기를 들은 뒤인데도 잘도 먹는군.

린타로 : 지금 마유리의 반응이 그 답이다, 크리스티나. 알기 쉬운 이름을 붙인다고 해 놓고서, 전혀 알기 쉽지 않잖아!

크리스 : 그, 그건 마유리씨가… 아, 으응, 아무 것도 아냐…

린타로 : 혹시 지금 마유리가 바보라서, 라고 말하려 했나?

크리스 : 아, 아냐.

마유리 : 엇, 크리스, 마유리―를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크리스 : 그렇게 생각 안 해, 전혀, 쬐끔도 그렇게 생각 안 하니까 오해하지 마, 응?

- 마유리를 달래면서도 곁눈질로 날 노려보기까지 하다니, 참 재주도 좋은 여자다.

이타루 : “시간을 달리는 메일” 밖에 없지 역시.

린타로 : 조금 표현이 딱딱하군. 말하기 어려워.

이타루 : 오카린의 “노스탈 뭐시기” 쪽이 훨 길잖아! 그리고 이건 영화 제목을―

린타로 : 로망이 있으면 되는 거야, 로망이.

이타루 : 그런 이유로 각하하다니…

마유리 : 아, 뚯뚜루―! 마유시―도 하나 떠올랐어― 저기, “백 투더 메일”! 영화 제목하고 말야, 메일을, 합쳐 봤어요―

이타루 : 마유씨, 영화 제목 쓰는 건 이미 내가 했다니까.

크리스 : 그리고 의미가 미묘하게 다른 것 같은데…

- 직역하면 “메일로 돌아간다”라. 확실히 의미 불명이로군.

마유리 : 의미 같은 게 아니라― 영화 제목하고, 메일을, 합쳐서…

린타로 : 어쨌든 간에 길어!

이타루 : 그럼 “드로리안 메일”이라든가.

린타로 : 이젠 무슨 메일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잖아.

크리스 : 이봐, 이렇게 쓸데없는 걸로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니잖아. 그냥 간단히 줄여서 “D 메일”로 해.

린타로 : 아니,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분위기가 안 산다고 할까…

크리스 : 분위기가 있든 없든 어쩌든 상관없어.

- 일축당해 버렸다. 어느샌가 랩 멤버 서열에서 크리스의 발언력이 대폭 증가한 듯한 느낌이 든다.

마유리 : 자아, D 메일로 결정합니다―

- 젤리를 다 먹고서 마유리가 만족스러운 듯이 그렇게 선언했다. 랄까 언제부터 마유리가 의장이 되었지.

이타루 : 그래서, 어째서 D 메일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거지?

린타로 : 고리 모양 특이점으로 가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말했잖아.

크리스 : 블랙홀이 발생했는지 어쨌든지는 확인되지 않았어. 단순히 SERN의 타임머신하고 우연히 비슷한 것뿐으로,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현상일지도 몰라. 서둘러서 결론을 내는 건 위험해.

린타로 : 무슨 소리냐. 너는 스스로 타임머신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냐? 그것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SERN에 해킹까지 했잖아. 지금 의논해야 하는 건 전화렌지(가칭)을 타임머신으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하는 거다.

이타루 : 그치만 말야― 우리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린타로 : 할 수 있을까 어쩐가가 아냐. 하는 거다!

크리스 : 뭐야, 그 정신론 지상주의. 당신이란 사람은 무능한 윗대가리의 전형 같아.

린타로 : 큭, 이 녀석이…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호오인 쿄마에다 대고 그 무슨 소리를…

이타루 : 뭐어, 애당초 오카린은 별달리 윗대가리도 아니거든.

린타로 : 그렇다. 나는 랩의 상징이지, 윗대가리가 아냐.

크리스 : 상징인진 뭔진 모르겠지만 어떻게 전화렌지를 타임머신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할 건지, 그 구체적인 해법을 가르쳐 줘.

린타로 : 해법이라… 그래, 한 가지 있다. 방전 현상이 일어나는가 일어나지 않는가는 랜덤한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나한테 가설이 있다.

크리스 : 무슨 소리야?

- 나는 내 손목 시계를 봤다. 정오가 지나 있다.

린타로 : 발생 조건의 재현이야, 크리스티나. 어젯밤, 여러 가지로 검토해 봤잖아. 그리고 우리는 가장 단순하고도 가장 결정적인 “조건”을 놓치고 있었어. 그건 즉, 발생 시각이다.

크리스 : …아.

린타로 : 과거 2번 있었던 방전 현상이 일어난 시간을 조사해 봤는데, 그에 따르면 내가 통이의 핸드폰에 보냈을 때 우연히 발생한 최초의 D 메일은 대충 12시에서 13시 사이. 그리고 두 번째, 우리 4명 전원이 목격한 D 메일은 18시 경에 발생했다. 즉 이 두 가지 시간대에서 실험하면, 어쩌면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몰라.

크리스 : 당장 해 보자…!

- 조수는 금새 눈빛이 바뀌어서 가장 먼저 개발실로 뛰어들어 갔다.

이타루 : 그건 그렇고 저 조수, 의욕이 만빵이구려.

게임/슈타인즈_게이트/03장_1.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1/07/03 02:54 저자 Le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