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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슈타인즈_게이트:03장_5

3장 : 나비 날개의 다이버젠스(5)

-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는 소리를 무시하고 랩에서 나왔다. 바깥 공기를 마시고, 머릿속의 혼란을 진정시키려 했다. 루카코가 사 온 복권은 결과적으로 4등이었다. 그 상금은 불과 5000엔.

스즈하 : 거기 있는 오카베 린타로 말야,

- 스즈하가 말을 걸어왔다. 아직도 열심히 자전거를 닦고 있었다. 그 옆에는 좀 전하고 마찬가지로 텐노지 나에도 앉아서는 스즈하의 작업을 흥미있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딴지를 걸고 싶은 건 두 가지였다. 몇 시간 동안이나 닦고 있는 거냐, 하는 것. 얼마나 한가한 거냐 브라운관 공방은, 이라는 것.

스즈하 : 세뇌된 듯한 표정을 하고 있네. 괜찮아?

린타로 : 세뇌? 내가?

스즈하 : 여기엔 달리 아무도 없잖아.

린타로 : …그래. 그렇군.

스즈하 : 그건 뭐에 대한 “그렇군”? 세뇌된 것? 달리 아무도 없는 것?

린타로 : 세뇌된 쪽이다.

스즈하 : 당한 거야…?

- 갑자기 스즈하는 표정을 굳히고서 내게 다가와서는― 역시나 갑자기 내 눈― 이라기 보단 위아래 눈꺼풀― 을 엄지와 검지로 꽉 하고 억지로 벌렸다.

린타로 : 으오오옷!? 뭐, 뭐, 뭐하는 거야!?

스즈하 : 움직이지 마.

- 진지한 표정으로 스즈하는 내 눈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곧바로 손가락을 떼었다.

스즈하 : 괜찮아. 세뇌되어 있진 않아.

린타로 : …뭐라고?

스즈하 : 세뇌되었을 때는 말야, 아랫쪽 눈꺼풀 속에 자주 칩을 심어 놓곤 하거든.

- 칩…? 거기서 스즈하는 깜짝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뭔가 쑥쓰러워하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스즈하 : 오카베 린타로. 방금 그건 기밀 취급 부탁해.

- 이 녀석, 설마…

린타로 : 그런가. 너도 “기관”에 붙잡혔던 경험이 있는 거로군.

스즈하 : …음? “기관”? SERN 말야?

린타로 : 아니! 구태여 말할 것 없어. 너의 고통은 나로서도 잘 이해할 수 있거든.

스즈하 : 엇, 그, 그래?

린타로 : “기관”이 극비에 붙이고 있는 거대 세뇌 시설… 통칭 『아포칼립스 오브 갈리언(죄인에 주는 계시)』. 그곳은 그야말로 생지옥.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겠지.

스즈하 : 엇, 저기, 그, 그래. 아포 뭐라는 이름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생지옥이었던 건 맞아.

린타로 : 역시 너하곤 좋은 동료가 될 것 같군, 알바 전사여. 성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스즈하 : 오, 오우!?

- 스즈하는 어색하게 팔을 들어올리며 기합을 넣었다.

나에 : 알바 언니, 세뇌, 란 게 뭐야?

- 나에가 스즈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어봤다.

린타로 : 큭큭큭, 그건 이 호오인 쿄마가 대답해 주지.

나에 : 엇… 됐어요…

린타로 : ……

- 내가 말을 걸자마자 나에는 스즈하 등 뒤로 숨어버렸다.

스즈하 : 아하하, 나에는 오카베 린타로가 무서운 모양이야.

린타로 : 시스터 브라운, 내게 공포심을 가지는 건 상관없지만 그와 동시에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에 대한 경의도 표해야 할 거다.

나에 : 세계를 주름잡고 있어?

린타로 : 그렇고말고. 내 천재적인 잿빛 뇌세포는 세계 각국의 수뇌들이 바라 마지않는 것이거든.

나에 : 헤에…

- 나에는 스즈하의 허리춤을 붙잡은 채로 동글동글한 눈을 더욱 크게 뜨고서 감탄했다.

스즈하 : 세뇌란 건 지금 이런 걸 말하는 거야, 나에.

나에 : 엇?

린타로 : 무슨 소리냐, 거기 알바 전사. 난 진실만을 말하고 있으니까 이건 세뇌 같은 게 아냐.

나에 : 오카린 아저씨가 거짓말을 한 거야?

린타로 : 누가 아저씨냐!

나에 : …왓,

스즈하 : 어린애 상대로 소리를 지르면 안 되지~ 겁먹었잖아.

- 설마 아저씨 취급을 당하리라곤 생각조차 못 했다. 나는 아직 미성년인데… 이 무슨 굴욕이란 말인가. 아니, 어린애가 하는 소리에 진심으로 화내는 것도 좀 아니지. 여기는 어른답게 여유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크리스 : 당신은 정말 오카베보다 더한 BYONTAI야! 이제 더는 “씨”를 붙여서 부르지도 않을 테야!

이타루 : 난 BYONTAI가 아냐! BYONTAI 신사야!

크리스 : 하아!?

마유리 : 저기 저기, 그보다 오카린, 괜찮을까나―?

- 2층 창문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까지 다 들릴 줄이야… 스즈하는 쿡쿡거리며 웃었다.

린타로 : 설마 계속 듣고 있었나?

스즈하 : 아, 미안― 훔쳐 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들려와서 말이지.

린타로 : 타임머신에 대해서도?

스즈하 : 아, 응. 들었어. 꽤나 하는 걸, 이 녀석.

- 격려(?)하는 것처럼 두 팔을 통 하고 쳤다. 뭐가 “꽤나 하는 걸, 이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린타로 : …발설할 생각은 없겠지. 만일 다른 누구에게 말하기라도 하면, 난 네 입을 봉할 수밖에 없으니―

스즈하 : 응, 말 안 해. 난 꽤나 입이 무거운 편이거든!

린타로 : 그럼 됐어. 그럼 하나 물어보겠는데… 방금 전에 2층에서 방전 현상이 일어나는 걸 봤나?

스즈하 : 방전? 어제처럼 흔들거리는 거 말야?

- 난 고개를 끄덕였다.

스즈하 : 좀 전에 한 번 있었어. 점장님이 없어서 살았겠네.

나에 : 흔들려서, 무서웠어.

- 소녀의 솔직한 감상은 패스.

린타로 : 방금 전에, 한 1분 전에도 흔들렸을 텐데.

스즈하 : 오―? 그래? 하지만 두 번째는 못 봤는데에.

- 스즈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세워져 있는 자전거를 쳐다봤다.

스즈하 : 내가 얘를 닦는 데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나에는 봤어?

나에 : 아니.

- 시스터 브라운은 휙휙 하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린타로 : 두 번째는 못 본 거지?

나에 : 못 봤어요.

- 내 안에 실망감이 퍼져나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확실히 있었던 일이 없던 일이 되었다. 내가 D 메일을 보낸 것. 그 D 메일의 내용에 대해서 이래저래 의논했던 것. 하지만 그런 한 편 그 의논 중에 내가 크리스에게 했던 “갑칠”이라는 단어는 본인도 기억하고 있었다. 메일을 보낸 직후에 나를 덮친, 그 현기증. 그것하고 뭔가 관계가 있는 건가…

스즈하 : 무슨 일이라도 있어?

린타로 : …넌 타임 트래벌에 대해서 잘 아나?

스즈하 : …그건 무슨 뜻이지?

- 스즈하는 좀 경계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방금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나에는 내 말을 아마 거의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듣는다고 해도 입막음을 할 필요도 없다고 판단해서 내버려 뒀다.

스즈하 : …믿을 수 없어.

- 이야기를 끝내자 스즈하는 아연해했다.

스즈하 : 그런 거 들어 본 적도 없어. 저기, 정말로? 정말이야 그건?

린타로 : 당연하지. 우리는 분명히 타임머신을 개발했어. 그리고 과거를 바꾸었어…! 우리의 위업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 그래, 누구도!

스즈하 : 아― 정말이지, 그런 말이 아니라…

- 스즈하는 답답하다는 듯이 자기 머리카락을 벅벅 휘저었다. 그러더니 곧바로 입술을 꽉 다물고서 음~ 하고 생각에 잠겼다.

스즈하 : 네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 그러더니 목소리를 줄였다.

스즈하 : 이럴 때는 존 티토에게 물어보는 게 좋아.

린타로 : …존 티토.

스즈하 : 저기, 요새 화제인 것 같더라구! 과거로 거슬러 왔다는 타임 트래벌러!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똑같이 타임 트래벌러니까.

린타로 : 옳거니… 확실히 네 말대로인지도 몰라! 아니, 틀림없어!

- 있었던 일이 사라진 것도 혹시나 티토가 말했던 대로 다세계 해석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IBN 5100 건도 그 녀석한테 듣고서 길이 열린 것이었다. 이번에도 분명히 힌트를 줄 것이다. 나는 서둘러 핸드폰을 꺼냈다.

린타로 : …나다. 존 티토는 이 나를 이끌어주기 위해서 미래에서 온 건지도 모르겠군. …그래, 그렇지. 녀석이 이 2010년에 온 건 그야말로 슈타인즈 게이트(운명석의 문)의 선택이야. 엘 프사이 콩그루.

나에 : 알바 언니, 저 아저씬 누구하고 전화하는 거야?

스즈하 : 글쎄, 누굴까나? 미래인하고 교신하고 있다거나.

나에 : 미래인…!

린타로 : …시스터 브라운, 내 전화 상대가 신경이 쓰이나?

나에 : 아, 아뇨, 안 신경 쓰여요…

- 나에는 표정을 굳히고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소녀에게 난 따분하다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린타로 : 신경이 쓰인다고 해도, 앞으로 절대로 묻지 마라. 만일 알게 된다면 난 네 입을 봉해야만 하거든. 아무리 그래도 너 같은 어린 소녀를 처리하고 싶진 않으니까…

나에 : …으앙,

스즈하 : 그러니까 초등학생을 겁주지 말라니까.

- 맨날 이런 소리만 하니까 날 겁내는 건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다.

린타로 : 알바 전사, 난 곧바로 티토하고 연락을 취해 보도록 하지. 멋진 조언에 감사하네!

스즈하 : 아하하, 쓸모 있었어? 그거 다행―

- 거기까지 말한 알바 전사는 흠칫 하고 눈을 크게 떴다.

스즈하 : 우와, 큰일! 점장 귀환! 점장 귀환!

- 스즈하의 시선을 쫓자, 거기에는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이륜 한 대가 있었다. 운전하고 있는 건 근육을 보건데 틀림없이 미스터 브라운이다.

스즈하 : 나에, 혹시 점장님이 물어보시면 난 제대로 가게 보고 있었다고 말해 줘!

나에 : 응. 그러면 담에 자전거 태워 줘.

스즈하 : 태워 줄게! 그럼 열심히 해, 오카베 린타로! 나도 응원할 테니까!

- 스즈하는 내 어깨를 탁탁 치고서 서둘러 공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나하고 나에 두 사람이 가게 앞에 남게 되었다.

- 이륜이 멈추고, 얼굴 전체를 덮은 헬멧을 벗자 거기서 나타난 건 역시 점장의 박력 있는 얼굴이었다.

나에 : 아빠, 다녀오셨어요,

텐노지 : 나에, 저기 있는 수상한 녀석한테 무슨 짓이라도 당했냐!?

- 점장은 이륜에서 내리자마자 딸을 감싸듯 내 앞에 가로막고 섰다. 그 눈초리는 명백하게 흥분해 있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 무슨 엄청난 살기란 말인가…!

텐노지 : 이 노옴, 잘도 내 소중한 딸을 꾀어냈구나…! 죽여 버리겠다.

린타로 : 자, 잠깐만 기다려! 난 아무 것도 안 했다구!

텐오지 : 그럼 어째서 너하고 나에 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냐, 응!?

린타로 : 두 사람만 있던 게 아냐! 방금 전까지 스즈하도 여기 있었다구요! 그 여잔 일을 땡땡이치고 저기 있는 자전거를 닦고 있었습니다!

- 땡땡이 친 사실을 누설하고 말았지만 용서하길, 스즈하. 난 내 목숨이 소중하거든.

텐노지 : …나에, 그렇냐?

나에 : 알바 언니가 자전거에 태워 준다고 약속했어. 그래서 땡땡이는 안 쳤다고 말해야…

- 시스터 브라운도 결과적으로는 손쉽게 스즈하를 배반하는 형태가 되었다. 점장은 거기까지 듣고서 성대하게 한숨을 쉬었다.

텐노지 : 땡땡이치는 방법만은 능숙하다니까, 저 알바생.

- 확실히 제대로 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린타로 : 뭐랄까, 이 날 한 순간이라도 의심한 것에 대한 사죄는 없는 겁니까?

텐노지 : 없어, 그런 거.

- 큭, 이 자식, 뭔가 이 빌딩 주인이랍시고 거만하게시리.

텐노지 : 알겠냐, 앞으로도 우리 딸을 건드리려 한다면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다.

린타로 : 그, 그런 자살 행위는 안 합니다.

- 점장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텐노지 : 나에, 슈크림 사 왔으니까 같이 먹자.

나에 : 아, 응!

- 이륜을 알바 전사의 자전거 옆에 세운 점장은 딸하고 손을 잡고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슈크림이라고? 어울리지 않는 것도 정도가 있지. 엄청난 팔불출이다.

텐노지 : 어이, 거기 알바생! 땡땡이 쳤단 건 알고 있다, 이 녀석아! 그리고, 어째서 42인치가 계속 켜져 있는 거냐! 꺼 두라고 했잖아!

스즈하 : 죄송해요~!

- 가게 안에서는 그런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 빨리 티토와 연락을 취하고 싶다. 그 녀석이라면 내가 원하는 답을 제시해 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며칠 전에 나만이 목격한 사건― 아키바 거리 위에서 모든 사람이 한 순간에 사라진 그 체험― 그것 또한 이걸로 설명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관계로 서둘러 랩 안으로 돌아가자 전원의 걱정스러워 하는 시선이 일제히 내게 집중되었다. 마유리가 가장 먼저 위로(?)의 말을 걸어 오려고 하는 것을, 나는 손을 들어서 제지했다.

린타로 : 기다려! 사정은 모두 나중에 이야기하지.

- 브라운관 공방의 점장이 돌아왔기 때문에 실험을 속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오늘은 전원 해산을 명령했다.

마유리 : 오카린, 저기 말야, 내일 바나나를 사 올게―

- 그렇게 말하고서 소파에 놓여 있던 『우―파』 인형을 내게 건네주었다.

마유리 : 그러니까 지금은 얘를 꾸욱 안고서, 힘을 내.

- 아무래도 신경을 써 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애당초 마유리는 날 걱정하는 입장이라기보다 내가 마유리를 걱정하는 입장에 가깝다.

- 마유리는 이제부터 알바가 있다고 해서 나갔다. 통이도 함께 따라갔다. 녀석은 페이리스를 만나러 가는 거겠지. 루카코는 계속 내게 사과했다. 로또6를 실수로 못 맞춘 게 상당히 후회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루카코한테도 타임머신 건을 들켜 버렸다. 다음 번에 랩 멤버에 끌어들여서 입을 막아야겠군. 모에카는 붙임성 없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서 돌아갔다.

- 30분도 안 지나서 랩에는 나하고 크리스만이 남았다.

린타로 : 거기 조수. 넌 안 돌아가나.

크리스 : 눈에 거슬린다면 돌아갈까?

린타로 : 눈에 거슬리는 건 아냐. 뭔가 볼일이라도 있는 거냐?

크리스 : 아냐. 하지만 좀 생각하고 싶은 게 있어서.

린타로 : 호텔에 돌아가서 생각하면 되잖아.

크리스 : 뭐야? 쫓아내고 싶은 거야?

린타로 : 그런가, 어차피 친구도 없으니 호텔에 돌아가도 홀로 외로움을 달래야 해서, 이 호오인 쿄마가 상대를 해 줬으면 하는 거로군. 이 어린애같은 갑칠이가!

크리스 : 외로운 건 당신 쪽이잖아? 좀 전부터 별로 힘도 없고. 뭐하면 상담을 들어 줄 수도 있는데? 난 어떤 의미에선 외부인이니까 이야기하기도 더 편하지 않아? 연하녀에게 상담하는 남자는… 좀 한심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면 이야기를 들어 줄게.

- 이 건방진 부분은 어떻게 좀 안 될까. 날 놀리듯 기쁘게 히죽거리고 있었다.

린타로 : 난 메일을 보내야 해. 아무래도 여기 있고 싶다면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있도록, 더 좀비(되살아난 자).

크리스 : 그렇게 부르는 게 제일 열받는단 말야…

- 그렇게 말하면서도 크리스는 역시 돌아가려 하진 않았다. 소파에 앉아서는 두꺼운 전문 서적을 읽기 시작한다. 잘 보니 원서였다. 이 조수는 설마하니 천재가 아니라 엄청난 노력파인지도 모르겠다.

린타로 : 커피 마실 건가?

크리스 : 마실게.

- 크리스에게 인스탄트 커피를 타 주었다. 나는 새 닥터 페퍼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PC 앞 의자에 앉았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 이 일은 나중에 없었던 게 되지 않도록, 일단 기도를 해 두자. 해야 하는 일은 방금 전에 스즈하한테서 받은 조언 대로다. 티토하고 연락을 취하는 거다.

- 보내는 메일
To 존 티토
sub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IBN 5100 건은 감사합니다. 그 프로그램 코드는 SERN의 데이터 베이스입니다. 그리고, 그거하곤 별도로, 전 과거로 메일을 보내는 머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만 과거로 메일을 보내서 과거가 바뀌게 되면 세계선은 변하게 됩니까? 일부 사건이 “없었던 일”이 되었습니다만, 달리 뭔가 영향이 있습니까? 세계는 다세계 해석으로 성립한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만, 그 근거를 가르쳐 줬으면 합니다.

- 나는 깊은 한숨을 쉬고서 닥터 페퍼를 원샷했다. 이제 대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만일을 대비해서 @채널의 쓰레드를 봤지만 티토는 지금 시간에는 글을 올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크리스 : 꽤나 깊은 한숨을 쉬네.

- 크리스가 책에 시선을 떨군 채로 그렇게 말을 걸었다. 크리스에게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 D 메일을 보냈더니 과거가 바뀐 걸. 그리고 그 기억이 크리스나 다른 사람들한테서 사라진 걸. 어째서 크리스에게 이야기를 하자는 생각이 든 거지? 마유리나 통이에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이해도는 낮을 것 같기 때문이다. 크리스라면 뭔가 가설을 제시해 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감이 있었다. 그 때 핸드폰 벨이 울렸다. 설마 티토한테서 답변이 온 건가!? 메일이 아니고 직접 전화로!? 깜짝 놀라서 조심스레 핸드폰 화면을 쳐다봤다. 거기엔 통이 이름이 표시되어 있었다. 긴장이 풀려서 가볍게 혀를 차고 말았다. 번거롭게 해 주는군…

린타로 : 크리스티나, 네게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크리스 : 그 전에, 전화 안 받아도 돼?

린타로 : 통이한테서야. 어차피 쓸데없는 내용이겠지.

- 통이는 방금 메이퀸에 간다면서 히죽거리며 나갔으니까 갑자기 심각한 전화는 해 오지 않을 거였다.

크리스 : 당신 말야, 정말 독선적이야.

린타로 : 넌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방금 전에 D 메일로 과거를 바꿨다.

크리스 : ……

- 크리스가 가만히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 눈초리는 여느 때 이상으로 험악했다.

크리스 : …나는 당신 말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냐.

린타로 : 하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나 이외의 모든 인간이 그 일을 “잊어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실이 소멸했다”.

크리스 : 과거를 바꿨으니까 현재도 바뀌었다고? 버터플라이 효과네. 하지만 당신이 하는 소린 엉터리야.

린타로 : 어째서 그렇게 잘라 말하지?

크리스 : 어째서 오카베는 과거를 바꾼 걸 기억하고 있지? 타임머신으로 물리적으로 과거로 가서 역사를 바꿨다, 라는 거라면 간신히 설명은 될 거야. 하지만 D 메일의 경우라면 당신은 “현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거잖아? 그러니까 “현재”가 바뀌어서 우리가 변화했다면 당신도 변화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모순이 생겨. 그렇지 않으면 자기는 관측자니까 변화하지 않았다고 말할 셈이야? 그럴 경우 당신은 이렇게 주장하는 게 돼. “난 인간이란 존재가 아니다”라고.

- 크리스의 이야기는 나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크리스를 납득시킬 만한 재료를, 난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방금 전에는 그렇게 혼란스러워 했으며 지금도 티토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다.

린타로 : …모든 것은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이며, 이 내가 가진 마안 “리딩 슈타이너”의 힘에 의한 것이다! 후하하하!

크리스 : 또~ 시작이네.

- 크리스는 질렸다는 표정이 되어서 시선을 책으로 되돌렸다.

크리스 : 당신의 장난질에 맞장구 쳐 주기도 질렸어. 어차피 그 리딩 뭐라는 것도 지금 방금 이름 붙인 거지?

린타로 : ……

- 지금 정보량으로 크리스한테 이야기한다고 해도 비웃음만 살 뿐이었다. 아무리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이 나라 해도, 방금 체험한 초상 현상을 설명하는 데엔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 그러한 초조함이 견디기 힘들어, 입술을 깨물었다.

린타로 : ……

크리스 : 사랑에 빠진 소녀가 좋아하는 상대한테서 메일을 기다리는 것 같네.

- 참 하나같이 싸우자는 태도로 덤비는군.

린타로 : 그렇게나 신경 써 줬으면 하는 건가?

크리스 : 자그마한 복수야. 당신이 맨날 심하게 대하는 걸 항상 꾹 참고 있으니까 이 정돈 용서하라구.

린타로 : 이래뵈도 난 널 존중하는 건데 말이지.

크리스 : 이름조차 제대로 부른 적이 없는 주제에 잘도 그런 소릴…

린타로 :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 크리스는 놀랐다는 듯 고개를 들고서 날 바라봤다.

크리스 : 헤에, 의외야… 당신도 사과를 할 수 있구나.

린타로 : 사과할 수 있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내 뇌는 널 “조수 크리스티나”라는 인식으로 고정하고 말아서, 이제 고칠 수도 없거든, 후하하하!

크리스 : 두개골을 열고 해마에 전극을 찔러넣어 주고 싶네.

- 같은 한심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이번에야말로 존 티토에게서 메일이 왔다. 서둘러 메일 화면을 열었다.

- 받은 편지함
날짜 8/3 16:19
from 존 티토
sub 자세한 사항을
안녕하십니까, 쿄마. 당신이 메일에 써 준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하고 싶으니, 바뀌었다는 과거에 대해서 자세히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 보내는 메일
To 존 티토
sub Re: 자세한 사항을
메일을 보낸 건 오늘입니다. 170시간 전, 즉 지난 주 화요일로 보냈습니다. 내용은 지난 주 목요일에 추첨이 행해진 로또6라는 복권의 3등 당첨 번호입니다. 메일을 보낸 직후에 제 주위에서 그 화제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었던 동료들의 기억에서 「과거로 메일을 보낸 것」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제 핸드폰의 보낸 편지함에서도 과거로 보낸 메일의 존재가 사라졌습니다. 메일은 확실히 170시간 전으로 보내어져서, 제가 아닌 제 친구가 로또6 복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잘한 실수로 당첨은 되지 않았지만, 당첨 번호하고 숫자가 딱 하나 틀릴 뿐이었습니다.

크리스 : 메일 상대는 누구야?

린타로 : 존 티토.

크리스 : 뭐, …거짓말.

린타로 : 그 녀석은 어지간히 악의 있는 인간 이외에는 열려 있거든. 메일 주소도 공개해 두고 있고. 이렇게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두 번째지.

크리스 : 그런 이유로 당신이 티토의 글을 인용했었군. 추종자 쯤 된다는 거네.

린타로 : 그런 건 아냐. 하지만 그 녀석의 이야기엔 납득할 수 있는 점도 많지.

크리스 : 그래? 픽션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데.

- 받은 편지함
날짜 8/3 16:27
from 존 티토
sub 흥미있군요
무척 흥미있군요. 현상만으로 판단하자면, 당신이 이루어 낸 것은 역시 과거 변경일 것입니다. 당신이 과거로 보낸 메일에 의해 세계선 변동률(다이버젠스)은 약간이나마 변했다는 겁니다. BRAVO! 당신이 보낸 메일이 과거에 도착한 순간, 당신은 원래의 세계선에서 아주 약간의 차이만이 있는 다른 세계선으로 이동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동한 세계선은 “당신이 미래에서 온 메일에 의해 로또6의 당첨 번호를 알게 되어, 친구에게 번호를 가르쳐 주고, 친구는 복권을 살 때 숫자를 하나 틀린다”라는 과거가 전제가 되어 있는 세계입니다. 그러니까 분명히 보낸 편지함에서 메일이 사라진 것도 세계선이 비뀌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해가 안 되는 점은 “당신에게 과거 변경 전의 기억이 존재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확인하겠습니다만, 그건 사실입니까?

- 보내는 메일
To 존 티토
sub Re: 흥미있군요
제겐 과거 변경 전의 기억이 존재합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참고로 이번 같은 현상은 이미 두 번째입니다. 존은 타임 트래벌러로서 26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왔을 때 이러한 체험을 해 본 적이 없습니까? 그리고 세계선을 저 개인의 의지에 의해 (결과적으로) 바꾸었다고 하면 어떠한 영향이 발생하리라 생각합니까?

- 받은 편지함
날짜 8/3 16:39
from 존 티토
sub 기억
현재 다이버젠스는 0.571015% 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과거 변경 전의 수치는 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아마 저도 당신의 과거 변경 전의 세계선에서 있었던 기억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리적 타임 트래벌이라면 세계선이 이동해도 기억은 유지됩니다. 그건 저 자신의 경험에 의해 증명되었습니다. 하지만 메일에 의해 타임 트래벌러(라고 알기 쉽게 부르겠습니다)가 시간을 뛰어넘지 않고서 과거를 변경하는 건 제가 있던 2036년에서도 상정하지 않았던 사태입니다. 2034년에 개발이 완료된 타임머신은 물리적인 시간과 세계선을 뛰어넘는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당신에게 일어난 현상을 설명할 방도는, 제게도 없습니다.

- 보내는 메일
To 존 티토
sub Re: 기억
디이버젠스 수치 말입니다만, 존은 어떻게 계측하고 있습니까? 애당초 뭘 기준으로 하고 있는 건가요?

- 받은 편지함
날짜 8/3 16:45
from 존 티토
sub 다세계 해석 건
엄밀히 말하면, 세계는 에버릿 휠러 모델에 의해 성립된다고 쓴 건 잘못된 것이며, 거기서 더욱 발전된 이론이 일반적이 되어 있습니다. 2034년에 타임머신 개발이 완료되고서 이후 2년 동안에 세계에 대한 해석 논의에는 극적인 진전이 있었습니다. 2036년 시점에서 해명된 세계의 구조는 『어트랙터 필드』라고 합니다. 일본어로 하면 세계선 수속 범위라고 할 수 있겠죠. 원래는 2020년에 제창된 가설입니다.

- 받은 편지함
날짜 8/3 16:47
from 존 티토
sub Re: Re: 기억
죄송합니다. 글을 다 못 봤었군요. 다이버젠스 수치 말입니다만, 저는 전용 계측 미터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 있던 2036년의 세계선을 0%로 해서 계측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주관적,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지금」의 다이버젠스를 표시할 뿐인 물건입니다.

- 보내는 메일
To 존 티토
sub Re: 다세계 해석 건
그 어트랙터 필드에 대해 자세히 가르쳐 주십시오. 세계선을 바꾸는 것에 의한 영향도 답해 주셨으면 합니다.

- 받은 편지함
날짜 8/3 16:52
from 존 티토
sub 수속 관측
어트랙터 필드라는 걸 한 마디로 하면 수속하는 세계선의 통합입니다. 본디 “운명”, “우연”이라 불렀던 현상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세계선을 조금씩 바꾸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약간의 변동은 수속에 의해 같은 결말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수속을 관측할 수 있는 인간은 극소수입니다. 저는 그러한 능력을 가진 인간과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긴 어렵습니다만… 혹시나 쿄마는 그 극소수에게만 존재하는 수속 관측의 힘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신이라면 세계를 이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계선 변동률 1%의 저편으로. 어트랙터 필드라는 벽 저편으로.

린타로 : ……

- 갑자기 티토의 메일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게 특수한 힘이 있다고? 마음 속에 싹트는 것은 우월감. 그 다음엔 이건 혹시 함정이 아닐까, 하는 당혹감. 애당초 존 티토가 진짜라는 것도 증명되어 있지 않으며, 거기다가 내 기억 속에 있는 2001년의 존 티토 역시 진짜 타임 트래벌러인지는 모른다. 확실히 티토가 말한 세계선 이론이라면, 내가 체험한 초상 현상도 설명할 수는 있지만… 티토가 갑자기 수상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한 번 그런 느낌이 든 이상, 이 자가 말하는 모든 게 거짓말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 IBN 5100 건도 혹시 거짓말이 아니었을까. 그 수수께끼의 프로그램 코드는 단순한 버그에 불과했던 게 아닐까. 이런 상태에서 “네겐 힘이 있다” 같은 소릴 들어도, 새로운 사기 수법처럼 생각될 뿐이었다. 그리고 애당초 티토에게 그런 소릴 들을 것도 없이―

린타로 : 후하하하하하!

- 내 웃음 소리에 크리스는 깜짝 놀랐다.

크리스 : 가, 갑자기 웃지 마, 기분 나쁘게시리.

린타로 : 큭큭큭, 안 웃고 배기겠나! 정말로 걸작이로군! 이 내가 가진 능력이라고? 지금 와서 그런 소리 안 해도, 나는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존 티토!

- 거기서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핸드폰을 쥔 오른손을 하늘 높이 쳐든다.

린타로 : 이 마안… “리딩 슈타이너”의 진정한 힘을 말이지!

크리스 : …이야기의 흐름이 전혀 안 잡히지만, 오카베 자중하도록, 이라고만 해 두겠어.

린타로 : 엇?

크리스 : 엇…?

린타로 : ……

크리스 : ……윽.

- 크리스는 노골적인 움직임으로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독서를 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있지만, 내 위치에서 보이는 그녀의 귀는 빨갛게 되어 있었다. 역시 이 녀석, @채널러 아닌가…? 아니, 지금 그런 건 어찌됐든 상관없어. 그보다 티토에게 답변을 해야 해.

- 보내는 메일
To 존 티토
sub Re: 수속 관측
어트랙터 필드의 벽 너머에 뭔가가 있다? 넘어선다면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

- 받은 편지함
날짜 8/3 16:58
from 존 티토
sub 미래
그 너머에서 기다리는 건 진정한 자유입니다. 바꿔 말하면 그 벽을 넘지 못하면 제가 살아왔던 것 같은 디스토피아가 된다는 거죠. 인류의 미래는 거짓 행복에 의해 세뇌되고, 자유 의지를 상실하게 됩니다. 제 목적은 @채널에 쓴 대로 미래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가능케 하는 건 당신일지도 모르겠군요.

린타로 : ……

- 이건 확실히 기분이 좀 나빴다. 어디 사이비 종교냐? 아니면 진짜로 사기를 치려는 건가? 그리고 또 말이 달라졌다. 2000년에 나타난 티토는 2015년에 일어난 제 3차 세계 대전에서 잃어버린 테크놀로지 부흥을 위하여 타임 트래벌을 해 왔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녀석은 “SERN의 디스토피아가 된 미래를 바꾸기 위해 왔다”고 한다. 이 녀석은 가짜일지도 모른다. 진절머리가 나서, 더 이상 답변을 하지 말자고 생각하여 핸드폰을 집어넣으려 할 때―

린타로 : …큭.

- 또 메일이 왔다. 크리스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나는 마지못해 핸드폰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거기 쓰여 있는 내용에, 나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게 생리적인 혐오감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그 외의 감정인지는 지금 시점에선 잘 알 수 없었다.

- 받은 편지함
날짜 8/3 17:00
from 존 티토
sub 미래2
쿄마, 당신이,


구세주가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게임/슈타인즈_게이트/03장_5.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1/07/03 02:57 저자 Le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