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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슈타인즈_게이트:04장_2

4장 : 몽환의 호메오스테이시스 (2)

- 기분 전환 삼아서, 역 앞으로 나왔다. 킹 버거에서 점심을 먹은 후에 요도바시 1층에 있는 스타벡스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마유리나 다른 멤버는 계속 랩에 남았다. 혼자서 조금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라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로또6로 과거의 자신에게 D 메일을 보냈을 때엔 강렬한 일그러짐을 느꼈고, 그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세계는 약간 “변해 있었다”. 내가 D 메일을 보냈던 사실은 없었던 게 되어 있었다. 그건 보낸 편지함에서 사라져 있었던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보낸 편지함에는 없는데 받은 편지함에는 남아 있다. 보낸 메일 그 자체는 과거에 도달한 것이다. 이건 어떻게 된 것인가. 타임 패러독스 아닌가? 그게 나 이외 전원에게 있은 “기억 변경”의 원인인 걸까. 애당초 어떻게 기억이 변경된 것인가… 나비 효과라고 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과거가 변경되어 세계가 바뀌었다― 티토 식으로 말하자면 다이버젠스(세계선 변동률)가 바뀐 경우, 사람의 기억은 그 “바뀐 뒤의 세계선”에 맞추어서 재정의 되는 건가? 그럼 어째서 나만은 과거 변경 후의 세계선에서도 변경 전의 기억을 유지하고 있는 거지?

- 그런 나의 뇌내 미팅은 때마침 온 한 통의 메일에 의해 중단되었다. …날 방해하지 마라, 하고 가볍게 혀를 찼다. 메일이니까 답변은 나중에 해도 될 거라고 생각하며 커피를 마시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 이 빈도… 틀림없다. 샤이닝 핑거(섬광의 지압사)라는 별명을 가진― 이랄까 내가 붙인 거지만― 메일을 사용한 연속 공격으로 정평이 나 있는 키류 모에카에 의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 녀석은 메일 보내는 게 상당히 끈질기니까… 보통 때는 거의 말도 안 하는 주제에. 성격이 너무 이상한 녀석이다. 나는 한숨을 쉬고서 어쩔 수 없이 메일을 확인했다.

- 받은 메일함
날짜 8/4 13:29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부탁이 있습니다
나도 D 메일을 보내 보고 싶어! 안 될까…? 모에카.

- 받은 메일함
날짜 8/4 13:31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안 돼?
답변 주세요. 나도 랩 멤버니까, 되겠죠? 부탁이야! 모에카.

- D 메일을 보내고 싶다고? 그러고 보니 모에카한테는 어제 랩 멤버 넘버 005를 주었다. 즉 이 녀석도 랩 멤버. 실험에 참가할 자격은 충분하다. 모에카는 진지한 성격인 것 같으니 내 요구에도 응해줄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D 메일에 있어서는 다른 랩 멤버가 전혀 쓸모가 없었던 게 문제였다. 나는 아직 다른 사람이 과거를 변경하는 것으로 나 자신의 기억이 어떻게 되는가 그 검증을 하지 못했다.

린타로 : 아니, 하지만…

- 머리를 감싸쥐었다. 모에카는 편집 프로덕션의 알바, 즉 매스컴 관계자다. 만일 D 메일을 보내서 이 세기의 대발견을 누설하기라도 하면 어쩌지? 일본 전체에서 취재가 쇄도하고, 미디어에선 언제든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겠지. 그건 거꾸로 말하면 “기관”에게 내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내 몸의 위험을 무시하고서 대대적으로 발표한다는 방법도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편집 프로덕션 따위 보단 전국 규모의 신문이나 TV를 첫 취재원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 쪽이 더 취재 규모도 커질테고 전국, 아니 전 세계에 퍼지는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 어느 수단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모에카를 이용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 받은 메일함
날짜 8/4 13:32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나도
랩 멤버인거 맞잖아? 모에카.

- 그래, 모에카는 랩 멤버다. 어제 시점에서 전화렌지(가칭)와 D 메일에 대한 것을 모두 말해 주었다. 그러고서 동료로 끌어들인 것이다. 기밀 누설을 방지하기 위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된 이상, 여기서 모에카의 요청을 거부할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린타로 : 나다. …그래, 조금 망설이고 있지. …뭐? 목소리를 듣고서 알았다고? 훗, 과연. 전화렌지(가칭)의 실험에 샤이닝 핑거(섬광의 지압사)를 끌어들일까 말까에 대해서지. …뭣, 바보 같은. 그 여자를 제물로 바치라는 건가? 확실히, 세상에 혼돈을 가져오기 위해선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각오는 되어 있지만… …아니, 문제 없다. 오히려 망설이고 있었던 내 쪽이 면목없군. 매드 사이언티스트 실격인지도 몰라. …그래. 이건 내게 있어서 하늘의 계시라고도 할 수 있는 요청이군. 그야말로 슈타인즈 게이트(운명석의 문)의 선택인 거야. 엘 프사이 콩그루.

- 이렇게 되어, 모에카에게 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 보내는 메일
To 섬광의 지압사
sub Re: 나도
좋다. 랩 멤버 넘버 005, 섬광의 지압사여. 지금 바로 랩으로 와라.

- 나는 메일 보내기를 끝내고서 서둘러 랩으로 돌아갔다.

- 랩으로 돌아오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앞에 모에카가 쭈그려 앉아 있었다. 앉으라고 놓여 있는 옆의 벤치에 앉지 않은 건, 무릎을 감싸안듯 쭈그려 앉는 게 이 여자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자세라는, 그런 징크스라도 있어서일까. 모에카는 여전히 핸드폰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는 것을 눈치채자, 느릿느릿 일어선다. 하지만 시선은 이쪽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모에카 : …고마워.

린타로 : 뭐가 고맙단 거지?

모에카 : ……

- 받은 메일함
날짜 8/4 13:56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그러니까
내가 고집 부린 걸 들어 줘서 고마워. 모에카.

린타로 : 별달리 고집 부린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네가 요청을 해서 내가 다 고마울 지경이니까.

모에카 : ……

- 랩에 들어가서, 각자 자기 하고 싶은 걸 하며 지내고 있던 랩 멤버들을 향해서 나는 모에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마유리 : 찬성이에요―♪ 모에카씨도 랩 멤버니까요―♪

- 통이도 크리스도, 마유리도 모두 다 별달리 반대하지 않았다.

이타루 : 그러면, 키류씨는 어떤 메일을 보낼 셈인감?

린타로 : 내가 요망하는 건, 과거가 바뀌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간단하고도 알기 쉬운 내용으로 해 줬으면 하는 거다.

모에카 : ……

- 그러자 메일이 왔다.

- 받은 메일함
날짜 8/4 14:09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그것 말인데
그것 말인데, 한 가지 더 부탁을 들어 줬으면 해. 보내는 메일 내용은 비밀로 하고 싶어. 모에카.

- 뭘 일일이 메일로 설명하는 걸까. 아니, 그보다도―

린타로 : 비밀이라고? 무슨 뜻이야?

크리스 : 뭐야? 왜 그래?

모에카 : ……

- 받은 메일함
날짜 8/4 14:10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그건…
개인적인 일이 알려지는 건 부끄러워서… 모에카.

린타로 :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 크리스가 내 핸드폰 화면을 옆에서 들여다봤다.

크리스 : 흐음, 그렇군. 그 기분은 알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실험이란 걸 납득하고서, 데이터 수집을 우선시해야 해.

린타로 : 호오… 웬일로 의견이 일치했군, 조수.

크리스 : 벼, 별달리 당신한테 동의한 건 아냐.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으면 전화렌지의 기능을 언제까지고 해명할 수 없게 되니까야.

마유리 : 그치만 그치만, 여자애한텐, 비밀이 잔뜩 있는 거예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말야, 나한테만 가르쳐 줘 게헤헤― 같은 말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이타루 : 크왁!? 설마 이거, 성희롱 아닌가염!?

린타로 : 흥분하지 마라, 통이!

- 나는 된장녀 연합군을 결성한 마유리와 모에카 쪽을 다시 쳐다봤다.

린타로 : 메일 내용에다가 개인적으로 중요한 사항을 쓰라고 강요한 기억은 없어.

- 크리스가 내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된장녀 연합군에 들어갈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크리스 : 사적인 내용을 보내고 싶다고 해도 지금은 아직 그럴 때가 아냐. 타임 패러독스 문제도 완전히 해결한 게 아니고 하니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거야.

모에카 : …사적인 내용은 안 돼?

크리스 : 적어도 비공개로 하고 싶다는 이야긴 받아들일 수 없어. 당신한테 악의가 없더라도, 메일 내용에 따라서는 시간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지도 모르니까. 제 3자에게 메일을 보여주고, 그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해 봐야 할 거야.

린타로 : 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조수가 해 줬군. 그리고, 계속 그렇게 나오더라도 우리는 실험을 중지할 생각은 없다!

크리스 : …당신 의견을 대변한 건 아냐. 착각하지 마.

- 일일이 한 마디를 덧붙이는 게, 참으로 건방지다.

크리스 : 애초에 실험이란 건 프라이버시보다 데이터가 우선이야. 피 실험자가 된다면 그런 각오도 필요해.

- 설마 이 녀석, 그런 각오가 없으니까 D 메일을 보내고 싶지 않아 하는 건가.

마유리 : 어엇―? 그래―? 마유시―는 말야, 방금 그런 각오도 없이 보내려고 했어― 미안해― 크리스…

크리스 : 그런 걸로 사과는 안 해도 돼… 책망하는 게 아니라 일반론을 말한 것 뿐이니까.

-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론으로 들리진 않는데, 같은 소릴 하면 내게 화살이 돌아올 것 같아서 관뒀다.

모에카 : ……

- 모에카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린타로 : 넌 이미 랩 멤버다. 우리를 신용하지 않는다고 나오면 곤란해. 사적인 용건은 나중으로 해 줘. 만일 할 수 없다고 하면… 네게, 보여 줄 수밖에 없게 되겠지. 바로 나, 호오인 쿄마 안에 잠들어 있는 저주스런 광기의 힘을 말야…!

모에카 : ……

- 모에카는 메일을 쓰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서 내 협박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 받은 메일함
날짜 8/4 14:15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그럼
지금까지 보낸 D 메일을 보여 주지 않을래? 참고해서 판단하고 싶어. 모에카.

린타로 : 음, 그러면, 받은 메일을 보여주지.

모에카 : …보낸 메일은?

린타로 : 없다, 고 하면 어폐가 있겠군. 보낸 메일은 사라져 버리거든.

- 어제 내가 D 메일을 보낸 후에 확인했다. 그 때 모에카도 있었을 텐데.

모에카 : ……

- 받은 메일함
날짜 8/4 14:18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알겠어
다른 메일은 됐어. 오카베군이 말한 대로 비공개로 하진 않을게. 모에카.

- 납득해 준 모양이었다. 메일을 크리스한테도 보여줬다.

마유리 : 모에카씨, 무리하진 말아요―

- 위로? 격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유리는 모에카한테 걱정스런 듯 말을 걸고 있었다.

이타루 : 그럼 어떤 내용을 보낼 겅미? 애당초 오카린이 말하는 간단하고 알기 쉬운 과거 변경 같은 건 난이도가 베리 하드임.

린타로 : 무슨 소리냐. 너희 레벨이 너무 낮은 것뿐이잖나.

모에카 : 방안은, 있어.

- 모에카가 한 마디 중얼거렸다.

린타로 : 호오? 그건 기대할 만 하겠군.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하지.

- 그러자 또다시 모에카는 그 능력을 발동했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손가락, 샤이닝 핑거의 진면목을 발휘한다.

- 받은 메일함
날짜 8/4 14:22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방안은
4일 정도 전에, 핸드폰을 기기 변경했어. 하지만 얼마 동안 써 보니까 역시 안 바꾸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D 메일로 4일 전의 나한테 기종 변경을 하지 말라고 보내려고 해. 그러면 가지고 있는 핸드폰이 바뀌지 않을까? 모에카.

린타로 : 샤이닝 핑거는 실로 유능하군! 그야말로 랩 멤버의 모범이야!

- 이 방안이라면 과거가 바뀌었는지를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무능한 세 사람도 이 우수한 지압사의 방안에 반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모에카의 핸드폰을 관찰해 봤다. 보라색으로 된 화려한 핸드폰이었다. 핸드폰 줄은 안 달려 있었고, 최근 된장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쓸데 없는 장식물 등도 없었다.

이타루 : 엇, 그거 지난 달에 막 나온 『GG01』이잖아.

마유리 : 지지공일?

이타루 : 최신 기종이야. 확실히 액정 부분이 착탈식으로 되어 있어서 여러 가지 종류의 주변기기를 붙일 수 있었을 거야. 지금 물량이 딸려서 어딜 가더라도 다시 입고되길 기다려야 하는데, 어떻게 입수했음둥?

모에카 : ……

- 그 정도로 인기 있는 최신 기종이 마음에 안 든다니. 24시간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사람으로선, 역시 기종에 대한 집착이 있는 모양이었다.

린타로 : 그럼 지압사여.

마유리 : 저기 저기, 어째서 모에카씨를 “지압사”라고 부르는 거야―?

린타로 : …그건 키류 모에카의 능력에 내가 붙인 이름이다. 키류 모에카. 넌 금후, 섬광의 지압사, 즉 샤이닝 핑거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녀도 좋다.

모에카 : ……

- 모에카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약간만 고개를 흔들었다.

린타로 : 뭣이…? 싫다는 건가? 능력에 이름을 붙여 줬는데, 뭐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냐…!

마유리 : 모에카씨는 말야― 모에카씨니까 그래― 그리고 말야, 지압사씨가 아니라, 편집 프로덕션에서 일하고 있고…

이타루 : 마유씨,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덤비고 있으셈.

린타로 : 웃자고 하는 말이 아냐, 능력 이름이라고.

크리스 :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준비해.

- 큭, 이 자식. 조수 주제에 말을 끊다니…

이타루 : 브라운 점장이 뭐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린타로 : 후하하하! 미스터 브라운 정도를 두려워 말라! 그 자가 화를 내며 나타나면, 이 내가 처리해 주마!

이타루 : 레알임? 오카린, 멋져부려― 그게 짜릿해, 동경하게 돼!

크리스 : 하지만 실제론 말만 저렇게 하는 거겠지.

린타로 : ……

- 일부러 반론은 하지 않았다. 모에카는 이미 메일로 보낼, 18자 입력을 끝마쳤다. 준비가 되었는지 모에카의 표정을 살피자, 살그머니 고개를 끄덕여서 대답했다. 타이머는 100초로 맞췄다. 이렇게 하면 딱 4일 전― 7월 31일에 모에카의 핸드폰으로 보내질 것이다.

린타로 : 전화렌지(가칭), 기동!

- 작동 후 15초 정도 지나 방전 현상이 발생했다. 모에카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낸다. 모에카는 웬일로 표정을 굳히고선,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의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 0.523299

- 비뚤어지듯 눈 앞이 일그러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닥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아니, 지면이 흔들리는 건가? 내가 흔들리는 건가? 시야에 비치는 상이 이중, 삼중으로 분산되어― 또한 그 색도 사라지고―

린타로 : ―윽!?

- 보이지 않는 충격을 받고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대로 힘없이 서서, 다음 충격에 대비하며 지금 감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봤다. 이 감각을, 난 이전에도 한 번 느낀 적이 있다. 어제 D 메일을 보냈을 때보다도 강렬한, 세계 그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듯한 느낌. 그래, 이 감각은― 집단 소실 현상 때와 같았다.

- 충격은 더 이상 덮쳐 오지 않았다. 나는 몸의 긴장을 풀고서 주위를 관찰했다. 과거는 바뀐 걸까. 물어 볼 것조차 없었다. 내 안에는 확신이 있었다. 과거는 바뀌었다. 지금의 이상한 감각이 그 증거다. 방 안을 둘러본다. 아직 타이머가 90초 정도 남아 있어야 할 전화렌지(가칭)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통이가 있다. 마유리도 있다. 크리스도 있다. ……모에카는?

린타로 : 지압사는? 어디 갔지?

- 내 질문에 X68000을 앞에 두고서 뭔가 상담하고 있던 통이와 크리스가, 괴이쩍다는 시선으로 날 쳐다봤다.

- 아… 또다. 이 이상한 느낌. 어제하고 마찬가지다.

크리스 : 지압사?

이타루 : 오카린, 일본어로 부탁해.

- 나는 개발실을 나와서, 응접실을 둘러보고, 소파 뒤쪽 등도 확인해 보고, 탈의실, 화장실, 샤워실도 다 돌아봤다. 창문에서 빌딩 앞 길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모에카의 모습은 없었다. 사라졌다… 소실된 것이다… 이건, 거짓말이야…

- 그 현상은, 필사적으로 꿈이나 환상 같은 걸로 치부하려 했는데. 또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내가 실험을 시킨 것 때문에 모에카가 사라져 버린 건가? 어째서, 사라진 거지!? 사라지다니, 그게 무슨 일이지!? 존재 그 자체가 없던 걸로 된 건가!? 그렇지 않으면 차원의 틈새에로 날려가 버린 건가!? 내가 해 버린 일에 대한 공포로, 나는 몸을 떨었다. 혼란스러운 상태로, 바나나를 먹고 있는 마유리에게 다가갔다. 어깨를 붙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린타로 : 키류 모에카는?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잖아!?

마유리 : 음~~ 아~~? 누우~ 구~?

린타로 : 키류 모에카 말야!

- 통이나 크리스에게도 시선을 던져서 물어봤다.

이타루 : 그게, 누구임?

크리스 : 들어 본 적 없는데.

린타로 : …그럴 수가.

- 역시 모에카의 존재 그 자체가 사라졌다… 아니, 정말로 그런가? 그런 건 난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내가 죽인 게 되는 거다, 절대 인정 못해!

크리스 : 오카베, 설마 또?

린타로 : 또, 라니 무슨 뜻이지?

크리스 : 어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 우리 기억에 없는 일을, 당신은 기억하고 있었어. 으음, 뭐였더라… 그래 맞아, “리딩 슈타이너”.

- 나는 확실히 이 현상― 아니면 능력― 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과거가 변화하여 세계선이 바뀌면, 인간의 기억은 그 세계선에 맞추어 재정의된다.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서 방금 전의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어째서 나만이 과거 변경 후의 세계선에서도 변경 전의 기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가. 그 답이 마안 “리딩 슈타이너”인지도 모른다. 크리스는 내가 어제 설명했던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 능력은 적당히 생각해 낸 것뿐이지만. 하지만 일단 모에카가 사라져 버린 지금, 나는 오히려 그 마안의 존재에 의지하고 싶은 지경이었다. 기억이다. 다른 사람들한테서 모에카에 대한 기억만이 사라진 거다! 나만이 기억하고 있는 건 “리딩 슈타이너” 덕분인 것이다. 분명히 그럴 거다!

- 어쨌든 모에카하고 연락을 취해 봐야 한다. “존재 그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핸드폰 번호를 모른다. 지금 이 세계선의 이 시간에, 그녀와 연락을 취할 방법은 메일을 보내는 것 뿐.

- 보내는 메일
To 섬광의 지압사
sub 나다!
메일을 보면 바로 연락해 줘.

- 『메일을 보면 바로 연락해 줘』하고 적고 보냈다. 이제 대답이 오길 빌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제발 대답이 있기를…

마유리 : 오카린, 괜찮아? 얼굴이 새파래―

린타로 : 으, 으음, 괜찮아…

- 괜찮은 정신 상태는 아니었지만 모에카의 존재를 사라지게 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필사적으로 평정을 가장했다.

린타로 : …조수여. 방금 실험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기억하고 있나?

크리스 : 방금 실험을 했다는 것조차 기억하고 있지 않아. 지금 방금, 당신, D 메일을 보낸 거겠지?

린타로 : …그래. 단, 어제하곤 상황이 조금 달라. D 메일을 보낸 건 내가 아니라 키류 모에카다.

- 그리고 그 장본인은 랩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걸어 나갈 시간은 없었을 터였다. 그러고 보니, 어제 로또6 실험에서도 통이가 개발실에서 응접실로 순간 이동을 했었는데… 그렇다는 건 역시 사라진 게 아니라 어딘가로 한 순간에 이동했다고 생각해야 할 거다. 그래 줬으면 하는데…

- 모에카한테서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나는, 핸드폰 메일함에 있는 모에카와 주고받은 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그것이 또 묘했다. 그 메일광한테서 7월 31일 12시 43분에 받은 메일까지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모에카한테서 받은 건 그 시간의 메일까지. 그 후로도 그 여자한테서 몇 십 통이나 보내져 왔던 메일이 아무 데도 없었다. 메일의 존재조차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핸드폰의 기종 변경을 취소하기 위한 D 메일. 그걸 보낸 날짜가 7월 31일이다.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하여, 모에카는 D 메일을 받음과 동시에 존재가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아무런 모순이 없다는 걸 깨닫고, 소름이 돋았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럴 턱이 없다. 왜냐면 보낸 D 메일 내용은 “핸드폰 기종 변경을 하지 마라”고 하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내용이었다구. 그렇다면 원인은 뭐지? 8월 1일 이후, 4일 동안 모에카의 흔적이 깔끔하게 사라져 버린 원인은…?

린타로 : 크리스티나. 가령 D 메일에 의해서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크리스 : …모르겠어. 타임 패러독스를 경험한 인간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으니까.

린타로 : 전에 세계가 사라진다는 것 같은 말을 하지 않았어?

크리스 : 어디까지나 그런 설도 있다, 라고 했을 뿐이야. 어쩌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지도 모르고, 모 영화처럼 패러독스에 대해 역사 수정이 일어날지도 몰라. 호킹 박사는 시간 순서 보호 가설로, 타임 패러독스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행위는 애시당초 실행할 수 없다고 했고 말야.

- 어디까지나 모두 다 가설이란 건가…

마유리 : 저기, 마유시―는 잘 모르겠긴 한데― 지금도 마유시―나 오카린이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말야, 분명히 그 패러독스는 일어나지 않은 걸 거야― 모에카씨라는 사람도 말야, 마유시―는 모르긴 하지만, 분명 무사해♪

이타루 : 과연 마유씨. 천하태평이구먼.

마유리 : 뭐어―? 마유시―는 그렇게 태평하기만 하진 않아.

- 마유리와 통이가 나누는 태평한 대화가, 지금 내겐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이 두 사람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 인간 한 사람의 존재가 세계에서 소멸해 버렸을지도 모르는데…! 그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만일 모에카가 정말로 소멸해 버린 거라면, 그건 동시에 그 때에 있었던 집단 소실 현상 역시 우리가 만든 전화렌지(가칭)에 의해 일어났다는 게 된다. 내가, 그 정도로 많은 인간의 존재를 날려 버렸다― 그런 공포스런 상상을 몰아내고자, 머리를 감싸쥐고 필사적으로 흔들었다.

린타로 : …!

- 메일이다! 모에카한테선가!? 나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메일을 확인했다.

- 받은 메일함
날짜 8/4 14:52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모에카입니다
무슨 일이야? 지금은 좀 바빠. 그러니까 미안. 나중에 메일 보낼게. 모에카.

린타로 : ……하, 하하.

- 너무나 안도한 나머지 온 몸에서 힘이 빠졌다… 대답이 왔다. 와 줬어. 모에카는 이 세계에 아직 존재하고 있다. 결코 사라진 게 아니다. 그걸 알고서, 초조함이나 긴장, 공포 같은 감정은 파도가 밀려나가듯 사라졌다.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그건 모에카가 걱정이 되어서가 아니라, 나 때문에 누군가의 존재가 사라져 버렸다는, 그런 두려운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걸로 안심해서긴 하지만.

크리스 :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설명해, 오카베.

- 크리스가 그렇게 재촉해서, 나는 지금 일어난 일을 모두 설명했다.

크리스 : 흐음. …지금 이 자리에서 그 키류 뭐라는 사람이 사라진 건, 인과율로 생각해 봤을 때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린타로 : 무슨 뜻이지?

크리스 : 자세한 경위는 모르겠지만, 과거를 변경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7월 31일 이후, 오늘까지 4일 동안 키류씨의 행동이 미묘하게 변화했어. 그 결과 지금 이 시간에 키류씨는 “랩에 오지 않았다”는 걸로 재구성되었다…

- 그래서 결과적으로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보였다, 는 건가? 젤바나하고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현상인 걸까. 그렇다고 하면 모에카가 젤리맨이 되지 않은 것도 납득이 가긴 하는데.

이타루 :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음둥?

크리스 : 확신할 순 없어. D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도 말소되어 버렸다면 그 D 메일을 누가 보낸 건가, 라는 패러독스가 일어나고… 그리고 또 하나, 오카베한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할 수 없어.

린타로 : 뭣이?

크리스 : “리딩 슈타이너” 말야. 참고로 그 명칭은 부끄러우니까 그만두는게 좋아.

린타로 : 훗, 네 개인적인 견해는 필요 없군.

- 드디어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의 정신적인 여유가 내게도 돌아왔다. 랄까, 크리스는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한 말이겠지. 그야말로 쓸데 없는 참견이다.

크리스 : 방금 당신이 설명한 걸론, D 메일을 보낸 것도 받은 것도 당신이 아니었어. 그런데 당신만이 세계선이 바뀌기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어. 그러면 그건 그냥 당신의 망상 아냐?

이타루 : 머릿 속 아내로군요. 알고 있습니다.

린타로 : 알긴 뭘 알아. 너 같은 BYONTAI 신사하고 동류 취급 마라.

크리스 : 키류씨라는 사람은 원래 존재하지 않았어. 아니면 키류 뭐라는 사람은 실존하지만, 그 사람이 D 메일을 보낸 사실은 망상이었다―

린타로 : 쿠와아아악!

크리스 : …엇?

- 나는 왼눈을 감싸안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린타로 : 으, 으윽… 왼눈이, 이 마안 “리딩 슈타이너”가 욱신거려… 윽!

마유리 : 오, 오카린, 괜찮아…?

- 마유리가 걱정스러운 듯이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그러는 마유리를 가볍게 밀어냈다.

린타로 : 안 되겠어, 마유리, 내, 내게 다가오지 마… 지금의 난, 널 다치게 할 지도… 몰라…!

마유리 : 그치만 오카린, 엄청 괴로운 것 같은데…?

이타루 : …“낚시” 잖아?

크리스 : 그, 그렇겠지…

린타로 : 괘, 괜찮아… 이 욱신거림은, 항상 있는 일이야… 금방, 괜찮아 질 거다…! 큭, 이 마안이 있는 이상… 나는 “기관”에게 계속 쫓길 거야…! 무한한 세계와 시간을 꿰뚫어보는 힘…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양날의 검이기도 하지… 나는 이… 무한한 세계와, 무한한 시간을 꿰뚫어 보는 마안 때문에… 인간이 가진, 인과율에서 벗어나 버렸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랩… 만은, 지키겠다고 맹세했어… 그러니까, 마안이여, 진정해 줘…

- 엎드린 상태로 이를 꽉 악물었다. 그리고서 크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왼눈에서 손을 뗐다. 마유리가 등을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마유리 : 오카린? 괴로워?

린타로 : 아니… 이제, 괜찮아.

- 나는 일어섰다. 그러고서 크리스에게 예리한 시선을 보냈다.

크리스 : 뭐, 뭐야? 지금 건 그냥 연기잖아?

린타로 : 크리스티나. 넌 틀렸다.

- 조용히 말했다.

린타로 : 이미 지금까지의 실험으로, 증명된 것이다… 나는… 나의 “리딩 슈타이너”는, 진짜다!

크리스 : 그렇군요, 예에, 중이병, 중이병.

이타루 : 엇?

마유리 : 응?

크리스 : 아…

린타로 : ……

크리스 : 어, 어째서 나한테 주목하는 거야? 보지 마!

- 크리스가 날 깊게 추궁하는 상황은 지금으로선 피하고 싶었다. 티토에게서 “구세주”라는 소릴 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 정말로, 내 능력은 진짜인 건가…? 만일 그렇다면 그건 엄청난 거 아닌가…?

-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미지의 힘. 그 존재에 섬뜩함을 느꼈다.

- 브라운관 공방 가게 앞에 있는 벤치에서, 멍하니 밤하늘을 쳐다본다. 낮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그 때 2층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을 보니, 마유리와 크리스였다.

린타로 : 돌아가는 건가?

마유리 : 응.

크리스 : 오카베는 계속 여기서 묵고 있는 거야?

린타로 : 뭐 그렇지. 매드 사이언티스트 정도 되려면 연구소에서 숙식하며 연구에 몰두하는 정도는 되어야 하니까.

크리스 : 겉모양만 그럴싸하게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말야.

마유리 : 그치만 이 장소는 정말로 편리해― 마유시―도 아빠하고 엄마가 허락해 준다면 여기서 묵고 싶을 정도야―

크리스 : 뭐, 정말…?

마유리 : 그러면 알바 가는 것도 금방이거든♪ 저기 저기 크리스, 담번에 모두 다 모여서 MT처럼 노는 게 어때?

크리스 : 남자들이 없는 거라면 OK.

린타로 : 그건 무리.

크리스 : 그럼 마유리씨, 내 호텔에 오면 어때?

마유리 :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약속을 했었지― 엣헤헤― 그럼 담번에 신세질게♪

크리스 : 언제든지 말만 해. 그럼.

- 크리스는 손을 흔들고선 아키하바라 역하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남은 마유리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라기보다, 예의 버릇― “스타더스트 셰이크핸드(별똥별하고의 악수)“가 발동하고 있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붙잡으려는 것처럼 한 손을 쳐들고 있다. 그러자 별똥별이 하나, 타이밍 좋게 어두운 하늘을 가로질렀다.

마유리 : …저기, 오카린.

린타로 : 응. 유성이로군. 소원은 빌었어?

- 마유리는 거기에 답하지 않았다. 계속 하늘을 올려다본 채로―

마유리 : 오카린 말야, 초등학생 때 열이 엄청 나서 1개월 정도 누워있었던 적이 있었지―?

린타로 :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 확실히 내겐 그런 경험이 있다. 그건 10년 정도 전의 일이다. 세기가 바뀔 때 쯤, 세상 사람들이 2000년 문제로 소란스럽던 시기였다. 1999년 말에서 2000년 초에 걸쳐, 40도 정도 되는 열이 거의 1개월 정도 계속 났던 모양이다. 모양이다, 라고 한 건 나 자신은 그걸 기억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님 이야기에 따르면 계속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죽지 않은 게 기적이라고 의사가 말했을 정도였으니. 그 열 때문에 나는 1000년에 한 번 있는 대형 이벤트인 밀레니엄 카운트다운을 체험하지 못했다. 참고로 그 발열 원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마유리 : 그 때 말야, 마유시―는 오카린이 죽어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엄청 무서웠어― 그래서 말야, 할머니하고 같이, 하늘에 기도했어. “오카린, 죽지 마” 하고서.

린타로 : 쿡쿡쿡, 이 내가 죽을 리가 없지! 무려 10년 전의 그 시점에, 나는 토마스 에디슨에 필적하는 IQ 170의 두뇌를 가진 매드 사이언티스트였으니까 말야!

- 에디슨의 IQ가 진짜 170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유리 : 헤에, 그랬구나― 오카린은 굉장해― 그치만, 아직 쬐끄맸던 마유시―는 그걸 몰랐으니까, 하늘에 기도했어― 그러니까, 12월 31일에, 이제 곧 다음 해가 되려던 때에 말야, 유성이 휘익 하고 떨어졌어. 지금처럼. 유성은 말야, 사라지기 전에 3번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져― 알아?

- 당연하지. 그런 건 토막 상식이라고 자랑할 수도 없을 정도로 기본 중의 기본 지식이다.

마유리 : 물론 마유시―는 있는 힘껏 세 번 빌었어.

- 거기서 드디어 마유리는 손을 내리고 나를 돌아봤다. 얼굴에는 온화한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마유리 : 다음 날, 해가 바뀌니까 오카린은 열이 내리고 눈을 뜬 거예요. 그러니까 마유시―는 오카린 생명의 은인인 거야― 엣헤헤―

린타로 : 아니, 그건 아냐. 그 상황에서 살아난 건 슈타인즈 게이트(운명석의 문)의 선택이지.

마유리 : 어엇―? 그래―?

린타로 : 그렇다.

마유리 : 그런가―

- 마유리는 조금 아쉬운 듯 풀이 죽었다.

마유리 : 저기 저기, 열이 내렸을 때, 오카린은 이런 말을 했는데, 기억하고 있어? 갑자기 보이던 게 모두 다 어그러지고,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어지럽고, 그리고서 몸이 바르르 떨렸다고.

린타로 : ……

마유리 : 방금 전의 오카린도 말야, 그런 느낌이었어― 괜찮아…? 또 열 나거나 쓰러지거나 하지 않을까?

- 마유리는 정말로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방금 전 내가 모에카 건으로 동요한 걸 보고서 불안해진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자칭 “인질” 주제에 날 걱정하다니. 나는 거기에 쓴웃음을 지었다.

린타로 : 뭘, 걱정할 거 없어.

- 어깨를 으쓱 하며 그렇게 대답하고, 나는 10년 전의 일을 떠올려 보려 했다. 그 열이 있고서 눈을 떴을 때,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마유리가 우는 얼굴이었다. 그래. 그 때 확실히, 열이 나서 쓰러졌을 때의 일을 듣고서 마유리가 말한 것처럼 대답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 감각은 불과 몇 시간 전에 체감한 “리딩 슈타이너”의 느낌과 상당히 비슷했다.

린타로 : 그런가, 이 나의 마안은 그야말로 그 때 이 몸에 깃든 거로군…! 후하하하!

- 역시 그것이 해답이며,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이었던 거다! 역시 이것은 내가 가지고 태어난 능력! 존 티토가 구세주라고까지 말한 능력! 큰 소리로 웃으며, 나는 그 사실을 확신했다.

게임/슈타인즈_게이트/04장_2.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1/07/03 02:59 저자 Le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