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도구

사이트 도구


게임:슈타인즈_게이트:04장_4

4장 : 몽환의 호메오스테이시스 (4)

- 랩을 나온 나는, 『메이퀸+냥2』의 좌석에 몸을 파묻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정면에는 통이가 앉아서 주문한 메뉴를 페이리스가 가져오길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다.

린타로 : 통이. D 메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이타루 : 쩌는 것 같기도,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함.

린타로 :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타루 : 페이리스땅하고 했던 라이넷 승부의 결과를 변경할 수 없었으니까.

- 이 무슨 개인적인 이유란 말인가…

린타로 : 몇 번의 실험을 통해서 알게 됐지만 D 메일의 정밀도는 아직 신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어. 운이라는 요소가 얽혀 있는 것은, 장치로서는 결함품이지. 좀 더 보내는 측에서 제어할 수 있게 되지 않는다면 실용성이 낮은 고철덩이로 끝나 버리고 말 거다.

- 애당초 변경 결과를 나만 인식할 수 있다, 라는 것도 귀찮은 점이다. 만약 내게 특수한 힘이 없어서, 아무리 실험을 해도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중대한 결점인지 통감할 수 있다.

이타루 : 확실히 결과가 나오지 않는구먼― 로또6를 맞춰 보겠다는 건은 어떻게 됐음?

린타로 : 보류중이다.

- 루카코가 실수로 틀려 버린 것도 그렇지만 D 메일을 받았던 내가 어째서 루카코에게 사게 한 것인가, 라는 쪽이 신경이 쓰인다. 그야말로 슈타인즈 게이트(운명석의 문)의 선택에 의해 우리 손에 돈이 들어오지 않도록 유도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음, 이럼 안 되지. 부정적인 방향으로 사고가 흘러가고 있군.

린타로 : 이 호오인 쿄마 정도 되는 남자가, 이런 데서 머뭇거릴 수야 없지. 난 포기하지 않아. 왜냐하면 나는, 내가, 매드사이언티스트이기 때문이다…!

이타루 :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단한 자신감이야.

린타로 : 그 전화렌지(가칭)로 언젠간 인간을, 그것도 과거뿐만이 아니라 미래로도 보낼 수 있도록 개량한다. 개량해 보이겠다. 아니, 개량해야만 하는 거다! 그것이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이니까 말야! 후하하하하!

페이리스 : 타임머신―?

린타로 : 윽!?

- 어느샌가 바로 옆에 페이리스가 서 있었다.

린타로 : 큭, 페이리스 이놈, 훔쳐 듣다니, 비겁하다…!

페이리스 : 무슨 소리냐옹. 쿄마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온 가게에 울려퍼졌다냐옹.

- 뭐… 라고…?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기밀 정보를, 또다시 누설해 버릴 줄이야!

페이리스 : 아이스 커피하고 아이스 티하고 “고양이밥”, 기다리셨습니다냐옹♪

- 통이가 주문한 “고양이밥”은 이 메이드 까페의 인기 메뉴이다. 그 정체는 된장국에 말은 밥이 아니라, 제대로 된 리조토다. 통이가 가장 잘 주문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실제로 맛도 꽤 괜찮고. 내 앞에는 아이스 커피가 놓였다.

페이리스 : 프림이나 시럽을 넣어드릴까냐옹?

린타로 : 거절한다.

페이리스 : 그러는 쿄마에게는 전부 넣어주겠냐옹~ 뇌엔 적당한 당분이 필요하다냐옹♪

- 내가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리스는 잔 안에 프림하고 시럽을 모조리 넣고는,

페이리스 : 냥냥, 냥냥♪

- 그런 소릴 중얼거리며 내 눈을 쳐다보며 빨대로 아이스 커피를 휘저었다.

이타루 : 나왔다―! 이것이 바로 페이리스땅의 비기, “눈을 보며 쉐잌쉐잌”이다―!

- 흥분한 통이가 해설하기 시작했다.

이타루 : 일반인이라면 음료수를 흘리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힘들 텐데, 페이리스땅은 그걸 간단히 해치워 버려. 그게 짜릿해, 동경하게 돼! 이 비기를 통해 페이리스땅은 메이퀸에서 인기 넘버 원 메이드로 군림하고 있는 거DA!

- 잔 안의 아이스 커피가 짙은 갈색에서 엷은 갈색으로 변해 간다. 또다시 페이리스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는 현 상황에, 나는 이를 갈았다. 페이리스는 통이한테도 같은 비기를 선보였다.

이타루 : 페이리스땅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 깊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예의 바른 남자일세. 나는 통이가 흥분하는 건 곁눈질하며, 아이스 커피를 한 입 머금었다. 씁쓸하고도 단 맛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문득 옆을 보자, 페이리스가 허리 앞에 은쟁반을 든 채로 그대로 서 있었다.

린타로 : 뭐냐, 무슨 일이라도 있나?

페이리스 : 그 다음을 들려 줬음 한다냐옹♪ 쿄마와 통이냥, 재미있는 것 같은 이야길 했잖냐옹? 타임머신이 어쨌던가 하는. 페이리스, 정말로 듣고 싶다냐~옹

- 올려다 보는 눈으로 간청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난 굳게 거절했다.

린타로 : 극비 사항이다. 외부인에게 밝힐 순 없어!

페이리스 : 좀 전에 온 가게에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떠든 건 어디의 누구다냐옹?

린타로 : ……

페이리스 : 통이냐~옹, 페이리스한테 가르쳐 줬으면 한다냐옹…

- 이번에는 통이를 표적으로 삼은 모양이었다. 얕보지 마라, 페이리스 냥냥. 통이는 이 내가 가장 신뢰하는 오른팔이며, 위저드급 슈퍼 하커. 기밀을 외부인에게 누설할 정도로 어리석은 짓을 하진 않는다!

이타루 : 실은 메일을 과거로 보낼 수 있는 엄청난 기계를 만들었음. 주로 내가.

- 순식간에 함락되어 버리다니이이! 두렵구나, 미인계…

페이리스 : 그건 즉 타임머신을 만들었다는 건가냐옹!?

이타루 : 그런 게 되겠지―

페이리스 : 타임머신을 만들다니 대단하다냐옹. 페이리스는 머리 좋은 통이냥에게 가슴이 두근거릴 것 같다냐옹.

이타루 : 레알임? 그, 그거 곤란한데, 우헤헤.

- 바보 녀석. 얼이 빠져선…

페이리스 : 페이리스는 타임머신에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게 꿈이다냐옹.

이타루 : 내가 언젠가 데려가 줄게.

린타로 : 통이, 그렇게 간단히 OK하지 마라.

페이리스 : 근데 옛날부터 궁금했던 건데냐옹, 시간이란 건 어떤 건가냐옹?

린타로 : 뭣이…?

페이리스 : 흔히 시간을 강에 비유해서,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흘러간다고 하잖냐옹? 하지만 정말로 그런 걸까냐옹~ 만일 강의 흐름이라고 하면, 과거와 미래 사이에 끼여 있는 “현재”는 어디에 있는건가냐옹? 그건 점인지 섬인지, 애당초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현재”인가냐옹?

이타루 : 그러고 보니, 막연한 이미지는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구나.

린타로 : “현재”는 강 위에 떠 있는 나뭇잎이지. 그건 과거에서 현재로 흐름에 따라 움직여 간다.

페이리스 : 그럼 그 나뭇잎에 모든 인간이 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냐옹? 죽으면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게 되는 거냐옹?

린타로 : 그런 거겠지. 그 나뭇잎이 있는 지점보다 강 상류는 과거, 하류가 미래라 정의할 수 있다.

페이리스 : 음냐옹, 그치만~ 그 나뭇잎은, 인간에게 있어서의 “현재”잖냐옹?

린타로 : 그래서…?

페이리스 : 인간이 시간에 단위를 만들어 관측하고 있으니까 나뭇잎은 “현재”라는 걸 알 수 있다냐옹. 그치만― 예를 들어 전 우주의 모든 생물이 사라져 버린 세계라면, “현재”를 관측할 수 있는 존재가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한다냐옹. 그럴 경우 어디가 “현재”가 되는 거냐옹?

이타루 : 하느님이나 우주의 의지 같은 게 관측하는 거 아냐?

페이리스 : 그럼 혹시 그 하느님이 4차원 적인 존재라고 한다면 과거도 미래도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거냐옹?

린타로 : 으, 으음…?

페이리스 : 그 하느님의 “현재”가 기준이 된다면 페이리스나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의 “현재”도 과거 방향으로 가거나 미래 방향으로 가거나 하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냐옹?

이타루 : 으으음…

린타로 : 즉 “현재”는 관측자의 주관에 맡겨진다, 라고 하고 싶은 건가?

페이리스 : 만약 그렇다면 과거도 미래도 관측하기에 달린 게 되버린다냥. 만일 타임머신으로 페이리스가 일주일 전으로 타임트래벌 하게 됐다면, 쿄마나 통이냥의 “현재”와 페이리스의 “현재”는 일주일 어긋나 버린다냐옹.

이타루 :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군…

페이리스 : 그렇다면 그 어긋남은, 나뭇잎으로 어떻게 표현하겠냐옹?

- 나도 통이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건 크리스가 말했던 “인과율의 붕괴”와 같은 뜻이라서,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역시 타임머신으로 타임트래벌을 하는 건 불가능 한 건가? 하지만 SERN은 젤리맨이 되어버렸다고는 해도 1921년으로 물리 전송을 성공시켰다…

페이리스 : 애당초 관측자의 주관에 맡기는 거라면, 시계는 관계가 없어져 버린다냥. 즐거운 시간은 빨리 흐르고, 괴로울 때는 시간이 흐르는 게 느리게 느껴진다냐옹. 즉 주관이라면 시간의 흐름에 변동이 있게 된다냥.

이타루 : 그러고 보니 나이를 먹음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린타로 : 쟈네의 법칙이로군…

페이리스 : 같이, 페이리스는 가끔 그런 걸 생각한다냐옹. 그러니까 안이하게 시간을 강의 흐름에다 비유하는 건 좀 다른 것 같다냥.

이타루 : 으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혼란스러워짐둥.

- 시간의 엄밀한 정의라는 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와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있어선 영원한 테마다. 다수의 고명한 학자들이 대답을 내지 못했던 이 질문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을 리는 없다. 그런 관계로―

린타로 : 크, 크크크, 후하하하!

페이리스 : 냐냥?

린타로 : 걱정 마라. 우리가 개발하는 타임머신은 그런 철학적이며 물리학적인 고찰하곤 상관없이, 시공 도약을 가능케 한다! 안 그런가, 통이!

이타루 : 그래그래! 맞어!

페이리스 : 냐옹~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냐옹. 그치만 쿄마하고 통이냥이 만든 타임머신, 페이리스도 써 보고 싶다냐옹~ 안 되냐옹?

이타루 : 뭐, 내 권한이면 페이리스땅도 쓰게 해 줄 수 있어.

페이리스 : 정말이냐옹? 약속이다냐옹!

린타로 : 통이, 멋대로 떠들지 마라!

- 페이리스는 깡총거리며 기뻐한 후에, 통이의 몸에 매달렸다. 통이는 그것만으로도 승천하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 메이퀸에서 오랜 시간 죽치고 있다가, 통이하고 헤어지고서 랩으로 돌아오자― 마유리가 혼자 남아서 코스튬을 만들고 있었다.

린타로 : 훗, 마유리여, 지금 네 모습은 마치 삮바느질을 잔업으로 하고 있는 모습 같군.

마유리 : 어엇―? 잔업이란 게 뭐야―? 등업하고 관계 있어―?

- 하아. 이래서 요즘 애들은 못 써먹겠다.

마유리 : 참고로 말야, 마유시―는 코스튬을 만드는 걸로 돈을 받거나 하진 않는 주의에요.

- 아무래도 삮바느질이라는 말의 의미는 이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라고 해도 나는 어디까지나 비유적으로 한 말이지만.

마유리 : 취미는 취미로 두는 게 좋아. 그리고 말야, 내가 만든 코스튬을 누가 입어 주는 것만으로, 행복하거든―♪

린타로 : 나중에는 의상 디자이너라도 될 참인가?

- 생각해 보면, 마유리한테서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마유리 : 그건 무리야―

린타로 : 그럼 장래의 꿈은 뭐지? 참고로 난, 세계의 지배 구조를 붕괴시키는 거다.

마유리 : 음― 마유시―는, 어쨌든 말야, 이 랩에서 느긋하게 지내고 싶어―

린타로 : 뭣이…? 평생 랩 멤버로 있겠다는 선언이냐. 그 뜻은 높이 사겠지만, 이 랩은 채산성은 도외시하고 있지. 밥은 먹여줄 수 없어.

마유리 : 저기 저기 오카린, 랩 멤버가 6명이 되었어―♪ 이렇게 늘어날 줄은, 마유시―는 생각조차 못 했어―

- 갑자기 화제가 바뀌었다. 더군다나 왠지 자랑스러운 듯이 가슴을 활짝 펴고 있었다.

마유리 : 마유시―가 인질이 된 보람이 있었어―

린타로 : 아니, 결단코 아니다. 우리 랩에 모인 자들은 전원, 이 나의 책략에 보기좋게 빠져 랩 멤버가 되고 만 녀석들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야! 후하하하!

마유리 :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그리고 말야, 마유시―는 보기좋게 빠지지 않았어요.

린타로 : 그랬었지. 넌 스스로 이 랩에 왔었으니까.

- 부르지 않았는데도 온 거긴 하지만, 그 때 마유리는 내게 여신처럼 보였다. 레알로.

마유리 : 저기, 오카린. 오카린은 앞으로도 마유시―를 “인질”로 삼아 줄 거야?

- 그 질문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나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린타로 : 넌 인질로 있고 싶은 거냐?

마유리 : 으음…

- 마유리는 들고 있던 코스튬에 한 번 시선을 떨구고선, 그리고 힘차게 미소지었다.

마유리 : 있고 싶은 걸지도 몰라―

린타로 : 이 무슨 마조한 걸이란 말인가! 네가 그런 부끄러운 줄 모르는 여자였다곤 상상도 못 했어!

마유리 : ??? 그치만, 인질로 있으면 말야, 마유시―는 외롭지 않고, 오카린도 외롭지 않으니까. 엣헤헤―

린타로 : 그, 그런가…

- 마유리가 이렇게 마이 페이스다 보니, 가끔 나도 멋적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마유리가 그런 생각으로 이 랩에 있어 주겠다는 점에 대해선, 내게 있어선 기쁜 일이었다.

마유리 : 아, 슬슬 마유시―는 돌아갈게―

- 마유리는 일어서서, 널려 있던 재봉 도구나 재료 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린타로 : 마유리.

마유리 : 응―?

린타로 : 돌아가는 길에 뭔가 먹고 가지 않을래. 내가 쏘지.

마유리 : 정말? 어쩐 일이야―?

린타로 : 쿡쿡쿡, 오늘 난 기분이 좋거든!

마유리 : 그럼, 으음― 『키친 지로』가 좋겠어― 거기의 고로케는 말야, 완전 최고에요.

- 그 점은 나도 완전히 동의한다.

린타로 : 맡겨만 주도록.

마유리 : 와이―. 오카린 너무 좋아―♪ 마유시―는 정말로 행복해―

- 정말이지 값싸게 행복을 느끼는 녀석이로군. 그렇고 하여, 마유리는 역까지 바래다 주는 길에 『키친 지로』에 가기로 했다.

- 아침부터 빨래방에 가서 열심히 세탁을 한 후, 오후가 되어 랩에 돌아오자 통이, 마유리, 크리스가 모두 모여 있었다.

린타로 : 토요일인데 수고하는군. 연구에 열심인 랩 멤버가 많아서 실로 믿음직스러워.

크리스 : 그래…

- 크리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크리스 : 한 여름 중의 한 여름인 이 시기에, 바캉스도 가지 못하고 이런 덥디 더운 곳에서 BYONTAI들과 이야기나 하고 있다니. 어디서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

- 우리를 아주 심하게 바보 취급하는 발언이었다.

린타로 : 눈물을 닦도록,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실험을 좋아하는 소녀여.

크리스 : 우, 운 적 없어! 애당초 메일로 불러낸 건 당신이잖아.

린타로 : 물론 그랬지. 하지만 성실하게 거기에 따라서 이렇게 시간에 맞춰 랩에 온 건 네 의지다.

마유리 : 크리스는 말야, 사실은 무척 솔직하고 착실한 여자애라고, 마유시―는 생각해요♪

- 방긋거리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마유리. 오늘은 맥디의 너겟을 먹고 있었다.

마유리 : 그런 크리스가 말야, 마유시―는 완전 사랑스러워요.

크리스 : 어, 뭐…!? 너겟을 먹으면서,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얘는…

- 동요할 건 없다. 이것이 마유리의 “자연스러움”인 것이다. 나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이미 익숙해져 있다.

이타루 : 백합 플래그로군요. 알고 있습니다.

크리스 : 몰라도 돼.

마유리 : 자, 크리스한테도 너겟 하나 줄 게.

크리스 : 고, 고마워…

- 그런 따스한 대화를 들으며, 세탁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크리스 : 그런 데 놓지 마. 더러워라.

린타로 : 방금 세탁한 거다!

크리스 : 알까보냐. 묘령의 여자가 있는 앞에서 팬티를 포함한 세탁물을 당당히 놔두는 건, 배려 없는 행동이라고 하는 거야.

린타로 : 내 팬티가 신경이 쓰이는 거라면 그렇게 말하도록.

크리스 : 뭐, 뭣…! 신경 쓰이는 건, 아냐…!

마유리 : 두 사람 다― 팬티 팬티 하는 건 금지야― 마유시―는 식사 중이거든―?

이타루 : 그렇게 말하면서도 입에다 너겟을 집어넣는 건 멈추지 않는군…

린타로 : 내가 이야기하는 데 끼어들지 좀 마라!

- 세탁물은 어쩔 수 없이 탈의실 쪽에 놔 뒀다.

린타로 : 어제 통이한텐 이야기했지만, 지금까지 일련의 실험 결과를 보고 깨달은 게 있다! D 메일은 불확정 요소가 너무 강하단 거다. 결과에 대한 확실한 보증이 없어.

크리스 : 어쩔 수 없잖아? 수신하는 쪽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나타나는 거니까. 거꾸로 말하면 상대의 성격, 성질을 분석해서 유도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런 심리학적 요소를 생각하는 건, 어딘가의 호오인 팬티씨한텐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이타루 : 마키세씨 말야, 팬티라고 하고 싶은 것뿐 아냐?

린타로 : 팬티는 됐고, D 메일에 아직 도박 같은 감각이 있는 건 확실하지.

- “기관”이나 SERN의 음모를 밝히고 세계를 혼돈으로 이끌기 위해선 좀 더 확실성이 필요하다.

린타로 : 그래서, 오늘 제군에게 모여달라고 한 건 다름이 아니라, 원탁 회의―

이타루 : 또 어느새 원탁회의가 되어 있고 말야.

크리스 : 그렇게 원탁 회의를 하고 싶다면 적어도 원탁을 사 온 다음에 해.

마유리 : 아냐 크리스. 저기 말야, 지난 번에 오카린이 말했는데, 원탁은 모두의 마음 속에 있대―

크리스 : 마유리씬 정말 순진해… 하지만 오카린이 하는 말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마유리 : 그래―?

린타로 : 원탁의 정의 같은 건 어쨌든 상관없어. 그보다 의제는― D 메일이 아니라 SERN과 마찬가지로 물리적 타임트래벌을 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는 건에 대해서다.

크리스 : 바보 같은 소리 마.

- 곧바로 대답했다. 더군다나 팬티를 주제로 이야기 할 때 이상으로 예리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크리스 : SERN이 그 정도로 대규모 장치를 사용해서, 이미 9년을 썼는데도 아직 성공조차 하지 못 한 거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냐.

마유리 : 젤리오카린이 될 지도 몰라― 엣헤헤―

이타루 : 개로개구링 같이? 랄까 그거, 어째서 유행했을까.

크리스 : 아니, 웃자고 한 소리가 아니라…

린타로 : 포기하기엔 이르지 않나? 우리는 이미 D 메일이라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쾌거를 달성했잖나.

이타루 : 그러니까 사상 최초가 아니라니까. SERN 쪽이 먼저잖아?

린타로 :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시공을 넘는 메일. 그것을 이룩한 우리에게 불가능이란 글자는 없다!

크리스 : 근거 없는 자신감이네. 애당초 D 메일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그냥 우연이잖아. 아직까지 리프터를 대체하고 있는 게 뭔지조차 해명하지 못했어.

린타로 : 그걸 해명하면 되겠지?

크리스 : 전혀 안 돼. SERN조차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는 어떻게 대처할 거야? 국소장 지정을 할 수 없다면 어디로 날아갈지 몰라.

이타루 : 아무 것도 없는 우주 한 복판으로 튕겨나는 건 사양임둥.

- 확실히 국소장 지정은 어려운 문제다. 어디로 날아갈지 알 수 없다는 건 애당초 타임트래벌을 할 의미도 없다는 거다.

린타로 : 아니, 잠깐 기다려. D 메일은 국소장 지정을 하고 있지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정한 곳으로 도착하고 있지. 이건 어떻게 설명하겠나?

크리스 :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타루 : 메일 주소를 지정했으니 도착하고 있는 거 아님?

크리스 : 그런 걸까…? 핸드폰의 전파를 몇 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장소에서 캐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마유리 : 전원이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가 되지 않나― 하고 마유시―는 생각해요―

- 나는 내 핸드폰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린타로 : 아니면 핸드폰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겸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크리스 : 억측으로 함부로 말하지 마. 그런 근거는 전혀 없어.

린타로 : 웜홀이 생성되어 있을 가능성은?

크리스 : 아직까지 웜홀이 실재한다는 것이 확인된 적도 없어.

- 나는 가볍게 신음했다. 크리스나 통이 역시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유리만이 방긋거리고 있었다. 분명 무슨 소린지 몰라서 어쨌든 웃고 거였다.

린타로 : 어쨌든 간에 엄연한 사실로, D 메일은 과거로 보내지고 있지. 그것이 SERN보다 우리가 앞서 있는 점이다. 타임 트래벌 역시, D 메일을 응용해서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타루 : 그치만 말여, D 메일으론 36바이트 + α의 데이터밖에 보낼 수 없잖어. 인간을 통째로 물리 전송하는 건 레알 무리.

- SERN도 틀림없이 거기서 막혀 있을 테니까 말이지.

크리스 : 젤리오카린이 되고 싶다면 막진 않겠어.

린타로 : ……

- 젤리맨즈 리포트에서 봤던, 피 실험자들의 비참한 말로가 뇌리에 떠올라, 난 소름이 돋았다. 커 블랙홀의 링 특이점. 초중력이 걸려 있는 시공의 왜곡. 리프터에서 주입되는 전자의 양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링 특이점을 벌거벗은 상태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조절은 SERN조차 완성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의 난관이다. 설령 리프터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밝혀 냈다 하더라도 우리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즉 현재 시점에선 불과 36바이트 + α의 데이터를 통과시키는 것뿐. 인체라면 어느 정도의 크기가 될까. 아마 1 엑사바이트로도 부족할 듯한 느낌이다…

크리스 : 물리적 전송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아. 데이터만 타임트래벌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니까 그걸로 참아 둬.

- 데이터만 타임트래벌… 인가.

린타로 : 이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자라곤 생각할 수 없는, 부정적인 발언이로군.

크리스 : 자기 분수를 알라는 거야. 진리를 탐구할 거라면, 적절한 두뇌와 설비와 돈을 갖춰야 해. 적어도 SERN 정도로 말이지. 이런 가난뱅이 동호회 활동으론 아무리 뜻이 고상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전부터 생각한 건데, 전화렌지는 제대로 된 연구 기관에 가져가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봐. SERN이 타임머신 연구를 극비리에 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걸 제대로 공표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지.

린타로 : …만일 공표하면 “기관” 놈들이 우리 존재를 눈치 챌 거다.

크리스 : 저기 말야…! 이쪽은 진지한 이야길 하는 중이야. 농담을 할 때는―

린타로 : 거기다 우리는 SERN을 해킹했지. 놈들은 인체실험까지 하고 있는 비정한 자들이지. 그 뒤에는 국가 규모를 넘어서는 강대한 권력도 숨겨져 있어. 만일 전화렌지(가칭)를 공표하면 우리는 제거될지도 몰라.

크리스 :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냐?

린타로 : 300인 위원회라는 이름이, 실제로 SERN의 자료에 있었지.

크리스 : 그렇긴 하지만…

- 크리스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마유리 : 왠지, 마유시―는 무서워…

이타루 : 해킹한 게 들키면 레알로 우린 제거될지도 모르지. 그런 걸 들키는 실수는 안 하지만.

린타로 : 그보다 이게 가장 큰 문제인데―

- 나는 목소리를 낮추고, 심각한 표정으로 세 사람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린타로 : 공표해 버리게 되면, 이제 우리 멋대로 D 메일을 보낼 수 없게 되잖아!

크리스 : 당신 말야…

린타로 : 후하하하! 이 꿈의 장치를 그렇게 쉽게 내줄까 보냐! 나는 호오인 쿄마! 시공을 지배하는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바라는 것은, 그래, 혼돈…!

크리스 : 안 되겠어 이 녀석,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타루 : 엇?

린타로 : 음?

마유리 : 호에?

크리스 : 아…

- 한 순간 이 자리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린타로 : 크리스티나, 너, @채너―

크리스 : 시끄러워그이상말하지마그럴리없으니까.

린타로 : ……

- 크리스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예리한 시선을 내게 쏘아보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냉기였다. 나는 얼어붙은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 나올 뻔했던 말을 되삼켰다.

린타로 : 그, 그러고 보니 통이. SERN에 해킹하는 건 그 뒤에 더 진행되었나?

- IBN 5100의 사용법을 익히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 라고 했었지. 통이가 매일 랩에 와서 PC를 써서 뭔가 하고 있다는 건 확인하고 있었다. 모니터엔 언제나 프로그램이 표시되어 있었으며 그것을 만지거나 노려보거나 하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이타루 : 응, 지금은 SERN의 방대한 자료를 찾아보는 중이야. 번역하면서 전부 읽어보는 덴 몇 년이나 걸릴까. 일단 중요할 것 같은 건 마키세씨한테 넘겨주고 있는데. 뭐, 기본적으론 낸 이제 할 일은 없음둥. SERN은 지금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지.

린타로 : 네가 같은 편이어서 다행이라고, 언제나 그리 생각해.

- 미인계에 약하다는 게 옥에 티지만.

린타로 : 그러면 크리스티나. 번역 상황에 대해서 보고 부탁한다.

크리스 : …그렇게 일일이 연극하듯 말하는 거, 어떻게 해 줄 수 없어? 어찌 가볍게 열이 받는데 말야.

마유리 : 여릿☆

- 마유리는 어째선지 아이돌이 하는 듯한 귀여운 포즈를 잡고서 미소지었다.

마유리 : 크리스, 저기 말야, 오카린의 소꿉친구고 하니까 가르쳐 주자면― 오카린의 저 말투는 말야, 좀 있으면 익숙해질 거야♪

크리스 : 좀 있으면이라는 게 10년 후가 되지 않기를 기도하겠어…

린타로 : 너, 이 나와 10년 후에도 함께 일하겠다는 건가. 그건 곧 이 랩에 뼈를 묻겠다는 뜻―

크리스 : 비꼬는 거야, 비꼬는 거.

린타로 : …그, 그런가. 그럼 얼른 보고해라, 크리스티나. 그렇지 않으면 널 “넬러”라고 부르―

크리스 : 아니라고 했잖아.

- 또 노려봤다. 등골에 서늘함이 일었다.

크리스 : 일단 시간이 되는 대로 번역은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타임머신에 관한 새로운 정보는 없어. 역시 SERN도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 고생하는 중이야.

- 역시 티토가 말했던 대로 앞으로 24년을 더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린타로 : 통이, 달리 성과는?

이타루 : 성과는 아니지만 지금 SERN은 한창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서, LHC가 풀 기동을 하고 있어. 거기에 끼어들어가서 몰래 사용할 수 없을까 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중이야.

크리스 : 거짓말이지…?

- 크리스는 아연실색했다. 랄까 나도 놀랐다.

마유리 : 그게 대단한 거야―?

크리스 : 대단한 정도가 아냐.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 건데… 슈퍼 하커, 무서운 아이…!

린타로 : 어이 크리스티나.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크리스 : 으… 무, 무슨 소리야?

- 역시 이 녀석, @채널러다. 틀림없어.

이타루 : 그치만 뭐, 그렇게 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쓸 데는 없겠지만.

린타로 : 작전은 순조롭군. 제 3단계에는 언제 들어가지?

이타루 : 제 3단계란 게 뭥미?

린타로 : SERN이 몰래 숨겨놓고 있는 금단의 영역. 거기에 숨겨진 어둠을 폭로하는 것 말이다.

이타루 : 일본어로 OK.

린타로 : IBN 5100으로 구축된 데이터 베이스가 있었잖아. 거기에 해킹하는 걸 이미 착수했냐고 묻고 있어.

- 내 말에 통이는 떫은 표정을 지었다.

이타루 : 아, 그건 무리라고 했잖아.

린타로 : IBN 5100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잖아!?

이타루 : 되지. 그치만 거꾸로 말하면 그래서 아무 것도 못 한다니까.

린타로 : 으음…?

- 또 이 느낌이다. 대화에 아귀가 맞지 않아.

린타로 : IBN 5100은 내가 손에 넣어 왔잖아. 아직 건드리지도 않은 거냐?

이타루 : 헤? 손에 넣었어? 언제?

린타로 : ……

- 나는 곤혹스러워 하며 크리스나 마유리를 봤다. 마유리가 맹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건 항상 그랬으니 그렇다 치고. 크리스는 나하고 눈이 마주치자 어깨를 으쓱 했다.

크리스 : 나도 들은 적 없어. 손에 넣었다는 이야기는.

린타로 : 바보 같은…!

- 그럴 리가 없어! 나는 개발실로 들어갔다. 안쪽 선반에, 야나바야시 신사에서 빌려 온 IBN 5100이 놓여 있었을 거다. 그건 상자에 들어있고, 무게가 25kg이나 되고, 혼자서는 들고다닐 수 없는 중량―

린타로 : …없어.

- 놓아뒀을 그 장소에, 그건 존재하지 않았다.

린타로 : …IBN 5100! 여기에 놔뒀는데, 어디로 사라졌지!?

- 다들 놀란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린타로 : 뭘 그렇게 놀란 표정을 하고 있나! 야나바야시 신사에 봉납되어 있던 전설의 구형 PC 말이다! 너희도 잘 알고 있잖아!?

마유리 : 그런 건 모르는데―?

이타루 : 야나바야시 신사에 봉납이라니, 그런 헛소리는 첨 들어봐.

크리스 : 환각이라도 본 거 아냐? 최근엔 많이 더우니까.

린타로 : ……

- 모래사장에서 달리기를 하는 것 같은 탈력감이 몰려왔다. IBN 5100이 없으면, 그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할 수 없는데! 도대체 누구 짓이지? 누가 가지고 갔지? “기관”인가? SERN인가? SERN일 가능성이 있다. 해킹을 당하는 걸 눈치 채고서 이 랩에서 IBN 5100을 훔쳐낸 건지도 모른다. 아냐아냐아냐. 랩에서 IBN 5100을 훔쳐낼 수 있다고 해도, 마유리나 통이 머릿속에서 여기에 구형 PC가 있었다는 기억을 훔쳐내는 건 무리다…! 도대체 뭐가 어찌된 거지…?

- 키류 모에카다. 지금 당장 모에카에게 확인해 봐야 할지도 몰라. 모에카 이외에, 그걸 가져갈 가능성이 있는 인간이 누가 있을까…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해 본다. 그리고 떠오른 이름은―

린타로 : 설마 존 티토인가!? 그래, 티토의 목적은 IBN 5100을 손에 넣는 거였지! 이미 나는 몇 번이나 컨택트를 한 적 있어. 그렇지만 어떻게 내 개인 정보를 입수한 거지!?

- 메일을 보낼까 말까 망설이고 있자, 크리스가 침착하라고 주의를 줬다. 연하의 여고생한테 주의를 받다니… 이 호오인 쿄마, 바보 취급을 당한 기분이로군…! 나는 반쯤 될대로 되라는 기분으로, IBN 5100의 기초 지식에 대한 것과 IBN 5100 입수에 이른 과정을 간명하게 설명했다. 그 사이에 모에카에게 확인 메일도 보내 두기로 했다.

- 보내는 메일
To 섬광의 지압사
sub 긴급 확인
난 IBN 5100을 손에 넣었다. 알고 있나?

크리스 : 흐음… IBN 5100이 사라진 건 지금까지 과거를 변경한 누군가의 영향일지도 몰라.

린타로 : 오오! 내 이야기를 믿어 주는 거로군!

크리스 : 그렇지만 내 주관으로는 지금까지 보낸 D 메일은 별 거 아닌 내용 뿐이었어.

마유리 : 으음, 맨 처음은 전화렌지가 타임머신이라는 것을 눈치 채는 계기가 된 메일이었지―?

이타루 : 『오카린은 BYONTAI』라는 내용으로 보냈었지.

크리스 : 다음엔 D 메일 실험으로, 내가 오카베의 핸드폰에 몇 십 통을 보냈어. 그렇지만 모두 다 내용이 없는 글 뿐이었으니 그걸로 과거가 변경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어.

이타루 : 나도 2통 보냈음. 페이리스땅하고의 승부에서 이길 방법을 써서.

크리스 : 그리고 또 한 통. 오카베가 가장 처음에 우연히 보낸, 내가 죽었다 운운한 메일.

린타로 : 그렇지만 내 주관에서는 그것 이외에도 몇 통을 보냈지.

마유리 : 로또6의 당첨 번호를 써서 보내는 거였던가―? 루카가 그 번호를 샀지만, 결국 당첨되지 않은 거 말야.

크리스 : 오카베 이외에는 보냈다는 걸 아무도 몰랐지만 말야.

린타로 : 하지만 너희한테 그 뒤에 보여줬을 텐데. 내 핸드폰에 남아 있는 수신 내역 말이다.

이타루 : 그건 확실히 아까웠음둥.

마유리 : 그 정도로 보냈던 거 아냐―?

린타로 : 아니, 아직 있다. 모에카와 루카코가 D 메일을 보냈지.

크리스 : 그랬어. 하지만 그렇게 주장하는 건 오카베 뿐이잖아. 나도 하시다도 마유리씨도, 아무도 몰라.

마유리 : 으음, 마유시―는 어쩐지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고 있어요…

린타로 : 그래서 말했잖나. 세계가 변경되기 전과 후에, 기억을 연속해서 가지고 있는 건 나뿐이라고.

크리스 : 그래서 당신 주관으론 그 IBN 5100이 언제 사라졌는데? 방금 전 이야기야? 확실히 이 랩에 있었던 건 언제까지의 이야기야?

린타로 : 그건―

- 미간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기억 밑바닥을 뒤져본다. IBN… IBN 5100…

린타로 : 확실하게는… 8월 3일이다. 내 기억으론 8월 3일까지 확실히 이 랩에 존재했어.

크리스 : 틀림없는 거지?

린타로 : 라고… 생각하고 싶긴 한데.

- 아무래도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머릿속이 어떻게 되어 버린 것 같다. 으음, IBN 5100을 내가 입수했을 때의 상황을 정리해 보자. 나는 “페이리스가 구형 PC 매니아로, IBN 5100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라는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페이리스는 9년 정도 전에 가지고 있던 IBN 5100을 야나바야시 신사에 봉납했다고 했다. 루카코와 루카 아빠한테 이야기를 들은 나는, 확실히 타겟을 발견했다… 그 사실은 적어도 당사자인 페이리스와 루카코는 기억하고 있을 터였다. 기억하지 못하는 게 이상한 일이다. 전화해 보자… 우선 루카코에게.

루카 : 예. 오카베씨, 안녕하세요. 저기… 이, 잊어 주세요…

- 음? 무슨 말이지?

루카 : 코스튬 플레이… 한 거…

- 아, 그거 말인가. 그건 루카코가 멋대로 혼자서 부끄러워 한 것뿐이다.

린타로 : 그보다 IBN 5100에 대해서 듣고 싶다.

루카 : 예? 아이비… 오천?

린타로 : IBN 5100. 야나바야시 신사에, 9년 정도 전에 맡겨진 구형 컴퓨터 말야. 알고 있지?

루카 : …… 아, 예.

- 기억하고 있어! 역시 루카코는 기억하고 있다구!

린타로 : 내가 얼마 전에 신사에 가서 찾아냈었지!? 그래서, 네 아버지한테 부탁해서 빌렸어. 틀림없지!?

루카 : 예…? 그럴 리는…

린타로 : …아닌, 건가?

루카 : 제 기억으론,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 이럴 수가…? 이것도 과거 변경의 영향인가?

린타로 : IBN 5100이 그 신사에 있었던 건 사실이지? 지금도 있나?

루카 : 아뇨… 모르겠어요. 전 그렇게까진 잘 몰라서…

린타로 : 지금 어디에 있지? 근처에 네 아버지도 있어?

루카 : …안 계세요.

린타로 : …그런가. 알겠다.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해.

루카 : 아, 예. 죄송해요, 도움이 못 되어서…

- IBN 5100이 야나바야시 신사에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루카코는 그걸 알고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 어떤지 확인하는 게 필요하겠군. 혹시나 신사에 IBN 5100이 “돌아갔을” 가능성은? 그 거대한 구형 PC에 발이라도 달려서, 제멋대로 걸어서 돌아갔기라도 하려고? 바보 같군. 그렇지만 젤바나는 렌지 속에서 자루로 순간이동해서 “돌아갔다”. 모에카도 한 순간에 이 랩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IBN 5100도 마찬가지로 순간이동했다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나중에 확인하러 가 보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다음은 페이리스로군. 참고로 페이리스한텐 내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 녀석이 알고 있는 건 내 메일 주소 뿐이다. 페이리스하고 전화를 하게 되면 또 그 녀석의 언제나와 같은 폭주 취미에 말려들게 될 테니까 말야. 그런 관계로― 그래서 취할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린타로 : 마유리. 페이리스하고 연락을 취하고 싶다.

마유리 : 후에~?

- 마유리는 에클레어를 먹고 있었다. 냉장고에 넣어 둔 거였던 모양이다.

마유리 : 오카린도 먹을래―? 맛있어♪

- 잘 보니 크리스하고 통이도 먹고 있었다.

린타로 : 정말이지 태평한 녀석들이로군! 이 랩에서 수상한 일이 벌어졌는데 말야.

크리스 : 모든 것이 오카베의 망상일 가능성도 있잖아. 당황해 봤자 해결되는 일도 아니고.

- 망상 따위는 아니다. 절대 아니다… 절대로!

마유리 : 페리스한테 용무가 있어―? 오늘 가게에 나와 있을까―?

이타루 : 오늘 페이리스땅은 알바 안 하는 날임둥.

- 과연 통이. 같은 가게에서 일하는 마유리보다 페이리스의 근무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군. 이 녀석에겐 페이리스 스토커의 칭호를 줘야 하겠지.

린타로 : 마유리는 그 녀석의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지? 연락을 취해 줘.

마유리 : 응, 알겠어―

- 핸드폰을 꺼내 든 마유리가 전화를 건다. 잠시 후, 마유리의 표정이 웃음으로 바뀌었다.

마유리 : 아, 페리스? 안녕 냥냥~♪ 마유시―냥.

크리스 : 냐, 냥…?

- 마유리의 말투 변화에, 크리스는 무슨 일인가 하며 좀 놀라고 있었다.

마유리 : 쉬는 날인데 미안해― 저기, 오카린이 페리스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대― 바꿔 줘도 될까? 으응―? 오카린은 오카린이야― …음―? 쿄마? 쿄마가 누구야―?

- 도대체 무슨 이야길 하고 있는 거냐. 참고로 날 제대로 된 진명으로― 즉 호오인 쿄마란 이름으로 불러 주는 건 페이리스 뿐이다. 그건 고맙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시 난 그 녀석이 껄끄럽다.

마유리 : 어쨌든 바꿀게― 자, 오카린.

- 마유리의 핸드폰을 건네 받았다. 액정 화면에는 알바를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귀를 달고 있는 페이리스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린타로 : 나다. 호오인 쿄마다.

페이리스 : 냐오♪ 쿄마가 페이리스에게 용무가 있다니, 어쩐 일이냐옹.

린타로 :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거든. 너는 옛날에, 야나바야시 신사에 구형 PC를 봉납했다. 그건 틀림없겠지?

페이리스 : 냥.

린타로 : 뭣이? 냥, 이란 건 무슨 의미다냐옹?

- 이런, 나까지 분위기에 말려들어 어미가 이상해져 버렸다. 크리스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확실히 들은 모양이었다.

페이리스 : 틀림없다냥, 이란 의미다냐옹. IBN 5100이라는 이름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건 아주 최근 일이지만.

린타로 : 뭣이? 최근 알았다고 하는 건 무슨…

페이리스 : 통이냥이 가르쳐 줬다냐옹.

- 그런 건가… 어쨌든 간에 야나바야시 신사에 IBN 5100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며, 그 사실은 페이리스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IBN 5100이 랩에서 사라진 건, 그 이후가 되나…? 아니, 내가 랩에 가져왔다는 사실은 크리스나 다른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졌다”는 게 되니까,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두 가지. 1. 나는 신사에 가서 IBN 5100을 입수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것은 신사에 있다. 2. 내가 신사에 가기 전에 IBN 5100은 누군가에 의해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선 역시 신사에 갈 수밖에 없겠군.

페이리스 : 구형 PC가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냐옹?

린타로 : 아, 아니…

- 페이리스는 구형 PC 매니아였지. 만약을 위해 보험삼아 이야기해 보자.

린타로 : IBN 5100에 대해 다른 정보는 없나? 아주 레어한 PC인 모양이던데. 넌 카리스마 메이드로 이 아키바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그걸 써서 지금 아키바에 있는 IBN 5100을 찾아 줬으면 하는데.

- 발견하기만 하면, 그게 신사에서 발견한 것하고 다른 IBN 5100이라 하더라도 아무 문제 없다.

페이리스 : 흐냐옹… 찾아 주는 거야 좋지만, 조건이 있다냐옹.

린타로 : 조건…?

- 이 녀석, 거래 조건을 내걸 생각인가. 의외로 만만찮은 녀석이군.

린타로 : …들어볼까.

페이리스 : 그럼 이제부터 페이리스네 집으로 와 줬으면 한다냐옹.

린타로 : 집이라고? 너희 집은 어디지?

- 서둘러 메모를 준비하고, 페이리스가 말하는 주소를 적었다.

린타로 : 뭐야, 넌 아키바에 살고 있었나.

- 그렇다면 이야기는 빠르지. 주소로 판단하는 한, 역하고는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었다.

페이리스 : 그럼 기다리고 있겠다냐옹♪

- 핸드폰을 마유리에게 돌려주고, 소파에서 일어선다. 야나바야시 신사를 경유해서 페이리스네 집으로 가도록 하자.

게임/슈타인즈_게이트/04장_4.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1/07/03 03:01 저자 Le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