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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슈타인즈_게이트:05장_1

5장 : 시공 경계의 도그마 (1)

- —눈을 뜨자, 희끄무레하고도 주황색으로 물든 하늘. 나는 드러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렇게도 넓고도 또한 불길한 색깔을 띤 하늘을, 나는 알지 못한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여기는 어디지? 몸을 일으켜 본다.

- 거기엔 아무 것도 없었다. 지평선 저편까지, 보이는 건 바위와 모래에 지배된 황량한 대지. 하늘은 어둡고, 초목도, 물도 없다. 태양도,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았다. 더위도, 추위도 느껴지지 않는다. 바람은 불지 않았고, 모래 위를 움직이는 벌레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은 광경. 정지한 세계. 지구상의 풍경이라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화성의 대지라고 하면 납득할 수 있겠다. 어째서 난 이런 데 있지? 그런가, 이건 꿈이다. 그래서 깊게 생각하는 걸 관두고, 다시 한 번 모래 위에 드러누웠다.

- 이러다 보면 꿈에서 깨겠지. 그때까지 멍하니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꿈은 꽤나 종말을 고하지 않았다. 의식은 뚜렷했다. 격렬한 귀울림이 괴롭히는 탓에, 잠들 수도 없었다. —세계의 정숙이, 내 귀에는 너무나 시끄러웠다. 시계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가진 것 하나 없고. 모든 것이 움직이지 않아서 시간 감각이 마비될 것만 같았다. 이렇게 드러누워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바로 1초 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3일 정도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 통감했다. 시간이라고 하는 건 어차피 인간의 주관이 만들어 낸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우주에 있어선 필요 없는 개념이라는 걸. 사람은 스스로 만들어 낸 시간의 감옥 속에 자신을 가두는 것으로 안심하려는 것뿐이다. 자신은 자그마한 존재가 아니라고 착각하고 싶어하는 것뿐이다. 너무나 목이 말랐다.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이 “무(無)“는, 인간에게는 너무나 가혹하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은 강하지 않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 흘러나오는 물방울의 의미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 죽고 싶다. 죽자. 하지만, “죽음”이란 게 뭐지? 시간을 정지하는 건가? 그렇다면 이미 정지해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죽어 있는 세계에서, 난 어떻게 죽으면 되는 거지? 모르겠다. 내 안에 있는 모든 개념이 무너져 버렸다.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되었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사라져 간다.

- 누군가— 없나—

- 문득 시야에 그림자가 들어왔다. 깜짝 놀라서, 눈을 움직이려 했다. 움직이는 방법이 기억나지 않았다.

목소리 : 오카린, 찾았어—♪

- 목소리. 귀울림밖에 들려오지 않았던 그곳에, 너무나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리가 울린다. 그 목소리 덕분에 나는 오카베 린타로라는 자신의 존재를 되찾는다. 눈을 움직이려 했다. 이번엔 움직였다.

- 바로 저 앞 바위 위에,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본 적 있는 애다. 내 뇌가 활성화된다. 정지해 있던 세계에 흘러들어온 “숨결”에, 정지해 있던 뇌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유리? 아직 뇌가 깨어나고 있는 상태여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마유리다. 시이나 마유리. 내 소꿉친구.

- 마유리는 바위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며 날 향해 미소지었다.

마유리 : 여긴 말야, 7000만년 전의 지구야. 오카린은 음모에 말려들어, 타임머신으로 여기에 보내졌어—

- —이건, 꿈이지?

마유리 : 마유시—는 말야, 오카린을 쫓아서, 엄청, 엄청, 어—엄청 많은 세계선의, 모든 오카린을, 계속 찾았던 거예요. 여기 있는 오카린도, 엄청 많은 오카린 중에 한 명이라고도 할 수 있고, 오리지널이라고도 할 수 있어. 여기 있는 마유시—도, 엄청 많은 마유시— 중에 한 명이라고도 할 수 있고, 오리지널이라고도 할 수 있어. 그래서, 오카린도 마유시—도 여기서 죽을 거라고 생각해.

- —이건, 꿈이지, 마유리?

마유리 : 그치만— 분명히 7000만년 후의 아키하바라에 있는 오카린하고 마유시—한테까지 의지는 연속해 갈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괜찮아♪

린타로 : 이건, 꿈이얏!

린타로 : —윽,

- 깨어난 장소는 소파 위였다. 자다 흘린 땀으로 전신이 흠뻑 젖어 있었다.

린타로 : …꿈.

- 아무래도 한낮부터 깜빡 졸았던 모양이었다. 상당한 악몽이었다. 이런 기분이 된 건, 예의 협박 메일 때문일까. 그렇지만 마유리의 구원을 받는다고 하는 건, 꿈이라고 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사항이다. 그게 아니라 내가 마유리를 구해야 할 텐데. 그 편이 더 어울리니까. 애당초 마유리가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마유리의 모습을 찾아 보았다. 물론 이 방에 있었다. 현재 TV 앞에 붙어 앉아 있었다. TV 화면엔 『라이넷 카케루』의 DVD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파』가 주인공 카케루군의 어께에 올라서선 의미 불명의 울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유리 : 하아— 마유시—도 『우—파』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린타로 : ……

- 역시 이 멍— 한 몽상가 소녀는 내게 있어 보호 대상일 뿐이며, 좀 전의 그 꿈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게 확신했다.

- 닥터 페퍼를 원샷한 후, 핸드폰 메일을 확인했다. 하지만 별달리 새 메일이 와 있진 않았다. 몇 시간 전에,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티토에게 메일을 보내 두었다. 물론 내용은 스즈하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답장은 없었다. 내가 D 메일을 나 자신에게 보내서 과거를 변경한 사항에 대해서는, 통이 등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인식하고 있지 못했다. 그 대신 어젯밤에 스즈하 환영 파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파티 내용을 즐거운 듯이 떠들었다. …음, 전화가 오고 있는 건 내 핸드폰인가. 으… 액정 화면에 표시된 이름을 보고서,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전화 온 데는 페이리스다. 몇 번이고 말한 것 같지만, 난 그 고양이녀가 어렵다. 그 녀석 이야기엔 항상 휘둘리고 만다. 내 본능이 이 전화를 받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그런 연유로, 전화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내 이성에 반하여, 내 손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핸드폰이 조용해졌다. 안심이 되어, 이마의 식은 땀을 손가락으로 닦았다. 그러자 이번엔 마유리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마유리 : 뚯뚜루— 마유시—에요. 아, 페리스. 안냥—♪

- 그 이름을 듣고서 움찔했다. 마유리와 눈이 마주쳤다.

마유리 : 쿄마? 아— 오카린 말이지—? 응, 있는데, 바꿔 줄까—?

「」 『』 ♪

게임/슈타인즈_게이트/05장_1.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1/07/03 03:03 저자 Le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