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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슈타인즈_게이트:알파-애심미도의_바벨

슈타인즈 게이트 드라마CD 알파-애심미도의 바벨

트랙1

크리스(독백) : 그것은, 미래로 향하는 타임트래벌. 전화렌지로는 할 수 없었던 일.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크리스(독백) : 전할 수 없었던 말은, 언젠가 미래로 전해지게 될까…

크리스 : 여기 있네, 오카베. 이런데서 뭐해.

린타로 : 허…용케 여기 있단 걸 알았구나.

크리스 : 혼자가 되고 싶다고 했으니까, 확률적으로 봐서 여기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단 결론을 냈지.

린타로 : 그렇다면, 혼자 있게 해줘. 일부러 찾을 필요는 없잖나. 난 미아가 아니니까.

크리스 : 뭐야, 사람이 일부러 신경써서 찾아줬더니. 나도, 당신 같은 사람은 그냥 내버려 둘까 했다구. 그치만 어제 저녁에 오카베, 왠지 이상했어. 뭐 언제나 이상하긴 하지만, 평소보다 더 이상하단 의미로. 엄청 맛없는 오트밀을 먹을 때 같은 찡그린 표정을 하고 있었잖아. 무슨 일이야?

린타로 : 아무 것도 아냐…

크리스 : 그렇다면, 왜 SERN에 크랙하는 걸 그만둔거야.

린타로 : 너도, 크랙은 좋지 않다고 말했었잖아.

크리스 : 체포 플래그가 떠서 쫄았군요. 압니다.

린타로 : 하다못해 준법정신에 눈떴다고 해 줬으면 좋겠군.

크리스 : 전혀 당신 답지 않아. 여느 때처럼 독선적인 태도는 어디로 간 거야? 광기의 매드사이언티스트 호오인 쿄우마 주제에.

린타로 : 독선적일 수가 있겠냐!

크리스 : !!

린타로 : 이번만큼은 독선적일 수 없단 말이다. 동료 중 어느 쪽을 죽게 내버려 둬야 하는 결단을 앞에 두고서 독선적으로 있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쪽이 훨씬 더 마음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크리스 : 어느 쪽을 죽게 내버려 두다니, 무슨 뜻이야? 대답해 오카베! 무슨, 뜻이야…?

린타로 : …꼭 말해야 하는 건가?

크리스 : 이래저래 상담을 들어 줬잖아. 이제와서 사양하지 마.

린타로 : 그렇다면, 각오해둬라. 이제부터 할 말은 상담이 아냐. 사실이다. 너에게 있어서는, 사망 선고가 될 거야.

크리스 : 뭐…?

린타로 : 마유리를 구하려 한다면, 난 널 죽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어.

STEINS;GATE ドラマCD α 『哀心迷図のバベル』 ダイバージェンス0.571046%
슈타인즈 게이트 드라마시디 알파, 애심미도의 바벨 - 다이버젠스 0.571046%

트랙2

크리스-독백 : 8월 15일, 15시 4분. 아키하바라 중앙로를 걷는 중. 아무래도, 나는 얼마 안 있으면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는 모양이다. 오카베는, 마유리를 구하기 위해서 과거를 바꾸어 현재를 다시 쓰고 있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원래 세계로 되돌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도달할 곳은, 내가 7월 28일에 죽은 세계. 그 세계선에서는 지금 살아있는 나라는 존재는 모순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오카베의 선택에 따라서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라진다는 건, 대체 어떤 감각인 걸까.

마유리(먼발치에서) : 응, 좀 잊어버린 게 있어서, 에헤헤~. 가지러 갔다 올게.

크리스 : 이 목소리는, 마유리? 마유리? 저기-! 마유리!

마유리(먼발치에서) : 엄마는 먼저 가 있어요. 마유시-는 좀 있다 합류할게요!

크리스 : 마유리! 저기, 마유리!

마유리(먼발치에서) : 15분 정도일까나~ 응, 그럼~

크리스 : 잠깐, 지나갈께요! 길 좀 비켜주세요! 마유리! 여기! 저기, 안 들려!? 나, 여기 있다구!

크리스(독백) : 난, 여기에 있는데…이게, 사라진다는… 거야? 그렇다면…

마유리 : 아, 크리스다~! 야~~~호~~~

크리스 : 나는…



페이리스 : 돌아오셨나요, 주인님!

마유리 : 페이리스~ 뚯뚜루~

페이리스 : 흠냐? 마유시, 무슨일이다냐? 방금 알바 끝나고 나갔었잖아?

마유리 : 에헤헤, 잊어먹고 간게 있는 것입니다~

페이리스 : 뇨오호~ 덜렁이로구냐~ 그치만 그런 마유시에게 모에모에다냐~!!

마유리 : 그리고 있지, 바로 앞에서 크리스를 만나서 데리고 왔어!

페이리스 : 오오! 당신이 소문의 크리스티냐? 이야기는 쿄마한테서 많이 들었다냐!

크리스 : …아,

페이리스 : 어라, 마유시, 마유시. 무지무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것 같은데…

마유리 : 으, 으응. 크리스 말야, 최근에 기운이 없는 것 같아. 오카링도 왠지 이상해서 마유시-는 걱정이야…

페이리스 : 오호오… 에, 또. 크리스티냥, 어—-이! 조수씨~~~! 되살아난 불사신의 전사! 썩다 만 좀비! 갑부 과학자!

크리스 : 하아…그거, 전부 오카, 그 녀석이 말한 거로군.

페이리스 : 냐, 드디어 반응했다냐.

마유리 : 크리스, 괜찮아?

크리스 : 응, 아무 것도 아냐. 마유리는 아무 걱정 마.

마유리 : 응…

크리스 : 그것보다, 페이리스 씨, 였던가?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네. 같은 랩멤버인데.

페이리스 : 그러고 보니 그렇구냐. 그치만 페이리스와 크리스티냥은 이미 영혼 레벨에서 깊이 이어져 있다냐. 왜냐하면, 전생에선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연인 사이였다는 인과가…

크리스 : 하아… 그렇구만. 오카베와 같은 타입인가. 묘한 예명을 쓰고 있는 것도 납득이 가네.

페이리스 : 무슨 소리하는거냐옹. 페이리스는 페이리스다냐옹. 그 외의 이름은 없다냐.

크리스 : 메이드 카페란 건, 어디가나 이런 느낌인 거야?

마유리 : 크리스, 관심 있어? 그러면 여기서 일해 보는 게 어때~?

페이리스 : 으음! 처음에는 부끄러울지도 모르지만, 점점 기분 좋아질 거다냐!

크리스 : 하지만 거절한다!

마유리 : 지금 건 고양이귀 네 개 퀄리티다냐!

크리스 : 그게 뭔 방석 대용품이야!

페이리스 : 자, 냐옹♡, 하고 말해보는 거다냐.

크리스 : 안 해!

페이리스 : 우으으 유감이다냐.

크리스 : 으으으, 정신 사나워라. 그럴 기분이 아닌데.

페이리스 : 그럼 어떤 기분이다냐?

크리스 : …글쎄.

마유리 : 아, 맞다! 마유시-는 놓고 갔던 물건을 가지러 온 거였어. 휴게실에 있을까나.

페이리스 : 같이 찾아 주도록 하겠다냐!



페이리스 : 또 누가 TV를 켜놓고 나갔다냐. 아아 정말.

마유리 : 아, 있다 있어. 찾을 필요도 없었네~

크리스 : 그건, 백합 꽃다발이잖아.

마유리 : 응, 맞아. 할머니 계신 곳에 가지고 갈 거야.

크리스 : 선물? 이제 곧 생신이신거야?

마유리 : 으…음, 아하하, 응, 그래!

크리스 : 그렇구나, 할머니를 좋아하는구나.

마유리 : 헤헤헤헤, 그럼 엄마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마유시-는 이만 갈게.

페이리스 : 이번에야말로, 잊어버리고 가는 건 없는 거냐옹?

마유리 : 괜찮아~☆

크리스 : 저, 저기! 마유리. 가는 거야? 그럼 나도…

페이리스 : 크리스티냥은, 느긋하게 있다 가라냥!

크리스 : 자, 잠깐! 매달리지 말라고!

마유리 : 자아, 그럼 내일 또 봐, 크리스~ 뚯뚜루~

크리스 : 엇? 마유리?

크리스 : 오늘은 마유리가 왠지 서먹서먹한 느낌이 들어. 내 기분 탓이겠지…?

페이리스 : 우우우우우우, 크리스티냥은 페이리스랑 단 둘이 있는 건 싫은거냥?

크리스 : 아, 아니 별로 그런 건…아냐.

페이리스 : 그럼 가게에서 뭔가 먹고 갈 거냥? 대접하겠다냥!

크리스 : 미안하지만, 그럴 기분이 아냐. 나도 슬슬 가 볼게.

페이리스 : 뭐어-! 돌아가는 거냐옹?

크리스 : 혼자 있고 싶어. …지금은….



닥터 나카바치(방송) : 그러니까, 나는 오컬트 연구가도 아니고, UFO 연구가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잖나!

크리스&페이리스 : 앗!

페이리스 : 우냐하하, 깜짝 놀랐다냐! TV는 끄는거다냐~

크리스 : 잠깐만!

닥터 나카바치(방송) : 그런 쓸데없는 걸 나한테 묻지 마라! 정말, 웃기고 자빠진 방송이구만!

크리스 : 닥터, 나카바치…

페이리스 : 아, 아하하하. 이 사람, 아직도 이런거 하고 있구냐옹. 옛날부터 전혀 변하질 않았다냐!

크리스 : 꽤, 유명한… 거야?

페이리스 : 유명, 이랄까. 지금은 흑역사가 되었으니까. 이건 비밀인데, 페이리스네 아빠와 닥터 나카바치는 친구라고 쓰고 끈적한 사이라고 읽는 관계였다냐!

크리스 : 아, 아하하하,하하. 또, 또 농담을…

페이리스 : 정말이다냐! 파파는 15년 정도 전까지 닥터 나카바치의 어떤 연구에 협력했었다냐. 스폰서 입장으로 연구비를 댔을 정도다냐!

크리스 : 정말로…?

페이리스 : 응! 페이리스, 거짓말을 안 해!

크리스 : 아…하아아?! 친구라니, 언제부터!? 계기는? 그 15년 전에 뭘하고 있었던 거야?! 그보다 연구라니!

페이리스 : 지, 지지지지진정해라냐!

크리스 : 아… 미안.

페이리스 : …혹시, 크리스티냥은 닥터 나카바치의 팬인걸까냥? …라고 한다면 좀 취미가 괴상하다냥.

크리스 : 그, 그런게…아냐. 그런게…

페이리스 : 우냥?

크리스 : 저기, 페이리스 씨는, 닥터 나카바치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어? 뭐라도 좋으니까, 가르쳐 줘.

페이리스 : 뇨뇨~ 그럼, 우리 집에 와라냥! 실은, 역사의 어둠에 파묻힌 귀중한 자료가 존재한다냥.

크리스 : 어…? 뭐야 그게?

페이리스 : 와보면 안다냥. 냐후후

크리스 : …갈게.

페이리스 : 알았다냥! 그럼 좀 있으면 알바 끝나니까, 기다려라냥~ 우후후

크리스(독백) : (…곧 나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상황에서. 정말 아이러니해…이제와서 아빠에 대해서 알 기회가 오다니…)

트랙3

페이리스 : 자아자아, 사양 말고 들어와라냐!

크리스 : 하아-

페이리스 : 으음? 왜그러냥?

크리스 : 왜고 저고, 여기가 너희 집이라고? 아키하바라 역 앞의 초 고급 맨션! 거기다 제일 윗 층이잖아! 메이드가 주인들보다 좋은 곳에 살다니, 기본부터 주의 받을 레벨이라구!

페이리스 : 냐후후, 이 창문을 통해 하계를 내려다보며 페이리스는 매일 이렇게 생각한다냐. ‘좀 더 세상에 모에를 펼쳐야 한다냐옹! 약속의 날, 프라미스 트라이앵글이 다가올 그 날까지냐!’

크리스 : 중이병ㄳ. 오카베도 여기에 오면 그렇게 말할 듯.

페이리스 : 크리스티냐. 뭔가 마실거냥?

크리스 : 신경 안 써도 돼. 이 집, 넓어서 그런지 무척 조용하게 느껴지네. 가족은 외출했어?

페이리스 : 오늘은 쿠로키가 감기 걸려서 쉬고 있으니까 아무도 없다냥.

크리스 : 쿠로키?

페이리스 : 우리집 집사다냐.

크리스 : 아, 집사구나. 그렇…지가 않아! 지금 집사라고 했어?! 집사 씨가 아니고?!

페이리스 : 쿠로키는 우리 집에서 20년 이상 일한 유일한 진짜 집사다냐.

크리스 : 너랑 얘기하고 있으면 현실과 공상이 구분이 되질 않아. 랄까, 너 집에서도 메이드복에 고양이귀인거야? 옷이라던가 잔뜩 있을 것 같은데.

페이리스 : 페이리스는 메이드복 밖에 안 입는다냐~ 참고로 크리스티냐가 입고 있는 그 옷도 무척 귀엽다냐!

크리스 : 아, 이건 교복을 좀 개조한 것 뿐이니까. 난 요 7년간 계속 공부랑 연구에만 몰두해서 옷 같은 건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밖에 가지고 있질 않아.

페이리스 : 그런거냥? 그럼 페이리스의 옷을 몇 개 넘겨주겠다냥!

크리스 : 아, 아하하하. 그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마지막 순간 정도라면 아주 멋지게 꾸미고서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최후의 만찬, 정도로 말야.

페이리스 : 아, 그치만 사이즈가 안 맞을지도냥.

크리스 : 그건, 가슴 이야기냐? 가슴 이야기야?!

페이리스 : 키 이야기다냐옹.

크리스 : Oh, my go…, 방금 건 잊어줘.

페이리스 : 냐히히후후후후

크리스 : 그 음흉한 웃음은 뭐야?!

페이리스 : 가슴은, 만지작거리면 커진다는 과학적인 설이 있다냐!

크리스 : 요, 요녀석, 안돼! 그만둬! 만지지마!

페이리스 : 좋으면서! 내심 좋으면서~~~!

크리스 : 그만두라고, 하잖아!

페이리스 : 부끄러워 할 거 없는데냥~

크리스 : 그래, 그래. 성추행, 성추행! 뭐가 과학적인 설이야! 바보 아냐?! 그보다 빨리 너희 아버지와 닥터 나카바치에 대해서 알려줘.

페이리스 : 크리스티냐는 완고하다냐~ 그럼 알았다냐. 잠시 기다려라냐. 영차. 이거다냐옹.

크리스 : 이건, 비디오 테이프? 근데 작네.

페이리스 : 카세트 테이프다냐옹. 소리를 녹음하는 거다냐옹. 20년 전 즈음엔 이걸로 음악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냐.

크리스 : 흐음…처음 봤어. 그래서, 이 안엔 뭐가?

페이리스 : 페이리스네 아빠랑, 닥터 나카바치의 대화다냐옹.

크리스 : 용케 그런 게 남아있었네.

페이리스 : 응! 페이리스네 아빠가……

크리스 : 엇? 왜 그래?

페이리스 : 응? 냐하하, 아무 것도 아니다냐옹. 아빠는 대학생 시절부터 보이스 레코더를 일기 대신 썼다냐옹. 테이프는 사실 훨씬 많이 있었다냐옹. 그야말로 2000개 이상이었다냐. 그치만 10년 전에 전부 처분해서 이젠 못 듣는다냐.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아빠가 서재에서 쓰던 책상에 숨겨져 있던 거다냐옹. 이쪽으로 이사해 올 때 운 좋게 발견한거다냐.

크리스 : 이 테이프, 날짜가 적혀있네. 19…94년.

페이리스 : 16년 전, 아빠가 28인가 9일 때다냐옹.

크리스 : 그럼, 너희 아빠랑 나카바치는, 같은 나이인 거네.

페이리스 : 흠냐? 확실히 그렇긴 한데… 어떻게 크리스티냐가 나카바치의 나이를 알고 있는 거냐옹?

크리스 : 엇?! 그, 그건…저기… 그거야! 비유클리드 공간에 의한 이상구조를 좌표와 벡터로부터 뽑아서 차원공간을 추론한 결과에서 도달한 해답이랄까, 뭐랄까…

페이리스 : 냥, 이 무슨 일이냐옹! 그 계산에서 나오는 답은, 악마의 숫자다냐옹! 크리스티냥! 그건 금단의 수식이다냐! 어째서 그런 짓을…

크리스 : 돼, 됐으니까! 빨리 들려줘!

페이리스 : 흠냐. 그럼 카세트 덱에 셋트하고~!

크리스 : 하아, 용케 이런게 남아있었네.

페이리스 : 아빠는 구형 PC나 구형 가전제품 수집 매니아다냐옹. 자, 준비 완료다냐옹. 크리스티냐. 각오는 되었냐옹? 이걸 듣게 되면 돌이킬 수 없다냥.

크리스 : 그런 건 이제 됐거든.

페이리스 : 농담 하는 게 아니다냐.

크리스 : …무슨 뜻이야?

페이리스 : 아빠하고 나카바치는 엄청난 것을, 만들려고 했었던 거다냐.

크리스 : …!

페이리스 : 지금부터 듣게 되는 건,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냐옹. 그게 테이프를 들려주는 조건이다냐.

크리스 : 안심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어차피 난 얼마 안 있으면, 사라질 테니까.

페이리스 : 냐냐? 사라져?

크리스 : ! 아, 아냐. 아무 것도 아냐. 어쨌든 약속할게. 절대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페이리스 : 응. 믿겠다냐옹. 랩멤버 동료니까. 그럼, 재생한다냐옹. 딸깍~

트랙4

유키타카 : 아아~ 마이크 테스트. 오늘 회의는 아키하바라의 찻집에서 한다.

나카바치 : 어이, 유키타카. 그게 아니라 상대성이론 초월위원회라고 해야지.

유키타카 : 알았으니까 앉아 있으라고, 쇼이치.

나카바치 : 윽! 날 본명으로 부르지 마!

하시다 교수 : 가명이라. 나도 전엔 그런 걸 했었지.

유키타카 : 아, 그런가요? 하시다 교수님.

나카바치 : 어떤 이름이었습니까?

하시다 교수 : 그건, 비밀.



페이리스 : 참고로 유키타카, 라는 것이 페이리스네 아빠고, 쇼이치라는게 닥터 나카바치의 본명이다냐.

크리스 : 알고 있어, 그건.

페이리스 : 하시다 교수는, 누군지 알아낼 수 없었다냐옹. 쿠로키도 들어본 적 없다는 의문의 인물이다냐.

크리스 : 하시다…라고? 혹시 그 슈퍼 하커의 친척? 혹시 어머니라던가?

페이리스 : 통이냥의 어머니는 만난 적 있는데, 전혀 다른 목소리 였다냐옹.

크리스 : 일단, 그 건은 뒤로 미루자. 다음을 들려줘.

페이리스 : 알았다냐~



나카바치 : 나를 부를 땐, 프로페서 나카바치라고 부르도록 하게. 그것이 현재의 나를 가리키는 이름이지.

유키타카 : 자네가 프로페서면, 하시다 교수님과 겹치잖나. 아, 닥터 나카바치로 바꾸지 않겠나?

하시다 교수 : 나는 프로페서라고 나설 생각은 없는데, 아키하 유키타카.

나카바치 : 무엇보다도 과학자라면 닥터라는 칭호에 위화감이 있다구.

유키타카 : 그런가? 닥터 나카바치. 그럭저럭 어감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럼 본명으로 할까.

나카바치 : 그건 위험하지. 타임머신이 완성되면 분명히 각계의 자객이 우리의 목숨을 노리게 될 텐데, 그래서는 이 나카바치의 이름을 주신 스승을 뵐 낯이 없어.

유키타카 : 스승이란 게 누구야?

하시다 교수 : 설마 나?

나카바치 : 그건 아님.

하시다 교수 : 그럼 누구지?

나카바치 : 비밀입니다.

유키타카 : 한마디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망상이로구먼.

나카바치 : 망상이라니, 실례잖아! 내게 있어서 마음의 스승은 아인슈타인이라고 정한 지 오래라구!

하시다 교수 : 그보다 왜 나카바치인 거야?

나카바치 : 벌의 중심은 우주를 표현한 궁극의 형태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거죠.

유키타카 : 예, 그런 관계로 정례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카바치 : 어이, 무시하지 마!

유키타카 : 닥터 나카바치, 들려줬으면 해. 연구가 시작된 뒤로 이래저래 8년이 되어가는데, 아직 ‘그것’이 완성될 것 같진 않나?

나카바치 : 애당초 겨우 8년으로 커 블랙홀을 만드는 건 당연히 무리지. 좀 더 긴 안목으로 생각하라구.

하시다 교수 : 그래, 아키하 유키타카. 닥터 나카바치는 잘 해내고 있어

나카바치 : 둘 다, 닥터라고 부르는 건 그만둬 주지 않으렵니까.

유키타카 : 최근 불경기의 영향으로 우리 회사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자금 지원은 가능한 계속해주고 싶네만…

하시다 교수 : 시효가 된 걸까…

나카바치 : 예? 하시다 교수님, 무슨 말씀이시죠?

하시다 교수 : 더 이상 계속해도 무의미하다는 거야.

나카바치 : 그럴 수가!

하시다 교수 : 나카바치는 잘 해줬지만, 역시 개인 연구라는 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까. 미안. 8년 전에 내가 학생이었던 자네들을 말려들게 하지 않았더라면…

유키타카 : 그건 교수님의 노트를 멋대로 들춰 본 나카바치가 시작한 겁니다. 책임을 느끼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카바치 : 사실 그건 사고였다구! 하지만 교수님! 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연구는, 타임머신을 만드는 것은 전 인류의 꿈이잖습니까!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유키타카 : 언젠가라고는 해도, 지원금을 지금처럼 댈 순 없어. 연구 규모를 축서해야 할 거야.

나카바치 : 큭…!

하시다 교수 : 그러고 보니, 아직 물어본 적이 없었네…나카바치는 왜 타임머신을 만들고 싶은 거야?

나카바치 : 그건 톱 시크릿. 굳이 말하자면, 그저 명예를 위해서.

하시다 교수 : 깍쟁이. 가르쳐 줘도 되잖아.

나카바치 : 국가 기밀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거기다 세상에는 결코 건드려선 안 되는 것이 있는 것입죠.

유키타카 : 교수님, 나카바치는 인류가 불을 직접 붙인 순간을 보고 싶은 모양이더군요.

나카바치 : 이, 이 자식! 유키타카! 쓸데 없는 소리를!

유키타카 : 별로 감출 만한 일은 아니잖나.

하시다 교수 : 나카바치, 자네는, 로맨티스트였구나.

나카바치 :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건만… 그러는 유키타카는 어때?

유키타카 : 비즈니스 때문이지. 그 외에 다른 게 있겠나?

나카바치 : 헤헷, 꿈도 희망도 없는 자식 같으니.

유키타카 : 실례로구먼! 비즈니스도 꿈과 희망으로 넘치고 있다고!

하시다 교수 : 확실히 그런 현실적인 시점도 필요하지. 아키하 유키타카다워.

유키타카 : 하시다 교수님은 어떠십니까?

하시다 교수 : 나는…

나카바치 : 그러고 보면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준 것은 교수님, 당신입니다.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당신은 마치, 타임머신을 실물로 본 적이 있는 듯 해. 혹시, 이미 타임머신이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닌지?

하시다 교수 : 나는 그저, 과거로, 아니, 미래로 깜빡 잊어버렸던 걸 전하러 가고 싶을 뿐이야. 고독하게 그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건, 꽤 괴롭거든.

유키타카 : 무슨, 이야기죠?

하시다 교수 : 언젠가 이해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 자네들 역시 말야.

나카바치 : 어쨌건 우리는 지금도 타임머신에 꿈을 걸고 있어! 그걸 버리는 건 싫다구!

하시다 교수 : 하지만 나카바치. 자네한테도 가족이 있고 하니까 언제까지고 꿈만 쫓고 있을 순 없잖아.

유키타카 : 그건 확실히 그래. 불행이라고, 불행. 제일 좋을 때인 여자앤데 말이지, 자네 같은 남자가 아버지라는 건.

나카바치 : 하하하! 그렇지 않다구! 우리 딸은 지금 최고의 행복 속에 있으니까! 놀라지나 마, 얼마 전에 다항식 수식에 흥미를 보이고 있더라구! 겨우 두 살짜리가 말야! 이것 참 대단하지 않나! 과연 내 딸이야! 장래가 유망하구나! 하하하하!

유키타카 : 닥터도 참 팔불출이군.

나카바치 : 네 딸 쪽은 어때 유키타카. 올해 갓 태어났을 텐데.

유키타카 : 이것 참, 일 때문에 좀처럼 함께 있을 수 없는 게 문제야. 제대로 얼굴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

나카바치 : 타임머신을 만들면 딸 애가 태어난 직후로도 되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건 정말 멋질 거라는 생각 안 들어?

하시다 교수 : 응, 그건 그래. 나카바치가 로맨티스트여서, 따님도 참 행복하겠어.

트랙5

페이리스 : 여기까지다냐옹.

크리스 : 이 세 사람이 하려고 했던 건, 미래가젯연구소랑, 우리랑, 똑같잖아…

페이리스 : 타임머신을 만들려 했다니, 깜짝 놀랐다냐옹. 아, 그러고 보니 요전에 라디오회관에서 타임머신 완성 발표회를 열려고 했다가 중지가 되지 않았었던가냥? 그 뒤엔 어떻게 되었을까냐?

크리스 : …

크리스(독백) : (언제부터였을까, 나하고 아빠하고의 사이가 험악해진 건… 난 그저, 아빠에게 칭찬받고 싶었던 건데… 그래서 아빠의 논문을 읽거나, 내용을 이해하려고 독학으로 물리를 공부했지. 하지만 그 날, 11살 생일날…)

나카바치(회상1) : (만족하냐? 그 나이에 내 논문을 한줄한줄 논파해서 만족하느냔 말이다! 웃기지 마라!)

나카바치(회상2) : (너 같은 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어! 난 네 녀석이 부정한 타임머신을 반드시 완성하고야 말겠다! 그리고 너라는 존재를 이 세상에서 지워 없애버릴 거다!)

크리스(독백) : (벌써, 7년이나 전의 일이야. 그날 이후로 난 아빠하고 만나지도 못했어.)

페이리스 : 이 테이프, 오랜만에 듣고 생각한 건데 닥터 나카바치는 쿄마랑 닮지 않았냥?

크리스 : 오카베랑? 그러고 보니 좀 그럴지도… 나, 어쩌면 파더 컴플렉스가 심각한 걸까…

페이리스 : 그런데, 크리스티냥은 나카바치랑은 어떤 관계인거냐옹?

크리스 : 그, 그건… 당신하곤 관계 없는 일이니까, 파고들지 말아줬으면 고맙겠어…

페이리스 : 후냥~~~~ 기껏 극비 테이프를 특별히 들려줬더니~~

크리스 : … 저기, 페이리스 씨는, 소중한 사람에게 심한 말을 들었던 적이 있어? ‘너같은 건, 없어져 버려’ 같은, 그런 이야기…

페이리스 : 응?

크리스 : 당신은,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있어?

페이리스 : …

크리스 : 나는, 모르겠어… 모르게 되어 버렸어. 누군가가 나라는 존재를 인정해줬으면 하는데, 잊혀지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실은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게 아닐까, 그게 너무 불안해…

페이리스 : ‘없어져 버려’…라. 그치만 그건 절대로 본심이 아니다냐옹.

크리스 : 그럴, 까나…

페이리스 : 말한 쪽도 지금은 후회하고 있을꺼다냥. 분명히…

페이리스 : 후냐하아앙~~~ 답답하다냥! 고민해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냥! 그럴 때는 직접 이야기를 해 보는게 좋다냥. 갑자기 화해하는 건 무리더라도 마음을 전하면 그 다음엔 시간이 해결해 줄거다냥!

크리스 : 시간은…이제 남아있지 않은걸…

페이리스 : 잘은 모르겠지만, 전화라면 금방 할 수 있다냥. 어쨌건 이야기를 해 보는 거다냥! 상대방도 후회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냥! 자아,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냐옹!

크리스 : 그, 그건…무리야. 얼마 전에 전화 했을 때도 다시 걸지 말라고 했고…

페이리스 : 마음은 전했었냐옹?

크리스 : 전하지, 못했지만…

페이리스 : 이번에야말로 전하는 거다냥! 자!

크리스 : 어차피, 무리라고 생각해.

페이리스 : 크리스티냥?

크리스 : 그러니까, 일방적으로…사과하는 걸로 하겠어.

페이리스 : 응, 그거면 충분하다냐!

크리스 : 어차피, 더 잃어버릴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



(효과음) : (뚜루루루-)

나카바치 : …누구냐?

크리스 : …읏! 저, 저기…

나카바치 : 크리스냐?

크리스 : !! 어, 어떻게…알았어?

나카바치 : 모를리가 없지 않나. 그 목소리, 잊을 수 없지.

크리스 : 그, 그렇네. 부녀사이니까…

나카바치 : 착각하지 마라.

크리스 : 에…?

나카바치 : 이제 전화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그런가. 또 비웃을 참이로구만? 이번엔 버라이어티 방송에 출연한 날 조롱할 셈이냐? 이제 연구자도 아니게 된 내가 그렇게 우스우냐!

크리스 : 아, 아니야! 아빠, 들어줘!

나카바치 : 알겠냐? 타임머신의 이론은 이미 완성되어있다. 절대로 완성시켜 보이겠다. 완성되면 과거로 거슬러가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만들어 버릴테니까 말이다!

크리스 : 아빠…! 아빠, 들어줘, 난…

나카바치 : 잘 기억해둬라. 너라는 존재는 이제 곧 사라져 없어질 거다.

크리스 : 저기, 아빠… 날… 원망하고 있어?

나카바치 : (전화가 끊어졌음) 뚜-뚜-뚜-

크리스 : 그게 아빠가 바라는 거라면, 곧 이뤄질 테니까… 그러니까… 나에 대한 일은 두번다시 떠올리지 않아도, 괜찮아…



페이리스 : 크리스티냐…

크리스 : …역시, 안됐어.

페이리스 : 포기하면 안되냥! 이대로면 분명 후회할거다냥!

크리스 : 이젠 내버려둬!

페이리스 : 무슨 소리 하는거냐옹! 그럴 수는 없다냥!

크리스 : 됐어! 어차피 당신도 곧 내가 여기에 있었던 것조차 잊어버리게 될테니까. 무의미해. 에너지 낭비라고…

페이리스 : 에…?

크리스 : 그보나 난 대체 왜 당신같은 냥냥어로 말하는 사람한테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거지…?

페이리스 : 크리스티냥…

크리스 : 그 호칭도 싫어…!

페이리스 : 페이리스는, 페이리스는 크리스티냥이 걱정이다냥!

크리스 : …오늘은, 고마웠어. 당신의 아버지의 테이프, 들려줘서… 이젠, 돌아갈께.

페이리스 : 아…! 또 언제라도…

크리스 : 이젠, 다시 만날 일은 없어! …안녕, 건강히…

페이리스 : 아, 크리스티냥!



크리스(독백) : (나, 정말 최저네…)

트랙6

크리스(독백) : (이대로는 난 점점 최저의 여자가 될 것같은 기분이 들어. 그러니까 난 아키하바라를 떠나기로 정했어. 오카베가 내가 아닌, 마유리를 구해줬으면 하니까. 마유리를, 죽도록 내버려두지 말았으면 하니까. …나는…)

크리스 : 배웅은 여기까지로 됐어.

크리스(독백) : (8월 17일, 7시 2분. 아키하바라 역 앞. )

린타로 : 정말로, 가버릴 셈이냐.

크리스 : 한심한 얼굴 하지 말라구. 당신 답지 않아. 호오인 쿄우마 쯤 되는 남자가.

린타로 :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치여서, 정신이 없구만.

크리스 : …어쩔 수 없잖아.

린타로 : 어쩔 수 없는건가.

크리스 : 뭘 계속 쳐다보는 거야?

린타로 : 난, 네가 좋다.

크리스 : …응. 저기, 오카베. 지금 당신의 얼굴, 거울로 직접 보는게 어때? 분명 죽고 싶어질거라고 생각하니까.

린타로 : 크리스…

크리스(독백) : (고민하고, 고민하고…계속 고민해서 어떻게든 날 구할 방법을 생각하며 상심하고. 그래도 안되었지. 그런 얼굴, 울어버릴 것 같은 어린애 같은 얼굴.)

크리스 : 오카베, 난…아니, 으응…아무것도 아냐. 이제 됐어.

크리스(독백) : (오카베가 그렇게 고민해주어서, 어제밤엔 나한테 키스를 해주었으니까. 이젠, 더이상 제멋대로 굴지 않겠어. 더이상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진 않아. 오카베나 마유리와는 지금의 좋은 관계인 채로 끝내고 싶어. 내가 조용히 사라지면, 모두 깨끗하게 정리될거야.)

크리스 : 오카베, 마유리는… 부탁할께.

린타로 : 그래, 맡겨둬.

크리스 : 그럼…

린타로 : 마유리와 통이는, 정말 안 불러도 되겠어?

크리스 : 왠지, 모두에게 배웅받으면, 괴로워질테니까. 오카베 뿐이라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일본을 뜰 수 있어. 후후…죠크야.

린타로 : 선물이야, 가지고 가.

크리스 : 이건…미래 가젯…?

린타로 : 2호기인 바람개비 카메라다.

크리스 : 필요없어~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받아두도록 하지.

린타로 : 아오모리, 함께 가지 못했구나.

크리스 : 응…하지만, 요 2주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즐거웠어. 마유리나 하시다에게도 잘 부탁해. 오카베, 기운 내.

린타로 : …건강히…



린타로-외침 : 난, 마키세 크리스를, 마키세 크리스의 온기를 절대 잊지 않아!

크리스(독백) : (…고마워…오카베, 하지만 난 세상에서 부정당한 존재니까…여기 있어선 안되는 존재니까…부디, 날…잊어줘…그러면 나도…미련없이 포기할 수 있어…)

트랙7

크리스(독백) : (8월 17일, 12시…12시… 몇분이건 상관 없나… 아까부터 5시간 가까이 지났는데, 왜 아직 아키하바라에 있는 건지… 하긴 어디에 가더라도 나한테 있어선 의미가 없지만… 오카베는…아직 세계선을 바꾸지 않은거네…바꿨다면, 난 이미 사라져버렸을 터. 이렇게 뭔가를 생각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되겠지. 마치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기분이네. 저기, 오카베… 빨리 날 없애줘.)

페이리스 : 이런데 있었구나.

크리스 : 페이리스 씨.

페이리스 : 지독한 얼굴이네. 좀비같애. 옆자리, 비어 있지?

크리스 : …앉아도 된다곤 안했어.

페이리스 : 역에 있는 벤치는 네 것이 아니라구. 그리고, 고양이는 변덕쟁이란 말이야.

크리스 : 어째서, 여기에?

페이리스 : 길잃은 고양이를 찾았어.

크리스 : 난 길잃은 고양이가 아냐.

페이리스 : 그럼, 들고양이.

크리스 : 의외로, 한가한가 보네.

페이리스 : 지금쯤엔 벌써 구름 위에 있을줄 알았는데?

크리스 : 캔슬 대기.

페이리스 : 여기, 공항이 아니라 아키하바라 역이라고?

크리스 : 있음 안돼?

페이리스 : 아, 반응이 바뀌었다.

크리스 : 바꿈 안돼?

페이리스 : 안되지 않아.

크리스 : 언제나 쓰던 냥냥어는 어떻게 한거야.

페이리스 : 아키하 루미호. 잘부탁해.

크리스 : 하아?

페이리스 : 내 이름.

크리스 : 요전에 내가 말한걸 신경쓰는 거라면, 사과할께. 그러니까 내버려둬.

페이리스 : 싫어.

크리스 : 싫다니… 대체 뭐야?

페이리스 : 당신을 찾았던 건 말야, 당신과 나카바치의 관계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어서야.

크리스 :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 건은 이미 해답이 나왔어.

페이리스 : 그 때부터, 한 번도 전화하지 않았어?

크리스 : 할 리가 없잖아.

페이리스 : 무서운 거구나…

크리스 : 그럼 안돼? 난 이제 어디에도 갈 곳이 없어. 뭘 하더라도 이젠 고칠 수 없다구.

페이리스 : 아, 정말. 어쩔 수 없는 애네. 이거, 당신에게 줄께.

크리스 : 뭐야, 이건…예쁜 포장이지만… 좀 찌그러져 있는데.

페이리스 : 준다, 고 하기 보다는 돌려준다는 쪽이 정확할지도.

크리스 : …무슨 의미야?

페이리스 : 열어봐.

크리스 : 여기서?

페이리스 : 여기서.

크리스 : 뭔진 몰라도 이런데서…

페이리스 : 됐으니까.

크리스 : …이건, 포크? 좀 어린애용 같지만. 그러고보니 오카베에게 얘기한 적이 있었지… 지금 내가 제일 가지고 싶은건 내 전용 포크라고…. 설마, 그녀석한테 들었어? 그래서 내가 신경쓰여서…?

페이리스 : 아니. 그거 내가 주는 게 아냐.

크리스 : 에?

페이리스 : 이거, 리본 옆에 꼽혀있던 카드. 읽어봐.

크리스 : 응…

크리스 : ‘11살 생일 축하한다’ …아?! ‘아빠로부터’…

페이리스 : ‘마키세 쇼이치’. 닥터 나카바치의 본명을 검색했더니 바로 나왔어. 부녀였던거네. 뭐 요전에 테이프 같이 들었을 때부터 언뜻언뜻 그렇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지만.

크리스 : 11살의 생일 선물라는 건, 7년 전… 아빠에게 내 존재를 부정당한 날…

페이리스 : 실은 그 선물, 오늘 아침 쿠로키에게서 넘겨받은거야. 당신의 11살 생일, 아마 당신과 다툰 직후에 우리 집에 왔다나봐. 나카바치 씨가. 그 선물을 손에 쥔채로 지친 얼굴이었다고. 쿠로키가 말했어.

크리스 : 아빠가…

페이리스 : 나카바치 씨, 꽤나 흥분했었던 모양이야. 딸에게 선물을 샀는데 무의미하게 되어버렸다고.

크리스 : 이 상자의 찌그러진 모양, 분명 바닥에라도 집어 던진 모양이네. 그게 대답이야. 난 그 날 결정적으로 아빠에게 미움을 샀어. 이제와서 회복같은건 할 수 없어. ….증명 종료…

페이리스 : 그건 틀려! 난 그걸 말하러 왔어.

크리스 : 아하하하, 뭐가 틀리단거야…요전의 통화 들었잖아.

페이리스 : 당신은 부정당하지 않았어!

크리스 : 당했잖아! 그리고 이제와선 아무래도 좋아!

페이리스 : 아무래도 좋다니! 그런말 하면 안돼!

크리스 :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간섭하는거야? 아무리 부모가 친구라고는 해도 결국은 타인의 가족의 문제잖아?

페이리스 : 남의 일이 아니니까, 우리 아빠는…이젠…없어.

크리스 : …에?

페이리스 : 10년 전에, 돌아가셨어. 비행기 사고로 말야. 내 8살 생일에.

크리스 : !!

페이리스 : 내가 마지막에 아빠한테 했던 말, 뭐라고 생각해? ‘아빠같은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크리스 : !!

페이리스 : 그랬더니, 비행기 사고가 나서, 정말 그렇게 되어버렸어. 난 이미 아빠한테 사과하는 것도 불가능하단 말야. 그러니까 당신을 보고 있으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어서…당신의 괴로움도, 후회도, 어느쪽도 알고 있으 니까….

크리스 : 난…

페이리스 : 하지만, 그것만이 아냐. 확실한 근거가 있다구.

크리스 : 근거?

페이리스 : 요전에, 우리 집에서 들은 테이프. 기억하고 있어? 사실 한번 더 들었더니 뒷면에도 조금이지만 녹음된게 있었어. 7년 전에 우리 집에 왔던 나카바치 씨가 아빠의 테이프를 그리운듯이 들은 듯해. 그러니까, 분명 거기 녹음된 건 당신의 아버지가 7년 전에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라고 생각해.

크리스 :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페이리스 :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가지고 왔어. 대단하지? 이런 레트로 가전은 우리 집에 전부 모아져 있으니까. 자, 들어봐.



나카바치(녹음) : 2003년 7월 25일, 제, 제 몇회 째 였을까…? 어쨌건, 상대성이론초월위원회의. 이제 유키타카도 하시다 교수도 없어. 둘 다 죽어버리고 말았어. 그 시절의 우리는 뭘 하든 타임머신을 만든다는 꿈에 넘치고 있었는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그러면 이번에야말로 절대로 타임머신을 만들어내고 말겠어! 딸에게 논파되지 않을 완벽한 타임머신을… 이봐, 유키타카…그게, 난…난…타임머신을 만들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거다. 오늘, 딸에게 지독한 소리를 하고 말았어.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자신에게 말해주는거야. 딸을, 크리스를 상처입히지 말라고. 감정에 휩쓸려서 가족의 인연을 부수지 말라고. 난, 그런 소리, 하고 싶지 않았단 말이다!!



크리스 : 아빠…!

페이리스 : 당신은 존재를 부정당하거나 한게 아니라구. 당신은, 여기에 있어도 괜찮은거야!

크리스 : 흑…흐흑…

크리스(독백) :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전하지 못한 마음…그 때 떠오른 얼굴은….)

크리스 : 페이리스 씨, 아니 루미호 씨. 나 있잖아, 나도 아빠처럼 전하지 못한 마음이 있어.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 그건, 전하면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 전하지 않은 채로, 마음 속에 담아서 없애려고 했었어. 하지만…

페이리스 : 크리스 씨, 잊혀져 사라진 이야기는,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그래도 남겨두면 언젠가는 분명 누군가가 찾아줄거야. 아빠가 돌아가신 다음, 내가 이 테이프를 찾은 것처럼. 7년 전의 이야기를 지금 당신이 이렇게 들은 것처럼. 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 마음은 꼭 전해질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갔다 오라구. 쿄마가 있는 곳에.

크리스 : 전부, 꿰뚫어보고 있었구나.

페이리스 : 그것이야말로 페이리스의 마안, ‘체셔 브레이커’의 능력인 것이다냥!

크리스 : 예이, 예이. 달리면, 아직 시간이 있을까.

페이리스 : 괜찮아! 분명!

크리스 : 응. 그럼, 갔다 올께!

페이리스 : 다녀와! 그리고 다시 이 거리로 돌아와 줘, 크리스티냥!

크리스 : 아핫, 난 크리스티냥도 조수도 아니라구!

페이리스 : 응! 아하하하

크리스(독백) : (저기, 오카베. 난 착각하고 있었어. 착각한채로 스스로의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 알았어. 아빠가 가르쳐줬어. 난, 여기에 있어도 괜찮다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 내가 좋다고 말해준 사람들이 있어. 오카베도, 마유리도, 루미호도, 그리고 덤으로 하시다도! 오카베, 이런건 전혀 논리적이 아니고, 그야말로 판타지 그 자체라 지금까지의 나라면 생각도 안해봤겠지만, 랩멤버로서 여기 아키하바라에서 2주간 지낸 나는, 지금의 나니까. 오카베를 믿어! 오카베라면, 분명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 줄거라고! 나도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고, 마유리도 죽지 않는 그런 세계로 이끌어 줄거라고! 그 순간까지 헤어지기 전에, 아직 전하지 않은 ‘작별인사’를 전하지 않으면, 내 안에 2주간 싹튼 소중한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내 ‘현재’가 사라져도, 내가 여기에 남긴 ‘이야기’는 분명 미래로 전해질테니까! 그래, 이것이 미래로의 타임 트래벌. 전화렌지로는 할 수 없었던 일. 그리고, 누구나 가능한 일…당신의 마음에 남겨두고 싶어. 언젠가 어딘가의 세계선에서 나를 찾아낼 수 있도록!)

(효과음) : (문여는 소리)

크리스 : 하아, 하아, 하아…안녕… 나도…오카베가 정말 좋아!

라디오/슈타인즈_게이트/알파-애심미도의_바벨.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2/01/15 21:49 저자 58.143.22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