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2월 1일에 NEC HE가 내놓은 PC엔진 (PC-Engine) 코어의 휴대용 버전의 장비. 북미 발매 명칭은 ‘TurboExpress’. 발매가는 4,4800엔. 휴대용 게임기 가격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비싼 가격임에 틀림없다.
지금보면 마치 무슨 측량용 장비같은 느낌이 드는 투박한 감각의 제품이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디자인, 크기, 성능 모두 경쟁기종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보이나 게임기어에 비해서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게임 자체가 PC엔진의 휴카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거치형 게임기보다 한등급 혹은 두등급 아래급으로 제작되는 타 사의 휴대용 게임기들과 달리 가정용과 동일한 수준의 게임을 들고다니면서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 특징. 가정용 게임기와 ‘완전호환’이 가능한 최초의 기록적인 게임기이다.
액정 화면은 2.6인치(=6.604 센티미터)의 컬러 TFT LCD를 채용하여, 당시로서는 좀 비정상적일 정도로 깔끔한 화면을 감상할 수 있는 기기였다. NEC측도 이러한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TV튜너 (TV Tunner, TV수신기)를 동시 발매하여 게임기로서 사용하면서 동시에 휴대용 TV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면 크기 자체가 작아서 PC엔진용 게임의 대부분의 해상도인 320 X 224 해상도의 폰트가 잘 읽어지지 않는다는 좀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게 문제가 된 이유는 초창기 PC엔진용 휴카드는 배터리 내장이 어려워 RPG 등의 게임에서 저장을 ‘패스워드’형식으로 수십개의 문자열을 받아적어야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의 컬러LCD의 기술이 현재처럼 숙성되지 않은 시기였기도 하고, 개량된 CPU라고는 하나 기타 부품이 가정용 게임기와 거의 동일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가히 살인적인 것으로 유명한데, AA배터리 6개를 넣고서 3시간 정도 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파격적인 전지 소모량은 게임기라기 보다는 배터리 먹는 괴물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동시기의 게임보이가 배터리 4개로 6시간 가까이 버티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PC엔진 호환 장비이지만 가정용의 PC엔진과 같은 형태의 확장포트가 따로 제공되지 않아 CD-ROM2 등을 연결할 수 없으나, 멀티탭 대신 케이블을 이용해서 추가의 PC엔진GT와 연결하여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길 수도 있었다. 단 그냥 멀티 플레이 게임은 호환이 안되고, 컴케이블에 맞춰 통신 게임이 되도록 만든 게임에 한한다.
개념이나 시스템의 발안 자체는 포켓몬스터를 비롯, 몬스터헌터 포터블 등에서 큰 흥행을 일으킨 ‘통신’ 개념의 선행 도입이나, 풀컬러 LCD의 도입, 휴대용 치고는 매우 높은 기기 성능 등 시대를 앞서간 장비임에 틀림이 없다. 단지, 세가가 항상 망하는 이유가 그러하듯, 너무 앞서나갔다.
일단 가격대가 가격대인만큼 판매량은 상당히 처절할 정도로 낮았다. 기기 자체는 상당히 뽀대가 나지만 들고다니기엔 여러모로 좀 버거운 장비.